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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안경끼고 보지 말아요

요즘 내 직업이 ‘선글라스 낀 노란머리 여자’다 보니 선글라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어렸을 때 선글라스는 해외나 나가야 쓰고 다니는...
요즘 내 직업이 ‘선글라스 낀 노란머리 여자’다 보니 선글라스에 대한 관심이 부쩍…

2017. 04. 26

요즘 내 직업이 ‘선글라스 낀 노란머리 여자’다 보니 선글라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어렸을 때 선글라스는 해외나 나가야 쓰고 다니는 패션 아이템이었다. 쓰는 순간 나의 ‘멋짐’이 120% 정도는 올라갈 것이라고 믿는 그런 게임 아이템 같은 거 말이다. 그런데 말이지 요즘은 좀 다르다. 요즘 같은 햇살 아래서 맨눈으로 밖을 나서면 양 미간에 주름부터 잡힌다. 눈이 시리다. 내게 선글라스는 이제 미세먼지가 가득한 서울 하늘 아래서 숨 쉬고 살아보겠다고 몸부림치며 쓰는 마스크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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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은 새로운 선글라스 리뷰를 해보려고 한다. 한국OGK가 만든 브랜드 N 미세먼지 안경이다.

미세먼지 안경이란 다소 직관적인 이름이 붙은 이유는 이 제품이 요즘 같이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 겪는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태어났기 때문이다. 브랜드 N 미세먼지 안경은 뿌연 날에 조금 더 또렷한 시야를 확보하고 마스크를 썼을 때 안경에 김이 서리는 것을 막아준다. 얼굴을 따라 흐르는 디자인은 눈에 미세먼지가 들어가는 것을 막아 안구에 먼지가 닿는 것을 방지한다. 요즘 같이 미세먼지 지수가 높은 날에도 마스크와 이 선글라스면 당신은 천하무적이 될 수 있다. 눈은 얼굴에서 가장 취약한부분이다. 우리를 덮치는 미세먼지로부터 코와 입을 보호했다면, 이제 남은 건 눈이다. 눈은 더욱더 세심하게 다뤄야한다.

Processed with VSCO with ke1 preset[왼쪽이 알누스(Alnus) 오른쪽이 애쉬(Ash)]

아마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브랜드일 것이다. 1981년 시작해 올해로 벌써 30년이 훌쩍 넘은 한국OGK는 다른 곳으로 한눈팔지 않고 철저히 안경 외길 인생을 걸어온 곳이다. 우리나라의 빛과 얼굴형에 최적화된 안경을 만들겠다는 고집으로 도수 스포츠 아이웨어, 프리미엄 렌즈까지 사업 분야를 확장해나갔다. 그리고 올해 4월, 자연과 사람에 친화적인 착한 브랜드 ’N’을 선보였다. 그들이 오랜 시간 고집스럽게 안경을 만들어온 결과가 바로 이 제품이다. 4만 원 대의 가성비 훌륭한 안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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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선글라스가 이제는 나에게 패션이 아니라 눈 뜨고 살기 위한 생존 아이템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패션을 포기한다는 뜻은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내 얼굴에 쓰는 물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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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고글부터 각진 남성적인 디자인까지 다양한 제품이 있었는데 나의 선택은 애쉬(Ash). 이미 여러 개의 선글라스를 가지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모두 하나의 브랜드 제품이다. 밋밋한 이목구비 때문에 화려한 디자인의 선글라스는 엄마 것을 몰래 쓴 아이처럼 어색하더라. 그래서 선글라스를 고를 땐 장식 없이 클래식한 디자인을 고집한다. 애쉬는 누구에게나 쉽게 어울리는 모나지 않은 디자인이라 매일 쓰고 다니던 것처럼 잘 어울렸다. 

