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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커피 가이드: 파리 최고의 카페 5선

파리에서 통한 서울의 아인슈페너 
파리에서 통한 서울의 아인슈페너 

2026. 07. 23

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 근처에 한글 간판이 달려 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 현지인들이 줄을 서 있다. 몇 달 전, 서울 용산과 연남에서 아인슈페너로 이름난 오츠커피가 파리에 매장을 연 것. 오츠커피 파리는 오픈 초기부터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더니 파리 트렌드세터들의 새로운 목적지가 됐다.

어렵게 스케줄을 조율해서 파리에 다녀왔다. 오늘은 오츠커피 파리를 비롯해, 미식과 패션,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카페 문화를 자랑하는 파리지앵들의 스페셜티커피 매장을 함께 소개해본다.


[1]
오츠커피 파리
한글 간판 앞에 선 파리지앵들

오츠커피

오츠커피 파리의 위치는 파리 1구, 루브르와 오페라 가르니에 사이. 관광객과 브랜드가 끊임없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서울로 치면 ‘명동’과 비슷하다고 할까? 부활절 휴일 아침 오픈런으로 오츠커피에 방문했다. 오페라 극장 주변은 의외로 조용했다. 휴일 아침이라 대부분의 매장이 문을 열지 않은 상태였고, 거리에서 가장 먼저 손님을 맞이하던 곳이 오츠커피였다. 매장 입구에는 영문 로고와 함께 한글 로고가 선명하게 걸려 있었다.

한국인 관광객들도 하나둘 찾아왔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현지인들이 많았다. 근처 주민처럼 보이는 사람들부터 멀리서 일부러 찾아온 듯한 젊은 손님들, 그리고 오픈 초반의 분위기를 즐기려는 감각적인 손님들까지. 

매장 내부는 더 흥미롭다. 오츠 특유의 굿즈는 물론이고 의류 제품까지 자연스럽게 진열되어, 서울의 오츠를 그대로 파리로 옮겨 놓은 것 같았다. 더 재미있는 건 이 물건들을 현지 손님들이 꽤 진지하게 살펴보고, 실제로 구입한다는 점이다. 매장 안에서는 한국어가 자연스럽게 들리고, 굿즈와 공간의 디테일 역시 한국적인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관광객이 잠깐 구경하고 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현지인들이 이 취향을 실제로 소비하고 있었다. 단순한 호기심의 문제가 아니고, 한국적인 감도가 현지에서 하나의 취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의미다.

오츠커피 파리의 인기 메뉴는 단연 아인슈페너다. 오츠커피는 밀로, 커피가게동경과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아인슈페너 매장이다. 오츠의 아인슈페너는 크림이 소프트하게 흘러내리는 스타일이 아니라, 밀도와 질감이 분명한 쪽이다. 첫 모금에서는 단단한 크림이 입안을 부드럽게 채우고, 이어서 커피가 중심을 잡는다. 크림은 질감을 만들고, 커피는 구조를 만든다. 이 역할 분담이 분명해서 한 잔의 인상이 또렷하다. 비주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비주얼 뒤에 질감의 설계가 있다. 

현지에서는 말차 아인슈페너도 인기가 많다. 프랑스는 일본식 전통과 미감을 좋아하는 소비층이 꾸준히 존재하는데, 말차는 그 취향과 자연스럽게 만난다. 여기에 초록색을 중심으로 한 선명한 색감까지 더해지니 시각적으로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창작메뉴가 훌륭하지만, 기본 커피도 단단하다. 아인슈페너와 말차 아인슈페너를 마신 뒤 기본 에스프레소도 추가로 주문했는데, 스페셜티커피를 기반으로 산미를 과장하지 않고, 단단한 바디와 균형을 중심에 놓는다. 오츠의 기본 블렌딩을 연상시키는 클래식한 방향이다. 매일 마셔도 부담 없다. 화려한 개성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일상 속에서 반복해서 마실 수 있는 커피로 설계되어 현지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츠커피 파리는 자칫 비주얼 매장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의외로 스페셜티커피에 대한 이해가 단단하게 깔려 있다. ‘한국 커피가 해외에서 통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커피라면 어디에서든 통한다. 그리고 오츠커피는 지금 파리 한복판에서 그 가능성을 꽤 설득력 있게 증명하고 있다.


[2]
떼르드 카페
파리 시민들의 일상 속 스페셜티커피

떼르드 카페는 최근 몇 년 사이 파리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성장한 스페셜티커피 브랜드 중 하나다. 파리의 유명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타낫’이 최근 화제성과 랭킹으로 주목받는다면, 떼르드 카페는 그 이전부터 파리 스페셜티커피의 기본기를 꾸준히 다져왔다. 로스팅과 추출 모두 단단한 기준을 갖추고 있고, 파리 시내 주요 지역에 여러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추천하는 지점은 루브르 박물관 바로 옆 매장이다. 루브르의 작품들 사이를 오래 걷고 나면 체력도 집중력도 빠르게 떨어지는데, 그럴 때 떼르드 카페는 꽤 훌륭한 피난처가 된다. 

