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여행을 하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모처럼 도쿄에 다녀왔다. 그동안 일본 국가 대표 바리스타의 산실 마루야마가 매장을 정리하고, 글리치, 리브스커피가 부상하는 등 도쿄의 스페셜티 커피 매장들에 큰 변화가 있었다. 디에디트 독자들을 위해서, 지금 도쿄에서 가장 뜨거운 스페셜티커피 매장들을 최대한 간단히 정리해서 소개한다.
[1]
Glitch Coffee Ginza
첫 번째 추천 매장은 도쿄의 명동, 긴자의 상징적인 글리치 커피 긴자점이다. 글리치 커피는 진보초(일본의 대표적인 중고책방 거리)에서 시작한 스페셜티커피 매장인데, 최근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긴자 지점이 뜨겁다. 위치는 츠키지와 긴자의 사이 마이크로 빌딩 1층. 아주 작은 규모인데도 방문객이 많아 항상 대기 인원이 있다.
매장의 구조는 입구에 커피바가 있고, 내부 좌석이 살짝 아래에 위치해 바리스타들의 커피바가 주목받는 형태이다. 글리치 긴자의 특징은 브루잉(핸드드립) 커피 전문점이다. 라마르조코에서 개발한 언더카운터 에스프레소 머신이 설치되었지만, 방문객의 90%가 브루잉 커피를 주문한다. 추천 커피는 당연히 브루잉 커피. 1,000엔에서 4,000엔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커피가 준비되어 있다. 1,000엔 내외의 커피들은 전통적인 싱글 오리진이고, 최고가 커피들은 파나마를 포함한 COE(커피업계의 올림픽) 우승권의 커피다.
이번에는 에티오피아 아리차와 브라질 COE 입상 커피를 마셨다. 에티오피아 커피는 예상대로 꽃향기가 가득하고 브라질 커피는 생각보다 임팩트가 강력했다. 커피는 물론이고 적극적으로 눈높이를 맞추면서 필사적(?)으로 서비스를 하는 바리스타들의 태도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만만치 않은 대기시간과 가격에도 불구하고, 바리스타들의 친절한 환대와 꼼꼼한 접객에 불편함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 같았다. 고가 커피 논쟁과 추출 레시피 일부 논란이 있지만, 다국적 손님들을 매료시키는 장점이 차고도 넘친다.
위치: 일본 〒104-0061 Tokyo, Chuo City, Ginza, 4 Chome−14−8 VORT銀座イーストIII 1階
영업시간: 매일 09:00-18:00
[2]
Coffee Mameya Kakeru
두 번째 추천 매장은 지금 도쿄의 스페셜티 커피 신에서 가장 뜨거운 커피마메야 카케루이다. 2011년 오모테산도의 고택을 개조해서 조용한 1인 카페로 시작한 오모테산도 커피가 지역 재개발로 잠시 폐점 후 토라노몬커피, 커피마메야를 거쳐 새롭게 커피마메야 카케루를 오픈했다. 위치는 일본 도쿄의 3대 정원으로 손꼽히는 기요스미 정원 주변, 최근 도쿄 스페셜티커피 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블루보틀, 어라이즈커피, 올프레스커피 등이 위치하고 있는 곳이다.
마메야카케루의 외관은 전혀 카페 같지 않고, 대형 창고 매장 혹은 스피크이지 몰트바를 연상시킨다. 깔끔한 매장 전면에 인적이 거의 없고, 예약 시간을 확인하는 직원들만 조용히 손님들을 마주한다. 마메야 카케루는 예약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단순 방문 시에는 매장 앞에서 최소 2시간 이상 대기해야 한다.
예약 시간에 맞춰 입장이 가능한데, 자켓을 정중하게 받아주고 자리를 꼼꼼히 안내하는 퍼스널 서비스를 지향한다. 일본식 오모테나시 같은 부담스러운 서비스가 아니고, 영국식 버틀러(서비스 집사)와 비슷한 디테일한 서비스에 가깝다. 매장 내부는 오모테산도부터 시작한 사각형 구조이며, 스퀘어 디자인 속에 편안하고 아늑하게 매장을 꾸몄다. 상당히 넓은 공간이지만 외부에서 내부를 살펴볼 수 없고, 매장의 좌석을 쾌적하게 유지해 편안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다.
