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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스토리: 레스포색, 다시 찾아온 전성기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레스포삭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레스포삭

2026. 03. 10

안녕, 2000년대 중반 학창 시절을 보낸 객원 에디터 김고운이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은 그 시절은 버디버디, 싸이월드 같은 SNS가 등장하면서 전국적으로 유행하던 아이템이 등장하던 시기였다. 지금이야 나만의 취향이 인정되고 때론 동경의 대상이 되지만 그 시절은 비주류에 조금 매정했다. ‘무조건 이거야’하는 아이템, 브랜드가 있었다.

말이 나온 김에 그때를 추억해보자. 노스페이스 눕시가 유행하기 전에 노스페이스 바람막이가 인기였다. 멋 좀 안다는 학생들은 교복 위에 검은색 바람막이를 입었다. 교복 바지와 치마는 가능한 몸에 붙고 짧아야 했고, 신발은 발목까지 올라오는 하이탑을 신어야 했다. 어떻게 입었는지 궁금할 정도로 좁게 줄인 바지는 흰색 나이키 에어포스 하이탑이 감쌌다.

오늘 소개할 브랜드는 그 시절 유행하던 가방 중 하나다. 바로 레스포삭. 정식 명칭은 레스포색이지만 ‘레스포삭’이라고 해야 비로소 옛 생각이 난다. 당시 잔스포츠, 아웃도어, 이스트팩도 흔했지만 범위를 여학생으로 한정한다면 단연 레스포색이 압도적었다. 화려한 패턴과 가방 앞주머니 상단에 가로로 줄지어 있는 로고는 레스포색 백팩의 상징이었다. 그때 우리는 가방을 허리와 엉덩이까지 늘어뜨렸다. ‘백팩’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말이다. 이유는 알 수 없다. 옆 친구가 하면 그대로 따라 했어야 했다. 지금 친척 동생이 그렇게 가방을 멘다면 “너 그러다 허리 나가”라는 말을 참을 수 없겠지.

레스포색
레스포색의 글로벌 뮤즈로 선정된 YG의 걸그룹 베이비몬스터

옛이야기를 하다 보니 길어졌다. ‘레스포색’으로 돌아가자. 레스포색을 소개하는 이유는 요즘 해외에서 레스포색의 인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 특히 도쿄에만 16개의 매장이 있는 일본에서는 2025년 백화점 여성 가방 순위에 오를 정도이고, 인스타그램에 #レスポートサック(레스포색)이나 #レスポ(레스포)를 검색하면 수많은 레스포색 가방을 볼 수 있다. 아직 국내에는 본격적인 유행은 시작되지 않은 듯하다. 과연 레스포색은 다시 부흥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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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두 번째 전성기

레스포색이 등장한 1970년대는 해외여행의 접근성이 좋아졌던 시기였다. 비행기를 경험하기 어려웠던 중산층도 해외로 여행을 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여행 가방의 수요가 덩달아 증가했지만 당시 여행 가방은 가죽이나 캔버스 소재 가방이거나 금속 프레임 슈트케이스가 전부였다. 가방 자체로도 무거웠던 것. 레스포색은 이 점에 주목하여 1974년에 내구성이 좋고 가벼운 나일론 립스탑 원단을 사용한 여행 가방을 출시했다. 불편함을 효과적으로 해결한 이 가방으로 레스포색은 첫 번째 전성기를 맞이한다.

레스포색 X L.A.M.B

하지만 이후 여행 가방이 바퀴가 있는 플라스틱 재질 하드케이스 형태로 바뀌면서 레스포색의 여행 가방은 점차 경쟁력을 잃었다. 레스포색은 여기서 중요한 결심을 한다. 패션 아이템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었다. 2000년대부터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서 패션 아이템으로 이미지를 굳혔다. 이러한 결정은 유효했고 레스포색을 두 번째 전성기로 이끌었다. 

협업 제품 중 유명한 것은 미국의 가수이자 배우 그웬 스테파니가 론칭한 브랜드 L.A.M.B와의 2003년 협업 제품이다. 나는 이 제품에 대한 기억이 없지만 현재 이베이에서 수십만 원에 거래될 정도다. 그만큼 성공했고 추억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겠지. 추억 속 레스포색의 화려한 패턴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그렇게 국내에 상륙해 학교를 휩쓸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유행의 강도가 셀수록 금방 사그라지기 마련이다. 이후 2010년대를 생각해보면 레스포색은 어느새 다시 보이지 않게 되었다. 교실 책상 가방고리에는 레스포색 대신 스포츠 브랜드나 아웃도어 브랜드의 가방이 걸렸다. 레스포색보다 저렴하면서도 튼튼했다. 레스포색은 그렇게 그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데 그치는 아이템이 되는듯했다. 그런데 다시 사람들이 다시 레스포색을 찾고 있다니.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2]
세 번째 전성기

레스포색 가방은 학교뿐만 아니라 도시 풍경에도 잘 어울린다.

