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글 쓰고 향 만드는 사람, 아론이다. 최근 콜라보레이션 소식 덕분에 원래도 핫했는데 갑자기 더 핫해진 향수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프레데릭 말의 뮤스크 라바줴다.
뮤스크 라바줴는 국내에서 ‘지디 향수’로 유명해졌는데, 이번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바틀 정면에 지드래곤을 상징하는 흰색 데이지 꽃이 그려진 제품으로 제작됐다.
제품명에서 쉽게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뮤스크 라바줴는 머스크 향조를 메인으로 하는 향수다. 하지만 흔히 생각하는 머스크의 부드러운 이미지와는 다른, 관능적이면서도 복잡 미묘한 구성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조향사는 모리스 루셀(Maurice Roucel). 독특하게도 샤넬에서 향을 분석하는 화학자로 첫 커리어를 시작했다고. 그래서인지 언어로 표현하기에는 좀 어려운, 알듯말듯한 향을 만드는 조향사로 이해되곤 한다.
첫 향은 시트러스와 클로브로 인해 묘한 느낌을 자아내며 시작된다. 달콤하지만 샤프한 느낌을 주는 독특한 향이라 비밀스럽거나 위태로운 인상을 만든달까. 어떤 사람들에게는 ‘병원 소독약 냄새’라고 받아들여지는 클로브가 첫번째 호불호 관문. 게다가 관능적인 느낌을 더하기 위해 표현된 애니멀릭함의 꼬릿한 뉘앙스가 두번째 관문이다. 어려운 허들이 두개나 있지만 의외로 이 향을 처음 맡은 사람들의 평은 비슷하다. “잘 모르겠어. 어려운데… 나쁘지 않네.” 그리고는 알게 모르게 차츰 빠져드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향이 가라앉으며 은근한 살내음을 닮은 머스크 향이 올라온다. 거기에 바닐라, 통카빈처럼 희고 부드러운 달콤함이 뒤섞이며 농도가 짙어진다. 많이 맡아본 달콤한 머스크 향수들이 떠오른다고? 그럴 리가. 향이 전개되는 사이 사이로 시더우드, 샌달우드, 구아이악 우드 같은 우디 노트들이 언뜻언뜻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에, 오히려 맡으면 맡을수록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향이라는 표현이 걸맞다.
잔향까지 다다르면 어려웠던 첫 인상과는 달리, 머스크와 바닐라의 비중이 점점 커지며 다정하고 따뜻한 느낌의 향으로 변하는 것 또한 반전 매력. 노트엔 없지만 가라앉은 우디와 달콤함의 조합을 초콜릿 향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아 ‘초코 바닐라’ 향수로 불리기도 한다.
향의 흐름을 보면, 마치 겉모습은 위험하고 차가워 보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한없이 여리고 달콤한 사람이 떠오르는 듯하다. 지드래곤도 혹시 뮤스크 라바줴의 이런 독특함에 빠져든 것은 아닐까…?
아쉽게도 지드래곤과 프레데릭 말이 협업한 뮤스크 라바줴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지 않지만, 향은 기존 제품과 동일하니 한 번쯤 만나보길 권한다. 쉽지 않지만 어쩐지 중독될 것 같은, 그 기분만은 선명하게 느낄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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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아론
글쓰고 향 만드는 사람. 에세이스트, 프리랜서 에디터, 향수 브랜드 ahro의 조향사까지. 예술적 노가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