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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같은 향수 쓰지 마요

“킁킁 어디서 봄 냄새 안나요?” 봄을 맞아 준비한 향기로운 기사 내가 돈을 쓰는 영역은 굉장히 명확하다. 아무데나 펑펑 쓰는 것...
“킁킁 어디서 봄 냄새 안나요?” 봄을 맞아 준비한 향기로운 기사 내가 돈을…

2017. 03. 07

“킁킁 어디서 봄 냄새 안나요?”
봄을 맞아 준비한 향기로운 기사

내가 돈을 쓰는 영역은 굉장히 명확하다. 아무데나 펑펑 쓰는 것 같아도 지킬 건 지키며 살고(live) 산다(buy). 현재 찢어지게 가난한 상태가 아니라면 이맘 때 쯤 향수를 바꾼다. 햇살을, 공기를, 봄을 격하게 반기는 나만의 의식이다.

남들이 다 아는 향수 브랜드는 피한다. 모든 존재하는 것은 향기가 있다. 다시 말하면 향기는 내가 존재한다는 증거다. 나와 같은 향수를 뿌리는 사람을 마주치는 건 끔찍한 일이다. 상상만으로도 불쾌해. 그래서 있어도 니치 향수를 산다. 워낙 비싸서 공중에 돈을 흩뿌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때도 있지만, 이 얼마나 우아한 사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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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엔 이 향기를 입고 싶다. 춥고 어두운 겨울은 지겨우니까 가볍고 상큼한 향을 입어야지. ‘아틀리에 코롱’,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지속력이 좋은 오드 뚜왈렛이 아니라 잔나비 처럼 나풀나풀 가벼운 ‘코롱’ 향수다.

아틀리에 코롱의 시작은 1709년 독일.  이 작은 향수 공방은 시트러스 향을 기가막히게 뽑아내기로 유명했다. 어느 정도냐면 나폴레옹이 아틀리에 코롱의 향수를 하루에 두 병씩 사용했을 정도라고. 이 정도면 향수로 목욕을 한 게 아닐까 싶지만, 그 당시 코롱은 지속력이 1시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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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아뜰레에 코롱은 청명하고 우아함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지속시간을 무려 8시간으로 늘린 ‘코롱 압솔뤼’를 세상에 내놨다. 덕분에 우리는 지금 가볍고 신선한 코롱 특유의 느낌은 그대로 유지한채 긴여운을 만끽할 수 있다. 그 비결은 브랜드만의 비밀이며, 모든 향수는 오직 프랑스에서만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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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아틀리에 코롱 향수를 탐내는 덴 다른 속사정이 있다. 바로 이 가죽 파우치 때문. 추가 비용을 내면 이니셜을 새긴 가죽 파우치를 손에 넣을 수 있다. 특히 저 오렌지 컬러가 예쁜 것 같아.

브랜드 설명은 이쯤 했으니 된 것 같고. 그렇다면 아틀리에 코롱에서 내가 눈독들이고 있는 향수를 말해보자. 바로 포멜리 파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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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멜로 파라디는 기본적으로 자몽향이다. 자몽을 베이스로 샴페인 기포처럼 톡쏘는 상쾌함이 어우러진다. 첫인상은 방금 반으로 가른 자몽처럼 싱그럽다가 서서히 우아하고 세련된 향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아이리스, 앰버 등의 향이 은은하게 남는다. 몸에 차르륵 떨어지는 쉬폰 블라우스가 어울리는 여자에게 날 것 같은 향이다. 이 향을 입으면 불쑥 따듯해지는 날씨에도 당황하지 않고 여유롭게 봄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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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달력을 보니 화이트 데이가 코앞이다. 혹시 선물 때문에 골머리를 썪고 있다면, 아틀리에 코롱을 추천한다. 30mL는 8만 원대니 사실 그리 부담되는 가격도 아니다. 가죽 파우치에 그녀의 이름까지 새겨서 선물하면 아마 기뻐할거다. 사실 내가 정말 받고 싶다.

아틀리에 코롱 포멜로 파라디 30mL
Price – 8만 9,000원(모노그램 레더재킷 포함 시 11만 9,000원)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