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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직 기네스를 모른다

오늘 같은 날에는 말이야, 아무래도  ‘캬’ 아니라 ‘음’하고 마실 수 있는 기네스가 좋겠어. 사실 기네스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세상에서 가장...
오늘 같은 날에는 말이야, 아무래도  ‘캬’ 아니라 ‘음’하고 마실 수 있는 기네스가…

2017. 08. 21

오늘 같은 날에는 말이야,
아무래도  ‘캬’ 아니라 ‘음’하고 마실 수 있는
기네스가 좋겠어.

사실 기네스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흑맥주. 자주 비가 내리고 종종 음울한 기운이 흐르는 나라,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어쩌면 당신은 아직 기네스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을 확률이 크다. 오늘부터 이따금씩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술에 대해 찬찬히 다뤄보려 한다. 그 시작은 기네스! 첫맛은 씁쓸해도 입안에서 가만히 머금으면 고소한 맛과 약간의 단맛이 올라오는 우리네 인생 같은 술이지.


“기네스 탄생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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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는 1759년에 시작됐다. 기네스의 창업자 아서 기네스는 1759년 12월 31일 폐업 상태였던 세인트 제임스 양조장을 연간 45파운드(한화 약 8만 원)에 무려 9천 년 동안 빌리는 빅딜(?)에 성공한다. 와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남는 장사다. 살짝 계산기를 돌려보니 무려 서기 1만 759년까지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우리는 적어도 우리의 육신이 사그라드는 그날까지 기네스 맥주를 즐길 수 있다는 말이다.


“기네스를 맛있게 따르는 방법은 따로있지”

맥주마다 맛을 최고로 만들 수 있는 ‘잘 따르는 방법’이 존재한다. 하지만, 기네스는 조금 더 특별하다. 모르고 마셔도 좋지만 알고 마시면 더 좋은 기네스 따르는 법을 알아보자.

1. 딴다 캔을, 푸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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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 캔을 따면 ‘푸슉’ 소리를 내며 요란을 떤다. 위젯에서 질소가 나오는 소리다. 이때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기네스를 돌리면, 안에서 딸깍거리는 소리가 난다. 소리의 정체는 탁구공과 비슷하게 생긴 플라스틱 볼, 질소를 품고 있는 위젯이다. 위젯은 아주 작은 구멍이 뚫려있는 플라스틱 볼이다. 캔을 딸 때 발생하는 압력의 차이로 위젯에 소량의 맥주가 들어가고 나오면서 카푸치노처럼 부드러운 거품을 생성한다. 기네스는 이 위젯을 무려 100억 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개발했지만 결국 남는 장사였다. 특허비로 이 개발비를 모두 회수했으니까. 지금도 다른 많은 브랜드의 흑맥주가 이 위젯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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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M의 호기심 천국, 너무 궁금해서 분해해봤다]

이 위젯은 기네스의 자랑이다. 탄산이 적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인 기네스의 맛을 결정하는 건, 바로 카푸치노처럼 부드럽고 쫀쫀한 거품이다. 이 크리미 헤드가 산소와 맥주가 직접 닿는 것을 막아준다. 그래서 우리는 마지막 한 모금까지 부드러운 기네스의 맛을 즐길 수 있다.

2. 따른다, 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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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잔을 45 °로 기울여 기네스를 따라준다. 맥주 잔의 하프모양의 로고까지 맞춰서 따라본다. 콸콸. 다른 맥주처럼 알맞은 양의 거품을 만들기 위해 세심하게 따를 필요는 없다. 여기서 우리는 또 잠시 인고의 시간을 가져야한다. 원래 맛있는 건 인내심이 필요한 법이다.

3. 즐긴다,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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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기다림은 전혀 지루하지 않다. 바로 기네스만의 서징(Surging)을 눈으로 즐길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서징은 무거운 질소 기포가 기네스의 액체 속에서 퍼지면서 휘몰아치는 대류 현상이다. 검은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검은 소용돌이! 우주의 비밀이라도 품고 있는 듯 신비롭고 아름다운  모습을 충분히 즐기자.

4. 마신다,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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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캔에 남은 기네스를 끝까지 따라준다. 이게 바로 기네스를 가장 완벽하게 마시는 방법인 ‘퍼펙트 파인트’다. 부드러운 거품에 한밤중처럼 깊고 진한 기네스를 즐길 시간이다. 이 맥주는 일단 먼저 크게 들이키고, 코로 향을 내뱉은 후 깊게 음미해야 한다.

기네스는 맛도 훌륭하지만, 눈과 감촉으로 마시는 맥주니까. 위젯의 질소가 빠져나가는 소리, 검은 소용돌이의 시각적인 아름다움, 입술에 느껴지는 고운 카푸치노 거품까지.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혀로 탄산이 많지 않은 진득한 맥주의 맛을 느낀다. 귀에서 눈, 입술 그리고 혀까지 모든 감각을 동원해 기네스를 즐겨보자. 맛을 논하기도 전에 다른 맥주들이 시시해져 버리고 만다. 못 믿겠다면 퍼펙트파인트의 기네스와 그냥 따라 마신 기네스를 비교해 마셔보자. 맛의 깊이가 얼마나 다른지 깜짝 놀라게 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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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는 칼로리가 높다?”

기네스에 대한 오해는 또 있다. 깊고 진한 맛 때문인지, 아니면 초콜릿을 연상케 하는 검은 색 때문인지. 사람들은 기네스의 칼로리가 높을거라 단정한다. 하지만 틀렸다. 기네스는 당신이 지금 머리속에 떠올리고 있는 어떤 맥주보다 칼로리가 낮다. 12온스(약 350ml) 기준  기네스의 칼로리는 125cal. 가볍고 청량한 맛을 자랑하는 라거의 대표 주자 버드 와이저의 칼로리는 145cal. 코로나도 148cal다. 나도 찾아보고 놀랐다. 앞으로 기네스만 마셔야하는 걸까? 나는 프로 다이어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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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는 짧아서 더 짙은 여름 밤과 더없이 잘 어울리는 맥주다. 아니, 밤이 아니어도 좋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을 피해 바람 부는 야외 카페 테라스 그늘 아래서 기네스를 즐기는 것. 아, 상상만으로도 아름답도다. 술은 사랑과 닮았다. 알면 알수록 더욱 더 맛있고 깊어진다. 여러분의 한여름 밤이 기네스로 더 풍성해지기 바라면서, 기네스에 대한 에디터M의 잡학다식은 여기까지. 다들 기네스같은 밤 되시길!

*Sposored by Guinness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