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한 번은 도쿄 여행을 다녀온다. 오직 먹기 위해 간다. 한 번 갔던 곳은 안 간다. 새로운 식당 찾기에도 바쁜데, 그럴 시간이 내겐 없다(단호). 오늘 소개하는 식당은 모두 추천할 만한다. 하지만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니 예약하기 전에 내용을 꼭 읽어보면 좋겠다. 분량이 상당하기 때문에 사진 밑에 모두 캡션을 작성했다. 바쁘다면 그것만 읽어도 좋다.
1. 쿠로부타 돈가츠 호리이치

도쿄 여행을 가서 꼭 먹는 것 중에 하나는 돈가츠다. 일본에서 돈가츠를 먹으러 갈 때면 친구K의 질문이 떠오른다. “돈가츠가 슈니첼이랑 다른 게 뭐예요?” 그게 벌써 2년 전이다. 일본의 어떤 돈가츠 전문점에서는 주문할 때 돼지 품종을 고를 수 있고, 셰프는 밀가루, 달걀, 튀기는 온도와 시간까지 고려해서 돈가츠를 여러 방식으로 만든다. 그런 미묘한 차이가 느껴지냐고 한다면 확실히 그렇다. 달걀과 밀가루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품종의 차이는 다른 결과물로 이어진다. 나는 친구의 질문에 듣고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슈니첼을 아직 못 먹어봐서 그 차이를 모르기도 했지만 전형적으로 뭘 모르면서 아는 척하려는 사람의 대답을 했던 것 같아서 조금 부끄럽다. 그냥 모른다고 말할 걸.

쿠로부타 돈가츠 호리이치는 예약제로 운영된다. 오후 2시 10분에 먹으러 갔을 때 이미 문 앞에는 ‘전석 예약’되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예약제 식당이라 눈에 띌 필요가 없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간판이 걸려 있고, 매장은 한 층 내려가야 나온다. 문도 닫혀 있어서 ‘여기가 그 유명한 곳이 맞나’ 싶다. 의심하지 말고 문을 열면 된다.

나는 1인석을 예약했고 바 자리로 안내 받았다. 1인석은 다소 비좁았다. 뒤로 사람이 지나가면 서로에게 미안해질 정도로 좁다. 조금이라도 의자를 더 당겨보려고 괜히 애쓰는 척하게 된다. 2인석을 예약한 사람들은 조금 더 넓은 곳에서 먹을 수 있다. 특별한 농장에서 키우는 흑돼지 품종을 쓰고 있다고 강조하는 안내문이 보였다. 나는 로스카츠에 히레를 추가해서 주문했다. 왼쪽과 오른쪽에는 모두 1인 남자 손님이 앉았다. 두 사람 모두 에비가츠를 하나씩 주문하길래 나도 냉큼 주문했다. “에비카츠, 히토츠 오네가이시마스”

보통 돈가츠를 먹을 땐 히레의 부드러움에 감동하는 날이 많은데 이날은 로스였다. 지방 맛이 특히 좋았다. 고소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꼬소한’ 지방 맛이 상당히 도드라졌다. 곁들여 먹는 소스 중에서는 독특하게 된장 맛이 있었는데 압도적으로 좋았다. 소금, 돈가스 소스, 겨자는 2번씩 먹고 나머지는 모두 된장 소스를 뿌려 먹었다. 말이 된장이니 춘장과 짜장 중간 정도의 맛에 조금 더 감칠맛이 있었다. 춘장보다는 덜 짜고 짜장보다는 덜 달고 입에 착착 감기는 느낌. 글을 쓰는 지금도 그 소스를 생각하니 침이 고인다.

돈가츠 집은 예약이 안되고 웨이팅을 해야 하는 곳이 많은데, 쿠로부타 돈가츠 호리이치는 긴자 부근에 있어서 접근성도 좋고 예약제라 추천한다. 미쉐린 2026 빕구르망 선정 식당이다.
2. Rozzo Sicilia

2시 반에 돈카츠를 먹고 소화도 되기 전에 달려간 곳이다. 도쿄에서 시칠리아 식당에 가는 한국인이 몇 명이나 있을까. 내가 방문했을 때도 외국인은 보이지 않았다.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건 당연하고, 대부분 일본인이었다. 이 식당은 맛보다는 분위기에 강한 곳이다. 메뉴를 다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높은 가격대와 적당한 맛, 꽤 좋은 분위기를 감안하면 데이트 코스라고 봐야 한다.

