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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첫번째 뷰티 디바이스

일 년 만에 만나는 친구가 대뜸 이런다. “너 왜 이렇게 늙었어, 많이 힘들어?” 늙었다는 말만큼 가슴에 꽂히는 말이 또 어딨을까....
일 년 만에 만나는 친구가 대뜸 이런다. “너 왜 이렇게 늙었어, 많이…

2017. 10. 20

일 년 만에 만나는 친구가 대뜸 이런다. “너 왜 이렇게 늙었어, 많이 힘들어?” 늙었다는 말만큼 가슴에 꽂히는 말이 또 어딨을까. 계속되는 야근과 과로에 몸과 마음이 일 년사이 열 살쯤 성장(?)해버렸다는 생각이 들던 차였다. 자기 반성의 시간을 시작해보자. 내 피부 관리 방법은 카드 돌려막기와도 같았다. 결제일이 다가와 망가진 피부를 보면 새로운 화장품으로 돌려 막고, 또 다른 화장품으로 돌려 막으려 했다. 내 화장품 장바구니 리스트는 피부 고민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았다. 칙칙해졌다 싶으면 화이트닝 제품을 구입하고, 주름 개선이니, 모공 축소니 하는 기능성 화장품을 계속 사들였다. 가격대도 점점 치솟았다. 최근에는 20만원짜리 나이트 크림을 사서 밤마다 주문 외우듯 눈 밑에 바르곤 했다.

절묘한 이 제품에 대한 리뷰를 제안 받았다. “에디터님의 노안 고민을 해결할 만한 재밌는 뷰티 디바이스가 있어요!”라는 말에 “흥! 저는 노안이 아닌데요”라고 대꾸하고, “그치만 한 번 써볼게요, 어서 보내주세욧!”라고 덧붙였다. 그래. 솔직히 솔깃한 제안이었다.

결국 한 달 정도 써본 뒤에 리뷰를 쓰고 있다. 한 달 사이 내 얼굴이 틴에이저로 다시 태어났냐면 그건 아니다. 약쟁이처럼 “기적의 미라클!”을 외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 요망한 기기가 어쨌든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꽤 재밌는 리뷰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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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제품은 샘플 박스라 판매품과 외관이 다소 다를 수 있어요~]

오늘 리뷰할 제품은 LG전자 최초의 뷰티 디바이스인 LG Pra.L(엘지 프라엘)라인이다. LG전자에서 뷰티 기기를 만든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의아했다. 첫 시도인 만큼 야심차게 준비한 제품인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나도 뷰티 제품을 리뷰하는 건 생전 처음이었다. 맨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나 뜯었지, 뷰티처럼 ‘샤방 샤방’한 카테고리는 처음이 아닌가.

LG Pra.L 라인은 총 네 가지 제품으로 출시됐다. 듀얼 모션 클렌저, 토탈 리프트업 케어, 갈바닉 이온 부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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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가 소개할 제품은 제일 커다랗고 신기한 제품. 바로 LED 마스크다.

아까도 말했듯 나는 피부 고민을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좋은 습관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스스로 얼리어답터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전에도 LED 마스크를 살까말까 이미 집적거렸던 바 있다. 그때 사지 않았던 이유는 하나. 서른 번 사용하고 나면 못쓰게 된다는 이해할 수 없는 번거로움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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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품은 한 번 사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가격대가 만만치 않긴 하다. 70만 원 후반대.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피부과나 샵에서 케어받는 비용과 비교한다면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으니, 부지런히 사용한다면 비용적인 측면에선 이득인 셈이다. 당연히 비슷한 효과를 보장받을 때의 얘기겠지만.

여러분이 모두 궁금해하는 사용후기에 앞서 LED 마스크의 원리에 대해 설명해드릴까 한다. 난 사실 이 제품을 사용하며 ‘라이트 테라피’의 개념 자체가 가장 흥미로웠다. LED 광선을 이용해 피부 개선을 도모한다는 것 자체가 일반적으로는 생소한 개념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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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테라피는 LED 같은 빛 에너지를 이용해서 질병을 치료하고 피부를 개선하는 치료 방식을 말한다. 굳이 피부과가 아니더라도 병원에서 적외선 치료를 받아본 경험은 다들 한 번씩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LED 마스크에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크게 두 가지다. 피부 톤업과 탄력. 사실 말이야 단순하지만 대부부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피부 고민의 대부분이 이 두 가지에 해당하리라 생각한다.

