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

고기와 빵을 찾는 순례길 – 2편

안녕, 에디터B다. 고기와 빵을 찾는 순례길 2편이다. 혹시 1편을 아직 안 읽었다면 [여기]를 클릭해서 잠시 읽고 오는 걸 추천한다. 2편에서는...
안녕, 에디터B다. 고기와 빵을 찾는 순례길 2편이다. 혹시 1편을 아직 안 읽었다면…

2022. 09. 05

안녕, 에디터B다. 고기와 빵을 찾는 순례길 2편이다. 혹시 1편을 아직 안 읽었다면 [여기]를 클릭해서 잠시 읽고 오는 걸 추천한다. 2편에서는 필리 치즈 스테이크, 떡갈비 미트파이, 하와이안잭소스버거, 내슈빌 핫치킨 그리고 파스트라미 샌드위치를 소개할 예정이다. 여러군데 맛집을 소개하면 꼭 받는 질문이 있다. “그 중에 뭐가 제일 맛있었어?”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바삭하고 매콤한 치킨 버거냐, 치즈와 고기의 완벽한 조화 필리 치즈 스테이크냐. 나는 고민고민하다가 내슈빌 핫치킨 버거를 고를 것 같다. 소고기를 치즈와 함께 먹는 것도 좋지만, 매콤하게 튀긴 치킨을  이기기란 쉽지 않으니까. 자, 그럼 고기와 빵을 조화로움을 찾는 여정을 오늘도 시작한다.


필리 치즈 스테이크,
리치즈하우스

1400_retouched_-3

필리 치즈 스테이크를 먹기 위해 합정동으로 갔다. 필리 치즈 스테이크는 흔한 메뉴가 아니다. 전 세계 온갖 음식이 다 모인다는 서울에서도 필리 치즈 스테이크를 파는 곳이 많지 않다. 다행히 집에서 멀지 않은 합정동에 필리 치즈 스테이크를 파는 곳이 있었다. 리치즈하우스다.

1400_retouched_-12

필리 치즈 스테이크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기본 버전과 스파이시 버전. 첫 방문이라면 기본부터 먹어보는 게 국룰인데, 좀 더 맛있게 먹고 싶다는 욕심이 일어서 직원에게 물었다. “혹시 치즈 추가돼요?” “네 됩니다” 치즈와 함께 당연히 가격도 추가된다. 치즈를 두 배로 넣어달라고 했고, 가격은 2,100원 추가된 1만 3,100원.

1400_retouched_-5

이름은 스테이크이지만 그 스테이크는 아니다. 긴 빵 사이에 볶은 소고기와 치즈, 양파 등을 넣는다. 재료만 보면 단순한 구성이다. 필리 치즈 스테이크는 핫도그 장사를 하던 팻 올리비에리가 1930년에 발명했다. 고기, 빵, 치즈 세 가지 구성은 단순하지만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 아닐까. 빵이 맛있을수록, 고기가 맛있을수록 전체 맛의 합이 정직하게 상승한다. 서로가 서로를 시기하지 않는 건강한고 착한 팀워크를 보는 기분이다. 또, 비주얼만 봐도 느끼겠지만 해변에서 뛰어놀다 한 입 먹으면 에너지가 급속 충전되는 고칼로리의 맛이기도 하다. 다만 내가 주문한 ‘치즈 더블’은 추천하지 않는다. 치즈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육향과 육질이 잘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리치즈하우스

  • 서울 마포구 토정로3길 17 1층
  • 화-일 11:00-20:30(월요일 휴무)

떡갈비 미트파이,
뚜르띠에르

1400_retouched_-84

1편에서 남아공식 미트파이를 구경했으니 한국식 미트파이도 보자. 그런 게 있어? 싶겠지만 그런 게 있다. 뚜르띠에르는 K-미트파이를 선보이는 곳이다. 계란, 물, 전분을 넣지 않고 오직 쇠고기와 달임 간장으로 치대는 방식으로 만든다. 조미료가 나쁜 건 아니지만 조미료를 넣지 않고 간장 달이는 데 17가지 재료가 쓴다.

1400_retouched_-82 1400_retouched_-74 1400_retouched_-79 1400_retouched_-80

뚜르띠에르의 미트파이도 유명하지만, 더 유명한 게 인테리어다. 하얀 벽면을 가득 채운 뚜르띠에르 박스 앞은 흡사 수학여행지의 다보탑이다. 모두가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한때 성수동의 핫플로 소문나면서 문자그대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지금은 그 열기가 식어서 줄 서지 않고도 포토존 앞에서 사진을 찍고 미트파이도 먹을 수 있다.

