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연말 정산으로 150만 원을 뱉은 에디터B입니다. 인생이란 무엇일까요, 삶이란 무엇일까요. 추가로 내야 할 세금이 150만 원이라는 얘기를 듣고 이번 달에 사려했던 16-35mm 렌즈가 생각났습니다. 40% 세일 중이던 팀버랜드 셔츠자켓도 떠올랐습니다. 친구들과 마시고 싶었던 내츄럴 와인 아르부아 사바냥도요. 타노스가 핑거스냅으로 먼지처럼 사라지는 사람들처럼 장바구니에 있던 위시리스트가 아른거리며 사라졌습니다. 이번 달에 그것들을 사긴 힘들겠죠. 아마, 다음 달도요.
오늘 리뷰할 제품은 프랑스에서 건너온 고급스러운 전기 자전거 브랜드 볼테르(Voltaire)입니다. 볼테르는 포르쉐의 디자이너 출신 그레고아가 2019년 파리에서 창업한 브랜드입니다. 파리, 포르쉐 두 가지 키워드 덕분에 왠지 모르게 고급스러운 느낌이 낭낭합니다. 직접 구매한 제품은 아니고 볼테르 측에 써보고 싶다고 요청해서 한 달 동안 대여했습니다.
제품 종류는 2종입니다. 데일리용으로 적합한 벨쿠르(Bellecour), 조금 더 액티비티함을 느낄 수 있는 르장드르(Legendre). 가격부터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벨쿠르는 329만 원, 르장드르는 339만 원. 차감징수세액을 두 번 내고도 남는 가격이네요. 참고로 제가 앉아 있는 사진은 카페 바리스타가 찍어줬습니다.
네, 바로 이 분인데요. 모델까지 해준 아주 고마운 분입니다. 강서구에 간다면 아메리카노와 스콘이 맛있는 뎁스 커피 추천합니다.
참고로 저는 면허가 없습니다. 면허가 없지만 벨쿠르는 탈 수 있습니다. 이유는 페달을 밟아야만 모터가 작동하는 PAS(Pedal Assist System) 방식이기 때문인데요. 만 13세 이상이면 누구나 별도 면허 없이 탑승이 가능하다는 게 큰 장점이었습니다. 저도 만 13세 이상이니까요.
예전에는 전기 자전거의 필요성을 못 느꼈습니다. 평지에 살았거든요. 이제는 아닙니다. 제가 사는 집은 봉제산 언저리에 있습니다. 집에 가기 위해서는 오르막길을 한참이나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전기 자전거가 간절했습니다. 특히 여름에는 10분 정도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가야 하니까 전기 자전거가 있다면 너무 좋겠다 싶었죠. 가끔은 전동 킥보드도 타는데, 힘을 못 쓰는 구간이 있고, 매일 탄다고 생각하면 이용료도 부담스럽기 때문에 이럴 거면 전기 자전거를 사는 게 낫겠다,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329만 원이라는 가격은 저에게는 부담스럽긴 합니다.
가격에서 놀랐을 수는 있지만, 클래식한 디자인의 전기 자전거를 찾는다면 아마 볼테르만 한 건 없을 겁니다. 대부분은 ‘내가 바로 일렉트로닉 바이시클이다’라고 자기소개하듯 강렬하고 투박하게 디자인되어 있으니까요. 세련되고 예쁜 디자인일 수는 있지만 어쨌든 곡선보다는 직선적인 디자인이긴 합니다. 하지만 볼테르는 얼핏 보면 전기 자전거처럼 보이지도 않습니다. 정말 딱, 유럽 느낌, 파리 느낌(이것도 편견이겠지만)이랄까요.
디테일한 디자인을 보면 더 감동하게 되는데요.
안장은 고급스러운 가죽을 써서 손에서 느껴지는 촉감이 따뜻하고 부드럽습니다(엉덩이에서 느껴지는 촉감은 잘 모르겠습니다). 가죽이라서 천천히 에이징되는 것도 기대되더라고요. 비 오는 날에도 타고, 험하게 라이딩 하는 사람이라면 가죽 소재라는 게 오히려 걱정될 수 있습니다. 터프한 라이딩을 즐긴다면 볼테르 말고 다른 걸 구매하는 게 정답이겠죠. 다른 전기 자전거도 많으니까요. 그런 분들은 PAS 방식의 자전거를 타지도 않겠죠.
손잡이에도 가죽이 덧대어져 있습니다. 저는 가죽이 이렇게 촉감이 좋은 고급 소재라는 걸 볼테르를 타면서 새삼 깨달았습니다. 태어나서 가죽을 처음 써본 것도 아닌데, 대부분 가방이나 액세서리라서 손에 감싸쥔 적이 없더라고요. 프레임은 6061 T6 시리즈 알루미늄을 사용했고, 바퀴는 26인치입니다.
155-175cm의 사용자에게 권장한다고 하니 웬만한 여성에게 사이즈가 맞고, 아주 건장한 남자에게는 조금 작게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건장한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인기가 많은 자전거라 그런지 배우 고소영, <하트시그널4> 출신의 모델 김지영 등이 애용하는 자전거라고 합니다.
결합되어 있는 안장을 들어 올리면 배터리가 나옵니다. 배터리는 뺀 상태에서도, 넣어둔 상태에서도 충전할 수도 있습니다. 삼성 배터리를 사용했고 총 1만 회까지 충전할 수 있다고 합니다.
벨쿠르는 제가 대여한 브리티쉬 레이싱 그린(프랑스 브랜드인데 왜 브리티쉬인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크림, 미드나잇 블루, 트롤 블루 네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실물로 봤을 때 모든 컬러가 제각기 다른 매력으로 예뻤는데, [여기]로 들어가시면 구경할 수 있습니다.
경사가 가파른 동네에 살다 보니 전기 자전거의 매력을 더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정도의 오르막길도 거뜬하게 올라갑니다.
당연히 오르막을 올라갈 때 PAS 방식이기 때문에 페달을 밟아야 합니다. 이런 경사에서 페달을 밟지 않으면 금세 속도가 떨어지고 맙니다. 최대 속도는 25km이고 가파른 오르막에서는 그 정도로 속도가 나지는 않습니다. 페달을 밟긴 하지만 허벅지가 아플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체력은 거의 쓰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볼테르 전기 자전거가 필요한 사람은 명확합니다. 전기 자전거를 타고 싶은 사람, 하지만 전기 자전거처럼 보이는 흔한 디자인은 싫은 사람. 그리고 한 가지 더. 집에 엘리베이터가 있거나 1층에 사는 사람이면 좋습니다. 제가 사는 빌라에는 불행히도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3층까지 들어서 옮겼는데, 그게 조금 빡셌습니다. 무게가 21.5kg이거든요. 그것 말고는 한 달 동안 타면서 큰 단점이 없었습니다. 클래식한 디자인의 자전거를 원한다면 유일한 대안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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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