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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을 위한 솥밥, 르크루제 고메밥솥

솥밥이 더 맛있는 이유
솥밥이 더 맛있는 이유

2022. 10. 16

안녕, 에디터H다. 나는 요즘 솥밥에 푹 빠져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에 단 한 번도 솥밥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꼭 한 번 시도해보시길 추천드린다. 집에서 해 먹기엔 너무 어려운 요리 아니냐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다. 유명하다는 식당이나 한식을 베이스로 하는 와인바에서 마지막 메뉴로 생선이나 버섯을 올린 솥밥을 먹으며 ‘가장 가까운 천국의 맛’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갓 지은 밥의 쌀알이 탱글하게 씹히는 맛이나, 여러 재료에서 우러나온 감칠맛이 마음의 허기마저 채워주니까. 이렇게 대단한 맛을 내가 직접 만들 수 있으리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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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고단한 하루 끝에 솥밥을 만들어 먹는 것 만큼 큰 힐링은 없다는 누군가의 말을 듣고, 첫 솥밥 요리에 도전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제서야 도전했다는 사실이 허무할 만큼 간단했다. 조리 시간도 크게 소요되지 않았다. 게다가 재료에 따라 다양한 응용이 가능해 질리지도 않더라. 첫 솥밥에 성공한 뒤로 3일 내리 솥밥만 해먹었을 정도다. 비결이 뭐냐고? 잘 지은 솥밥의 키는 딱 세 가지다. 맛있는 쌀, 불을 끄는 타이밍 그리고 좋은 ‘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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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인공은 프랑스 명품 키친 앤 다이닝 브랜드 ‘르크루제(LE CREUSET)’의 고메밥솥이다. 르크루제라는 이름은 다들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한다. 무려 98년의 역사를 지녔으니까. 1925년 프랑스 북부의 작은 마을 프레노아 르그랑에서 무쇠 주물 전문가와 에나멜 전문가가 만나 시작되었다. 운명적인 만남이다. 열 전도와 보온성이 뛰어난 무쇠와, 무쇠의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에나멜 코팅이 만난 셈이니까. 덕분에 르크루제는 무쇠 주물냄비에 기술적인 향상을 도모하는 동시에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화사한 색감과 디자인을 갖춰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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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노하우가 쌓이고 기술이 발전하며 제품의 제조과정에서 계속된 발전이 있었지만, 주요 공정은 한결같이 프랑스의 전통적인 기법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고집 덕분에 오랜 세월 동안 변하지 않고 고품질 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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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컬러 에나멜은 르크루제만의 스타일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번에 알게 된 재밌는 사실은 이 제품의 컬러 입히는 과정을 장인이 하나하나 손으로 작업한다는 것. 모래 형틀에 고열로 녹인 원료를 부어 주물을 만들고, 장인이 균열이 없는지 하나하나 꼼꼼히 체크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연마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주물은 깨뜨려 다시 용광로에서 녹이게 된다. 내구성과 보온성을 높이기 위해 베이스 코팅을 마치고, 독특한 색상을 배합해 컬러 코팅을 수작업으로 새기게 된다. 과정 하나하나 대량생산 시스템에 허투루 맡기지 않는 작품이란 얘기다. 나는 이런 브랜드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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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내가 르크루제를 처음 사용했던 것이 벌써 10년 전이다. 스톤웨어 중 원형접시로 입문했는데, 화사한 색감과 묵직한 만듦새에 감탄했었다. 어떤 음식을 담아도 맛깔스럽게 보이는데다 평범한 상차림도 근사하게 만들어주는 테이블웨어였다. ‘나중엔 꼭 르크루제 무쇠주물까지 써야지!’하고 결심했었는데 드디어 그 날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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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메밥솥은 르크루제 제품 중에서도 특별하다. 프랑스 정통 무쇠 주물 브랜드에서 ‘한국의 밥 문화’를 이해하고 제품을 만들었다는 것부터가 센세이션이 아닌가. 외관부터 기존 냄비와는 다르다. 