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틈만 나면 서울의 멋있고 귀여운 가게를 찾아다니는 은평구민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매일같이 여기저기 매장을 기웃대다 보면 수많은 물건을 만나게 된다.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투박한 가구, 딱 봐도 고가로 보이는 매끈한 기계, 이런 건 대체 왜 여기 있는 건지 싶은 정체 모를 잡동사니··· 흥미를 자극하는 아이템의 향연에 쉴 새 없이 눈알이 돌아갈 때가 적지 않다.
그럴 때마다 주인장을 붙들고 묻고 싶어진다. “어디서 산 거예요?“, “어떤 디자이너한테 맡겨서 제작하셨어요?” 정말 참을 수 없는 경우에는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올지도. “사장님 이거 정보 좀요”
비슷한 욕구를 가진 디에디트 독자들을 위해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한다. 개성 있는 로컬 매장과 그곳의 매력적인 물건들을 소개하는 [정보좀요]. 사실 내가 하고 싶어서 진행하는 기획이다. 이제는 좀 당당하게 물어보고 싶어서. 몇 번이고 DM 창을 열었다 닫았다 했을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전문 장비부터 인테리어 소품까지, 멋진 공간을 채우는 근사한 물건들을 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첫 가게는 여기다.
커먼마치 @서교동
커먼마치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동네 카페’. 단골 손님이 전체 방문자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동네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곳이다. 거기에는 여럿이 함께 오는 직장인도, 홀로 조용한 시간을 보내다 가는 창작자도, 산책 중에 잠시 쉬어가는 반려견과 주인도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이들의 표정과 복장, 가볍게 나누는 인사를 통해 ‘또 한 주가 시작됐구나’를 느낄 만큼 사장과 손님 간의 관계가 친밀한 가게다.
두 번째는 ‘계절’. 커먼마치는 커피와 디저트, 식사까지 풍성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카페다. 그리고 이 다양한 메뉴는 계절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변화를 맞는다. 제철 채소와 과일을 활용하는 것부터 날씨에 어울리는 맛과 분위기를 선보이는 것까지, 여름의 무화과 롤케이크부터 겨울의 버섯 수프까지. 작은 식탁에서 만나는 계절의 아름다움을 위해 사부작사부작 연구하고 시도하는 커먼마치의 주방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커먼마치는 일식당 ‘키노코’를 운영했던 안재은 대표와 ‘시간의 공기’, ‘폴앤폴리나’ 등 카페 및 베이커리에서 경력을 쌓은 채유민 대표가 함께 운영한다. 척하면 척, 합이 잘 맞는 두 사람의 성향과 취향이 가게 전반에 묻어나는데, 특히 귀엽고 아기자기한 색깔이 짙어 공간 구석구석을 뜯어보는 재미가 있다. 거대하고 웅장하고 시크한 느낌보다 소소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머무는 내내 ‘아, 예쁘다’ 소리를 내뱉을 것이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
아담한 규모임에도 눈길을 끄는 요소로 가득한 커먼마치. 이 작지만 알찬 공간에서 욕심 많은 30대 털보 에디터가 탐낸 물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01 밀 플레이트
오므라이스와 버터 치킨 커리를 담는 카네수즈 그릇이다. 카네수즈는 다른 카페에서도 흔히 만나볼 수 있는 일본의 오래된 식기 브랜드다. 운영 초기에 제공하던 샌드위치를 비롯해 여러 음식에 활용하기 좋을 것 같아 구매했다고. 높은 활용도와 아름다운 디자인, 폭넓은 사이즈 옵션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서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옅은 크림색 바탕에 그린 & 옐로우 컬러의 테두리가 따뜻한 느낌을 주며, 그릇 중앙부가 살짝 패여 어떤 메뉴든 소담하게 담긴다.
・ 브랜드 : Kanesuzu
・ 제품명 : Moyura Plate (L)
・ 가격 : 1만 8,600원
・ 구매 링크
02 리넨 캘린더
평소 리넨 소재를 워낙 좋아해 다양한 리넨 제품을 수집해 온 두 대표의 취향이 반영된 아이템이다. 100% 리투아니아산 리넨에 일러스트를 프린트한 캘린더로 매년 4-5종이 출시된다. 2023년 버전의 경우 ‘계절과 시간의 흐름을 담는 가게’라는 커먼마치의 방향성과 어울리는 그릇 그림을 골랐다. 입구 쪽 벽면에서 매장의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한층 돋운다.
・ 브랜드 : fog linen work
・ 제품명 : Calendar 2024 (도시)
・ 가격 : 3만 5,000원
・ 구매 링크
03 세라믹 티포트
커피 대신 차를 찾는 1인 손님을 위한 티포트. 처음부터 1인용에 적합한 사이즈를 찾았고, 홍차와 허브티 등 티 메뉴에 두루 어울리는 프라이스 앤 켄싱턴의 제품으로 선택했다. 유서 깊은 영국의 프리미엄 테이블웨어 브랜드에서 만든 티포트답게 영국 어느 가정집에서나 볼 수 있는 ‘브라운베티 Brown Betty’ 스타일의 클래식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빨리 식지 않고 온기가 오래 보존되는 편이라 느긋하게 차를 즐기기 좋다.