1400_retouched_-70 1400_retouched_-71 1400_retouched_-68 1400_retouched_-72

포토존으로 흥행한 곳이라면 음식 맛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뚜르띠에르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뉴진스만큼이나 실력과 스타일을 겸비한 곳이다. 바삭한 페스츄리가 큼지막한 떡갈비를 감싸고 있는데, 떡갈비가 품고 있는 단짠과 페스츄리의 바삭함이 환상적이다. 확실히 한국 사람들이 좋아할 미트파이는 파이리퍼블릭의 미트파이가 아니라 뚜르띠에르의 미트파이다. 한입 베어 물면 육즙이 흐르는데 그때 확신이 들었다. 이건 남녀노소 좋아할 맛이다. 별도로 구매할 수 있는 마롱 페이스트와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고 한다. 미트파이 하나의 가격은 6,000원, 6개입 한 박스의 가격은 3만 5,000원. 네이버에서 예약 구매할 수도 있다.

1400_retouched_-75

뚜르띠에르

  •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2길 30 1층
  • 월-토 12:00-17:00(일 휴무)

하와이안잭소스버거,
뉴욕아파트먼트

1400_burgur_retouched_-30

호불호라는 단어를 들여다보자. 호와 불호 사이에는 큰 벽이 있는 게 아니다. 넘을 수 없는 산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한 발짝 내디딜 용기가 있다면 새로운 미각을 깨어날 수 있다. 모든 호불호가 마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음… 어쨌든 마음을 열어보자. 뉴욕아파트먼트에는 하와이안잭소스 버거가 있다.

1400_burgur_retouched_-33

상호명은 ‘뉴욕아파트먼트’인데 한국 대중가요가 흘러나온다. 컨셉에 진심이 아니군, 생각하려다 케이팝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진 건 아닐까 싶었다. 버거는 키오스크를 통해 간단히 주문을 할 수 있다. 내가 주문하려고 의자에서 일어나려는 찰나, 7명의 손님이 키오스크 앞을 점령했다. 10분 가까이 메뉴를 고른다. 배가 고프고 기운이 빠진다. 10초만 더 빨리 움직일걸. 내 차례가 되었을 때 키오스크 메뉴판을 보니 하와이앤잭소스버거 말고도 궁금한 메뉴가 많다. 맥앤치즈 버거, 뉴욕스테이크버거, 치즈홀릭 등. 그들의 고민이 길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2분 정도 고민하다 계획대로 하와이안잭소스버거를 주문했다.

1400_burgur_retouched_-37 1400_burgur_retouched_-38

잭다니엘을 넣어서 끓인 특제 소스와 구운 파인애플이 올라가는 버거다. ‘잭다니엘을 끓이다니… 천잰가?’ 이런 생각을 했는데 잭다니엘 스테이크 소스라는 레시피가 있긴 하더라(완전히 같지는 않겠지만). 스테이크 소스 같으면서 혀를 콕콕 찌르는 듯 자극하는 맛이 느껴졌다. 소고기 패티, 양파튀김, 파인애플이 올라가고 두께가 상당해서 손으로 들고 얌전히 먹기엔 힘들다. 조금씩 잘라서 밸런스를 맞춰가며 먹어보자. 소스만 먹었을 때는 너무 강렬했는데, 역시 버거는 모든 재료를 한 번에 먹어야 제맛이다. 패티, 번, 소스를 한입에 넣어 먹으니 완성된 맛이 느껴진다. 혀를 자극하는 소스 맛을 부드러운 번이 중화시키고, 소고기 패티의 육향과 양파 향이 가미되면서 새로운 버거로드가 열리는 듯하다. 뉴욕아파트먼트에는 생맥주도 다양하게 판매하고, 치킨도 있으니 저녁에 반주하러 가도 좋을 것 같다. 내가 방문했던 홍대점은 화재 사고로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가까운 곳에 합정점이 있으니 그곳을 방문하자.

뉴욕아파트먼트 홍대점

  • 서울 마포구 양화로6길 50
  • 월-일 11:10-23:00

내쉬빌 핫치킨 버거,
르프리크

1400_burgur_retouched_-24

1400_burgur_retouched_-4 1400_burgur_retouched_-12

몇 달 전에 소개한 수제 버거 기사에서 내쉬빌 핫치킨 버거를 소개한 적이 있다. 수제버거라고 하면 소고기 패티를 떠올리겠지만, 치킨이 들어간 버거도 절대 무시할 맛이 아니다.

