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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왜 갔니

안녕, 여러분. 리뷰 요정 에디터H다. 요즘 사람들이 이상하다. 전화하면 다들 해외에 있고, 메일을 보내면 답이 없다. 왜지? 왤까? 일에 미친...
안녕, 여러분. 리뷰 요정 에디터H다. 요즘 사람들이 이상하다. 전화하면 다들 해외에 있고,…

2017. 08. 17

안녕, 여러분. 리뷰 요정 에디터H다. 요즘 사람들이 이상하다. 전화하면 다들 해외에 있고, 메일을 보내면 답이 없다. 왜지? 왤까? 일에 미친 디에디트는 뒤늦게 깨달았다. 바야흐로 휴가의 계절인 것을!! 이미 6월에 이른 휴가를 다녀온 내겐 남은 희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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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아아아도 여행가고 시이퍼어어어!!”

맥북 트랙패드에 기름진 이마를 부딪히며 고뇌하다가 머릿속에 섬광이 스쳤다. 그래! 여행을 리뷰하면 되지! 난 프로 리뷰어니까! 당장에 항공권 검색에 들어갔다. 그냥 성수기도 아니고, 극성수기인 지금 이 시점에 적당한 가격의 티켓이 남아있을 리가 없었다. 남아있다면 솔직히 운명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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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운명이었다. 다년간 최저가 검색에 익숙해진 나의 손놀림이 기어코 완벽한 티켓을 찾아내고 말았다. 3일 뒤에 홍콩으로 떠나는 30만 원 대 초반의 항공권. 좀처럼 나와 의견이 맞는 일이 없는 에디터M 조차 박수를 치며 환영한다. 그래, 우리는 절대 휴가 따위를 떠나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일을 위해! 한 여름에 홍콩으로 떠나는 고행을 리뷰하기 위해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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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M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클룩 인증샷]

항공권을 끊고 나니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기사 기획도 명쾌했다. 내 생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무대책, 무계획 여행을 해보자는 것. 일전에 에디터M이 뉴욕에서 써본 ‘클룩(KLOOK)’이라는 액티비티 여행 앱을 이용해 ‘즉석에서 갈 곳을 정하는 홍콩 여행’을 기획했다. 그럴싸한데? 클룩은 여행지에서 공항철도나 트램 같은 교통수단은 물론 공연, 디즈니랜드, 레스토랑, 가이드 투어까지 갖추고 있다. 최저가 보장제라 다른 곳에서 예약하는 것보다 저렴하다는 게 포인트. 즉석에서 스마트폰으로 결제하고 바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무계획 여행에 딱이다. 에디터M은 뉴욕에서 클룩으로 헬기까지 탔었지. 궁금하면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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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욕망엔 브레이크가 없었다. 갖고 싶어서 반년간 고민하던 오즈모 모바일까지 지르고야 말았다. 홍콩에서 이걸로 멋진 영상을 찍겠다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오즈모 모바일이 뭐냐고? 스마트폰을 장착해 사용하는 모바일 짐벌이다. 이걸로 촬영하면 흔들림 없이 우아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조만간 리뷰를 준비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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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는 완벽했다. 그렇게 우리는 떠났다. 3일 전에 예약한 항공권과 출발 전 날 예약한 숙소 외에는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두 명의 노쇠한 리뷰 요정과 두 명의 활기 넘치는 인턴 요정이 함께 한 디에디트의 홍콩 투어를 공개한다. 일정 내내 몸집 만한 카메라로 열심히 사진을 찍어준 J에게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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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이틀: 홍콩 4G SIM 5일
  • 기간: 당일 바로사용
  • 추천지수:  ★★★
  • 가격: ₩7,719

홍콩 공항에 도착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고백하자면 무려 11년 만에 다시 온 홍콩이었다. 심지어 에디터M은 태어나 첫 홍콩 방문이었다. 그러니까 우리 두 사람은 그야말로 완벽한 홍콩 무지렁이. 이 도시에 대해 아는 바가 하나도 없는 상태였다.