이 곳의 셰프는 시칠리아 팔레르모에서 식당을 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식당 곳곳에는 시칠리아의 팔레르모 축구팀의 유니폼이 걸려 있고, 이탈리아 어느 정겨운 동네 술집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빛바랜 사진이 붙어 있다. 목재 테이블은 고즈넉하고 주황색 조명은 마음이 편하게 만든다.

영어 메뉴판이 없어서 우선 아페롤 스프리츠부터 주문했다. “아페롤 스프리츠 있나요?”라고 물으니 당연히 있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하긴, 이탈리아 식당에서 아페롤 스프리츠를 파는 건 한식당에 소주가 있는 것처럼 당연하지. 파스타 메뉴는 별로 없었는데 정어리파스타가 있었다. 시칠리아 한 달 살기를 한 게 벌써 7년 전이고 그 후로도 파스타를 엄청 먹으러 다녔다. 로마, 파리, 도쿄, 후쿠오카 그리서 서울, 부산까지. 그런데 정어리파스타를 파는 곳은 시칠리아 이후로 처음이다. 살면서 두 번째 정어리 파스타를 도쿄에서 먹다니…

예전에 먹었을 때는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으며 남겼다. 그런데 이 정어리 파스타는 꽤 먹을만하다. 고등어 파스타 같다. 생선 맛이 풍부하게 나면서도 비리지 않고 고소하다. 면은 알텐테로 잘 삶았다. 나를 담당한 서버는 유럽인처럼 생겼으나 영어는 잘못하고 일본어를 잘했다. 아마도 유럽 어느 나라 사람이려나, 아니 이것도 편견인가 일본 사람인가? 이런 생각을 했다. 서로 통하는 언어가 없으면 이상하게 더 친해지는 경향이 있다. 서로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대화를 하니 조금씩 친해졌다. 마지막에는 가게에서 직접 담근 어떤 술(리몬첼로 같은 술이라고 했지만 리몬첼로는 아니라고 했다)을 600엔 내고 마셨다. 도수는 33도 정도. 너무 세서 다 마시진 못했다.



참고로 정어리 파스타의 가격은 2800엔. 아페롤 스프리츠 한 잔에, 파스타 하나, 독주 한 잔까지 하니 5600엔 정도가 나왔다. 돈가츠가 2200엔 나왔는데… 이런 생각을 하며 계산하고 나왔다. 나를 담당한 그 서버가 문 앞까지 나와서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라고 인사하며 90도로 인사했다. 나도 70도 정도 숙이며 인사를 했다. 서버가 아니라 사장님인가? 왜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인사를 해주는 거지? 그냥 친절한 건가? 여기도 미쉐린 2026 빕구르망 선정 식당이다.
3. noura


놀랍게도 아직 첫째날이다. 시칠리아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은 뒤 또 저녁을 먹으러 갔다. 여행 첫날이라 욕심이 과했던 것 같다. 배가 너무 불렀지만 고도수 술을 마시니 조금은 나아지긴 했다. ‘노우라’는 파인다이닝 식당이다. 오마쥬라는 2스타 레스토랑이 있는데, 그곳에서 차린 조금 더 캐쥬얼하고 가격대도 낮은 식당. 덜 비싸다고 했지 싸다고는 안 했다. 가격은 12만원 정도.

이 식당은 좀 특이했다. 좋은 뜻으로 특이했다. 프렌치 기반이지만 일본 전통 요리에서 쓰는 식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특이했다. 처음 보는 식재료가 많아서 열심히 검색을 하며 먹었는데 ‘붕장어 유생’이라는 것도 있었다. 일본어로는 ‘노레소레’라고 한다. 겉보기엔 칼국수 면처럼 넓게 생겼는데 알고 보면 생선이었다. 미끌거리고 아무런 맛이 없다. 갈릭 오일에 푹 담겨 있어서 갈릭 오일을 배달하는 역할만 수행했다. 보통 파인다이닝의 첫번째 디시는 가벼운 한입거리로(아뮤즈부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아뮤즈부시라고 해야 할까…? 첫 디시를 통해 “우리는 이런 음식을 합니다”라는 걸 보여주는 의도라고 생각하면 정확한 음식이기는 하다. 모든 코스가 이랬으니까.




