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바리스타 챔피언들의 챔피언, 김사홍 바리스타의 커피템플이 지난 4월 경주에 문을 열었다. 제주의 커피템플이 육지로 건너오다니. 이제 커피템플을 가기 위해 비행기표를 검색하지 않아도 된다.
이번에는 연차를 내어 당일치기 여행으로 경주에 다녀왔다. 오래된 왕릉 사이를 걷고 낮은 한옥 지붕이 이어지는 골목을 지나 경주의 새로운 레전드 ‘커피템플’, 경주 로컬 커피의 상징 ‘커피플레이스’, 황리단길의 핫플 ‘향미사’, 진평왕릉 앞의 엉뚱하고도 진지한 ‘아무카페’까지. 돌아올 때는 경주가 흥미로운 스페셜티 커피 도시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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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템플 경주
전국구 카페가 경주에 왔다

이른 새벽 서울역에서 경주행 KTX에 올랐다. 전날 밤 간신히 서울에 도착한 본업의 출장 일정으로 몸은 피곤했지만, 커피템플의 커피와 환대를 떠올리니 가슴이 설렜다.
커피템플의 김사홍 바리스타는 한국 스페셜티 커피에서 특별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2016년 한국 바리스타 챔피언을 지냈고, 제주 커피템플을 통해 탠저린 카푸치노와 유자 아메리카노 같은 창작 메뉴를 널리 알렸다. 커피의 기술적인 완성도와 진심 어린 호스피탈리티를 동시에 놓치지 않는, 말 그대로 바리스타들의 챔피언이다.

새벽 기차를 타고 경주에 도착한 뒤, 커피템플이 새롭게 문을 연 태종로로 향했다. 태종로는 경주의 관광 핫플레이스 황리단길에서 멀지 않으면서, 현지 시민들이 왕래하는 생활의 거리이다. 커피템플은 오래된 구옥 상가 건물 2층에 자리하고 있다. 외관은 담백하지만, 내부에 들어서면 경주의 일상과 특별함이 자연스럽게 교차한다.
커피템플 경주의 내부는 차분하고 안정적이다. 넓지 않은 공간의 상당 부분을 커피와 재료를 준비하는 작업대로 구성하고, 방문객의 좌석을 여유 있게 배치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비다스의 3그룹 머신. 한국 커피 산업의 머신 천재로 손꼽히는 방정호가 커피템플을 위해 제작한 프로토타입이다. 커피 원두는 김득구, 보장된 미래, 싱글오리진, 디카페인까지 네 종류를 상시로 준비하고 있다.

첫 번째 커피는 김득구 블렌딩 아메리카노. 비운의 세계 챔피언 김득구의 도전 정신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처럼, 커피 역시 선명하고 단단하다. 과일 향이 먼저 화려하게 피어나고, 과하지 않게 밀도 있는 질감이 중심을 잡는다. 후미는 생각보다 훨씬 정돈되어 있다. 대중적으로 편안한데, 마신 뒤에는 분명히 다른 인상을 남긴다. 경주의 벚꽃처럼 화려하면서 단아하다고 할까?

두 번째는 보장된 미래 블렌딩 카페라테. 보장된 미래는 커피템플의 베스트셀러 데일리 블렌딩이다. 라테로 마시면 우유가 커피를 덮지 않고, 에스프레소의 단맛을 중심으로 고소한 풍미가 부드럽게 펼쳐진다. 편안한데 심심하지 않고, 친절한데 뻔하지 않다. “라테 한 잔 마실까?”하고 가볍게 주문했다면, 예상보다 긴 여운에 깜짝 놀랄 수 있다. 커피템플의 카페라테는 국내산 락토프리 우유를 사용해, 맛 뿐만 아니라 마신 뒤의 편안함까지 세심하게 살폈다.

마지막은 새롭게 변신한 탠저린 카페라테다. 커피템플을 처음 경험한다면 이 커피부터 마셔도 좋다. 탠저린라테는 국내외 바리스타들이 꾸준히 참고해온 커피템플의 상징적인 창작 메뉴다. 자칫하면 과일 시럽을 넣은 창작 메뉴로 끝날 수 있지만, 커피템플 스페셜티커피에 탠저린의 향미가 섬세하게 조합되었다. 과일은 커피를 가리는 장식이 아니라, 스페셜티 커피가 가진 산미와 향미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하게 만드는 번역자에 가깝다.

경주점을 열면서 커피템플은 매장의 모든 음료 재료를 시판 소스가 아니라 직접 만든 재료로 다시 정비했다. 덕분에 커피템플의 음료는 이전보다 더욱 깊고, 우아해졌다. 이외에도 커피템플 경주 매장 현장에서 질소충전 방식으로 신선한 드립백을 제작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김득구 드립백을 추천한다. 해외에 있는 딸아이가 한국에 올 때마다 한 보따리 구입해서 떠나는 드립백이다.

