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에디터B다. 3월이 되니 선물할 일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입학 선물에, 생일 선물에, 조금만 더 지나면 5월이 되니 올해도 역시 선물 고르다가 사계절을 보낼 것 같다.
만약 선물 고르기가 항상 어려웠다면 잘 오셨다. 그 고민 시원하게 해결해 드릴 수 있다. 만약 상대방이 술을 좋아한다면 고민할 필요 없이 무조건 술을 선물하면 된다. 애주가에겐 처음 보는 술만큼 두근거리게 만드는 선물이 없다. “이거 요즘 맛있다고 하더라구요.” 이렇게 운을 띄우며 건네는 전통주 한 병에 몇 마디 스토리텔링 얹어 주면 끝. “이 막걸리는 삼양주라고 해서 세 번 걸러 담근 건데…” 알코올도 안 마셨는데 애주가의 마음은 이때부터 콩닥거린다. 그렇게 쥐여준 술 한 병이 그들의 기쁜 잔칫날을 한껏 더 빛내줄 것이다. 오늘 내가 추천하는 술은 뻔하지 않고 독특한 개성으로 술을 빚는 양조장에서 만든 것들이다. 그럼 시작한다.
1. 사일로 브루어리
커스텀 라벨 막걸리

일단 선물 받을 사람에게 사진 한 장을 미리 받아 놓자. 부모님이라면 가족사진, 여자친구라면 함께 찍은 커플 사진이면 좋겠다. 사일로 커스텀 라벨 막걸리는 말 그대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커스텀 라벨’을 만들어준다. 사진 아래에는 짧은 설명글도 넣을 수도 있다. 막걸리다 보니 소주, 약주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다. 가격은 1만 5,000원. 2병 선물 패키지도 있는데, 가격은 3만 3,000원. 선물 포장이 필요하면 2병 선물 패키지를 사는 게 낫다. 사일로 브루어리는 복숭아, 포도, 레드향 등 다양한 과일을 활용한 막걸리를 지금까지 선보여왔고, 첨가물 없이 세종 삼광미만 사용해 단맛을 뽑아낸다. 품질 좋은 막걸리란 뜻이다. 구매 링크는 [여기].
2. 브리즈앤스트림
나물 진

“세상에 없던 술을 만들겠다.” 브리즈앤스트림의 포부는 지금까지 잘 이어져 오고 있다. 볶은 보리, 볶은 메일로 만든 소주, 쌀보드카, 청양고추로 만든 보드카. 브리즈앤스트림은 메밀소주 ‘번트 메밀40’으로 샌프란시스코 세계 증류주 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하기도 했으니 실력까지 인정 받은 괴짜 집단이라고 봐도 좋겠다. 그리고 지금 소개하는 술은 보드카도 소주도 아닌 진(gin)이다. 한국적인 식재료 ‘산나물’로 만든 진. 돌미나리, 참나물, 오이, 유자피, 생강, 계피, 주니퍼베리 등 등 한국적인 재료를 사용했다. 산나물 향과 주니퍼베리, 유자 향의 밸런스가 좋아서 스트레이트로 마셔도 좋고, 하이볼로도 당연히 어울린다. 진이지만 한식에도 어울린다는 게 한국형 진 ‘나물 진’의 가장 큰 장점. 도수는 47도, 가격은 3만 5,000원. 구매 링크는 [여기].
3. 아토 양조장
마루나 약주

최근에 가장 큰 샤라웃(Shout-out)을 받은 전통주가 있다. 바로 아토 양조장의 마루나 약주. 이 샤라웃을 보낸 사람은 성시경도 최자도 아닌 안성재 셰프. 안성재 셰프의 레스토랑 모수 페어링 코스에 마루나 약주가 포함됐다. 미디어에서 추천한 정도가 아니고 페어링 코스에 넣었다는 건 진짜라는 뜻이다. 전통주 페어링이 지금까지 없진 않았지만 신생 양조장의 약주라 더 궁금할 수밖에.
약주는 보통 달달한 스타일이 많다. 전통주 중에서 약주를 좀 더 좋아하는 편인데 드라이한 약주가 드물어서 항상 아쉬웠다. 마루나 약주는 달지 않다. 덕분에 섬세한 음식과 먹을 때 좀 더 잘 맞을 것 같다. 전통주는 술을 빚는 횟수에 따라 단양주, 이양주, 삼양주로 구분된다. 세 번 빚는 삼양주는 그만큼 많은 재료가 들어가고 결과물도 안정적이다(‘3트’를 할 수 있어서 실패 확률이 적다). 마루나 약주는 단양주다. 한 번에 성공시켜야 하기 때문에 퀄리티 컨트롤이 까다롭지만, 쌀과 누룩에서 오는 향이 더 선명하다는 장점이 있다. 마루나 막걸리는 7도, 12도가 있고, 약주는 13도 한 가지 종류가 있다. 현재 전국 품귀 현상으로 빠르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재고가 있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는 것 뿐이다. 나는 성수동 우리술당당에서 구매했다. 1인 1병 제한으로. 늦게 받아도 괜찮다면 아토 양조장 스마트 스토어에서 구매하면 된다. 링크는 [여기].
4. 대몽재1779
약주와 막걸리