나는 여행이든 출장이든 무제한 데이터 로밍 없인 떠나지 않는다. 인터넷을 할 수 없다는 것은 고통이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은 컨셉에 맞게 로밍조차 하지 않고 홍콩 공항에 도착했다. 벌써 금단 현상으로 손이 떨린다. 급하게 공항 프리 와이파이에 접속한 뒤 부랴부랴 클룩 앱을 열었다. 에디터M이 유심을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이 있을 거라고 훈수를 둔다. 확신하지 못하는 목소리다. 검색해보니 홍콩 공항에서 바로 픽업할 수 있는 유심 상품이 있었다. 결제 후에 바우처를 다운로드했더니 애플워치 월렛에도 바우처가 저장된다. 카운터에 가서 자신 있게 애플워치를 내밀었지만, 시크하게 스마트폰을 보여달라고 한다. 예약 번호를 확인하더니 더 이상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유심을 내준다. 빠르다!

가격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저렴하다. 데이터 로밍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가성비다. 다만, 한국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무시할 수 없는 비즈니스맨에게는 알맞지 않다. 한국에서 왜 통화가 안 되냐는 카톡이 빗발쳐서 유심은 아이패드로 옮기고 결국 데이터 로밍을 해야 했다는 슬픈 후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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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이틀: 홍콩 AEL 공항철도 티켓
  • 기간: 당일 바로 사용
  • 추천지수: ★★★★ 
  • 가격: ₩6,554

홍콩 공항 역시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인천쯤 되는 곳에 위치해있다. 호텔까지 어떻게 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우리의 영어 담당 에디터M이 멋지게 인포메이션을 향한다. 도심까지는 AEL 공항철도를 타는 게 가장 빠르다고. 부랴부랴 구글맵에서 호텔 위치를 확인하고 구룡역까지 클룩에서 가는 편도 티켓을 결제했다. 티켓 판매 카운터에서 긴 줄을 서있는 다른 여행객을 바라보니 마음 깊은 곳에서 얼리어답터의 우월감이 벅차오른다. 게다가 슬쩍 보니 그룹 티켓 가격보다 앱에서 결제하는 게 더 싸다. 구룡역까지 공항철도로 고작 19분! 티켓을 따로 출력할 필요도 없다.

AEL 열차는 생각보다 훨씬 쾌적하다. 좌석마다 USB 충전 포트가 있다. 충전충인 나는 홀딱 반해버렸어…. 우리 호텔은 구룡역에서 도보 15분 정도 거리인 조던역. 택시를 타기에도 애매한 거리라 걸어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조던역까지 가는 무료 셔틀버스가 있더라. 완전 꿀이다. AEL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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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이틀:성림거
  • 주소: G/F, 23 Lock Road, Tsim Sha Tsui
  • 추천지수: ★★✩ 
  • 가격: ₩6,554

사실 난 도쿄 여행을 강력 주장했는데, 에디터M이 홍콩에 가자고 우겼다. 홍콩행이 더 저렴해서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현실이지만, 운남쌀국수도 한몫했다. 3X년 째 면식 수행을 하고 있는 탄수화물 중독자인 내가 어떻게 운남쌀국수의 유혹을 거부할 수 있겠는가. 숙소에서 가까운 침사추이 쪽에 ‘성림거’라는 맛집이 있다는 얘길 듣고 땀을 뻘뻘 흘리며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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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하는 방법이 꽤 까다롭다. OMR 카드만큼이나 빼곡한 주문서에 원하는 항목을 모두 체크해야 한다. 매운맛과 신맛 정도를 고르고, 넣고 싶은 토핑을 고르면 된다. 나는 피쉬볼과 랍스터볼을 잔뜩 넣어서 주문했고, 에디터M은 고수를 올리고 신맛을 강하게 주문했다. 우리 두 사람은 접시에 코를 박고 맛있게 먹었다. 아, 진국이다! 하지만 인턴 요정들은 국물이 짜서 잘 못 먹더라. 미안, 언니들은 원래 좀 짜게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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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이틀: 홍콩 빅버스 투어 티켓
  • 기간: 당일 바로 사용
  • 추천지수:  
  • 가격: ₩ 32,477

