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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 카메라가 좋은 거야?

옛날이야기로 시작해보자. 애니콜 듀얼 폴더라는 휴대폰을 기억하시는지. 폴더폰이 대유행하던 시대에 듀얼 폴더는 그야말로 혁신이었다. 폴더를 열지 않아도 화면을 볼 수...
옛날이야기로 시작해보자. 애니콜 듀얼 폴더라는 휴대폰을 기억하시는지. 폴더폰이 대유행하던 시대에 듀얼 폴더는…

2017. 08. 30

옛날이야기로 시작해보자. 애니콜 듀얼 폴더라는 휴대폰을 기억하시는지. 폴더폰이 대유행하던 시대에 듀얼 폴더는 그야말로 혁신이었다. 폴더를 열지 않아도 화면을 볼 수 있다니! 액정이 안팎으로 두 개나 달려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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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이 없던 시절에도 사람들은 시도 때도 없이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봤다. 그럴 때마다 폴더를 열어젖혀야 하는 건 번거로운 일이었다. 그래서 듀얼 액정이 탄생했다. 당시 바깥쪽의 동그란 액정으로 시간과 날짜를 언제나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은 특권에 가까웠다. 인공지능이 시간을 읽어주는 지금 되돌아보면, 고작 17년 전 일이라는 걸 믿기 어렵지만 말이다.

듀얼 액정에 박수치던 시대를 넘어, 듀얼 카메라의 시대가 왔다. 카메라가 두 개 있으면 뭐가 좋을까. 늘 우리한테 야박하게 굴던 제조사들이 왜 카메라를 1+1으로 넣어주는 것일까. 돈이 남아 돌아서? 아닐 것이다. 숨 쉴 틈 없이 진화해야 겨우 살아남을 수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새로운 혁신의 힌트를 발견한 곳이 듀얼 카메라이기 때문이다. 잘 팔리는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한 장치란 얘기다. 그렇다면 어떤 폰이 잘 팔릴까. 기존 스마트폰이 갖지 못한 사용자 경험을 보여주는 제품이 잘 팔린다. 그래. 단어만 들어도 지긋지긋한 ‘혁신’ 말이다.

먼저 듀얼 카메라의 필요성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직접 찍은 사진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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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6 광각 모드로 촬영한 세로 사진]

지난 주말엔 오사카에 다녀왔다. 타이틀은 ‘효도관광’. 나이 먹고 우리 네 가족이 떠나는 첫 여행이기도 했다. 바쁜 와중에 떠맡은 가족 여행 가이드 역할은 실로 힘들었다. 제각각인 가족들 입맛에 맞게 맛집을 찾고, 교통편을 찾고, 비행기를 예약하고, 깨끗한 호텔을 찾고, 관광 코스를 짜고…. 짐을 싸는 것까지 하나도 쉬운 게 없었다. 이제 남은 고민은 하나였다. 카메라를 들고 갈 것인가 말 것인가. 꽤 좋은 카메라가 3대나 있었고, 다 성능에 비해 가벼운 편이었다. 하지만 나는 여행에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매일 리뷰 사진을 촬영하는데 이골이 나있는 터라 개인적인 사진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충분하다고 여겨왔다. 그런데 부모님이 모처럼 떠나는 해외여행에 카메라가 없으면 섭섭하지 않을까? 하지만 가져가면 짐만 될 것 같기도 하고… 어쩌지?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 끝에 스마트폰을 두 개 챙겼다. 둘 다 듀얼 카메라를 장착한 모델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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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6 광각 모드]

LG G6로 촬영한 사진이다. 모델은 허우대만 멀쩡한 내 남동생. 교토의 아라시야마(嵐山) 대나무숲에 갔었는데, 참 좋더라. 관광객들이 득실댔는데도 이 안은 비교적 조용하고 시원했다. 이런 풍경을 찍을 땐, 일반 카메라로 촬영하면 밋밋하게 나온다. 광각 카메라로 촬영해야 광활한 풍경을 한 컷에 담을 수 있다. G6는 후면에 71도 화각의 일반 카메라와 125도 화각의 광각 카메라를 함께 품고 있다. 터치 한 번으로 두 카메라를 전환하며 촬영할 수 있는데, 이 사진은 당연히 광각 카메라를 사용했다. 강제로 샤픈 효과를 준 것 같은 화질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멋진 사진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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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각 카메라의 쓸모는 풍경을 담을 때만 있는 게 아니었다. 셀카봉을 챙기지 않았는데, 네 가족이 함께 셀카를 찍을 때도 전면 카메라의 광각 모드로 촬영하면 모두를 한 화면에 넣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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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7 플러스 인물사진 모드]