먼저 Y2K 패션이 떠오른다. 레스포색은 헬로 키티나 피너츠 그리고 Y2K를 대표하는 마이멜로디 등과 협업하면서 키치한 매력을 가진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소비자들이 레스포색을 사용하는 방식을 보면 Y2K 스타일보다는 조금 더 무게를 주어 착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하라주쿠, 시모키타자와 등에서 일본 10, 20대 길거리 패션을 소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3~4개의 최근 게시글을 살펴봤지만 레스포색은 등장하지 않았다. Y2K 패션이 레스포색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고는 보기 어려운 것.

레스포색 에센셜 라인 제품
(좌)스몰 업타운 사첼백 / (우)캐리올 백팩

오히려 고프코어, 워크웨어 그리고 최근 그레놀라코어까지, 실용성이 핵심인 트렌드가 레스포색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자연, 작업 현장같이 특수한 상황을 위해 개발된 옷을 도시와 일상으로 가져와서 착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편리함이 곧 멋인 것이다. 이 관점으로 레스포색의 반등을  생각해보면 납득 가능하다. 가볍고 튼튼한 여행용 가방으로 개발됐으니까. 핵심은 나일론이다. 레스포색은 자신의 정체성인 나일론 립스탑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의 초경량 마이크로 나일론 립스탑을 사용한 Essential 라인을 새롭게 론칭했다. 50년이라는 브랜드 헤리티지까지 더해졌다.

트렌드에 발을 맞춰 레스포색을 운영한 국가는 고향인 미국이 아니라 일본. 2006년부터 레스포색의 지분과 함께 브랜드 운영의 추도 일본으로 넘어왔다. 매출 또한 일본에서 압도적이다. 전 세계 매출의 무려 40%에 달한다. 하라주쿠를 기반으로 한 톡톡 튀는 개성과 또 장인 정신이라는 일본의 넓은 패션 스펙트럼을 보았을 때 레스포색이 특히 일본에서 인기 끄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화려한 패턴과 헤리티지가 레스포색의 장점이니까. 


[3]
지금 메기 좋은 제품

레스포색 X ADAM ET ROPÉ 호보백

그렇다면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레스포색 제품은 무엇일까. 레스포색 재팬의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과 해시태그 기능으로 확인해보면, 일본 편집숍 ADAM ET ROPÉ과의 협업 제품인 호보백이 눈에 띈다. 반달 모양의 가방을 의미하는 호보백은 백팩과 함께 2000년대 당시에도 레스포색 열풍을 이끌었던 제품이었다. 그때를 나보다 잘 기억하는 아내에게 레스포삭 기억나냐고 물어보니. 백팩보다도 호보백을 더 많이 멨다고 했다. 특히 빨간색 호보백이 유행했다고. 하지만 이 협업은 레스포색 재팬과의 협업이라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구할 수 없다. 일본에서는 인기만큼 다양한 협업제품이 출시된다.

일본에서 유행하면서 국내에서 구매할 수도 있는 가방 중에 짐 토트백이 있다. 레스포색이 토트백을 만들면 이렇지 않을까 하는 예상 가능한 모양이지만 비밀이 있다. 가방 외부 주머니 양쪽 지퍼를 열어 요가 매트같이 길쭉하거나 부피가 큰 물건을 수납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실용성이 중요했다. 요즘 레스포색 제품의 특징을 알아볼 수 있는 디테일이다.

내부 용량도 크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지만 짐은 왜 이리 많은지. 운동복과 일상에 필요한 짐을 한꺼번에 넣고 집을 나서려면 이 정도 크기는 되어야 한다. 짐 토트백은 에센셜 라인 제품이라 일본에서 생산된 초경량 마이크로 립스탑 원단을 사용했다. 국내에는 블랙, 피스타치오, 다크 블루 이렇게 세 가지 색상으로 출시되었고, 가격은 색상별로 다르지만 20만 원대 초반이다. 구매는 여기에서.

레스포색은 여러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여행자용 가방에서 패션 아이템으로, 그리고 이제는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온 디자인을 선보인다.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그 외 모든 것을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쌓인 시간은 각자의 추억으로 소비자에게 기억된다. 과연 우리의 추억은 재현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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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운

패션 관련 글을 씁니다. 헛바람이 단단히 들었습니다. 누가 좀 말려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