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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공예와 나

에디터 기은이다. 취미 콜렉터인 나는 내 취미리스트에 가죽 공예가 없다는 것이 퍽 슬펐다. 아주 오래전부터 가죽 공예 스킬을 추가하고 싶었다....
에디터 기은이다. 취미 콜렉터인 나는 내 취미리스트에 가죽 공예가 없다는 것이 퍽…

2018. 11. 15

에디터 기은이다. 취미 콜렉터인 나는 내 취미리스트에 가죽 공예가 없다는 것이 퍽 슬펐다. 아주 오래전부터 가죽 공예 스킬을 추가하고 싶었다. 가죽은 언제나 아름다웠다. 시간이 지나도 촌스러워지지 않았고, 낡고 헤져도 자연스러웠다. 좀 더 관심이 생기자 ‘ 에이징’이라는 단어를 알게 됐다. 가죽도 나이 든다는 뜻이었다. 햇빛에 태닝이 되거나 사람의 손때가 묻고, 여기저기 쓸린 흔적이 쌓여 멋스럽게 변하는 과정을 말한다. 근사하게 나이 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봐도 되겠다. 마치 나이테처럼.

요즘엔 베지터블 가죽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식물성 성분으로 가공한 천연 소가죽을 베지터블 가죽이라 부르는데, 이 가죽의 특징이 바로 에이징이라고.

IMG_0831_batch[에이징된 내 가죽 지갑, 물론 직접 만든 건 아니고 직접 산 제품이다]

이렇게 가죽 공예를 하고 싶어 노래를 불렀지만, 쉽사리 틈이 나지 않았다. 좀처럼 가죽 공방까지 놀러 갈 시간이 없었다. 대신 다른 기회가 생겼다. 안 그랬으면 이 리뷰가 나올 일이 없었겠지.

내가 얼마 전부터 사용하고 있는 ‘클래스101’ 앱은 온라인 취미 클래스로, 준비물 키트를 집으로 배송받고 앱을 통해 클래스를 수강하는 서비스다. 이 앱을 이용하면 언제 어디서든 내가 원하는 취미를 따라 할 수 있다. 클래스의 종류는 ‘노릇 노릇 구워내는 써니의 홈 비건베이킹’, ‘종이만 있으면 평생 즐기는 취미, 페이퍼아트’, ‘후지필름과 함께 미러리스 카메라 100% 활용하기’, ‘취미로 1억 버는 법, 빨간토마토의 유튜브 입문기’ 등 폭넓게 큐레이션 되어 있다.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가나 크리에이터들이 이곳에 다 몰려있다. 실제로 내가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잉해둔 홈 카페 크리에이터도 이곳에서 만났다. 반가워요, 정사각형의 틀 밖으로 나오셨네요.

클래스101을 에디터M에게 알려주니 1억 버는 꿀팁 클래스 같은 게 있는지 묻더라. 그런 건 없다고 손사래를 쳤는데 유튜버로 1억 버는 법 클래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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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내가 선택한 건 ‘내 발걸음이 닿는 곳, 그 이야기를 담는 가죽 가방’이라는 클래스다. 초심자도 쉽게 가방을 만들어 보자는 테마의 클래스로, 기본적인 스킬만 마스터하고 나면 누구나 멋진 가방을 가질 수 있다. 초반에 우려했던 것과 달리 실제로 몇 가지 과정만 익히면 나머지는 내 힘과 시간이 해결해주더라.

가죽 가방 만들기의 순서는 이렇다.


1. 오린다, 가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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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미 오려진 키트가 배송된다. 가장 어려운 과정은 해결된 셈이다. 신설동 가죽 시장에서 장 단위로 사 오신다고. 안목 있는 크리에이터님이 자르고 골라주셨으니 믿고 따라본다.


2. 가죽 단면에 윤기를 낸다.

DSCF5546_batchDSCF5555_batch[10년간 가죽 문지른 사람처럼 나온 사진]

물을 적신 붓으로 가죽 단면을 칠해준다. 그리고 꿀을 뜰 때 쓸 것만 같은 비주얼의 ‘슬리커’로 가죽을 문지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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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 성의껏 문질렀더니 가죽이 휘었다. 당황해서 수업노트를 봤더니 진정하고 슬리커로 다른 면을 문지르라더라. 헷갈릴만한 부분을 놓치지 않고 설명해두셨다. 선생님,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참 친절하시네요.


3. 구멍을 뚫는다.

DSCF5584_batch[10년간 가죽 뚫은 사람처럼 나온 사진]DSCF5606_batch[이렇게 하면 안 된다, 이유는 아래 사진에]

‘원형 펀치’와 포크처럼 생긴 ‘치즐’을 가죽에 대고 망치질을 하면 구멍이 뚫린다. 예상외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다. 저녁에 시도했더니 엄마가 득달같이 달려와 화를 냈다. 밤중에 왜 이리 쾅쾅거리냐고. 정정한다. 언제 어디서든 따라 할 수 있는 취미란 없다. 적당히 상황을 봐가며 하도록 하자. 오래 즐기고 싶다면 말이다. 책상에 흠집은 안 나냐고? 테이블을 보호해줄 펀칭 보드가 키트로 함께 오니 안심하자.

