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에 입문하려는 친구들은 내게 묻는다. “선생님, 저는 치킨에 대해 잘 모릅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합니까?” 나는 대답한다. “일단 bhc치킨으로 시작해 보시죠.”
bhc치킨부터 권하는 이유는 질문자의 취향이 무엇이든 웬만큼 입에 맞기 때문이다. 바삭한 게 좋다면 후라이드나 핫후라이드, 달달한 게 좋다면 뿌링클, 짭쪼름한 게 좋다면 맛초킹, 바삭하면서도 단짠을 느끼고 싶다면 마법클. 옛말에 이런 말이 있지 않나. 지구에 존재하는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치킨 취향이 있다고(그런 말 없음). bhc치킨은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메뉴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치킨 입문자에게 흔쾌히 추천할 수 있는 브랜드다.
2023년, 신메뉴 ‘마법클’을 성공적으로 런칭한 bhc치킨이 올해에는 매콤한 맛 계열 치킨을 데뷔시켰다. 이름은 쏘마치. 쏘마치를 기다리는 기분은 마치<어린 왕자>의 사막여우가 된 기분이랄까.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세 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나는 치킨이 도착하기 한 시간 전부터 도파민이 나오기 시작했다.
K-치킨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후라이드와 양념치킨. 여기서 양념치킨이라는 카테고리로 자세히 들어가면 종류는 무한에 가깝게 늘어난다. 고추장, 간장 등 베이스가 되는 소스의 비율은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매운맛이나 감칠맛은 어떤 재료로 낼 것인지, 선택에 따라 새로운 치킨이 탄생한다. 한국식 치킨은 육향보다는 육질의 부드러움을 살리고, 대신 소스를 다양화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서 여기까지 왔다. 즉, K-치킨의 승부처는 ‘소스’라는 뜻이다. 쏘마치는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만든 메뉴임이 분명하다. 쏘마치는 쏘스 마늘 치킨의 줄임말이고, 중요한 단어는 제일 앞에 오는 법이니까.
빨갛게 덧발라진 치킨 자태를 보니 감탄이 나왔다. “아름다워…” 언뜻 보면 기존에 판매하고 있던 레드킹과 비슷해 보였지만, 손으로 닭다리를 잡아보니 손끝 닿는 소스 질감이 레드킹의 그것과는 달랐다. 레드킹이 조금 더 손에서 미끄러지는 느낌이라면, 쏘마치는 더 달라붙는 점도를 지녔다. 이 정도의 점도라면 아마 입안으로 들어가서 맛을 음미 할 때 존재감이 상당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 입 먹어보니 왜 이제 출시되었을까 싶을 정도로 bhc치킨에 꼭 필요한 포지션이라 확신했다. 사실 나는 단맛에 대한 가중치가 높은 양념치킨보다는 매콤함에 집중한 치킨을 좋아하는 편이라 그동안 레드킹을 자주 시켜 먹었다. 하지만 레드킹을 선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맛초킹처럼 토핑이 올라간 요리 느낌이 나는 양념치킨을 부러워했다. 둘의 맛은 다르기 때문에 레드킹과 쏘마치, 둘 중 우열을 가리려고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니다. bhc치킨에서 매콤한 맛 치킨을 선택할 때 한 가지 선택지가 더 생겼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신제품이라는 확신이 든다.
‘맵찔이’도 먹을 수 있을까. 내 기준에서는 많이 맵지 않다. 매콤한 정도에 가깝다. 다만 내가 원체 매움 저항성이 강하다 보니 객관적인 판단은 어렵다. 다른 에디터들에게 물어보니 마찬가지로 매콤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쏘마치의 매콤함은 처음엔 느긋하게 왔다가 먹을수록 누적되는 느낌에 가깝다. 하지만 누적 상한선이 있어서 무한정 매콤해지지는 않고, 습습후후하며 즐길 수 있는 정도. 일반적으로 매움을 표방하는 다른 치킨과는 장르가 다르다. 이건 어쨌든 양념치킨 계열인데 조금 더 어른의 맛에 가깝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는 쏘마치를 먹으면서 요리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이유는 불향 때문인데, 살짝 느껴지는 불향 덕분에 보통의 양념치킨과는 확실히 구분될 정도로 다른 개성을 지녔다. 그리고 개성의 정점은 흑후추 분태가 장식한다. 까맣게 보이는 게 바로 흑후추 분태인데, 입안에 후추 향을 은은하게 남긴다. 흑후추 향과 함께 매콤한 양념이 입안에서 어우러진 덕분에, 소스 향이 좀 더 오래 가는 느낌이랄까. 단순히 시각적인 재미만 주는 게 아니라 후각적으로도 공을 들인 치킨이라 먹으면서도 만족감이 있었다.
