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1년에 절반은 데님을 입는 객원 에디터 김정년이다. 요즘 주우재 못지않게 데님에 푹 빠져있었다. 이것저것 입은 건 아니고 한 가지 브랜드만 주구장창 입었는데, 그 데님이 때마침 트렌드를 타고 인기가 고점을 향해 달려가는가 아닌가. 이번에 소개할 옷은 바로 캐피탈(KAPITAL)의 센추리 데님(CENTURY DENIM)이다.


구입장소 / 구입시기: 캐피탈 삿포로점 / 2023년 3월
최근 국내 패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데님 셋업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캐피탈 데님은 그 영향을 그대로 받았다. 센추리 데님을 비롯한 일부 모델은 리셀이 붙는 편인데, 중요한 몇 가지 정보를 알고 있으면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다. 또, 브랜드를 둘러싼 맥락을 알면 쇼핑과 스타일링이 훨씬 즐거워지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오늘은 캐피탈에 대해 살펴 보자.
캐피탈은 어떤 브랜드인가?
공예적인 만듦새, 이국적인 디자인

캐피탈은 보헤미안, 히피, 집시 등 세계의 민속 문화나 서브컬처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을 선보인다. 화려한 컬러웨이와 독특한 그래픽, 생전 처음 보는 디테일이 특징. 캐피탈에서 만든 옷을 손에 쥐고 천천히 살피면 이런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걸 여기에?”, “이 옷을 이렇게까지?” 만약 여러분이 룩에 인상적인 포인트를 주는 코디를 선호한다면 캐피탈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

출처: ADOR
한국에서는 2020년대 초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중 많은 분들이 뉴진스를 통해 만났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Attention’과 ‘Ditto’가 마구 흘러나오던 시절, 전성기를 맞이한 뉴진스는 무대나 예능에서 캐피탈의 옷과 액세서리를 즐겨 입었다. 사람들은 뉴진스의 스타일리스트가 자주 다닌다는 국내 편집샵을 수소문하고, 어떻게든 원하는 컬렉션을 손에 넣으려 애쓰기 시작했다.
수년이 흐른 지금도 캐피탈의 인기는 굳건해 보인다. 에스파 카리나는 사복패션으로 캐피탈의 밥말리 후드티를 입고, 르세라핌 채원은 브랜드 로고가 큼지막하게 새겨진 티를 입고 라방을 켠다. 새로운 앨범을 발표한 빈지노는 캐피탈 바지를 샤라웃했다. 《노비츠키》의 ‘Travel Again’에서 들었다.

출처: SBS <나는 솔로>
이 또한 2020년 무렵 등장한 컬렉션. 특히 뒷판에 성모 마리아가 그려진 후리스는 2025년 기준 국내 중고거래 시장에서 출시가의 두세 배까지 올랐다.
필자의 관심사는 2018 ‘CHIP SANKE’ 룩북에 담긴 컬렉션이다. 일본 홋카이도 선주민족이었던 아이누의 전통 공예를 20세기 복식과 결합한 디자인이다. 옷 자체가 아름답지 않은가. 캐피탈의 2020년 이전 시즌 컬렉션을 구하려면 가뭄에 콩나듯 뜨는 국내외 중고거래 매물을 노려야 한다.
캐피탈의 아이누 디자인 컬렉션은 아마 평생에 걸쳐 수집하게 될 것 같다. 캐피탈 아이누 컬렉션 갖고 계신 분은 이 글 보시면 필자에게 꼭 따로 연락을 주시길!

출처: kapital.jp
재팬메이드 데님의 성지, 일본 오카야마현에서 시작된 캐피탈의 브랜드 스토리도 디자인 못지않게 비범하다. 캐피탈의 일대기는 따로 찾아보시길 권해드린다.
센추리 데님
20세기 데님 디자인에 전통 자수를 결합하다
센추리 데님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시작은 전통 바느질에서 찾아야 한다. 옛날에는 옷감이 귀했고, 사람들은 옷이 낡으면 실과 바늘로 옷을 기워입었다. 특히 직물로 짠 옷을 즐겨 입던 동아시아에서는 사람들이 실을 꿴 바늘로 옷감을 작게 찔러 찢어진 천을 수선했다.

