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객원 에디터 보요다. 길었던 마스크의 시대가 끝나고, 한국 뷰티 시장의 황금기가 다시 찾아왔다. 잠깐 주춤했던 뷰티 업계의 포텐셜이 폭발한듯 트렌드의 변화 속도가 전보다 훨씬 빨라졌다. 유행하는 화장법, 제품 제형, 컬러가 쉴 새 없이 바뀌는 덕분에 뷰덕들의 지갑이 위태로운 지경이다.
2024년 K-뷰티의 키워드는 참으로 다양했다. 애굣살 메이크업, 가닥 속눈썹은 이제 유행이 아니라 메이크업 기본기 수준으로 뿌리를 내렸고, 클린걸-세미스모키-블루코어-토끼혀립을 빠르게 지나와 지금은 속광 블러셔와 하이라이터에 열광하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 ‘타고난 피부결이 좋아 보이는 고급스러운 광’에 미쳐 있는 상황이다.
대大 하이라이터 시대에 신생 브랜드의 등장
그런 광 트렌드를 따라 야심 차게 4구 하이라이터를 출시하며 코덕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가 된 브랜드가 있었으니, 바로 ‘GLYF(글맆)’. 솔로 가수로서 입지를 다진 아티스트이자, 약 1,900만의 인스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셀레브리티 ‘전소미’가 론칭한 브랜드다.
출시 전부터 틱톡을 통해 제품을 스포하며 화제를 모았었는데, 본인에게 가장 이상적인 하이라이터를 찾다가 직접 제작하게 된 것이라고. 추후 공개된 유튜브 인터뷰를 찾아보니 화장품 방이 따로 있을 정도로 엄청난 코덕이라고 한다.
직업부터 이목구비까지, 전소미와는 닮은 점이 하나도 없는 나 같은 코덕에게도 이 하이라이터가 쓸만할까? 코덕이 만든 하이라이터를 코덕의 마음으로 리뷰해 봤다.
‘GLYF’의 제품은 단 하나, ‘일루에뜨 하이라이터’. 4구 팔레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격은 정가 4만 3,000원이다. 처음엔 국내 하이라이터치고는 다소 높은 가격에 부정적인 평들이 많았다. 코덕 사이에선 이미 4구 하이라이터로 유명한 디올 제품을 할인가 6-5만 원대로 구입하는 게 정석이었기 때문에 아직 제품력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신생 하이라이터가 4만 3,000원이라는 건 딱히 매력적이지 않았다. 다행히 론칭 기념 20% 할인 판매 이벤트가 진행되긴 했다.
또 국내 뷰티 브랜드에서는 볼 수 없었던 기간 한정 드롭(drop) 판매로 진행되었다는 부분도 특이했던 점. 수많은 고민 끝에 결국 항복해버렸다. 드롭 판매 마지막 날 결국 지갑을 열 수밖에 없었고 제품은 3일 뒤 받을 수 있었다.
일루에뜨 하이라이터의 첫인상은 정말 평범 그 자체. 이미 타사에서도 디올 제품을 타겟팅한 1-2만 원대 저렴이 제품들을 출시한 바 있었는데 언뜻 봐선 그 제품들과 비슷한 느낌? 물론 프리몰드(용기 금형 제작비나 제작 시간이 오래 들지 않는 이미 디자인된 여러 브랜드가 사용 가능한 용기)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기도 했고 중요한 건 제품력이니 흐린 눈으로 보기가 가능했다.
컬러 선정은 확실히 차별점이 보였다. 핑크-샴페인-블루-라벤더 흔치 않은 4가지 컬러 조합은 무난함에 치중된 양산형 하이라이터 컬러보다 훨씬 최근 트렌드와 잘 맞다는 생각이 들 정도. 하지만 웜톤보다는 쿨톤에 치중된 컬러라 웜톤인 에디터는 주관적으로 그 점이 조금 아쉬웠다.