매장의 추천커피는 오마카세. 대부분의 손님들이 오마카세(매장에서 준비하는 특별 코스) 커피 메뉴를 주문하는 편이다. 중간 가격인 5천 엔의 오마카세를 주문했는데, 콜드브루, 목테일, 밀크브루, 필터, 커피 과자와 같은 다양한 메뉴를 선보였다. 카케루는 스타 바리스타 미키, 바텐더 겸 스타 바리스타 즈시가 함께 참여하는 매장으로 전문 바리스타들이 손님들의 기호에 맞춰서 다양한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오마카세 중간 코스의 밀크브루, 목테일, 투명한 질감의 밀크 커피 등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마메야는 직접 로스팅을 하지 않고 외부 로스터의 커피를 사용한다. 이번 코스에서 도쿄 리브스의 원두 산타로사 파카마라(리브스 커피는 한국 커피 리브레의 생두를 수입해서 로스팅했다)를 사용했다.
매장이 도심 외곽에 위치했지만 산책하듯 주변을 즐기기 좋고, 접객, 커피, 추출, 분위기까지 압도적이다. 비싼 가격이 아쉽지만, 최고 바리스타의 섬세한 서비스를 즐기고 싶다면 강력하게 추천한다.
위치: 2 Chome-16-14 Hirano, Koto City, Tokyo 135-0023 일본
영업시간: 매일 11:00-19:00
[3]
Fuglen Tokyo
글리치와 마메야가 새롭게 부상한다면, 세 번째 추천 카페는 도쿄 스페셜티 커피를 상징하는 후글렌이다. 후글렌은 북유럽 라이프 스타일 커피 매장이었는데, 도쿄에서 열린 국제 바리스타 대회 이후 도쿄 지점을 오픈했고, 지금은 도쿄 시부야를 상징하는 스페셜티커피 매장이다. 독특한 외관과 자유스러운 매장 분위기로 여행자들에게 이미 유명한 곳이다. 위치는 시부야에서 요요기 공원 방면. 요요기 공원은 도쿄의 도심 공항으로 도쿄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공원이다.
매장 내부는 유럽식 라이프 스타일 매장답게 가구와 기물 하나하나가 멋스럽다. 튜닝한 시네소 머신도 상당히 운치 있고, 다양한 칵테일을 포함한 음료들도 정성스럽다. 매장의 추천 커피는 아메리카노와 에스프레소. 초기에는 유럽의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들의 커피를 수입해서 제공했지만, 몇 년 전부터 독자적으로 로스팅을 시작했다. 후글렌은 일본의 상징적인 라이트 로스팅 매장이다. 커피를 가볍게 볶는 라이트 로스팅은 커피 향미를 아름답게 발산하는데 좋은 로스팅 방법이다. 한국에서는 딥블루레이크 커피, 메쉬커피, 히떼와 같은 커피 회사들이 대표적이다.
이번에는 온두라스 카발레로 싱글오리진 커피를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로 마셨다. 중배전에 가까운 황설탕과 같은 단맛이 표현되었고, 아메리카노는 단맛과 쓴맛이 교차적으로 편집된 느낌이었다.
이외에도 후글렌 주변에는 도쿄에서 가장 맛있는 샌드위치를 파는 카멜백 샌드위치 매장이 있고, 최근 도쿄의 핫플 브런치 카페 Path가 있다. 둘 다 방문객이 많아서 이른 아침 오픈런을 강력 추천한다. 아침 일찍 오픈하는 후글렌과 함께 방문한다면, 완벽한 일석 삼조의 코스이다.
위치: 1 Chome-16-11 Tomigaya, Shibuya City, Tokyo 151-0063 일본
영업시간: 월-화 7:00-22:00, 수-일 7:00-1:00
[4]
Verve Coffee Shinjuku
네 번째 추천 커피는 신주쿠 역사 내부에 위치한 버브커피 신주쿠 매장이다. 버브커피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스페셜티커피 매장으로 과거 동경커피 책을 준비할 때 처음으로 소개한 매장이다. 매장의 위치는 신주쿠역사 내부, 뉴우먼 백화점과 같은 층이다. 생각 없이 지나가다 보면 매장을 찾기 쉬운데, 의외로 작정하고 찾다보면 자꾸 아래층의 블루보틀 커피 앞으로 향한다. 혹시 헷갈린다면 편집샵 딘앤델루카를 찾으면 된다.
