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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솔이 아개운!

안녕 여러분, 에디터M이다. 이 기사는 양치성애자의 명예를 걸고 쓰는 A/S 기사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큐라덴 칫솔을 추천하고 다녔다. 대부분은 칫솔의...
안녕 여러분, 에디터M이다. 이 기사는 양치성애자의 명예를 걸고 쓰는 A/S 기사다. 그동안…

2017. 11. 09

안녕 여러분, 에디터M이다. 이 기사는 양치성애자의 명예를 걸고 쓰는 A/S 기사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큐라덴 칫솔을 추천하고 다녔다. 대부분은 칫솔의 신세계라며 만족을 표했지만, 솔직히 몇 명에겐 컴플레인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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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라덴은 분명 좋은 칫솔이다.
그런데, 표면만 매끈해지고 치아 사이가 덜 닦이는 기분이다.”

끙. ‘그건 당신이 잘못된 칫솔질을 하고 있어서야!’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제대로 먹고 살기도 힘든 이 세상에 칫솔질까지 제대로 하고 살기란 쉬운 일이 아닐 수 있으니까. 그래서 오늘은 여러분께 아주 개운한 칫솔을 소개하려고 한다. 아개운 칫솔. 이름부터 쉽고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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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이 칫솔이 그렇게 좋다는 이야기가 들리긴 했다. 그런데 마트에서 파는 칫솔과 전혀 다르지 않은 디자인, 그리고 상당히 노골적인 이름 때문에 귀를 닫고 눈을 닫아왔다. 난 제품에 있어서는 외모지상주의니까. 그러던 어느 날. 아개운 칫솔이 촌스럽던 디자인을 한결 다듬고 내앞에 나타났다. 그렇다면, 사야지. 냉큼 구매해봤다. 때마침 디에디트 사무실도 생겼겠다, 식사 후 직원들의 구강청결을 위해 칫솔이 필요하던 참이었다. 난 리뷰를 할거니까 결제는 당연히 법카로. 에디터H의 앙앙 거림은 가볍게 무시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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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산건 모던 라이프 4개 세트 제품. 개당 2,500원으로 4개 세트는 딱 1만원으로 떨어지는 아름다운 가격이다. 칫솔 홀더도 6,000원으로 함께 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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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본 제품은 실망스러울 정도로 심심한 모양이다. 흰색부터 검은색까지 하나씩 고른다. 흰색은 에디터H가 네이비는 에디터G가 골랐다. 그렇다면 난 보다 자연스러운 그레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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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뽀작뽀작 이제 새것을 파헤쳐보자. 뜯어보면 생각보다 더 심심하다. 솔직히 만듦새도 그리 훌륭하지 않다. 마음을 가다듬고 칫솔의 심장 칫솔모를 손가락으로 쓸어본다. 엥? 햇볕아래서 넘실대는 금발처럼 유약해 보이는 칫솔모가 검지 손가락에 닿는 느낌은 생각보다 단단하다. 힘을 주는 손가락을 적당히 튕겨내는 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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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솔모는 가늘고 부드러운 미세모와 라운딩 처리된 굵은 아랫모가 이중으로 되어있다. 미세모는 육안으로 봐도 충분히 가늘어 보인다. 특히 끝 부분이 더 가늘게 처리되어 있어서 내 작은 이 사이사이도 치실처럼 헤집어줄 그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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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탄성은 좀 더 짧고 굵은 아랫모 때문이다. 꽤 뻣뻣해서 아무리 닦아내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치석까지 벅벅 긁어줄 것 같은 듬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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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개운 칫솔모가 빛 아래서 반짝거리는 이유는 가늘 건 두껍 건 간에 모든 칫솔모가 엠보싱처리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가는 모는 너무 가늘어서 눈으로 확인이 잘 되지 않지만, 굵은 모는 자세히 살펴보면 거친듯 보이는 표면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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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양치를 시작해볼까. 잇몸에서 이 방향으로 빗자루질 하듯 샥샷 쓸어주면 된다. 가는 모 덕분에 양치를 하면 칫솔모와 치아가 자기부상열차처럼 붕붕 떠있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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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탄성이다. 손목을 움직일 때마다 활어회처럼 칫솔모가 찰싹하고 잇몸과 치아 사이를 팔딱거린다. 손가락으로 만져봤을땐, 단단한 탄성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양치를 해보니 좀 더 부드러운 느낌. 뾰족한 가는 모가 내 치아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처음엔 잇몸이 좀 아프기도 하지만, 곧 익숙해진다. 아 이맛에 시원하다고 하는구나. 아 개운하다. 왜 셀프 스케일링 칫솔이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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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라덴이 촘촘한 칫솔보로 치아의 표면을 광택내듯 닦아주었다면. 아개운 칫솔은 이 사이사이를 개운하게 해준다. 큐라덴이 기관총이라면, 아개운은 한놈만 노리는 스나이퍼 같은 느낌. 이 둘은 전혀 다른 사용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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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이 없는것은 아니다. 큐라덴으로 혀를 닦았을땐, 따로 혀클리너가 필요 없다고 느꼈는데, 확실히 아개운으로 혀를 닦으면 부족하단 느낌적 느낌. 솔직히 말해 양치성애자가 추천하는 올바른 칫솔 조합은 큐라덴으로 치아의 표면을 매끈하게 닦아준 뒤, 아개운 칫솔로 이 사이사이를 닦아주는 거다. 뭐 선택은 여러분의 몫.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