3-2_batch[나는 간격을 일정하게 맞추지 않았다]

4. 실에 왁스 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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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재밌었던 부분(?). 쓱싹쓱싹 왁스 칠한 실을 만지작거리니 기분이 좋아졌다. 튼튼해지라고 과도하게 많이 칠했더니 바느질할 때 왁스가 밀리더라. 뭐든 적당히 해야 한다.


5. 바느질한다.

DSCF5574_batch[간격이 일정하지 않아 생긴 삐뚤빼뚤 바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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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느질에는 재주가 없다. 원래도 잘 못 하지만 이번만은 핑계가 있다. 망치 소리 때문에 옆집에서 찾아오는 불상사는 없게 하려고 소심하게 망치질을 했더니 바느질 구멍이 작고 삐뚤더라. 힘들게 기웠다. 기웃거리던 우리 엄마는 바느질이 왜 저 모양이냐며 혀를 차셨다. 나도 예쁘게 만들고 싶었다. 허나 이미 뚫어버린 구멍은 낙장 불입이고 다시 바느질해봤자, 같은 구멍이라 같은 결과가 나올 뿐이었지. 가방의 앞면은 모났지만 그래도 뒷면은 그럭저럭 예쁘게 완성했다. 약간 억울했으나 가방을 뒷면으로 메겠다 결심하니 괜찮아졌다. 뒤로 메도 뭐 어떤가, 내 마음이다.


6. 불(?)을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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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불장난하면 얼마나 신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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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 실을 마감할 땐 라이터로 불을 붙인다. 불타는 실을 지켜보다가 마지막까지 타들어 가면 재빠르게 눌러준다. 앞서 구멍을 뚫을 때 사용했던 원형 펀치나 치즐 뒷면으로 누르면 된다. 쾅쾅 눌러줄 때마다 도장 찍는 기분에 신나더라. 불이란 게 워낙 화려해서 내가 뭔가 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그래서 또 신나더라. 히.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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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 있을 때만 야금야금 만들었더니, 어느 날은 너무나 쓸모없어 보이는 비주얼에 폭소가 나왔다. 손잡이도, 옆면도 붙이지 않아 가방이라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내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서 보면 제구실을 하는 것 같아 보이는데 옆에서 보면 부족한 게 딱 내가 아닌가. 미완성인 나를 떠올리며 이 가방도 어서 완성해주고 싶었다.

talk2_batch[미완성인 사람들이여 가죽공예를 하자!]

틈날 때 가끔 본드 칠을 하고, 구멍을 뚫고, 기우는 과정을 반복하면 가방이 완성될 것이다. 나는 아직 다 만들지 못했다. 완성본이 궁금하다면 내게 조금만 더 시간을 준 뒤 디에디트 인스타그램을 팔로우 해두자. 언젠가 인증샷이 올라올 것이다. 그때쯤이면 나는 이제 사람들이 물어보지 않아도 내가 만들었다며 자랑하겠지. 서툴지만 그럼에도 자랑스럽다. 그리고 드디어 내 취미 리스트엔 가죽공예가 올라갔다. 지난여름엔 서핑을 배웠고 작년 초에는 커피를 배웠다. 누군가 물었다. 왜 이렇게 배우러 다니냐고. 배워서 뭘 하겠다는 마음은 없다. 그저 배움을 통해 내가 무언갈 만들었을 때, 부족한 내 안이 채워지는 느낌을 좋아한다.

요즘은 나 같은 사람들에게 편리한 서비스가 많아졌다. 큰 노력 없이 앱 하나만 설치하면 원하는 취미를 찾을 수 있다.

아래는 이 앱들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이 담겨있는 영상이다. 주말을 취미로 채우고 싶다면 클릭해보자! 여러분의 헛헛한 마음 속에 취미생활이 뭔가를 채워주기 바라며!


render-1542189358812-0

클래스101
StoreiOS, android
Point – 취미를 집에서
Size – 42.2MB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고 홀로 집중하고 싶을 땐 클래스101을 이용하면 된다.

소모임
StoreiOS, android
Point –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Size – 22.8MB
혼자가 외로울 때는 근처 모임을 찾아갈 수 있는 소모임 앱도 있다.

탈잉
StoreiOS, android
Point – 저렴하게 1:1로 배우자
Size – 76.6MB
뭔가를 배우고 싶지만 학원에 가긴 부담스러울 땐 탈잉을 다운 받으면 된다. 배우기 애매한 것들을 배우고 싶을 때도 딱이다.

프립
StoreiOS, android
Point – 액티비티 전문
Size – 66.7MB
평소에 하기 어려운 운동을 하고 싶을 땐 프립을 이용하자. 실제로 난 서핑을 프립에서 배웠다.

마일로
StoreiOS, android
Point – 피트니스 클래스 전문 앱
Size – 66.7MB
피트니스 클래스에 최적화 되어있는 앱이다. 운동을 시작 전 어떤 게 나와 맞는지 찾아 보고 싶을 때, 피트니스 클래스를 체험해보면 좋다.

웬지
StoreiOS, android
Point – 클래스와 판매를 함께
Size – 66.7MB
핸드메이드 클래스가 주인 앱으로 직접 뭔가를 만들고 판매할 수 있는 앱이다.

About Author
김기은

새로운 서비스와 플랫폼을 소개하는 프리랜스 에디터. 글과 영상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