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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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대신 빵: 식사빵 고르기 가이드

식사빵의 세계를 넓히는 가장 맛있는 안내서
식사빵의 세계를 넓히는 가장 맛있는 안내서

2026. 08. 25

이번 식사빵 가이드 조한슬, 가슴에 손을 얹고 고백한다. ‘빵이 나를 키웠노라.’ 당신이 처음 먹은 식사빵은 무엇인가. 내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유치원에 가기 전 엄마가 만들어주던 피자빵이다. 식빵 위에 햄과 피망, 마요네즈, 치즈를 듬뿍 올려 구워낸 추억의 피자빵. 빵을 맛있게 먹는 내 모습을 보며 엄마는 그때부터 빵순이의 탄생을 예감했다고 한다.

식사빵에 가장 열정적이었던 시절은 고등학생 때였다. 쉬는 시간 종이 울리기 무섭게 매점으로 달려가 고구마 피자빵과 소시지빵을 손에 넣었고, 첫 아르바이트도 동네 빵집에서 시작했다. 인기 있는 빵을 손님보다 먼저 내 몫으로 빼두었다가 사장님께 잔소리를 듣기도 했다.

조금 더 자라 용돈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나이가 되자, 식사빵에 대한 애정은 본격적인 취미가 됐다. ‘빵지순례’라는 말이 생기기도 전부터 맛있는 식사빵을 찾아 전국을 다녔고, 프랑스에서 유학한 셰프가 문을 연 베이커리를 찾아 제대로 된 유럽식 하드 브레드를 맛봤다. 그렇게 내 식사빵의 세계는 한국식 피자빵을 넘어 이탈리아의 치아바타, 프랑스의 바게트, 일본의 소금빵으로 차츰 넓어졌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식사빵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 식사빵의 매력과 활용법을 하나씩 소개한다. 당신에게 꼭 맞는 식사빵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1]
이탈리아가 만든 가장 담백한 빵

치아바타

치아바타

여행지에서 먹었던 음식은 시간이 한참 흘러도 변함없는 힘을 가진다. 다시 맛보는 순간, 그날의 공기와 풍경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치아바타를 먹으면 예전 이탈리아 출장이 생각난다. 빡빡한 일정을 모두 끝내고 맞이한 하루의 자유시간. 그날은 작은 델리와 카페를 천천히 돌아다니며 프로슈토와 모차렐라, 토마토, 바질을 넣은 치아바타 샌드위치로 삼시 세끼를 해결했다. 촉촉하면서도 담백한 맛 덕분에 하루 종일 먹어도 전혀 질리지 않았다.

다행인 건 이제는 그 추억을 굳이 이탈리아까지 가지 않아도 꺼내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도 치즈와 샤퀴테리를 전문으로 만드는 곳이 많아졌고, ‘소금집’ 같은 브랜드 덕분에 온라인으로 손쉽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서초동의 샤퀴테리 전문점 ‘메종조’를 방문해 다양한 재료들을 눈으로 직접 담는 것으로 기분 전환을 할 수도 있고. 이곳에서는 재료와 함께 샌드위치를 직접 판매하기 때문에, 사 먹으며 간단하게 기분을 내기도 좋다.

이렇게 이탈리아식 재료를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 걸 가장 좋아하지만, 일명 ‘할미 입맛’인 내게는 우리 식재료를 곁들인 조합도 빼놓을 수 없다. 여름에는 단호박과 크림치즈를 곁들이고, 가을에는 팥 스프레드를 바른 뒤 밤 알을 듬뿍 올려 먹는다.

유동부 치아바타 아픈 아들을 위해 아빠가 만들기 시작한 사랑의 빵. 물, 밀가루, 소금, 자연 발효종만으로 25시간 이상 정성껏 발효한 건강한 치아바타를 선보인다.


[2]
스프레드 하나로 완성되는 한 끼
베이글

베이글

처음 베이글을 먹었을 때는 씹는 것조차 힘들었다. 전통적인 뉴욕식 베이글 샌드위치였는데, 두꺼운 껍질과 묵직한 밀도감, 강한 탄력이 인상적이었다. 그 뒤로 한동안은 일부러 베이글을 찾아 먹지 않았다. 하지만 2023년 전후로 떡처럼 쫀득한 식감을 내세운 한국식 베이글 브랜드들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다시 베이글을 즐겨 먹게 됐다.