이건 아이폰7 플러스로 촬영한 사진 두 장이다. 어쩌다 보니 둘 다 고기 사진이다. 헤헤. 하나는 오사카에서 먹은 소고기 아부리 덮밥. 또 하나는 인턴J의 마지막 출근을 기념하며 먹은 JW 메리어트 동대만 스퀘어에 있는 BLT 스테이크다. DSLR로 촬영한 것처럼 그럴싸한 보케 표현이 적용됐다. 덕분에 피사체에 시선이 집중되고, 일반 스마트폰 사진보다 입체적인 느낌을 준다. 이건 다들 아시는 것처럼 아이폰7 플러스에 있는 ‘인물 사진 모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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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7 플러스에는 1200만 화소의 렌즈가 두 개 들어가 있다. 하나는 28mm 광각 카메라, 나머지 하나는 멀리 있는 피사체를 조금 더 가까이 당겨 촬영할 수 있는 56mm 망원 카메라다. 인물 사진 모드는 이 두 개의 카메라를 활용해 심도 효과를 적용해주는 기능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두 카메라를 통해 거리를 인식하고 그걸 여러 개의 층으로 만든다. 그중 피사체로 인식한 층에만 초점을 또렷하게 맞게 하고 나머지는 배경으로 인식해 블러처리를 하는 방식이다. 결과물이 항상 완벽하진 않지만, 빛과 거리를 잘 조절한다면 DSLR로 찍은 사진을 요령껏 흉내 낼 수 있다.

이제 듀얼 카메라의 매력이 와닿으시는지. 스마트폰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와 렌즈는 디지털카메라의 그것에 비해 한계가 명확하다. 일단 작다. 물리적으로 렌즈를 움직이거나 교체하며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넘어설 수 없는 한계가 분명했다. 렌즈 경통을 돌리며 줌인, 줌아웃을 하거나 심도를 조절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제 그걸 두 개의 카메라로 해결한 것이다. 화각이 다른 두 개의 렌즈를 통해 광학 줌을 제공하고, 보케 효과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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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P9 모노크롬 모드]

화웨이 P9 같은 제품은 라이카와 함께 만든 듀얼 카메라로 멋진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흑백 이미지 센서’와 ‘컬러 이미지 센서’를 함께 사용하는 원리였는데, 모노크롬 센서를 통해 사진의 디테일을 더 치밀하게 표현한다. 초점도 더 빠르게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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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공개된 갤럭시 노트8 역시 대세에 따라 듀얼 카메라를 탑재했다. 심지어 두 개의 카메라에 모두 광학식 손떨림 보정 기능을 지원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광학 2배줌과 실시간으로 심도를 조절하며 아웃포커싱 효과를 연출할 수 있는 ‘라이브 포커스’ 기능도 지원한다. 덕분에 뒷모습이 조금 못생겨지긴 했지만, 즐거운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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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노트8 라이브 포커스 모드]

스마트폰 카메라들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듀얼 카메라’를 이용한 똑똑한 꼼수(?)를 통해 진짜 카메라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는 뜻이다. 분명 아직 완벽하진 않다. 저조도에선 듀얼 카메라를 통해 아웃포커싱 영역을 구분해 내는데 한계가 있다. 그 심도 효과라는 게 좋은 렌즈로 만든 보케만큼 자연스럽지도 않고 말이다. 하지만 이 흉내 내기가 점점 정교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주머니 속에 쏙 들어가는 아찔한 휴대성 앞에선 약간의 어설픔도 눈 감아 주고 싶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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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7 플러스로 촬영한 사진]

나의 첫 가족 여행은 꽤 즐거웠다. 폭염과 인파에 지쳐 가족들이 오사카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각자의 스마트폰엔 수 백 장의 사진이 남았다. 어설프게 웃으며 찍은 셀카. 흔들린 사진. 꽤 멋진 사진. 광각 카메라로 찍은 도톤보리의 밤거리. 조금도 힘들이지 않고 손바닥만한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들이다. 좋은 카메라로 찍었다면 더 멋진 장면들이 나왔겠지만, 구글맵과 가이드 역할을 한시도 놓을 수 없는 가족 여행에서 카메라를 따로 챙길 여유 따윈 없었다. 엄마와 마주 앉아 사진을 넘겨보며 생각했다. 다음 가족 여행을 갈 땐 더 좋은 스마트폰을 들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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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