에어컨을 인색하게 틀어주는 성림거에서 쌀국수 한 그릇을 비우고 나서 우린 그로기 상태가 됐다. 홍콩은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더 덥고 습했다. 다음 행선지를 정하기 위해 인근 스타벅스로 몸을 피했다. 일정이 짧으니 홍콩 구석구석을 보고 싶긴 한데, 걸어 다니는 건 괴로운 일이었다. 클룩 앱의 홍콩 액티비티를 이리저리 뒤지다가 눈에 띈 게 <홍콩 빅버스 투어>! 2층 버스에 타고 홍콩의 야경을 볼 수 있는 꿀 같은 투어 티켓이 있더라. 에디터M이 버스 투어는 너무 관광객 같아서 싫다고 하는 통에 노부부처럼 서로 으르렁댔다. 하지만 결국 나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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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버스 티켓도 여러 종류가 있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비싼 디럭스 투어를 택했다. 왜냐면 야경을 볼 수 있는 나이트 투어가 포함돼 있기 때문. 48시간 동안 3개의 노선에서 자유롭게 승하차할 수 있는 티켓이다. 7만 원이 넘는 티켓 가격에 에디터M이 손을 벌벌 떨었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땐 가성비가 상당한 상품이었다. 버스에 탑승하며 클룩 바우처를 보여주니, 뭔가 계속 준다. 티켓에 티켓에 또 티켓. 이게 다 뭐지? 알고 보니 빅 버스 티켓만 주는 게 아니라 피크트램 왕복권과 스카이100이라는 전망대 입장권, 스타 페리 왕복권 등을 서비스(?)로 얹어주더라. 홍콩을 찾은 관광객에게 필요한 티켓은 대부분 포함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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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진짜 좋다! 2층 버스에 앉아 달리는 기분은 정말 특별하다. 홍콩의 끈적한 공기가 바람과 함께 살갗에 달라붙는데, 그게 싫지 않다. 아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야경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모든 풍경이 손에 잡힐 듯 가까우니까. 구룡 지역의 오래된 건물과 네온 사인 사이를 가르며 홍콩의 매력을 원 없이 맛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버스가 달리기 시작하니 에디터M이 고백한다. “버스 투어는 진짜 촌스럽다고 생각했는데, 타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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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이틀: 홍콩 디즈니랜드 왕복 스타 페리
  • 기간: 당일 바로사용
  • 추천지수:  
  • 가격: ₩ 23,302

다음날 아침부터 언쟁이 시작됐다. 전날 버스 투어에 마음을 빼앗긴 나는, 클룩 앱에서 발견한 <크리스탈 버스 딤섬 투어>를 주장했다. 날도 더운데 시원한 버스 안에서 딤섬이나 먹으면서 투어를 즐기면 신선놀음 아니겠는가. 게다가 내가 원래 가고 싶었던 미슐랭 레스토랑인 ‘원 딤섬’에서 음식을 제공한다고. 완벽하다! 그런데 에디터M이 오늘따라 의견을 굽히지 않는다. 홍콩 디즈니랜드를 가야겠다고 떽떽 우긴다. 날씨가 이렇게 더운데!

“버스 안에서 딤섬 먹으면 멀미 난다!
어제 네 뜻대로 빅버스 투어 해주지 않았냐!
이제 디즈니 랜드를 가게 해달라!”

아무래도 오늘은 내가 타협해야 할 것 같았다. 미키마우스 머리띠를 사준다는 말에 넘어가 버렸지만, 결국 사주지도 않았다. 나쁜 계집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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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디즈니랜드는 도심에서 꽤 멀다. 스타 페리를 타고 바다 바람을 맞으며 가기로 했다. 침사추이 지역에서 출발하는 첫 페리는 11시. 아슬아슬하게 시간 맞춰 페리에 올랐다. 디즈니랜드 행이라 그런지 스타 페리 내부의 인테리어 곳곳에 미키마우스가 숨어있다. 친절하고 깔끔한 페리였다. 티켓을 사면 과자와 음료수도 제공한다. 그런데 불길했다. 중간쯤 왔을 때부터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페리가 요동쳤다. 우리는 모두 배멀미에 시달렸다. 체질적으로 뱃멀미를 하지 않는다는 에디터M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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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이틀: 홍콩 디즈니랜드 1일 입장권
  • 기간: 당일 바로사용
  • 추천지수: ★★★★★
  • 가격: ₩ 77625