・ 브랜드 : Price & Kensington
・ 제품명 : 2CUP Teapot 450ml (Mint)
・ 가격 : 1만 7,500원
・ 구매 링크
04 스탠드 조명
매장의 따뜻한 분위기를 바깥에서도 느낄 수 있길 바라며 입구 쪽에 배치한 작은 조명. 바로 앞 좌석이 문과 가깝다 보니 조명과 책, 물 등을 옆에 같이 둠으로써 손님의 불편함을 덜고자 하는 사려 깊은 의도도 숨어 있다. 흔하지 않은 디자인의 스탠드 조명을 찾는 게 쉽지 않았지만 이베이에서 빈티지 조명을 찾아내 경매까지 거쳐 구매에 성공했다. 컬러풀한 소품들 가운데 차분함을 더하고 싶어 네이비 제품으로 골랐다고.
・ 브랜드 : Habitat
・ 제품명 : Habitat Lizzie Desk Light
・ 가격 : £16.00
・ 구매 링크
05 화분
매장 오픈 당시 지인이 선물해 준 화분. 옅은 크림색과 피스타치오색의 마블 패턴이 매력적이다. 소파 좌석 위에서 많은 손님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인지 ’어디서 산 거냐’는 질문과 함께 사진도 많이 찍히는 인기 아이템이다. 그간 여러 식물들의 보금자리로 활약했으며, 현재는 시원시원하게 뻗은 나비란을 만나볼 수 있다.
・ 브랜드 : 허밍그린
・ 제품명 : 어반플랜트 팟 마블 (밀크/피스타치오)
・ 가격 : 2만 5,000원
・ 구매 링크
06 커피잔
안재은 대표가 가장 아끼는 잔으로 채유민 대표가 도쿄 여행을 다녀오며 사다 준 선물이다. 표면에 새겨진 제비 그림이 단아하면서도 귀여워 손님들의 반응도 뜨겁다. 150-180mL의 용량에 맞게 주로 플랫 화이트나 숏 라테를 내어준다. 요즘은 라테를 주문하며 매번 ‘우유 적게’를 부탁하는 모 남성 손님의 전용 잔처럼 쓰인다는 후문. 지금은 사라진 다이칸야마의 편집숍에서 구매한 제품이지만, 현재로서는 아쉽게도 브랜드 상세 정보와 구매처 모두 찾을 수 없다.
・ 브랜드 : SETSUKO MATSUO
07 코스터
채유민 대표가 직접 만든 위빙 코스터. 취미 생활로 시작해 가게에서 사용하다가 손님들의 요청에 따라 판매도 하고 있다. 한 코스터에 3가지 색상이 기본으로 들어가며, 원하는 색 조합에 맞춰 주문 제작을 하기도 한다고. 매장 내에서는 아이스 음료를 담은 유리잔 혹은 뜨거운 차가 담긴 세라믹 티포트 아래에 깔아준다. 털실로 만들어 물을 완전히 흡수하는 건 아니지만 한두 번 탈탈 털어내면 사용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 이외에도 커먼마치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코스터 모두 직접 제작한 것들이다.
・ 브랜드 : 커먼마치
・ 제품명 : 위빙 코스터
・ 가격 : 8,000원
・ 구매처 : 매장 판매
08 스툴
덴마크 브랜드 KIOSK48TH에서 직구한 스툴 3종이다. 창가 자리와 안쪽 2인석에 배치했고, 때에 따라서는 짐을 놓는 용도로도 쓴다. ‘작고 가볍되 최대한 편한 스툴을 찾자’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디깅한 끝에 발견한 제품. 중앙부가 살짝 들어가 있어 평평한 형태의 스툴에 비해 착석감이 좋다. 광택이 도는 메탈 프레임의 다리가 포인트로, 다양한 색상 옵션 중에서 매장의 톤과 조화를 이루는 라이트 옐로우, 라이트 블루, 블랙을 골랐다.
・ 브랜드 : KIOSK48TH
・ 제품명 : HUE STOOL
・ 가격 : $145
・ 구매 링크
그 외 탐나는 물건들
그라탕 전용 플레이트
・ 브랜드 : Nitori
・ 제품명 : Nitori Ovenware Gratin Dish – S (Brown)
・ 구매 링크
에스프레소 잔
・ 브랜드 : Casa Cubista
・ 제품명 : Terracotta Espresso Cup and Saucer
・ 구매 링크
물통
・ 브랜드 : 더리빙팩토리
・ 제품명 : MM 피처
・ 구매 링크
커먼마치
주소 |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8길 49-10 1층
영업시간 | 월-금 10:00 -17:00 토 12:00-18:00 (일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 @common.march
About Author
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