간식용 베이글을 찾는다면 요즘 대세인 ‘샌베’, 샌드 베이글을 빼놓을 수 없다. 그중에서도 꼭 기억해야 할 이름은 서울의 ‘브릭베이글’과 대구의 ‘크럼키’. 반면 식사용 베이글은 트레이더스의 ‘아이슈타인베이글’ 플레인과 블루베리 맛을 자주 구입한다. 한국식 베이글의 부드럽고 쫀득한 식감과 뉴욕식 베이글의 탄탄한 식감 중간에 있는 제품이다. 무엇보다 가격 부담이 적고, 냉동 보관에도 강하다. 아이슈타인베이글은 SSG닷컴 온라인 스토어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링크는 [여기].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는 베이글을 한 끼 식사로 완성해주는 치트키는 단연 스프레드다. 내가 가장 자주 찾는 것은 ‘아틀리에 크레타’의 타르타르. 이 스프레드 하나면 집에서도 ‘사 먹는 맛’이 난다. 적당한 매콤함 덕분에 베이글에 그대로 발라 먹어도 좋고, 훈제 연어를 더하면 한층 근사한 브런치 타임이 완성된다.


[3]
한 끼와 간식 사이를 오가는 빵

소금빵

소금빵

한국에 소금빵 열풍이 본격적으로 불기 전, 일본에서 처음 소금빵을 만든 ‘팡 메종(Pain Maison)’에서 이를 맛봤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빵에서 버터 향이 이토록 선명하게 퍼질 수 있다니.’ 빵 속은 촉촉하고 바닥은 버터로 튀겨져 바삭했으며, 위에 뿌려진 소금의 짭짤함이 입술 끝을 아릿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식사빵과 간식빵의 장점을 절묘하게 섞어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터 향이 간식을 먹는 듯한 즐거움을 주면서도, 묵직한 볼륨감 덕분에 한두 개만 먹어도 제법 든든해 식사빵으로서의 매력도 충분했다.

처음 소금빵을 맛본 지 몇 개월 뒤에는 한국에서도 소금빵을 파는 곳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맛있는 소금빵을 찾아 여러 베이커리를 돌아다녔지만, 결국 자주 찾게 된 곳들의 소금빵은 하나같이 촉촉하고 쫄깃한 결이 살아 있는 스타일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프랑스빵에 프랑스산 밀가루를 사용하듯, 소금빵에 일본산 밀가루를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덕분에 촉촉한 식감이 오래 유지되고, 냉동 보관 후에도 노화가 비교적 느려 여러 개를 사서 냉동실에 넣어두기에도 좋다.

이렇게 얼려둔 소금빵은 먹기 전 물을 가볍게 뿌린 뒤 에어프라이어에 4~5분 정도 구워내면 갓 구운 듯한 상태로 되살아난다. 이대로 먹어도 충분히 맛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합은 잠봉과 버터에 꿀을 더한 샌드위치다. 꼭 꿀을 빼먹지 말고 더하는 것이 포인트다. 짭짤한 소금과 고소한 버터, 잠봉의 감칠맛 위에 꿀의 은은한 단맛이 더해지면 풍미가 한층 선명해진다.

핫코 베이커리 ‘이흥용 과자점’ 출신 이진우 셰프와 도쿄 ‘몽상클레르’ 출신 윤영옥 셰프가 운영하는 베이커리. 일본산 밀과 현지 식재료로 말차 고수분 도넛, 카레빵, 망고 산도 등 일본식 빵과 케이크를 만든다.


[4]
가장 익숙해서 더 취향이 드러나는 식사빵
식빵

식빵

우리의 어린 시절부터 식빵은 동네 빵집, 마트, 편의점 등 손만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운 곳에 늘 있었다. 너무 익숙한 존재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많이 먹어본 만큼 베이커리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자신만의 식빵 취향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뼛속까지 촉촉파인 내 최애 식빵은 생식빵이다. 생식빵은 유제품을 넣고 낮은 온도에서 구워 촉촉한 식감을 극대화한 식빵이다.

생식빵은 먹는 시점에 따라 즐기는 방법도 달라진다. 첫날은 아무것도 곁들이지 않은 채 전자레인지에 살짝 데워 손으로 결을 따라 찢어 먹는다. 버터 향을 가장 풍부하게 느낄 수 있고, 입안에서 쫀득하게 씹히다가 부드럽게 사라지는 촉촉한 식감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생식빵은 실온에서 3일 정도까지가 가장 맛있는 순간이다. 버터의 풍미가 빵 속 깊이 스며드는 시기로, 이때는 토스트하기보다 잼을 곁들여 그대로 즐겨보자. 잼은 생식빵 특유의 고소한 버터향을 해치지 않도록 지나치게 달지 않은 제품을 고르는 것이 포인트. 내 경험상 생식빵 전문점 ‘화이트리에’의 딸기버터잼이 가장 만족스러운 페어링이었다. 생식빵은 3일이 지나면 냉동 보관하는 것을 추천한다. 해동한 생식빵은 그릴드 샌드위치로 즐기기에 제격이다. 냉장고 속 닭가슴살과 버섯, 양파에 ‘알라’ 모차렐라 슬라이스 치즈를 더해 노릇하게 구우면, 간단하면서도 든든한 한 끼가 완성된다.