디즈니랜드 입구까지 걸어가는 내내 비가 왔는데, 입구에서 클룩 바우처를 티켓으로 교환함과 동시에 비가 그쳤다. 정말 신비로운 일이지. 홍콩 날씨는 에디터M의 편인 걸까. 여기서도 클룩 모바일 바우처가 있으면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입장할 수 있다. 에디터M이 몹시 들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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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디즈니랜드를 오고 싶어 했나 봤더니, 마블 어트랙션이 생겼다고. 마블빠인 에디터M이 지도를 들이밀며 안내하라고 보챈다. 그녀는 지도를 볼 줄 모르는 희대의 길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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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더워서 심드렁했던 나조차 디즈니랜드 안을 걷기 시작하니 마음이 설렌다. 건물 하나하나 이렇게 예쁠 수가 없다. 게다가 굿즈샵이 정말 끝내준다. 우리 네 사람은 모두 디즈니랜드 기념품을 사느라 정신줄을 놓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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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과 기념사진을 찍고 마블 굿즈샵을 구경하고 있는데, 에디터M이 갑자기 무언가 결제한다. 뭐지? 쉴드 공식 요원 자격증을 받아야겠다며 증명사진을 찍고 자격증 목걸이를 받아온다. 여긴 정말 키덜트들의 천국이구나. 아이언맨 어트랙션을 방문해 4D 체험을 마치고, 퍼레이드까지 구경했다. 저녁때쯤엔 우리 모두 양손에 디즈니랜드 기념품샵 봉투를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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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볼 거리가 많다. 왜 사람들이 2일 입장권을 구입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전부다 제대로 둘러보려면 이틀은 와야 한다. 에디터M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난 너무 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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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이틀: 딩딤 1968 딤섬 콤보(SetC)
  • 기간: 당일 바로사용
  • 추천지수: ★★★★
  • 가격: ₩26,165

우리 일정 중에 유일하게 전날 미리 예약해둔 곳이 바로 이 레스토랑이다. 딩딤 1968이라는 홍콩섬에 위치한 딤섬집. 유튜브에서 검색해보니 밴쯔님도 이곳에서 먹방 영상을 촬영한 적이 있더라. 호텔방에서 새벽에 그 영상을 보며 어찌나 군침을 삼켰던지. 클룩에서 예약하면 딤섬 플래터 1인분을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다양하게 먹고 싶어서 2인분 쿠폰을 구입하고, 매장에서 다른 메뉴를 추가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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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고 작은 가게였는데 꽤 맛있다. 플래터 안에 들어있는 메뉴가 다양해서 뷔페처럼 푸짐하게 맛볼 수 있다. 메뉴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선택장애가 있는 분은 맘 편하게 플래터 쿠폰을 사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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딤섬도 맛있지만 찹쌀 연잎쌈밥이 진짜 꿀맛이다. 그리고 새우가 통째로 들어있는 왕 하가우는 꼭 먹어야 합니다. 두 번 먹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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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이틀: 어딘지 모름
  • 추천지수: 그래도 ★★★★★

저녁을 먹고 홍콩섬 인근을 돌아다니다가 길을 잃고 말았다. 그 유명한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찾아다니다가 비슷하게 생긴 걸 찾아서 영상도 찍었는데, 알고 보니 그냥 에스컬레이터 였다는 슬픈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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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무거운 카메라에 온갖 짐을 들고 있는 터라 홍콩의 찜통더위 속에 녹초가 되고 말았다. 고층 빌딩이 많아서 그런지 GPS가 이리 튀고 저리 튀고 난리가 났다. 등 뒤로 땀이 줄줄 흐른다. 홍콩 미워. 홍콩 나빠.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같은 골목을 서너 번 돌았는데, 인턴 요정 하나가 그런다.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이 골목도 아름답네요.” 얼마나 낭만 넘치는 소녀인지.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니 도처에 낭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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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처럼 마주친 홍콩의 오래된 풍경을 잠시 공유한다. 사진은 모두 인턴 요정 J의 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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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이틀: 아쿠아루나 이브닝 크루즈
  • 기간: 당일 바로사용
  • 추천지수: ★★ x 1000000
  • 가격: ₩24,613