그 뒤로 나온 그라탕에는 연근, 버섯, 정소가 들어가 있어서 임팩트가 강했고(호불호를 탄다), 완두콩 스프는 완두콩의 풋내를 긍정적으로 살려서 맛있었다. 거의 배가 터질 것 같을 때 메인으로 로스트 치킨이 나왔다. 프레카세 스타일로 조리되어서 크림의 느끼함과 부드러움이 느껴지고, 바삭한 껍질의 대비가 매력적인 음식이었다. 전체적으로 양이 엄청 많았다. 리뷰에서도 양이 많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파인다이닝에서 이렇게까지 푸짐하는 주는 경우는 정말 없긴 하다. 실험적인 재패니즈 프렌치 다이닝을 맛보고 싶다면 괜찮을 수도 있다.

메인 요리를 먹고 있을 때 한국인 셰프가 인사를 하러 왔었다. 바로 옆에 있는 2스타 레스토랑 ‘오마쥬’의 셰프였고, 한국인이 예약을 했다고 하니 노우라의 셰프가 한국인이 먹을 수 있는 식재료에 대해서도 미리 물어보면서 준비했다고 귀띔을 해줬다. 먹으면서 궁금했던 걸 다 물어보라는 셰프 덕분에 노레소레가 뭔지 정소를 쓴 게 맞는지 알 수 있었다. 서울에 있는 레스토랑 빈호에 일했던 박정섭 셰프다. 오랜만에 한국인을 만나서 대화를 하니 너무 즐겁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여행 첫날이었다.
4. La TRIPLETTA


나폴리 피자를 좋아한다면 도쿄가 피자로 유명하다는 것 정도는 알게 된다. 아시아 탑 50 피자 중에서 꽤 많이 곳이 일본, 그중에서 도쿄에 몰려 있다. 랭킹 순위가 곧 맛 순위는 아니지만 그래도 랭킹에 들어갔다면 맛이 없을 수는 없다. 기본 이상의 맛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가장 순위가 높은 곳은 피자 오마카세를 선보이는 37th bar라는 곳인데 예약도 쉽지 않아서 차선으로 라 트리플레타를 예약했다. 레딧에서 도쿄 피자에 대해 얘기하는 게시물을 여럿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대단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라 트리플레타는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는 후기를 여럿 봤다. 이곳은 정통 나폴리 피자를 하는 곳이다. 커다란 화덕이 있고 도우는 쫄깃쫄깃하고 겉은 균일하지 않게 까맣게 탄 곳들이 보인다. 이게 바로 이상적인 나폴리 피자다. 외국인 관광객보다는 일본 사람이 더 많으며, 인테리어는 이탈리아 남부의 어느 핏제리아 같은 느낌. 여러 나라에서 나폴리 피자를 먹어본 결과, 이 정도면 상위권에 들어갈 정도이긴 하다. 하지만 월등하지는 않다. 나폴리 피자를 잘하는 곳이 요즘엔 국내에도 정말 만다. 도쿄에서 나폴리 피자를 먹어보고 싶다면 가도 좋지만 나폴리 피자 마니아가 꼭 가야 할 정도는 아니다.
5. sowado










간판도 없고 안내문도 없는 이자카야. 예약한 사람만 받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매장 입구. 나도 예약을 하고 방문했다. ‘여기가 입구가 맞겠지?’ 하며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참 동안이나 직원이 안 보이고, 나무 미닫이 문을 열었을 때 마법 같은 공간이 펼쳐진다. 금주시대의 스피크이지바처럼 문 너머에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 듯하다. 1인 손님은 받지 않으며 대부분 2인 손님이다. 커플로 보이는 손님이 많고, 나처럼 미식 동호회처럼 보이는 손님은 없어 보였다. 코스 가격은 1만 엔. 코스가 하나씩 나오며 슬쩍 불안해졌다. 내가 알고 있는 금액이 맞겠지? 혹시 내가 좀 더 비싼 코스를 주문했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다 좋았다. 산초잎, 유채꽃 등 일본의 채소를 적극 활용하기도 하고 양도 충분했다. 뻔하지 않게 코스를 구성하면서도 만족감을 준다는 건 정말 쉽지 않다. 한국에서 먹기 쉽지 않은 향을 지난 채소들를 많이 맛봐서 낯설어서 좋았다. 바 중앙에는 이로리가 있었고 코스 중 하나인 금태가 구워지는 걸 볼 수 있다. 육즙이 가득하고 안까지 촉촉하게 익은 금태를 먹고, 우메슈 소다와리를 마시니 이 순간을 위해 도쿄 여행을 왔구나 싶었다. 단품 추가도 가능하다. 나는 쯔쿠네를 추천한다. 지금까지 내가 알던 쯔쿠네는 바싹 구운 후 달걀 노른자에 찍어 먹는 스타일이었으나 소와도의 쯔쿠네는 노른자 없이 순수하게 쯔쿠네만 즐길 수 있도록 요리되었고, 당연히 그렇게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기 자체의 맛이 좋았다. 마지막 코스로는 솥밥이 있기 때문에 든든하게 코스를 마무리할 수 있다. 도쿄에 간다면 무조건 가봐야 할 곳이다.
6. Tempura Kakiage Yukimura