화이트리에 2019년 반포에 문을 연 화이트리에는 자체 블렌딩한 밀가루와 발효 버터, 죽염 등을 사용해 재료 본연의 풍미와 부드러운 식감을 살린 프리미엄 생식빵 브랜드다. 서울 반포본점을 포함해 전국에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구매는 마켓컬리에서 할 수 있다.

도제식빵 고유의 탕종법으로 완성한 쫀득하고 촉촉한 생식빵을 대표 메뉴로, 통밀식빵과 모닝빵, 베이글 등 일상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베이커리를 소개한다.


[5]
냉장고 털이의 시작은 캄파뉴부터
캄파뉴

캄파뉴

냉동실에 쌓아둔 캄파뉴를 바라보면 밥솥에 밥을 넉넉하게 지어두었을 때와 비슷한 뿌듯함이 든다. 밥은 먹기 싫은데 한 끼는 챙겨야 하는 날이면, 가장 많이 손이 가는 것이 캄파뉴이기 때문.

특히 호밀과 통밀이 들어간 캄파뉴는 구수하고 은은한 산미가 가장 큰 매력으로, 어떤 재료와도 잘 어울리는 아량 있는 빵이다. 그래서 간이 조금 세거나 개성이 강한 재료도 넉넉하게 품어내 냉장고 털이용 빵으로 제격이다. 나는 캄파뉴를 밥으로, 그 위에 올리는 재료를 반찬으로 생각한다. 냉장고에 애매하게 남은 재료가 생길 때마다 유튜버 ‘Cream Park’의 ‘우런니 일주일 샌드위치 브런치 호다닥’ 시리즈를 즐겨 보며 새로운 반찬 조합을 찾곤 한다.

시리즈에 소개된 메뉴 중 여름에 자주 찾는 것은 시트러스의 상큼함이 돋보이는 ‘시트러스 에그 요거트 샌드위치’다. 캄파뉴 위에 바질 페스토를 바른 후 으깬 달걀과 요거트, 홀그레인 머스터드를 섞어 만든 에그요거트를 올리고 시트러스 과일을 더하면 금세 완성이다.

캄파뉴를 좀 더 촉촉한 상태로 곱씹고 싶을 때는 제과점 ‘리피칩’에서 여름에만 직접 만들어 파는 토마토 미트 소스를 구매한다. 이곳의 소스는 토마토의 새콤달콤함 가운데 새콤함에 조금 더 무게를 둔 맛인데, 캄파뉴의 은은한 산미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낭만브레드 이미영 셰프가 운영하는 베이킹 클래스이자, 일요일에만 문을 여는 베이커리. 천연발효 사워도우를 비롯해 캄파뉴, 페이스트리, 조리빵, 소금빵 등 다채로운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6]
돌고 돌아 식사빵의 순정
바게트

바게트

한국인이라면 윤기가 차르르 도는 갓 지은 쌀밥 한 숟갈에서 오는 만족감을 잘 알 것이다. 화려한 반찬이 없어도 밥 자체가 맛있으면 식사는 충분해진다. 한국에 쌀밥이 있다면, 프랑스에는 바게트가 있다. 잘 만든 바게트는 크러스트의 바삭함과 촉촉한 속살의 은은한 산미가 조화롭다. 특히 씹을수록 구수한 풍미가 살아나며 누룽지를 떠올리게 한다. 나는 노릇하게 구운 바게트에 ‘라꽁비에뜨’의 가염 버터를 얇게 발라 먹는 걸 가장 좋아한다. 버터의 우유 풍미와 은은한 짭짤함이 바게트의 고소한 맛을 한층 돋워준다.

반대로 조금 더 든든한 저녁이 필요한 날엔, 남부터미널역의 ‘바타드브레드’에서 맛본 ‘가지 파마산 포카치아 샌드위치’를 오마주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다. 구운 가지에 토마토와 바질 페스토를 더하고, 식빵 그릴드 샌드위치에 사용했던 모차렐라 슬라이스 치즈를 곁들이면 가지를 싫어하는 나 같은 어른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가 완성된다. 부드러운 가지와 모차렐라 사이에서 바게트 특유의 바삭한 식감이 좋은 대비를 만들어낸다.

캄파뉴가 냉장고 속 재료를 비우는 빵이라면, 바게트는 가진 재료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도 가장 최소한의 조합으로 충분한 만족을 주는 빵이다. 그래서 새로운 식사빵을 찾아다니다가도 결국 다시 바게트를 집어 들게 되는지도 모른다.

바위위 이서연·꼬헝땅 따팡 셰프 부부가 운영하는 후암동 동네빵집. 대표 메뉴인 바게트를 비롯해 다양한 하드계열 빵과 슈게트, 에클레어 등 정통 프렌치 베이커리를 만든다.

About Author
조한슬

많이 먹는 것보다 제대로 먹는 사람입니다. 빵과 디저트를 맛보고 신중하게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