한국에서 흔히 ‘누빔’이라 부르는 자수 기법을 일본 사람들은 ‘사시코(Sashiko,刺し子)라는 이름으로 발전시켰다. 사시코 자수는 기하학적인 패턴을 이루는 게 특징이며, 옷감을 뚫고 직진하는 실을 직선이나 곡선으로 배열시켜 직물 원단의 내구도를 강화시켰다. 현지에서는 유도복이나 검도복에서 사시코 자수를 많이 썼다고 한다. 캐피탈은 옷감을 강화하던 전통 바느질을 데님 원단에 들이대 보기로 했다.
2012년, 캐피탈이 본격적으로 사시코 기법을 활용한 데님을 출시했다. 자동화된 방직기로 얻은 원단이면서, 사람의 손바느질 감성이 공존하는 독특한 데님 원단이었다. 뱀비늘을 떠올리게 하는 울퉁불퉁 표면, 풀기를 먹인 리지드 데님의 갑옷 같은 빳빳함, 일본의 다양한 전통 염색 기법으로 얻어낸 색은 기묘하고도 독특했다. 자국의 공예적인 전통과 현대 의류산업 기술을 결합한 역작. 사람들이 백년은 거뜬히 입을 수 있는 옷이길 소망했던 걸까. 캐피탈은 새로 만든 데님에 ‘센추리(century)’라는 이름을 붙였다.
센추리 데님은 시간이 흐르며 브랜드를 대표하는 의류 디자인으로 평가받기 시작했고, 시즌 컬렉션 발매와 상관없이 매년 일정한 주기로 꾸준히 다양한 디자인으로 제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공예적인 컬렉션이라 생산량이 넉넉한 옷은 아니지만, 필자가 체감하기로 LVMH가 캐피탈을 인수한 뒤, 센추리 데님이 리스톡되는 시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인상이다.

출처: kapital.jp
센추리 데님을 구분할 때 가장 먼저 봐야 할 건 염색 특징에 따른 넘버링 시스템이다. 캐피탈이 데님에 시도하는 9가지 염색방법을 센추리 데님에서도 이어가고 있기 때문. 붓글씨에 쓰던 먹으로 염색을 한 아이템은 넘버 7, 지역 전통 기법과 진흙을 이용해 원단을 검은색으로 물들인 옷은 넘버 9 등으로 이름을 붙인다. 마음에 드는 센추리 데님을 찾고 싶다면, 가장 먼저 염색을 확인하는 게 좋다.

센추리 데님을 활용한 대표 의류 디자인은 진과 재킷이다. 핏을 기준으로 따지자면, 하의는 전반적으로 밑위가 짧고 허벅지와 종아리를 압박하는 스트레이트 핏이 많이 나오는 편이다. 상의는 리바이스(Levi’s)나 리(LEE)에서 20세기 중반에 냈을 법한 재킷 디자인을 고증하는 가운데, 대체로 기장이 짧은 게 특징. 데님은 그 무엇보다도 핏이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개인적으로 센추리 데님은 마른 체형의 남성이나 크롭한 기장을 즐기는 여성에게 추천하고 싶다.


캐피탈을 대표하는 옷이지만, 입수 난이도는 높은 편이다. 유통망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일본 현지 매장을 가보면, 나고야나 후쿠오카 같은 일부 도시에서는 아예 취급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매장이 가장 많은 도쿄에서도 긴자점이나 에비스 Legs 매장처럼 센추리 데님을 입고하는 곳을 따로 찾아가야 한다.
현시점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센추리 데님 구입 루트는 겨울이면 눈이 펑펑 내리는 도시, 삿포로다. 캐피탈 삿포로점은 2020년부터 센추리 데님 특화 매장으로 운영 중이며, 센추리 데님 종류와 사이즈가 다양하게 준비되는 편이다. 밑단 수선이나 리페어 같은 사후 서비스도 비교적 편리하게 접수할 수 있다.
TIP.
무조건 싸게 사고 싶다면 일본 현지에서, 편하게 산다면 국내 편집샵에서
캐피탈의 옷과 액세서리를 국내 편집샵에서 구입하면 현지보다 1.2~1.8배 가량 비싸다. 이건 가게가 따로 폭리를 취하는 게 아니다. 관세를 비롯한 유통비 탓이다. 하나 더, 일본 패션 브랜드는 다른 나라 패션 브랜드보다 수출품의 도매가를 높게 설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센추리 데님과 사랑에 빠지는 이유
카키시부 염색 & 리페어
데님 원단은 하얀 실과 염색한 실을 교차시키며 만든 천이고, 입다 보면 물이 빠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는 염색실에 스며든 염료가 마찰과 세탁을 거치면서 결국 실과 분리되기 때문이다. 실에서 떨어진 염료는 하얀색 실을 물들이기 시작한다. 이 특징 때문에 데님은 다른 옷보다 묘한 주름이나 흔적이 빠르고 쉽게 생긴다.
구입 후 6개월, 센추리 데님을 입고 포토그래퍼 앞에서 사진을 찍어봤다. 세탁 없이 입던 재킷에 조금씩 주름이 잡히고 마찰이 생기는 부위는 색이 하얗게 뜨기 시작했다. 다른 브랜드 데님과 비교하면 경년 변화가 무척 빠른 편이다.
그래서 데님은 착용자의 생활습관이나 체형이 옷에 진하게 반영되는 옷이다. 이른바 경년 변화, 누군가는 에이징이라고 부르며, 데님 매니아는 옷의 변화 그 자체를 즐긴다. 캐피탈은 경년 변화라는 개념을 고객이 좀 더 적극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체험형 서비스로 발전시켰다.