적색 LED와 적외선 LED를 이용해 피부 개선에 도움을 주는 원리다. 이 두 가지 파장은 피부 속에 침투하는 깊이가 서로 다르다. 하나는 진피층까지 도달하고 하나는 피하층까지 도달한다. 목적지가 다르니 하는 역할도 달라지게 된다. 그래서 피부 탄력이 차오르는 효과와 톤업 효과를 모두 가질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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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방식은 쉽다. 생긴 그대로 마스크처럼 얼굴에 부착하면 된다. 두 개의 거치대가 있어서 안경처럼 착용하면 끝이다. 센서가 달려 있어서 올바르게 착용한 상태에서만 작동한다.

눈 부위는 물안경처럼 보호하는 형태라 눈부심이 없고 안전하다. 눈은 물론 콧등까지 부드러운 고무 소재로 마감해서 착용했을 때 불편하거나 이물감이 없다. 케어 시간도 다른 제품에 비해 짧은 편. 9분 코스로 케어가 종료된다. 물론 말이 쉽지, 실제로 9분을 기다리는 건 조금 답답한 일이다. 눈 주변이 뚫려 있어서 시야를 확보할 수 있지만, 맨눈으로 보는 것 만틈 클리어하진 않다. 나는 보통 스마트폰을 보거나 책을 보면서 기다리는데 가림막이 하나 있어서 사물이 조금 더 흐릿하게 보이더라. 가장 좋은 건 그냥 피부와 정신을 함께 케어한다는 생각으로 어딘가에 편히 기대 앉아 머리를 식히는 것이다. 9분 정도 잠을 자며 기다려도 좋다. 어제는 음악을 들으면서 가만히 명상하고 있었더니 금세 “케어를 종료합니다”라는 안내 음성이 들린다. 어떤 날은 9분이 한없이 길게 느껴지고, 어떤 날은 순식간에 9분이 지나간다. 사람 마음이란 참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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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법은 간단하다. 착용하고, 전원을 켜고, 케어를 시작하면 된다. 케어 중간에 잠깐 정지했다가 다시 이어서하는 것도 가능하다. 나는 에센스만 바른 상태에서 4분 정도 케어하고, 잠시 정지 버튼을 누른 뒤 수분 크림을 바르고 남은 5분을 케어를 받곤 한다. 음성 안내가 나오기 때문에 눈을 감고 있어도 몇 분 남았는지 안내를 받을 수 있다. 6분, 3분 단위로 케어가 얼마나 남았는지 안내해준다. 안내 음성이 나오기 전에 남은 시간이 참을 수 없이 궁금해진다면, 일시 정지 버튼을 길게 누르면 된다. 버튼도 많지 않고,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사용자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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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어를 받는 동안은 솔직히 아무 느낌이 없다. 가끔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졸기도 할 정도다. 얼굴에 열감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그런 현상도 전혀 없다. 붉은 빛의 LED 조명이 마스크 주변으로 은근히 비쳐 보이는 게 아니면, 착용한 사람으로선 제품이 켜졌는지 꺼졌는지 구분이 안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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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개의 LED가 촘촘히 마스크 안쪽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은 촬영을 위해 일부러 센서 부분을 가리고 전원을 켠 것이다. 실제로는 얼굴에 제대로 착용하지 않으면 빛이 들어오지 않는다. 이마나 눈가, 코 주변처럼 받쳐주는 뼈가 없는 부위는 피부의 탄력이 떨어졌을 때, 그 부위가 꺼져 보이는 현상이 있다. 나도 요즘 눈 밑이 조금 그렇다.LG는 이걸 ‘동안 좌표’라고 표현하던데, 말이야 어쨌든 피부 고민이 많은 곳에 집중적으로 LED가 배치돼 있어 꼼꼼하게 케어해주는 건 분명하다. 뭐랄까, 저 꽉 찬 불빛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피부 안에서 탄력이 차오르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더 부지런히 관리할 생각이 들더라. 피부는 정직하다. 시간을 투자해야 반응한다. 그 투자가 고작 하루에 9분이라면 나쁜 딜은 아니다.