오늘 소개하는 제품 중 가장 고급스러운 술이 될 것 같다. 대몽재는 1779년 경주 교동에 터를 잡은 최부잣집을 뿌리로 하는 브랜드 ‘하우스 오브 초이’의 전통주 브랜드다. 요즘에는 브랜드 이름에 연도를 넣고 ‘헤리티지 장사’를 하는 곳을 쉽지 않게 볼 수 있는데, 대몽재는 다르다. 눈을 속이는 숫자가 아니다. 대몽재를 이끄는 최재용 대표는 최부자의 실제 후손이며 최부잣집 대대로 내려오는 가양주 레시피를 기반으로 한정된 수량의 전통주를 생산한다. 그것이 바로 대몽재다. 약주는 월 300병, 생막걸리는 600병만 생산한다. 주병은 비슷한 실루엣을 본 적 없을 정도로 특이하다. 신라 토기에서 영감받아 디자인했으며 장인들이 병 하나하나 직접 불어 만들었다고 한다. 이 정도면 헤리티지를 내세울 충분한 자격이 있어 보인다. 이 술을 선물로 줄 땐 “2025 대통령 외교단 만찬주로 선정된 술입니다.”라고 덧붙여주면 좋다. 가격은 8만 2,000원. 생막걸리 가격은 2만 4,000원이다. 구매 링크는 [여기].
5. 노스텔지아 × 독브루어리
북촌막걸리

외국인 친구에게 선물하기 좋은 술을 소개한다. 북촌막걸리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한 ‘북촌막걸리’는 애초부터 북촌의 한옥 호텔 ‘노스텔지아 한옥호텔’을 방문한 외국인 손님에게 선물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인이 낯설게 느끼는 누룩 냄새를 최대한 없앴고, 야생화 꿀을 가미해 과일 향이 은은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도수는 8도라 가벼운 막걸리는 아니다. 패키지를 보면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충분히 느껴지는데, 가격도 막걸리 치고는 비싼 4만 원. 북촌 브루어리샵에서 시음을 해봤는데, 호불호 타지 않는 밸런스 좋은 막걸리에 꿀에서 오는 기분 좋은 향미가 있었다. 맛있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내가 마시기보다는 선물용이긴 하다. 구매는 [여기]에서.
6. 이시보 양조장
막걸리 원주

이 술을 마셔본 사람이 확실히 드물지 않을까. 제주에서 나는 제주 찹쌀로 술을 빚는 이시보양조장의 막걸리다. 제주는 땅이 거칠어 저수가 되지 않아 밭에서 일 년 내내 직접 물을 줘 키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맛도 좀 다르다. 술 리뷰 유튜버 ‘술익는 집’은 “청포도가 입안에서 파티를 하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내가 추천하는 건 기본 막걸리가 아닌 ‘원주’다. 막걸리를 거를 때 걸쭉하고 탁한 원주가 1차로 나오고, 여과하고 물도 타서 적정한 도수로 맞추게 된다. 원주의 도수는 보통 15도 정도이기 때문에 수요가 적다. 판매하는 곳이 극히 적어서 원주를 판매하는 이시보 양조장에서는 감사할 뿐이다. 맛은 거칠고, 향은 농축되어 있다. 만약 이시보양조장에서 원주 외에 다른 술도 마셔보고 싶다면 바질 맛 나는 막걸리도 있다. 이시보 원주 구매 링크는 [여기]. 참고로 이시보 양조장 외에 팔팔양조장에서도 ‘하드포션’이라는 원주를 판매하고 있다.
7. 탁브루컴퍼니
효모재 02

효모재는 청주다. 한국 주류법상 누룩을 사용하면 약주, 입국을 사용하면 청주로 분류한다(더 디테일하게 들어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청주와 약주 모두 쌀로 빚은 술이지만, 누룩을 쓰느냐 입국을 쓰느냐에 따라 맛은 크게 달라진다. 약주는 누룩향 덕분에 개성이 강하게 느껴지고, 청주는 호불호 없이 깔끔한 편이다. 사실 이건 일반적인 이론이고, 술은 같은 주종이어도 맛은 전부 다르다. 효모재는 청주 중에서도 달짝지근한 맛이 강한 편. 노트를 보면 프루티, 산미, 시트러스라고 적혀 있는데, 분명히 그 뉘앙스가 있지만 강하진 않다. 신기한 건 그동안 한국 청주 중에서 이런 맛은 드물었다는 것. 알고 보니 기존 효모와 누룩 대신 한국식품연구원에서 개발한 자연 효모를 사용했다고 한다. 효모의 차이가 이렇게 다른 술을 만들어냈다. 온라인에서는 구매가 힘들고 위에서 언급한 성수동 우리술당당에서 구매할 수 있다.
8. 옥수주조
이밤에 취해

옥수주조는 꽤 다양한 맛의 막걸리를 꾸준히 선보이는 양조장이다. 지금까지 옥수수, 고구마, 바나나 맛을 출시했고, 작년에는 말차 열풍에 힘입어 말차 막걸리까지 만들었다. 유행에 민감하게 대응해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막걸리를 만든다는 점에서 흥미 있는 양조장이다. 옥수주조에서 최근에 프리미엄 라인을 론칭했다. 고도수 막걸리 옥주15와 ‘이밤에 취해’가 그것. 내가 마셔 본 이밤에 취해는 밤이 무려 20퍼센트가 들어간 막걸리다. 바밤바처럼 밤 맛이 진격하는 맛은 아니고 은은한 게 의외이긴 한데 귀여운 밤 라벨과 은은한 밤 맛을 좋아한다면 선물용으로 좋을 것 같다. 이 술도 오프라인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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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