캐피탈은 센추리 데님 오너에게 무료 염색 서비스를 제공한다. 센추리 데님 no 5나 no 7 상하의를 현지 매장에 들고 가면, 옷에 카키시부(柿渋,감물)를 덧입히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일본 현지 매장에서 팝업 이벤트가 열릴 때나 삿포로점 같은 특화매장을 방문하면 누구나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필자는 2024년 12월, 1년 전 삿포로점에서 센추리 데님을 샀다가 카키시부 염색을 받으러 돌아온 최초의 한국인이 됐다. 당시만 해도 센추리 데님 무료 염색은 국내에서도 소수만 알고 있던 서비스. 필자는 점장님에게 따로 양해와 허락를 구한 뒤, 센추리 데님 관련 오브제만 촬영하는 것을 조건으로 카키시부 염색 과정을 기록해 둘 수 있었다.



감물은 뛰어난 천연염료다. 방수, 방습, 방부 등의 기능성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 세계 각국에서 옷을 물들일 때 널리 쓰였다. 우리나라도 감물염색을 쓰던 풍속이 남아있다. 조선시대는 한반도 남부와 제주도를 중심으로 무명이나 삼베에 감물을 들여 썼고 그런 옷을 ‘갈옷’이라 불렀다. 지금도 제주도에 가면 감물염색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공예가나 로컬 브랜드를 이따금 만날 수 있다.

한편 발효 없이 즉시 감물을 적시는 한국의 전통염색법과 달리, 일본은 직물을 염색할 때 2-3년간 발효과정을 거친 감물을 썼다고 전해진다. 캐피탈의 감물 염색은 자국의 전통을 따른다. 실제로 매장에서 염색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니 카키시부에서 코끝을 찌르는 듯한 발효취를 느낄 수 있었다.

먹색이었던 센추리 데님이 조금씩 붉게 물들어간다. 점장님이 붓질을 하며 카키시부 염색의 장점을 설명해 주셨다. 첫째는 원단의 내구성 강화였다. 감물을 머금은 실이 경화되며 옷이 예전보다 튼튼해질거라 말씀하셨다.

둘째는 염료의 정착. 카키시부를 물들인 옷은 세탁하더라도 예전보다 염색물이 덜 빠지는 모양이다. 집으로 돌아가 따로 연구 논문을 찾아봤다. 자료에 따르면 감물에는 단백질을 단단하게 굳히는 탄닌 성분이 있다고 한다. 화학적인 이유로 데님은 새로운 진화를 시작하는 모양이다.

마지막은 시간 경과에 따른 색상 변화였다. 새로 물들인 감물과 맨 처음에 발랐을 먹물이 묘한 조화를 이루며 옷에 독특한 분위기가 생길 것으로 기대됐다. 실제로 염색 서비스를 받고 나서 세탁을 거듭할수록, 염료의 붉은 기운이 세게 들어간 부분과 그렇지 못한 구분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특히 재킷에 드리운 새로운 색이 보면 볼수록 예뻐서, 필자는 카키시부 염색 후 센추리 데님을 재킷으로 입는 날이 예전보다 훨씬 늘었다. 염색 전은 데님 팬츠의 갑옷 같은 빳빳함을 즐겼다면, 염색 후엔 데님 재킷의 오묘한 색감에 푹 빠졌다.



솜씨 좋은 데님 마니아들은 따로 염료를 사서 직접 염색하며 나만의 데님을 만든다지만, 그런 시도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캐피탈의 무료 카키시부 염색은 무척 편리한 서비스. 받을 수만 있다면 현지 매장에서 꼭 체험해보시길 권해드린다.
TIP.
카키시부 염색에 걸리는 시간은 최소 1박 2일
데님에 염색을 하고 나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매장에서 요청하는 픽업타임은 아무리 빨라도 이틀 뒤. 만약 일본 현지 매장 방문 목적이 염색 서비스 때문이라면, 시간이 촉박하지 않도록 일정을 잘 짜야 한다.

하나 더. 캐피탈에는 데님을 위한 수선 서비스가 있다. 2025년 9월, 홋카이도로 출장을 떠났을 때 캐피탈 삿포로점을 방문했다. 센추리 데님 리페어를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전 방문 때, 매장에 재봉틀을 비롯한 수선 장비가 갖춰져 있던 걸 눈여겨봤다.