매장의 전면은 아주 심플하다. 매장 내부에 손님들이 많아서 산만하지만, 침착하게 카운터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된다.
매장의 추천 커피는 카페라테. 미국식 스페셜티커피 매장이니만큼 밀크커피를 추천한다. 진득한 더블샷 에티오피아 블렌딩 스페셜티 커피와 쫀득한 느낌의 일본 우유의 궁합이 아주 좋다. 일본에서는 한 번쯤은 카페라테를 마셔볼 것을 추천한다. 일본 우유 특유의 단맛 뿐만 아니라 쫄깃한 느낌의 질감까지 좋아서 커피와의 궁합이 다채롭다. 그리고 혹시 시간과 여유가 있다면, 버브 커피의 리미티드 라마스투스 패밀리 슬로우 드라이 아나로빅 게이샤를 브루잉으로 마셔볼 것을 추천한다. 라마스투스 패밀리의 엘리다 농장은 베스트오브 파나마 옥션에서 수시로 우승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게이샤 커피라는 명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정말 맛있다.
매장의 분위기가 캐주얼하지만 커피 맛에 생각보다 진심이다. 신주쿠를 방문한다면, 꼭꼭꼭 추천한다.
위치: 일본 〒151-0051 Tokyo, Shibuya City, Sendagaya, 5 Chome−24−55 NEWoMan 新宿 2F
영업시간: 매일 7:00-22:00
[5]
리브스 커피 아파트먼트
리브스 커피는 지금 도쿄의 커피인들이 최고로 손꼽는 스페셜티커피 로스터이다. 로스팅 매장 겸 1호점이 도쿄 북쪽에 위치해 있지만, 주말에만 문을 열어서 평일에는 본점에서 멀지 않은 스미다강 주변의 리브스 커피 아파트먼트를 추천한다. 리브스 커피 아파트먼트는 도쿄의 유명한 햄버거 매장과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커피와 햄버거의 궁합이 조금 어색한데, 함께 운영하는 햄버거 매장도 도쿄의 4대 수제 햄버거로 손꼽히는 곳이다.
리브스 커피 아파트먼트를 방문하기 위해서 마지막 날 오전부터 어렵게 동선을 잡았다. 숙소에서 리브스 커피 가는길이 조금 불편했지만, 스미다 강의 산책로가 쾌적해서 기분이 좋아졌다. 매장은 테이크아웃 위주 매장이고, 매장 위의 좌석은 햄버거 매장이 오픈하는 11시 이후부터 사용이 가능하다.
리브스 커피는 글리치, 후글렌과 같은 라이트 로스팅을 지향하지만, 글리치처럼 극단적인 라이트 로스팅이지 않고, 후글렌처럼 중배전을 넘나들지 않으면서 커피의 향미를 잘 표현하고 있다. 이번에는 콜롬비아 알렉스 헤르난데스 수세식 게이샤와 에티오피아 스카이프로젝트 74158(커피 품종 번호)를 마셨다. 선명한 오렌지와 장미 향, 라일락을 연상시키는 게이샤의 커피뿐만 아니라 에티오피아 커피 원종 에티오피아 커피 아메리카노까지 매우 훌륭했다.
기본적인 로스팅 뿐만 아니라 커피 한잔을 브루잉하기 위해서 꼼꼼하게 커피를 선별하는 바리스타까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매장의 위치가 도심이 아니고 동선이 편안하지 않지만, 지금 도쿄에서 가장 핫한 매장이다. 커피를 좋아한다면, 꼭 방문해 보기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위치: 2 Chome-2-10 Komagata, Taito City, Tokyo 111-0043 일본
영업시간: 화-일 10:00-18:00(월 휴무)
마지막으로 도쿄의 맛집으로 후글렌 주변의 카멜백, Path, 신주쿠의 매장 후운지, 긴자의 마라 마파국수 시비레 누들 로소쿠야,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를 연상시키는 긴자의 라멘 무기토 오리부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About Author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 '카페마실', '동경커피', '교토커피'를 썼습니다. 생업은 직장인입니다. 싸모님을 제일 싸랑하고 다음으로 커피를 좋아합니다. 아 참, 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