아뿔싸. 사진 찍고 돌아다니다 시계를 보니 밤 8시를 훌쩍 넘겼다. 마지막 스케줄인 아쿠아루나 이브닝 크루즈를 탈 시간이다. 8시 30분에 센트럴 피어9에서 크루즈를 타야 한다. 헐레벌떡 뛰어가서 마지막 승객으로 배에 올라탔다. 입구에서 클룩 바우처를 보여주니 이름을 묻는다. 이미 내 이름이 포함된 승객 명단을 가지고 있더라. 솔직히 별 기대 없었다. 낮에도 한 시간 가까이 디즈니랜드 행 스타 페리를 탔던 터라 시큰둥한 상태였다. 그냥 홍콩섬에서 숙소가 있는 카오룽 반도로 건너가려면 페리를 타는 게 제일 편하길래, 넘어가는 김에 야경이나 볼까 해서 예약했던 거였다.

빨간 범선이 세차게 출발한다.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낮에 탔던 스타 페리처럼 요동치지 않아서 멀미도 없었다. 자리에 앉으니 직원이 다가와 어떤 음료를 마실지 묻는다. 기껏해야 콜라나 한 잔 주려나 싶었는데 와인이나 맥주도 있다고. 크루즈에서 와인이라니! 너무 신난다. 화이트 와인을 마시며 홍콩의 야경을 즐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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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각자 말없이 바깥 풍경만 바라봤다. 45분이나 타려면 지루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전혀. 뱅글 뱅글 돌며 사방에 펼쳐지는 홍콩의 모습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았다. 처음으로 덥지 않았다. 사람들이 왜 이 도시를 사랑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아쿠아루나 크루즈에 탑승한다면 꼭 2층에 자리를 잡으시길. 반쯤 누워서 야경을 즐기는 호사를 맛볼 수 있다. 자리가 너무 편해서 내리기 싫었을 정도다. 비현실적일 만큼 아름답고 황홀한 시간이었다. 터프한 일정 탓에 녹초가 되어 있던 우리 모두 “여기 오기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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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이틀: 홍콩 공항 테슬라 고급 콜택시 서비스
  • 기간: 바로 사용
  • 추천지수:  ★★★★
  • 가격: ₩48,742

이상하지? 쇼핑할 시간도 많지 않았는데 네 여자의 캐리어는 터질 지경으로 불어나 있었다. 디즈니랜드에서 모셔온 기념품이 너무 많았던 걸까? 다시 공항까지 돌아갈 길이 아득했다. 클룩에서 택시 서비스를 예약하려고 찾다가 멋진 걸 발견했다. 올레! 바로 홍콩 공항까지 가는 테슬라 택시 서비스. 원래 8만 원대의 서비스인데 클룩에서 4만 원대에 예약할 수 있었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테슬라 시승의 꿈이 홍콩에서 이뤄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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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3인까지 탑승할 수 있다고 해서 2대를 예약하려고 했는데, 기사님이 4명 모두 태워주셨다. 감사해요. 짐도 다 실어주시고 슈퍼 친절하다. 괜히 터치 디스플레이도 조작해보고. 공항까지 금세 도착. 이렇게 아무 계획 없이 무모하게 떠난 디에디트의 홍콩 여행이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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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여행을 해본 적이 없다. 준비성이 철저하고 부지런해서 그런 게 아니라, 겁이 많아서 그렇다. 대책 없이, 계획 없이 떠나기엔 늘 마음에 걸리는 게 많은 인생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훌쩍 떠나서도 즐거울 수 있다니 묘한 기분이다. 함께한 사람들이 좋았고, 끔찍하게 더웠지만 한없이 아름다웠던 도시 홍콩도 좋았다. 자, 사랑하는 여러분. 휴가를 이미 다녀왔다면 다시 현실로 돌아갈 시간. 혹, 아직 기회가 남았다면 대책 없이 떠날 시간이다. 일단 용맹하게 항공권을 끊자. 그리고 클룩 앱을 다운로드하면 된다.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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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