유려한 곡선 형태를 차용하여 열 순환 대류의 효율성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기본 냄비보다 뚜껑을 더 높게 만들었다. 그래서 내부에 효과적으로 열을 가두기 때문에, 딱딱한 식재료가 있어도 고르게 가열되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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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밥솥 구성에 솥과 뚜껑 외에도 중간에 들어가는 ‘수분커버’가 있다는 사실. 수분커버로 밥의 적당한 찰기와 수분감을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냄비밥을 지을 때 생길 수 있는 밥물이 넘치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일반적인 냄비 요리와 쌀밥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고 이런 구조를 도입한 것. 이 형태와 구조 덕분에 더 맛있는 밥을 지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초보자도 실패의 위험 없이 35분이면 따끈한 솥밥 짓기에 성공할 수 있다. 듣고 보니 솥밥 뿐만 아니라 갈비찜 같은 찜요리를 하기에도 딱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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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요리를 시작해볼까? 먼저 가장 기본인 백미 밥을 지어보자. 쌀은 물을 빠르게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 쌀을 씻을 때 첫 물은 불순물이 가장 많기 때문에 빠르게 헹궈서 버려주는 게 좋다. 서 너 번 씻은 쌀은 20분 정도 불려주자. 여기까지 했다면 사실상 솥밥을 짓기 위한 가장 번거로운 과정이 끝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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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내가 직접 솥밥을 지어보며 깨우친 레시피이니 그대로 따라하시면 된다. 불린 쌀이기 때문에 전기 밥솥에 밥을 할 때보다 물을 적게 넣어도 충분하다. 쌀과 물은 1:1의 비율로 같은 양을 넣어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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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불에서 10분간 끓여준다. 중간중간 저어 주는 것도 좋은 팁. 팔팔 끓어오를 때쯤 수분커버를 닫아주자. 전체 뚜껑을 닫은 상태에서 약한 불로 조절하고 10분 정도 더 끓여 준다. 이후 불을 끄고 15분 정도 뜸을 들여주면 끝! 20분 익히고 15분 뜸을 들여주면 쌀알 한 알 한 알이 탱글하게 익은 밥이 완성된다. 참고로 르크루제 냄비는 가스레인지, 인덕션, 하이라이트, 오븐 등 모든 가열 기기에서 사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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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직접 해보시면 “이렇게 금방 밥이 된다고?”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도구가 좋기 때문이다. 르크루제의 무쇠 주물은 뛰어난 열 전도와 열 보유력을 자랑한다. 결국 똑같은 불로 조리했을 때 열을 흡수하고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식재료의 맛과 향, 식감을 살리면서도 조리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소한의 수분을 이용하는 저수분 요리도 가능하기 때문에, 재료의 영양소 손실 없이 맛과 향을 살리고 싶다면 르크루제 냄비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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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 전체가 무쇠로 되어있기 때문에 어느 한 부분이 과열되지 않고 고르게 열이 분배되는 것 역시 쌀밥을 짓기에 알맞은 특징이다. 보통 냄비밥을 지으면 밥이 설익거나 밑이 쉽게 탈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일반 냄비로 조리했을 때의 일이고 무쇠 냄비로 지은 솥밥은 오히려 잘 타거나 설익을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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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한 번 흡수한 열을 잘 방출하지 않기 때문에 조리 후에도 냄비가 오래도록 따뜻하다. 르크루제 냄비로 밥을 짓거나 요리를 했을 때, 냄비 통채로 식탁에 가져다 두면 컬러감 덕분에 예쁘고 근사한 테이블웨어가 됨은 물론, 식사 내내 따뜻한 요리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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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크루제에는 예쁜 컬러가 많지만, 가장 상징적인 컬러는 역시 최초의 컬러 에나멜이었던 주황색이라고 생각한다. 단숨에 눈길을 사로잡는 쨍하고 선명한 색감. 