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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는 뻔하잖아요, 조니레몬

지난 주말엔 비빔면을 비벼 먹고 이걸 마셨다. 그리고 드디어! 맥주를 대체할 인생 여름 술을 찾았다. #에디터M의주말 지난 주말에 마신 것....
지난 주말엔 비빔면을 비벼 먹고 이걸 마셨다. 그리고 드디어! 맥주를 대체할 인생…

2017. 07. 28

지난 주말엔 비빔면을 비벼 먹고 이걸 마셨다. 그리고 드디어! 맥주를 대체할 인생 여름 술을 찾았다. #에디터M의주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요즘 날씨다. 느즈막이 눈을 뜬 토요일 11시. 누군가가 짙게 뱉어낸 한숨 같은 온도와 습도에 눈이 떠졌다. 끝내야 할 일도 근사한 약속도 없는 주말. 실로 오랜만에 맞이하는 나태함이었다. 좀 더 자고 싶은 게으른 마음과 이대로 늘어졌다간 오늘 하루는 침대와 하나가 되어 끝장나겠구나 하는 조바심 사이에서 한참을 갈팡질팡하다 결국 침대를 박차고 일어났다. 결국 내 몸을 일으킨 건, 열렬히 울어대는 배꼽시계였다는 건 비밀!

냉장고에는 디톡스 하겠다고 사다 두었던 레몬과 물뿐. 집을 아무리 뒤져도 요기할 만한 게 없다.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쉰다. 대충 옷을 껴입고 편의점을 향한다. 나의 사랑, 나의 오아시스 편의점. 평소 마음에 두고 있었던 컵라면을 손에 쥐고 여기저기 기웃기웃 댄다. 나의 편의점 대모험이 시작된다. 먹거리부터 화장품까지 요즘 편의점엔 안 파는 게 없다. 나의 시시한 주말을 특별하게 만들어줄 그 무언가를 찾다가 눈에 띈 게 있었으니! 바로 이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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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 예뻐. 인증하고 싶게 만드는 아름다운 패키지다. 조니워커 레드레이블과 블랙레이블을 200ml의 작은 사이즈로 줄여냈다. 레드레이블의 가격은 9,000원. 혼자 마셔도 좋고 친구와 둘이 마시기에도 딱 좋은 용량과 가격이다. 이 정도 용량은 되어야 마실만하다. 솔직히 미니어처는 마시라고 있는 게 아니라 장식용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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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속에 담긴 조니레몬 일러스트 사이로 레드와 블랙 레이블이 비춘다. 위트있으면서 우아하다. 혼자서도 멋진 술을 찾는 나란 여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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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기분 좋은 건 리본 디테일이다. 흡사 술이 아니라 니치 향수 패키지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고급스럽다. 이렇게 신경 써서 만든 포장을 뜯을 땐 기분이 좋아진다.

편의점에서 파는 물건이라면 보통 조악하고 촌스러운 패키지를 입고 있기 마련이다. 오늘 따라 괜히 혼자 한잔 마시며 분위기를 내고 싶은 날, 매대를 아무리 뒤져봐도 내 마음을 채워주는 물건은 없다. 집 근처 편의점에서 조니레몬 패키지를 만났을 때의 기분은 뭐랄까. 보물찾기에 성공한 여덟 살의 마음 같았다. 물론 여덟 살 땐 술을 마실 수 없었으니, 그것보다 더 성숙한 희열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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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편의점에서 맥주뿐만 아니라 와인이나 보드카, 위스키를 팔기 시작한 건 꽤 오래된 일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사본 적은 거의 없다. 편의점 한구석, 언제 들여놓은지도 알 수 없는 먼지 소복이 쌓인 병을 보며 사고 싶단 생각이 든 적은 한 번도 없다. 게다가 요즘처럼 더운 날씨엔 알코올 도수 10도 이상 넘어가는 술에 좀처럼 손이 가질 않는다. 독주는 안 그래도 지글지글 끓고 있는 내 피를 더 뜨겁게 달굴 테니.