미세먼지가 많았던 어느 날 가죽 재킷과 파우치랑 함께 매치했다. 워낙 무난한 디자인이라 어떤 코디에도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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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브랜드 선글라스의 경우 콧대가 높고 광대가 튀어나온 외국인의 얼굴형에 맞춰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밋밋한 얼굴형을 가진 동양인에게는 조금 어색하거나, 낮은 콧대를 감당하지 못하고 아래로 줄줄 흘러내리기 일쑤다. 그래서 종종 동양인의 낮은 콧대를 지지하기 위해 브릿지가 조금 더 낮은 ‘아시아 핏’이 따로 나오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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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참 가볍다. 그리고 코를 받치는 브릿지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데도 내 얼굴에 딱 맞는다.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오래 착용하다 보면 브릿지 부분에 코가 눌려 살이 빨갛게 되거나 화장이 지워지곤 한다. 그래서 실내에 들어와 선글라스를 벗을 때마다 황급히 코 언저리를 문질 문질 해서 흔적을 지워야 했다. 그런데 이 선글라스는 가벼운 무게와 맞춘듯한 모양 덕분에 오랜 시간 착용해도 편안하다. 코에 자국도 훨씬 덜했다. 익숙해지면 내가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의 가벼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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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엔 날이 찢어지게 좋았다. 여름이 코앞으로 성큼 다가와 있었다. 우리 집안의 실세인 엄마의 소환으로 온 가족이 남산 등정에 나섰다. 남산 둘레길을 걸어서 오르기로 했으니 마실 물과 선글라스를 챙긴다. 남산은 벌써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작열하는 한여름의 태양빛 보다 더 야속한 것이 며느리 내보내는 봄볕이다. 올라가는 길 내내 쨍한 햇볕과 나무 그늘이 반복되었는데, 광량에 관계없이 시야가 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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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렌즈 덕분이다. 한국 OGK만의 독자적인 기술인 ‘컴포트 비젼’을 적용해 자외선과 청광을 차단한다. 내 눈부심의 원인을 찾기 위해 청광의 의미를 찾아본 적이 있다(물론 눈도 나이들어서라는 슬픈 결과도 있었다). 청광은 가시광선 영역대 중 청색파장을 말한다. 자연광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컴퓨터, TV 등 조명등에서 강하게 방출된다. 모든 청광이 유해한 것은 아니지만, 특정 파장의 청관은 망막을 자극한다. 눈부심과 각종 안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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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보는 것처럼 선글라스를 끼는 순간 세상이  조금 노랗게 된다. 이 느낌을 보여주고 싶어 남산에서 아이폰 카메라로 선글라스를 대고 찍은 사진과 그렇지 않은 사진을 비교해서 찍었다. 지난 주말 사랑의 자물쇠 앞에서 선글라스 사진을 찍은 이상한 여자가 네, 바로 접니다.

사진 보정시에 푸른빛을 약간 죽인 그런 느낌. 처음엔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이내 익숙해진다. 세상의 뾰족한 빛을 걷어내고 조금 더 명징 해지는 기분이다. 그래서인지 정말 오래 껴도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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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는 몇 가지 기술이 더 들어있다. 안티포그 렌즈로 김이 서리는 것을 막았다. 안경을 끼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거다. 마스크를 착용할 때나 급격한 온도차이가 날 때, 그리고 라면을 먹을 때 안경에 김이 서려 꼴이 우스워지는 그런 경우를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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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글라스를 추천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립스틱처럼 사람마다 어울리냐 마느냐의 편차가 크고 또 취향도 갈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제품을 소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꽤 긴 시간 동안 한 분야에서 우직하게 길을 걸어오던 그런 브랜드가, 괜찮은 제품을 아주 훌륭한 가격에 선보였을 때. 마음 깊은 곳에서 남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그런 마음. 여름이면 눈 시림으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사는 나의 선글라스 리뷰는 여기까지. 여러분 모두 깨끗하고 맑고 자신 있는 눈을 하고 사셨으면 좋겠다.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