한쪽에 노트를 펴놓고 마치 와인 테이스팅 노트를 기록하듯 치킨의 맛을 써 내려갔다. 기존에 먹던 양념치킨과는 확실히 다르다. 불향, 파, 마늘 등 향신채의 향이 은은하게 올라오고, 발효콩으로 만든 장과 고추장 등을 활용한 소스 덕분에 맛이 단층적이라 느껴지지 않는다. 몇 겹의 레이어를 쌓아 올린 정성이 느껴진다. 이런 음식이라면 에일이나 스타우트 같은 맥주보다는 깔끔하고 청량한 라거와 어울릴 것 같다. 단맛이 강하지 않은 하이볼과 페어링해도 좋겠다.
혹시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bhc치킨은 치킨에 따라 튀김옷을 다르게 만든다. 쏘마치의 튀김옷은 찹쌀탕수육 같은 질감이다. 이런 튀김옷은 양념에 쉽게 굴복하지 않고 오랫동안 바삭함을 지켜내는 장점이 있는데, 다른 브랜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후라이드 공법으로 튀긴 피복이라고 보면 된다. 나는 튀김옷은 무조건 바삭해야 한다는 신조를 지닌 사람이라, 시간이 지나도 눅눅해지지 않고 바삭한 식감을 가진 이 튀김옷이 꽤 마음에 든다. 요즘 식단 관리를 하다 보니 위가 줄어서 한 끼에 한 마리도 다 못 먹는데, 지속력이 강한 튀김옷 덕분에 점심에 먹던 치킨을 저녁에 먹어도 괜찮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건 통마늘. 저온튀김 공법으로 바삭하게 튀겼기 때문에 마늘의 매운맛은 거의 사라지고 바삭한 식감과 약간의 마늘 향만 남아 있다. 단독으로 먹어도 재미있는 토핑이고, 치킨에 곁들여 먹기에도 좋다.
이쯤까지 읽으면 쏘마치를 한 마리 주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 텐데, 이왕 시키는 거 사이드에서도 한두 개 주문해 보면 어떨까 싶다.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bhc치킨이 사이드 맛집이다.
특히 추천하고 싶은 건 뿌링클 시즈닝을 활용한 사이드인데, 우선 뿌링진미채튀김과 뿌링핫도그를 강력 추천한다. 뿌링진미채튀김을 먹으며 나는 <올드보이>의 오대수를 떠올렸다. 반평생 군만두만 먹다가 세상 밖으로 나온 그가 만약 뿌링진미채튀김을 먹게 된다면 복수를 며칠 미루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뿌링클 시즈닝을 마음에 솔솔 뿌린 듯, 세상 근심을 다 잊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다이어트 중이지만 리뷰를 써야 하니까 몇 개만 먹어보자는 생각으로 집어 먹었는데, 어느새 그릇에 가득 담긴 진미채튀김을 모두 먹었다. 뿌링진미채튀김은 절대 한 번만 먹을 수는 없는 사이드다.
뿌링핫도그 역시 마찬가지다. 소시지와 피복 사이에 치즈가 들어가 있어서 쫄깃함이 있고, 겉에 충분히 뿌려진 뿌링시즈닝이 단짠의 힘이 뭔지 제대로 알려준다. 총 9개를 시켰는데, 나 혼자 7개를 먹었다. 이미 뿌링진미채튀김을 클리어한 후였는데도.
함께 먹었던 치즈볼, 치로스 역시 하나만 먹기 힘든 맛이다. 최솟값이 2개 이상이다. 무려 24cm의 치로스는 츄로스에서 모티브를 얻어 일반 치즈스틱보다는 길고, 겉은 바삭, 안에는 치즈가 가득한, 글로만 읽어도 침이 고이는 ‘맛없없’ 메뉴인데, 쏘마치와 궁합이 좋았다. 매움을 중화시키기도 하고, 서로에게 주는 시너지가 상당하다. 치킨을 먹으면 치즈볼을 땡기고, 치즈볼을 먹으면 쏘마치가 땡기는 무한 선순환은 짜릿한 도파민을 선물해 준다. 시원한 라거 한 잔을 곁들여 먹으면 훨씬 좋을 것 같다.
오늘 리뷰는 여기까지다. 나는 치킨 신메뉴가 나오면 꼭 주문해서 먹어보는 편이다. 치킨은 뭐랄까. 나의 기분을 정교하게 대변하는 몇 안 되는 음식인 것 같다. “오늘 기분은 약간 핫후라이드가 땡기는 날이야.” 이렇게. 바삭한 후라이드부터 매콤한 양념치킨까지 다양한 메뉴가 있어서 그날의 기분과 마음을 메뉴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bhc치킨에서 쏘마치를 만들었다는 건, 내게는 하나의 이모티콘이 더 생긴 기분이다. “오늘은 쏘마치 땡겨”라고 말하게 될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든든해진다.
*이 글에는 bhc치킨의 유료 광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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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