발색은 정말 소문대로 강력
물론 해외 제품보다는 아니지만 국내 브랜드 하이라이터 중에서 가장 고발색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 정도로 한 번의 터치에 강력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편이라 광범위한 영역보다는 콧대, 코끝, 눈 앞머리, 애굣살 등 국소 부위에 원기옥 모으듯이 발색해주면 제품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은은하다는 반응도 많이 보였는데, 충분히 이해가 가는 게 출시 전에 인플루언서들이 공개한 발색샷이 꽤나 강력했기 때문… 그정도의 광을 원하고 구매했다면 상대적으로 은은하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출근 메이크업으로 바르면 마주치는 사람들로 하여금 ’퇴근하고 약속 있으신가 봐요?‘라는 질문 폭탄을 받을 수 있으니 주의하도록.
제형도 특수 공정 베이크드다보니 프레스트 하이라이터에 비해 발림성이 훨씬 부드럽고 가루 날림은 적은 편이다. 그렇다고 아예 없는 편도 아니기 때문에 너무 욕심부려 올리면 어쩔 수 없이 뭉치거나 밀착력이 떨어진다.
다시 말하지만, 하이라이터는 ‘정도’가 중요한 제품군이다. 조금이라도 욕심을 부리면 <오즈의 마법사> 속 양철 나무꾼 신세를 못 면한다.
에디터 보요의 리얼 후기
소장 욕구와 제품력은 완벽히 비례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국내 브랜드 중에서 상위권 제품이라 하이라이터 입문자들에겐 추천한다.(특히 쿨톤) 하지만 나 같은 국내외 하이라이터 수집가들에겐 그다지 획기적인 컬러도, 제형도, 발색력도 아니라 실망할 수도 있다. 전소미의 브랜드라는 것, 쉽게 구할 수 없는 드롭 판매 제품이라는 것 등을 고려하면 코덕들이 하나쯤 소장할 만한 제품이라는 건 확실하다.
‘이미 잘나가는 연예인이 왜 굳이 화장품 브랜드 론칭을?’하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사실 해외에선 솔로 아티스트가 뷰티 브랜드를 론칭하는 일은 흔하다.
’FENTY BEAUTY‘ 리한나를 비롯해, ’Rare Beauty‘의 셀레나 고메즈, ’r.e.m beauty‘ 아리아나 그란데, ’HAUS Lab’ 레이디 가가 등 영향력 있는 셀레브리티들이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브랜드를 론칭해 비즈니스 채널을 확장하고 있는 새로운 플랫폼 중 하나일 뿐이다.
개인적으로 뷰티 모델로 자본주의적 관계에서 제품을 광고하는 것보다 이렇게 직접 출시한 내 새끼(?)를 진심 담아 홍보하고 영업하는 셀럽의 모습이 코덕의 심장을 울렸다고 생각한다. 초반 가격 이슈만 아니었어도 훨씬 긍정적 후기가 많았을 텐데 그 부분이 꽤 아쉽다.
이번 글맆 론칭을 통한 가장 큰 수확은 국내 제조사의 하이라이터 발전이 아닐까? 보통 하이라이터 제품군은 해외 제품이 유명하기도 하고 일부러 해외 제조사에서 제작해 오는 경우도 있는데 일루에뜨 하이라이터는 국내 제조사에서 제작했다는 점. 앞으로 더 발전해서 더 영롱하고 제품력 좋은 글리터와 하이라이터들이 출시됐으면 하는 한 까마귀의 바람이다. (까악-)
현재 글맆의 일루에뜨 하이라이터는 드롭 기간이 끝나 구매할 수 없지만 오늘 5월 더현대 팝업스토어에서 다시 판매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소미가 스포한 대략적인 내용에 따르면 4구 팔레트 말고 싱글로도 출시할 계획이 있어 보여 4가지 컬러가 필요 없는 사람들은 조금 기다렸다가 싱글로 구매하는 편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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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요
뷰티를 좋아해 뷰티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늘 아래 같은 화장품은 없다고 생각하는 뷰티 맥시멀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