커피템플 제주가 여행의 목적지처럼 느껴졌다면, 경주는 오래된 도시 속으로 새로운 감각이 스며든 듯했다. 천년 고도에서 가장 현재적인 커피를 마시는 경험. 미묘한 시간차가 커피템플 경주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경주에 새로운 카페가 생겼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경주에 커피를 마시러 갈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커피템플 경주
- 주소 | 경북 경주시 태종로 812 2층
- 영업시간 | 9:00-18:00
- 추천 메뉴 | 김득구 블렌딩 아메리카노, 탠저린 카페라떼, 보장된 미래 블렌딩 카페라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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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플레이스
좋은 커피를 일상으로 만든다는 것
커피템플이 지금 경주에서 가장 뜨거운 뉴스라면, 커피플레이스는 경주 스페셜티 커피의 오랜 기준이다. 커피플레이스는 경주에서 자생한 로컬 브랜드로 단계적으로 매장을 넓혔지만, 여전히 노동동 본점이 특별한 무게를 가진다. 봉황대를 마주한 커피플레이스는 관광지 카페의 호들갑과는 거리가 멀다. 매장은 작고 협소하지만, 커피를 꾸준히, 성실하게, 매일의 음료로 다룬다. 경주의 커피 애호가들이 앞다투어 추천하는 곳이다.
커피플레이스는 데일리 커피를 지향하면서 기준을 낮추지 않는다. 아메리카노는 3,500원, 클래식 카푸치노는 4,000원. 스페셜티커피 매장의 가격이라고 믿기지 않는다. 좋은 커피를 특별한 날의 사치가 아니라, 일상의 음료로 유지하고 있다.

추천 메뉴는 오늘의 커피다. 날마다 가장 신선한 싱글오리진 커피를 선정해서 적절한 가격에 선보인다. 얼마 전에는 다른 매장에서 4만 원에 판매하던 파나마 핀카 소피아 게이샤를 반의반 가격으로 소개한 적도 있었다. 비싼 커피를 전시장에 올려놓는 것이 아니라, 방문한 손님들이 실제로 마셔볼 수 있는 한 잔으로 만들었다.
이번에는 인도네시아 싱글오리진 커피를 오늘의 커피로 마셨다. 인도네시아 싱글오리진은 커피인들에게 첫사랑 같은 존재다. 자욱한 흙 향과 묵직한 질감, 과거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익숙한 뉘앙스가 있다. 커피플레이스의 인도네시아는 쿠키를 떠올리게 하는 고소한 질감 속에서 스페셜티 커피 특유의 섬세한 향미가 자연스럽게 피어난다. 익숙한 커피인데, 다시 새롭게 마시는 느낌이었다.

커피플레이스의 또 다른 킥은 직원용 라테다. 따뜻한 에스프레소를 추출한 뒤 상온의 우유를 섞어 만든다. 이름만 보면 내부자들이 마시는 심심한 커피 같지만, 실제로는 꽤 안정적인 밀크커피다. 우유에 과한 열이 전달되지 않으니 질감이 무겁게 부풀지 않고, 커피가 가진 단맛과 질감이 섬세하게 조합된다. 좋은 커피와 기본 우유가 정직하게 만나, 멋진 일상의 작품이 되었다.
만약 한국의 로컬 카페 가운데 가장 특별한 곳을 묻는다면, 커피플레이스를 가장 먼저 말할 수 있다.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역의 주민들과 호흡하고 흥미로운 커피를, 지속 가능한 가격으로 꾸준히 선보인다. 직원들마저 가족처럼 친절하다. 과거에는 커피플레이스를 방문하기 위해 가끔씩 경주에 다녀왔다면, 이제는 커피템플까지 더해져 경주를 찾을 이유가 더욱 많아졌다.