센추리 데님 수선은 카키시부 염색 서비스와 달리 유료다. 수선 담당자가 직접 견적을 내며, 총 수선비용은 견적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데님 리페어 서비스는 순조롭게 접수됐다. 맡긴 수선물은 바지. 3년 내내 입은 센추리 데님 팬츠는 밑위가 짧은 편이었다. 엉덩이와 허벅지가 큰 편이라 센추리 데님은 다른 청바지를 입을 때보다 사타구니와 허벅지의 마찰이 유독 심했다. 부지런히 입다 보니 바지는 몸에 알맞게 길들여졌지만, 한편으로는 원단과 원단을 연결하는 봉제가 약해지고 있었다.

특히 허벅지와 허벅지 사이는 사시코 자수가 갈려 나갈 정도로 흐물흐물해졌다. 백년은 거뜬히 입을 수 있다는 캐피탈의 센추리 데님이 망가지기 일보 직전. 데님 상태를 체크한 담당자님은 봉제와 원단 상태를 체크하고 손바느질을 통한 수선을 제안하셨다.

수선비용은 3,000엔. 결과는 대만족이다. 사시코 자수와 색이 일치하는 실로 꿰맸는데, 봉제가 터지려 했던 곳에 근사한 무늬가 새로 생겼다. 갈려 나간 사시코 실도 어느 정도 보강이 가능하다는 희소식이 있었다. 2차 리페어는 다음번 방문 때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일단 당분간 바지가 터져서 못 입을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근사한 선물이 하나 더 있었다. 수선물 옆에 종이 편지가 한 장 껴있다. 편지를 열어 읽어보니 점장님이 번역앱을 이용해서 직접 한글로 편지를 써주셨다. 3년 동안 센추리 데님 덕에 생긴 추억, 이 데님에 필요한 관리법, 이번 리페어 서비스에 대한 몇 가지 의견이 편지에 담겨 있었다.

3년 동안 이 옷과 함께한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편지를 주섬주섬 주머니에 넣으며 이런 생각을 해봤다. “언젠가 센추리 데님이 질려서 안 입는 날이 분명 오겠지. 하지만 이 데님에 생긴 얼룩이나 흔적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절대 잊지 않겠지. 그 기억과 경험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분명 쓸모가 있을 거야.”
이런 인간적인 교류는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이벤트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데님을 아끼는 마음이 깊고, 그 애정을 타인에게 말과 몸짓으로 전할 수 있다면! 여러분도 캐피탈 현지 매장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시지 않을까 싶다.
TIP.
리페어 서비스를 제대로 받고 싶다면, 반드시 사전 세탁을
데님 수선은 원단을 수축시킨 상태에서 진행하자. 데님은 튼튼한 직물이긴 하지만, 입다 보면 결국 원단이 늘어난다. 늘어난 원단으로 수선을 맡기면 옷이 틀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늘어난 데님 원단을 되돌리는 최선의 방법은 바로 물세탁. 옷을 거꾸로 뒤집어 세탁기에 넣고 탈수와 건조를 제대로 시켜두면 끝! 이렇게 하면 현지에서도 재봉틀을 이용한 데님 리페어 서비스를 흔쾌히 받아주신다.
데님은 시간을 먹고 자란다. ‘누구나 입지만, 누구도 똑같이 입을 수 없는 옷’이라는 점이 묘한 도전 정신을 자극한다. 햇빛과 땀, 생활 습관과 자세, 세탁기 속 물결까지. 데님을 둘러싼 모든 것이 옷의 일부가 된다. 오래 입은 데님은 워싱과 주름으로 입은 사람의 하루하루를 말없이 증명한다.
센추리 데님을 입으면서 깨달았다. 이런 변화야말로 데님이 주는 원초적 재미라는 걸. 세탁 후 흐물흐물해진 원단, 손바느질로 꿰맨 자국, 하얗게 탈색된 인디고 실. 옷에 맞춰 체형을 바꾸려는 노력. 옷에 생긴 변화는 결국 내 시간의 기록이고, 나 자신의 이야기다.

세상엔 좋은 데님이 많다. 데님을 다루는 브랜드도, 사람들이 데님을 입는 이유도 제각각이다. 그런데 만약 여러분이 ‘데님 그 자체’에 흥미를 느끼고, 데님 변화의 아름다움을 더 깊이 알고 싶다면, 필자는 캐피탈의 센추리 데님을 권하고 싶다. 변화무쌍한 데님을 길들이는 재미에 푹 빠져보시길 응원한다.
어딘가에서 센추리 데님을 입은 사람을 마주친다면, 필자는 아마 반가운 마음으로 먼저 인사할 것이다. 어쩌면 이번 리뷰는 그 인사를 위한 기록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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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년
브랜드와 음식문화를 탐구하는 피처 에디터. 세계를 떠돌며 아름다운 논픽션을 쓰는 게 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