한국으로 치면 덮밥인 ‘OO동’은 많이 먹어봤다. 새우가 올라간 에비동이나 가츠동, 텐동 같은 것들. 그런데 카키아게동은 처음이었다. 카키아게동은 새우나 채소를 한 입 크기로 먹을 수 있게 잘게 토막내서 한국의 야채튀김처럼 뭉쳐서 튀긴 걸 밥 위에 올린 음식이다. 야채튀김과 다른 점이라면 살짝 엉겨 붙은 느낌이라 숟가락으로 쉽게 끊어서 먹을 수 있게 되어 있다는 것. OO동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는 먹기가 불편했기 때문이다. 특히 에비동 같은 건 걸리적거려서 귀찮았다. 좀 편하게 먹을 수 없을까? 생각했는데 카키아게동이라는 게 있는 줄은 이번 여행에서 처음 알았다. 이 곳 역시 미쉐린 빕구르망에 오른 곳으로 대부분의 미쉐린 식당들이 그렇듯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편이다. 셰프의 요리철학이 흥미로웠다. “최고급 음식을, 삼류 가격에 내어라” 확실히 최고급이라 해도 될 정도로 맛있다. 예약은 필수다.
7. 토리시게




도쿄에 가면 야키토리를 꼭 한 번은 먹는다. 특유의 고독한 분위기를 좋아한다. 하이볼 한 잔 시켜놓고 셰프가 알맞게 구워주는 닭꼬치를 하나씩 먹는 그 재미는 아는 사람만 안다. 야키토리로 쉽게 배가 불러지지도 않으니 천천히 즐기기도 좋다. 하지만 토리시게는 조금 다르다. 일단 매장이 조금 큰 편이고, 근처 직장인들의 아지트인 듯 시끌벅적하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양이 엄청 많다. 나는 코스의 절반 정도쯤에 백기 투항을 하고 싶었지만 너무 맛있으니 안 먹기도 힘들었다. 굽기와 속도는 물론 좋고, 친절한 접객과 마무리로 나오는 스테이크와 오차즈케 국수도 훌륭했다. 정말 잘 구운 스테이크였으나 배가 불러서 살면서 처음 스테이크를 남겼다. 데이트 코스보다는 친구끼리 든든하게 먹고 술 거나하게 취하고 싶을 때 가면 좋을 것 같다.
8. Misomebore



최강록 셰프가 출연하는 다큐 <식덕후>를 봤다. 사실 다큐인지 여행 예능인지는 잘 모르겠다. 최강록이 너무 조용하고 식재료 구경을 하니 다큐겠거니 생각하며 봤다. 몇 화인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일본 전국의 된장을 파는 된장 편집샵 같은 곳을 방문한 걸 보고 꼭 가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간 곳이 바로 도쿄에 있는 ‘미소메보레’라는 곳이다. 롯폰기역 근처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고 손님은 많이 없었다. 정식을 시켜도 밥이 나오지 않았고, 오니기리까지 시키니 예상보다 조금 비싸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긴 했다. 그래도 각지의 된장을 비교해서 먹어볼 수 있다는 건 좋았다. 샐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된장은 색깔이 미묘하게 조금씩 달랐고 당연히 맛도 달랐다. 야마가타산 된장은 매실의 단맛이 났고, 교토는 좀 더 부드럽고, 미에는 춘장처럼 짠맛이 강했다. 다양한 맛을 비교하는 게 재밌고 신기하다. 그래서 내가 추천하는 건 밥은 다른 곳에서 먹고 미소메보레에서는 미소 3종 비교만 해보는 것. 예약도 할 수 있는데 꼭 하지 않아도 문제는 없을 것 같다.
9. Beer College