하지만 내가 겁도 없이 이걸 집어온 이유는 너무나 명확하다.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아름다운 패키지. 혼자 혹은 둘이 마시기 딱 좋은 용량. 위스키란 술을 조금 더 친근하게 만들어줄 레시피까지. 아름다운 패키지를 손에 쥐고 생각했다. 그래, 얘가 나의 평범한 주말을 한결 사치스럽게 만들어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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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를 열면 레몬 시럽이 두 개 들어있다. 집에 얼음만 있다면, 시럽과 함께 완벽한 조니레몬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난 오늘은 조금 특별해지고 싶으니까 진짜 레몬을 준비했다(사실 냉장고에 있던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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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다른 준비물이 하나 더 있다. 나의 최애 탄산음료 데미소다. 데미소다 레몬에는 콜라나 사이다에 없는 진짜 레몬의 청량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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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

방법은 간단하다. 조니워커 레드레이블을 30mL 정도 넣어준다. 칵테일을 만들 땐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을 먼저 따라주는 게 좋다. 여기에 슬라이스 한 레몬을 짜서 즙을 내고, 남은 레몬도 버리지 않고 잔에 넣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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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집에서 맛있게 조니레몬을 즐기기 위한 팁을 하나 더 소개하겠다. 얼음은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가득 채워주자. 얼음을 마치 고봉밥처럼 봉긋하게 채우는 것이 비결이다.  얼음을 넘치도록 쌓는다고 해도 고작해야 한두 개 더 넣는 것 뿐이지만, 술을 마시는 동안 느끼는 차이는 엄청나다. 얼음과 액체의 질량차이 때문에 음료의 온도는 낮추면서도 아주 천천히 얼음이 녹는다. 조니 레몬을 완성했을 때 컵 아래부터 위까지 모두 얼음이 꽉 차게 하는 것이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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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마지막 순서. 데미소다 레몬을 컵 가득 부어준다. 많은 레시피가 토닉워터를 추천하기도 하지만, 여기선 데미소다 레몬을 넣는 것이 포인트다. 솔직히 말해 모든 동네 편의점에서 토닉워터를 팔고 있는 건 아니니까. 대신 언제 어디서나 쉽게 살 수 있는 데미소다 레몬을 추천한다. 데미소다 레몬은 실제 과육이 들어가 넣었을 때 훨씬 더 상큼하고 친근한 맛을 낸다. 그러니까 구하기 어렵고 생소한 토닉워터 대신 데미소다 레몬을 넣은 조니레몬은 익숙한 음료와 고급스러운 위스키가 만나 탄생한 ‘한국형 여름 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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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나의 선택은 옳았다. 데미소다 레몬은 신의 한 수였다. 레몬의 상큼한 맛이 독한 위스키의 맛을 한결 부드럽게 잡아준다. 맥주처럼 청량하면서도, 은은하게 깔리는 위스키의 고급스러운 훈제 향은 어느 고급 바에서 마시는 것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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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맛에는 힘이 있다. 오랫동안 학습해온 데미소다 레몬의 맛 사이로 조니워커 레드레이블의 훈연향, 적당한 씁쓸함이 치고 들어온다. 친근하지만 고급스러운 맛이다.

근사한 주말이었다. 차가운 컵이 입술에 닿고, 코로는 위스키의 우아한 향이 느껴진다. 혀에서는 레몬의 상큼함과 달콤함이 밀려 들어온다. 굳이 좋은 바를 가지 않더라도 이렇게 집에서 고급스러운 술을 손쉽게 마실 수 있다니. 참으로 호화스러운 경험이다. 아직은 이 청량함을 이길 만한 다른 여흥을 찾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아마 아직 많이 남은 나의 여름 날들은 이 조니레몬과 함께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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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즐기는 혼술이 어느 순간 조금 시시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면. 조금 더 멋스럽고 즐거운 술을 찾고 있다면. 아마 당신이 찾고 있는 정답은 조니레몬이 아닐까. 여러분의 어느 주말과 어느 저녁의 혼술이 한결 우아해지길 바라며 에디터M의 우아한 혼술 레시피는 여기까지.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