떼르드 카페에서 마리사벨 농장의 커피를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로 마셨다. 떼르드 카페는 와인처럼 커피의 향미를 즐기게 하려는 의도가 분명해서, 보르도 글라스를 연상시키는 와이드 커피잔에 커피를 담아 준다. 실제로 향이 피어오르는 폭이 넓어져 커피를 입체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브루잉 커피 역시 좋았다. 향미는 명확하고, 질감은 정돈되어 있으며, 전체 구조가 안정적이다. 

매장의 바리스타들도 친절했다. 특히 한국 브랜드 의류를 입고 있던 현지 바리스타가 한국어로 반갑게 인사를 건넸던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파리의 스페셜타커피 매장에서 한국어로 인사를 나누는 경험이라니, 생각보다 훨씬 묘하고 즐거운 순간이었다.


[3]
모토스 커피
챔피언이 내리는 한 잔의 격

모토스 커피는 현재 프랑스, 넓게 보면 유럽에서도 가장 뜨거운 스페셜티커피 매장 중 하나다. 모토스의 바리스타는 프랑스 브루어스컵 국가대표 출신이고, 세계 대회에서도 파격적인 시연으로 화제가 되었다.

모토스 커피의 위치는 마레지구 초입이다. 쇼핑가의 활기가 조금씩 잦아들고, 독립적인 브랜드와 예술적인 감각이 살아 있는 마레의 성격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는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사실, 마레지구는 오래전만 해도 파리 도심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서울의 성수, 연남, 연희가 가진 개성을 한데 모아놓은 것처럼 느껴진다. 감각적이고 실험적인 브랜드들이 이 지역에 모여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인지 모르겠다.

모토스에서는 케냐 싱글 오리진 필터 커피를 마셨다. 모토스는 직접 로스팅을 하지 않는 대신 다양한 로스터리의 커피를 가져와 자신들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용하는 커피는 극도로 라이트한 로스팅에 가깝지만, 산미를 날카롭게 밀어붙이지 않는다. 오히려 단맛을 중심에 두고 향미를 차분하게 발현한다. 균형이 정말 놀라웠다. 가볍지만 비어 있지 않고, 산뜻하지만 단단하다.

라이트 로스팅이 자칫 얇게 느껴질 수 있다는 편견을 아주 깔끔하게 뒤집는 한 잔이었다. 마레라는 공간의 에너지와 챔피언의 감각이 견고하게 조합된 결과물이다.


[4]
타낫 커피
월드 베스트다운 기본기

타낫

타낫은 원래 카와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로스터리다. 지금은 파리를 대표하는 뉴웨이브 커피 브랜드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떼르드 카페가 코로나 시기 현지 주민들을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했다면, 타낫은 코로나 이후 파리의 스페셜티커피를 상징하는 이름으로 훨씬 널리 알려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월드 베스트 커피숍 랭킹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이제는 관광객들이 일부러 찾아가는 목적지가 되었다. 

타낫에서는 의도적으로 라테를 마셨다. 필터 커피 쪽의 정체성이 워낙 강하게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밀크 커피를 통해 기본기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결과는 꽤 만족스러웠다. 타낫의 라테는 우유와 커피가 서로를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고, 적절한 온도 안에서 유기적으로 어울린다. 좋은 질감의 요거트를 연상시키는 부드러움이 있었고, 에스프레소가 가진 향미도 충분히 살아 있었다.

결국 필터 커피로 이름난 매장이더라도, 진짜 기본기는 라테에서 드러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월드 베스트라는 이름이 조금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강력히 추천한다. 


[5]
티바
오마카세 커피의 정점 

티바는 타낫의 바리스타가 추천해준 곳이다. 단순한 스페셜티커피 매장이 아니라 오마카세 커피 바에 가깝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오랜 시간 머물며 커피를 즐기기 때문에 대기시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당일에도 30분 정도를 기다린 뒤에야 입장할 수 있었다. 티바의 바리스타들은 섬세하고 꼼꼼하게 진행하지만, 손님들에게 빨리 마시고 나가라는 식의 압박을 주지 않는다.

티바에서는 에티오피아 싱글 오리진 커피를 브루잉으로 추천 받아 마셨다. 가격은 20유로, 한국 돈으로 3만 원 안팎이다. 결코 가볍지 않은 가격이지만, 그만큼 커피 한잔을 극도로 정성스럽고 섬세하게 내려서 제공한다. 단순히 좋은 생두를 쓰는 것을 넘어, 한 잔의 커피를 하나의 경험으로 설계하려는 태도 때문이다. 여기에 믹솔로지와 협업해 만든 창작 음료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티바는 위치가 외지고 대기도 길지만, 파리에서 가장 섬세한 오마카세형 스페셜티커피 바가 아닐까. 


파리의 스페셜티 커피는 지금 분명히 새로운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 오츠커피가 한국적인 감도를 일상적인 방식으로 번역하고 있다면, 떼르드 카페는 안정된 기본기를 보여주고, 모토스는 챔피언의 감각으로 필터 커피의 현재를 밀어붙인다. 타낫은 기술적인 완성도와 화제성을 동시에 증명하고, 티바는 커피를 하나의 오마카세 경험으로 재해석한다. 파리에 간다면 지금 이 카페 리스트를 꼭 기억하고 방문해보자. 

About Author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 '카페마실', '동경커피', '교토커피'를 썼습니다. 생업은 직장인입니다. 싸모님을 제일 싸랑하고 다음으로 커피를 좋아합니다. 아 참, 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