맥주 대학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처음에는 진짜 ‘맥주 전문 대학’이라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한국의 와플 대학 같은 거였다. 그럼에도 나는 이곳을 맥주 대학이라는 이름을 써도 될 정도로 훌륭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맥주 대학은 한 가지 맥주를 여러 방식으로 따라 마실 수 있는 곳이다. 그러니까 따르기 방식을 다르게 발전시켜서 맛을 다르게 느낄 수 있도록 특화시킨 곳인 셈이다. 한 번 따르기, 두 번 따르기, 나디아 콜롬비아 등 따르는 기술만 해도 열 가지가 넘는다. 그리고 주문이 들어가면 맥주는 따라주는 곳 앞에 서서 설명을 들으며 퍼포먼스를 감상하면 된다. 일본어로 진행이 되니 이해는 할 수 없었지만 한국어 안내문이 있고, 친절한 서버가 “지금 설명하는 따르기는 이 안내문을 보면 돼요.”라고 설명을 해준다. 나는 솔직히 따르기에 따라 엄청 다른 건 느끼지 못했다. 탄산의 느낌은 달랐지만 같은 맥주다보니 맛이나 향은 다른 걸 못 느꼈다. 그래도 정말 재밌었던 순간이었다. 맥주 따르기 공연이 끝나고 손님에게 맥주 한 잔이 건네지면 손님은 그 자리에서 두 손으로 잔을 잡고 바로 한 모금 마신 후, 자리로 돌아가서 나머지를 마저 마신다. 손님들의 그런 행동을 계속 지켜보니 귀엽고도 재밌었다. 그 순간에 맥주 대학에는 정말 맥주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만 있었다.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함께 그곳에 있어서 좋았다.
10. ess.











말이 안되는 곳이다. 이 곳을 소개하고 싶지 않을 정도다. ‘ess.’는 에센셜, 즉 본질을 뜻한다. 본질이라는 것이 음식의 본질을 보여주겠다는 것인지, 무슨 뜻인지까지는 알 수 없으나 다부진 각오 같은 건 느껴진다. 이곳은 미쉐린 셀렉트에 선정된 곳이다. 셀렉트는 별이 없고, 빕구르망에 오를 정도로 가격이 저렴하진 않지만 추천하는 식당을 의미한다. ess.는 이탈리안 식당이다. 약 10만 원 정도에 3가지 종류의 파스타를 포함한 다채로운 코스를 먹을 수 있다. 각 코스가 어땠는지 메모를 다 해놓긴 했지만 일일이 적는 건 도움 되는 정보는 아닐 것 같다. 외국에서 코스 요리를 먹을 때 재밌는 건 한국에서 쉽게 못 먹는 식재료와 방식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위에서 소개했던 노우라가 많이 실험적인 편이라면 ess.는 적당해서 더 좋았다. 그리고 가격을 생각하면 가성비가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 가장 맛있었던 건 세 가지 파슬리 파스타. 파슬리 향이 압도적인데 마늘의 알싸함과 신맛도 같이 있어서 기분을 한껏 끌어올려주는 기분 좋은 맛이었다. 도쿄에서 먹어본 양식 코스 중에 가장 만족스러웠다. 한국에서 이 정도라면 디너에서 20만 원 정도는 하지 않을까 싶었다.
11. 멘야스고

라멘 괴인 ‘웅성’의 추천을 받아 방문하게 된 멘야스고. 한국에서 먹은 츠케멘과는 확연히 달랐다. 일단 아무것도 찍지 않은 면 자체도 굉장히 맛이 좋았다. 향긋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밀가루의 맛도 좋고 통통하고 부드러운 면발의 식감도. 생긴 것만 보면 강렬한 맛일 것 같지만 생각보다 강한 맛은 없었고, 오히려 슴슴에 가까웠다. 하지만 육수가 진하고 깊었기 때문에 당연히 심심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츠케멘 소스를 적당히 남기고 국물을 요청하면 육수를 부어 2차전을 시작할 수 있다. 유명한 곳이지만 평일이면 웨이팅은 할 만하다. 낮에 20분 정도 기다렸고, 먹는 데는 10분 정도 걸렸다.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