커피플레이스
- 주소 | 경북 경주시 중앙로 18
- 영업시간 | 8:00-18:00
- 추천 메뉴 | 오늘의 커피, 직원용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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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미사
황리단길 대표 카페
황리단길은 경주의 현재를 가장 빠르게 보여주는 거리다. 한옥 카페와 소품숍, 젊은 식당들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계절마다 새로운 여행자들이 밀려든다. 그 한가운데에서 향미사는 꽤 영리한 방식으로 자기 자리를 만들었다. 귀엽고, 감각적이고, 선물하고 싶게 생겼는데, 커피는 생각보다 훨씬 진지하다.
향미사는 황리단길에서 고속버스터미널 방향으로 이어지는 거리에 자리한 로스터리 카페다. 옛 체육관 건물을 리모델링한 공간으로, 외관에는 ‘경주체육관’ 간판을 그대로 남겨두었다.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선보이고, 필터커피를 중심으로 다양한 향미의 커피를 소개한다.
향미사는 과장된 포토존 대신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빛과 정돈된 바, 선명한 로고와 포장지가 묘하게 마음을 붙든다. 원두 패키징도 훌륭하다. 경주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원두 한 봉지를 들고 가고 싶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원두의 이름이다. ‘단아, 균형, 질감’과 같이 정돈된 이미지의 네이밍으로 향미사는 브랜드의 성격을 잘 표현한다. 강하고 자극적인 언어 대신, 커피의 기분을 먼저 건네는 느낌이었다.
향미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의 향미사는 기본적으로 필터커피를 중심으로 하는 매장이다. 이번에는 베스트 오브 콩고와 에티오피아 스카이 프로젝트를 필터커피로 마셨다. 베스트 오브 콩고는 얼그레이 홍차를 연상시키는 섬세한 향과, 아프리카 특유의 테루아가 남긴 홍삼 같은 질감이 인상적이었다. 에티오피아 스카이 프로젝트는 2,450미터 고지대에서 재배해 알로 스테이션에서 가공한 커피다. 콩고 커피가 차처럼 섬세하다면, 에티오피아 커피는 높은 산의 공기처럼 맑고 청아하다.
향미사는 황리단길의 인기 카페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러블리한 외관에 이끌려 들어갔다가, 커피의 완성도 때문에 다시 찾게 되는 곳. 지금 황리단길을 하드캐리하는 카페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향미사
- 주소 | 경북 경주시 태종로 734 향미사
- 영업시간 | 10:00-18:00
- 추천 메뉴 | 에티오피아 스카이 프로젝트 필터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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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카페
진평왕릉 앞에서 에르메스 잔에 마시는 커피

경주 진평왕릉 앞에 자리한 아무카페는 왕릉 주변의 넓은 여백과 적막한 풍경, 그리고 그 안에서 꽤 공격적인 원두 라인업을 선보이는 작은 로스터리이다.
매장의 분위기는 소박하다. 소규모 건물의 1층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2층의 가정집 같은 공간에서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아무카페의 가장 인상적인 점은 원두 선택지다. 6,000원대부터 1만 원 안팎까지 다양한 가격의 커피를 고를 수 있는데, 그 라인업이 절대 얌전하지 않다. 방문 당시에는 일반 커피보다 아주 조금 높은 가격으로 파나마 게이샤를 마실 수 있었다. 커피를 지나치게 엄숙하게 다루기보다, 좋은 원두를 흥미로운 방식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쪽에 가깝다.

아무카페의 원두 라인업을 살펴보면, 단순히 “고급 원두 있습니다”라는 식의 과시는 보이지 않는다. 게이샤를 비롯한 개성 강한 커피를 꾸준히 소개하고, 향미 설명도 구체적이다. 커피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자기 취향을 열심히 밀어붙이고 있다는 느낌이 난다.
커피는 에르메스 잔에 담겨 나온다. 에르메스 커피잔은 허세의 이미지로 평가 절하되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로는 프렌치 포슬린에 정교한 문양을 다중 인쇄기법으로 완성한 도자기 작품에 가깝다. 진평왕릉 앞에서 파나마 게이샤 커피를 특별한 커피잔에 마시는 경험은 아무카페가 지향하는 취향을 단번에 보여준다. 매장의 이름과 취향이 재미를 넘어 약간은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소박한 건물 위의 아무카페는 경주의 커피인들이 휴식과 쉼을 위해 찾는 피난처 같은 곳이다.

좋은 카페는 때로는 논리보다 장면으로 기억된다. 왕릉, 작은 로스터리, 고가의 커피 원두, 반짝이는 잔. 이 모든 것이 자칫 과할 수 있는데, 실제로는 묘하게 균형을 이룬다. 경주의 다른 카페들이 도시의 현재를 보여준다면, 아무카페는 경주 여행에 약간의 비현실감을 더한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 진평왕릉의 풍경은 말 없이 머물고 커피잔 속의 게이샤 커피는 선명한 향미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아무카페
- 주소 | 경북 경주시 보문마을4길 1
- 영업시간 | 10:00-20:00
커피템플이 매장을 오픈한 후, 경주가 새롭게 커피 도시로 각광을 받고 있다. 커피템플은 전국구의 명성을 경주로 불러왔고, 커피플레이스는 좋은 커피를 일상의 가격으로 지켜냈다. 향미사는 황리단길을 한층 세련되게 만들었고, 아무카페는 왕릉 앞에서 자기만의 호사를 아주 진지하게 밀어붙이고 있었다. 커피를 마시고, 천년의 풍경까지 덤으로 느끼고 돌아온 하루였다.
참, 경주에서 황남빵과 같은 경주빵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최영화빵을 추천한다. 황남빵 브랜드 패밀리의 수많은 서사 속에서 가장 전통적인 맛을 지키고 있다. 입맛이 까다로운 현지의 바리스타들도 최영화빵을 원픽으로 꼽는다.
About Author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 '카페마실', '동경커피', '교토커피'를 썼습니다. 생업은 직장인입니다. 싸모님을 제일 싸랑하고 다음으로 커피를 좋아합니다. 아 참, 딸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