Processed with VSCO with fp8 preset[오른쪽의 기기가 피부 측정기다]

사실 뷰티 리뷰가 처음이라 효과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나도 모르게 테크 리뷰어의 본능이 솟구친다. 자꾸 충전 거치대가 좋다는 둥, 사용 시간이 넉넉해서 좋다는 둥 스마트폰 리뷰 같은 소리만 늘어놓게 되더라. 그리고 성능을 측정할 방법을 고심하게 되는 것이다. 고민 끝에 소셜 커머스에서 피부 측정기를 검색해서 괜찮아 보이는 제품을 하나 구입했다. 스마트폰에 연결해 사용하는 방식의 피부 측정기인데 뺨, 이마, 코 등 부위별로 수분, 유분, 모공, 톤, 주름 등의 피부 상태를 측정해준다. LED 마스크를 쓰기 전에 내 피부 상태를 미리 측정해두고, 사용하며 중간 중간 꾸준히 피부 상태를 측정했다.

Processed with VSCO with fp8 preset[사용 전 사진, 피부톤이 보통 이하로 약간 어두운 편]
sefe_1244[한달 사용 후 사진, 피부톤이 보통 이상으로 환해졌다]

LED 마스크를 사용하기 전과 한 달 사용한 후의 비교 사진이다. 솔직히 수분이나 유분은 측정 시간이나 피부 컨디션에 따라 들쭉 날쭉하다. 그런데 두 가지 부분에서 변화가 보였다. 바로 모공의 크기와 피부 톤. 사실, 모공 크기는 아주 조금 작아진 정도다. 그런데 피부 톤은 꾸준히 밝아지는게 측정 결과로 보이더라. 얼굴이 막 하얘진다는 뜻이 아니고, 부분 부분 붉은 톤이었던 피부의 톤이 균일해지고 보기 좋게 톤업된다는 느낌이었다. 이상하게 왼쪽 뺨의 일부분이 늘 붉으스름한 편이었는데 이 현상이 개선되고 피부 톤이 깨끗해졌다. 실제로 한 달 정도 사용했을 때 마스크 사용 후 측정해보니 뺨 부위의 톤 수치가 눈에 띄게 올랐다. 원래 중간 이하의 톤이었는데, 지금은 중간 보다 약간 밝은 톤이라는 측정 결과가 나온다.

수치로 보여줄 수 있는 효과는 저 정도다. 그 외에 개인적으로 와닿은 부분은 함께 사용하는 화장품의 효과도 덩달아 좋아진 것 같다는 점. 탄력 케어 화장품을 꾸준히 사용하는 편인데, LED 마스크와 함께 사용하니 좀더 쫀득하게 피부에 흡수되는 것 같았다. 겉으로 보이는 변화 보다는 피부 안에서 쫀득한 느낌이 차오르는 것 같았다. 자꾸 얼굴을 만져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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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는 매일 9분 케어를 1회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일주일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충전기 없이 본품만 들고 다닌다면 그렇게 부피가 크지 않아서 사무실에서 기사 쓰다가도 착용하기도 했다. 심지어 사용중에도 충전할 수 있다. 모처럼 피부 관리를 위해 시간을 냈는데 기기가 충전되지 않은 상태라면, 콘센트에 연결한 상태로 작동하면 된다. 선 길이가 넉넉하고 늘어나는 타입이라서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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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관리의 끝은 결국 홈케어라고 하더라. 꾸준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피부과를 가면 일시적으로 피부가 좋아지지만, 매일 하는 케어를 따라갈 순 없다. 매일 매일 간편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 점수를 준다. 게다가 실제로 효과가 있는 것도 확인했고 말이다. 다만 말이 쉬워 하루 9분이지, 이것도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쉬운 홈케어 방법을 찾았다고 해도 결국 본인이 부지런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 여러분, 부지런해집시다. 피부는 우릴 기다려주지 않아요.

나이에 맞게 늙어간다는 건 근사한 일이지만, 그래도 최대한 촉촉하고 탱탱하게 나이들고 싶다. 간만에 보는 친구에게서 “얼굴 좋아 보인다, 넌 그대로네”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오늘도 전 케어 받으러 갑니다. 총총.

https://youtu.be/AAikHtZbW6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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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