모서리로 갈수록 점점 물들어가듯 색이 진해지는 그라데이션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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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완성된 밥을 맛보자. 향긋하다. 화사한 주황색 르크루제와 흰 쌀밥의 조화라니. 보는 것 만으로도 침이 꼴깍 넘어가는 조합이 아닌가. 갓 지은 쌀밥이라는 건 한국 사람들의 소울 푸드다. 따뜻한 온기가 마음을 열어주고, 솥밥 특유의 찰기와 향 덕분에 입맛을 돋운다. 내가 지은 솥밥 중에 가장 맛있었다. 역시 르크루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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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밥의 또다른 매력은 ‘냉장고 파먹기’가 가능하다는 사실! 집에 남아있는 식재료나 내가 좋아하는 식재료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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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레시피는 명란 솥밥. 이번엔 투명한 핑크 컬러로 은은한 색감을 자랑하는 쉘핑크를 꺼내봤다. 북유럽 컬렉션의 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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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레시피도 똑같다. 쌀을 10분간 끓여주고, 약한 불에 10, 불을 꺼서 뜸을 들여주면 된다. 불을 끈 뒤에 뚜껑을 열어 밥 위에 명란을 얹어주면 뜸을 들이는 15분 동안 냄비 내부의 열기 덕분에 명란이 알맞게 익는다. 명란과 밥을 잘 섞어서 먹으면 기분 좋은 짭쪼름함과 함께 색다른 풍미를 즐길 수 있다. 취향에 따라 육수를 사용하거나 버터를 넣어주어도, 부추나 실파를 썰어 얹어주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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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김에 하나 더 만들어보자. 이번엔 버섯 솥밥이다. 마찬가지로 북유럽 컬렉션 중에서 씨솔트를 골라보았다. 채도가 높지 않아서 은은하고 우아한 색감이 돋보인다. 이 컬러도 참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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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밥을 지을 때 버섯 우린 물을 사용했다. 이렇게 하면 밥에 감칠맛과 향을 더할 수 있다. 레시피나 재료에 따라서 다시마를 우린 물을 사용해도 좋고, 채수가 있다면 그걸 써도 좋다. 솥밥의 레시피는 내 취향껏 얼마든지 바꿀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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뜸들이기 전 먹기 좋게 썰어둔 버섯을 밥 위에 올리고 10분을 기다려준다. 뚜껑과 수분 커버를 열고 나면 기가막힌 버섯 향이 퍼진다. 잘 섞어서 한 입 먹어보니 은은한 단맛이 감돈다. 촬영을 함께 했던 지인 중 한 명은 맛있다며 5그릇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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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다면 마지막에 버터나 참기름을 넣어 향을 추가해도 좋고, 간장으로 간을 더해도 맛이 달라진다. 재료에 따라 가볍게 볶거나 구워서 밥 위에 올려줘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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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재료에 따라 달라지는 솥밥이 너무 재밌다. 오늘 레시피에서 소개하진 않았지만 카레 재료로 사두었다가 남은 당근과 감자를 살짝 볶아서 솥밥을 해먹어도 맛있더라. 나는 주변에 비건식을 하는 지인이 제법 있는데, 버섯 감자 솥밥을 만들어 주고 싶다. 함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늘어나는 건 즐거운 일이니까. 집들이나 홈파티를 자주 하는 분들에게는 손님 맞이 메뉴로도 추천한다. 따끈하게 갓 지은 밥을 대접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따뜻한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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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자신을 위한 선물로 솥밥을 만들어보는 시간을 꼭 가졌으면 좋겠다. 나는 최근에 정말 바빴고, 스스로를 위해 제대로 된 요리를 한다는 걸 꿈도 꿀 수 없을 만큼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불현듯 만들어본 솥밥은, 영혼의 힐링 같은 요리였다. 까실하고 딱딱하던 쌀알들은 겨우 35분 만에 뽀얗고 부드러운 쌀밥이 되었다. 얼마나 맛있었는지 모른다. 모두가 이 맛을 알았으면. 그리고 가만히 솥이 끓어오르는 순간을 기다릴 작은 여유가 있었으면. 에디터H의 르크루제 고메밥솥 리뷰는 여기까지. 

*이 글은 르크루제의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