내쉬빌 핫치킨 버거는 맛 못지않게 유래가 재밌는데, 미국 테니시주 내쉬빌의 한 여성이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우자 복수하기 위해서 매운맛을 잔뜩 넣은 치킨 버거를 만들었고, 그걸 먹은 남자친구가 그 맛에 감동해 핫치킨 버거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1400_burgur_retouched_-15

르프리크의 내쉬빌 핫치킨 버거 구성은 단순하다. 기본을 따르는 형태다. 빵과 빵 사이엔 기름진 핫치킨이 들어가고 느끼함을 잡아줄 적양배추 코울슬로가 올려져있다. 코울슬로가 치킨의 매콤함과 기름진 맛을 동시에 중화시킨다. 매운맛을 못 먹는 사람이 아니라면 중독될 수밖에 없는 맛이다. 롸카두들에서 먹었던 핫치킨 버거가 캐쥬얼하다면, 르프리크의 버거는 푸짐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인데, 이게 맛의 차이인지 분위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핫치킨 버거의 맛이 궁금한 분은 반드시 르프리크에 방문할 필요는 없다. 가격도 1만 1,800원이라 저렴하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래식한 분위기에서 버거를 먹고 싶다면 한 번쯤 가보는 게 좋겠다. 게다가 정기적으로 바뀌는 스페셜 메뉴가 있어서 내슈빌 핫치킨 버거 하나, 스페셜 메뉴 하나 같이 먹는 것도 좋겠다. 점심보다는 저녁, 가벼운 식사보다는 분위기 있는 데이트가 어울리는 곳이다.

르프리크

  • 서울 성동구 연무장5길 9-16 블루스톤타워 B103
  • 월-일 11:30-21:00

파스트라미 샌드위치,
위트앤미트

1400_retouched_-64

빵 사이에 식재료를 넣어서 먹는 방식의 대표 주자는 단연 샌드위치다. 간편하기 때문이다. 집에서 버거를 만들어 먹거나, 미트파이를 만들어 먹기는 힘들어도 샌드위치 정도라면 쉬우니까. 샌드위치라는 이름의 유래는 영국의 샌드위치 백작이 도박을 하다가 간단히 식사를 하기 위해서 빵 사이에 햄을 끼워 먹은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명한데 그냥 설일 뿐이다. 재미로만 알고 있자. 그 이전에도 샌드위치와 유사한 방식으로 먹었다는 기록이 발견되는 걸 봐서는 유럽의 오래된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다.

1400_retouched_-41

1400_retouched_-49

샌드위치는 크게 핫샌드위치와 콜드 샌드위치로 구분된다. 빵 사이에 들어가는 재료가 따뜻하게 조리된 것이냐, 조리되지 않은 신선한 재료냐에 따라 구분이 달라진다. 나는 몇 년 전부터 샌드위치계에서 핫해진 파스트라미 샌드위치를 먹기 위해 위트앤미트를 방문했다. 파스트라미는 양지나 차돌박이가 되는 부분에서 지방을 제거한 후 파프리카, 정향 등 향신료를 넣고 염지한 후 훈연한 고기다.

1400_retouched_-52 1400_retouched_-53

1400_retouched_-56

파스트라미가 들어가는 샌드위치는 델리 파스트라미, 파스트라미 퀸즈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나는 5,000원 더 비싼 파스트라미 퀸즈를 주문했다. 가격은 1만 4,800원. 식빵이 아니라 천연발효빵 ‘사워도우’를 쓰기 때문에 보통의 샌드위치와 식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더 쫄깃하다. 토스트한 부분도 가루로 바스라지는 바삭함이 아니라 눌러붙은 듯한 바삭함이 있다. 빵도 빵이지만, 파스트라미와 함께 구성된 속재료가 그야말로 미쳤다. 양파잼, 바질양배추, 위트앤미트의 특제소스 WNM소스, 아메리칸치즈, 델리머스타드를 가득 넣었다. 너무 많은 것이 들어가서 지나치게 복잡한 맛은 아닐까 염려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 많은 맛이 혼합되어도 중심은 파스트라미가 중심을 잘 잡고 있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맛이다.

위트앤미트 강남점

  •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10길 32 1층
  • 월-일 11:30 – 20:30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