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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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가장 맛있다, 여름 디저트 베린 6

컵 안에 여름, 여섯 가지 베린
컵 안에 여름, 여섯 가지 베린

2026. 06. 11

안녕, 4년 차 베이커리 잡지 에디터 조한슬이다. 초여름에 접어든 지금, 다들 저마다의 방식으로 여름을 맞이하고 있겠지? 베이커리 에디터인 나는 디저트에서 계절의 변화를 먼저 느끼고 있다. 어느 계절보다 색이 선명하고 과즙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런 여름 식재료의 매력을 가장 잘 담아내는 디저트 중 하나가 바로 ‘베린(Verrine)’이다. 유리컵에 차갑게 즐기는 디저트로 복숭아, 멜론, 참외처럼 수분감 가득한 여름 과일과 잘 어울려서, 케이크보다 훨씬 가볍고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디저트다. 크림과 과일, 시트 등을 층층이 담아내 선명하게 드러나는 색감이 보기만 해도 시원하고 청량한 인상을 준다. 한 스푼에 다양한 맛과 식감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점 역시 포인트.

이러한 매력 덕분에 최근에는 서울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의 디저트숍에서도 각자의 스타일로 베린을 선보이고 있다. 올여름, 각자 가까운 디저트숍에서 베린을 발견했다면 한 번 맛보길 추천한다. 이번 기사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출시되는 베린 제품들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각기 다른 개성과 특징을 지닌 라인업 속에서, 취향에 맞는 베린을 발견하길 바란다.


[1]
“가장 완벽한 복숭아”
라바즈의 알라스카

라바즈

제과계에서 과일을 가장 잘 알고 다루는 셰프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중 한 사람으로 ‘라바즈(Labaːz)’의 이상준 오너 셰프를 꼽고 싶다. 이상준 셰프는 제과의 ‘기본(Base)’에 충실한다는 철학 아래 계절의 가장 좋은 식재료로 클래식 디저트를 선보여왔고, 2020년 문을 연 라바즈는 망원동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았다. 기본을 지키는 방향성은 여름 복숭아 시즌 대표 메뉴인 ‘알라스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알라스카는 프랑스 클래식 디저트인 뻬슈 멜바(Pêche Melba)와 오믈렛 노르베지엔(Omelette Norvégienne)에서 영감을 받아 2024년에 처음 선보였다. 오랫동안 사랑 받은 클래식 디저트의 조합해 복숭아가 가장 빛날 수 있는 형태를 고민한 끝에 완성한 메뉴다. 이상준 셰프는 매년 다양한 품종의 복숭아를 산지에서 직접 공수하고, 당도와 향, 산미, 후숙 상태를 꼼꼼히 확인해 가장 좋은 상태에서 사용한다. 그렇기에 라바즈의 복숭아 디저트는 언제든 믿고 먹어도 좋다.

이상준 셰프는 복숭아의 진한 풍미를 살리기 위해 구운 복숭아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연상시키는 가나슈 몽떼를 곁들였고, 산뜻한 산미를 더하는 산딸기 꿀리와 고소한 아몬드, 바삭한 머랭으로 마무리했다. 달콤함과 산미, 부드러움과 바삭함이 한 스푼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복숭아의 향과 풍미를 더욱 다채롭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알라스카는 냉동 보관 후 살짝 얼린 상태로 먹었을 때 가장 맛있으며, 복숭아의 계절이 시작되는 7월 초부터 만나볼 수 있다.

라바즈
•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13길 19-23 2층 왼쪽 202호
@la_base_official


[2]
“입맛을 깨우는 멜론”
미드나잇 플레저의 Éveil

미드나잇 플레저

여름이 오면 나는 늘 냉장고에 멜론을 한 통씩 넣어두고 자주 꺼내 먹는다. 시원한 멜론을 한 조각씩 꺼내 먹으면, 그 달콤한 맛이 덥고 습한 날씨에 지친 몸을 금세 달래 준다. 그러다 문득 멜론이 베린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파티스리 ‘미드나잇 플레저’의 ‘에베이유(Éveil)’다. 에베이유는 프랑스어로 ‘자각’ 또는 ‘눈을 뜸’이라는 뜻이다. 그 뜻처럼 에베이유는 멜론의 달콤함에 선명한 산도를 더해 입맛을 환기하고 감각을 깨운다.

에베이유를 단순히 ‘차갑게 먹는 베린’ 정도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입안에 닿자마자 부드럽게 녹아내리며 멜론의 산뜻한 향과 단맛, 크림의 유연한 질감, 그리고 각 재료의 풍미가 순차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도록 구성돼 있다. 서둘러 삼키기보다 천천히 음미하며 그 섬세한 흐름을 경험해 보길 권한다.

이처럼 한 스푼 안에서 풍미가 순차적으로 드러나는 이유는 재료 구성에 있다. 쉬폰처럼 가볍게 구워낸 비스퀴를 베이스로 깔고, 프로마주 블랑으로 균형을 잡은 코코넛 무스와 제주 레몬 커드를 층층이 쌓았다. 여기에 코코넛 레몬 줄레와 멜론을 더해 완성했다. 동그랗게 모양 낸 멜론을 장식으로 올려, 귀엽고 인상적인 비주얼을 더했다.

평소 디저트와 와인의 페어링을 적극 제안하는 미드나잇 플레저에서는 에베이유와 함께 독일 모젤 지역의 피터 라우어(Peter Lauer)가 만든 ‘알트 샤이트 리슬링(Alt Scheidt Riesling)’을 추천한다. 두 가지를 잇는 공통점은 당도와 산도의 균형이다. 와인은 첫 모금에서 선명한 산도를 드러낸 뒤 달콤한 과즙의 뉘앙스로 이어지며, 에베이유의 멜론 풍미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미드나잇 플레저
•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29안길 17 1층
@shop.midnight.pleasure


[3]
“자연스러운 단맛, 초당옥수수”
레망파티쓰리의 수염난 옥수수 베린 

레망파티쓰리

누군가에게 디저트 여행지를 추천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도시는 부산이다. 화려함보다는 각자의 색이 분명한 파티스리들이 도시 곳곳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레망파티쓰리’는 2023년부터 연속으로 블루리본에 선정된 부산의 대표 디저트숍 중 하나.

레망파티쓰리를 여름에 방문한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메뉴는 단연 ‘수염난 옥수수 베린’이다. 다소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이름처럼, 프렌치 디저트를 친숙한 감각으로 풀어내는 이곳의 개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설탕의 단맛을 앞세우기보다 초당옥수수 본연의 풍미를 살리고 버터의 고소함을 더했으며, 다채로운 식감이 어우러지는 데에도 공을 들였다.

특히 옥수수 알은 물론 옥수수 수염차까지 활용해, 초당옥수수의 자연스러운 단맛을 보다 깊이 있게 끌어올렸다. 초당옥수수는 끼리 크림치즈와 조합해 부드럽고 진한 치즈케이크로 완성했다. 마스카르포네 크림에는 옥수수 수염차를 천천히 우려 은은한 향을 입혔고, 버터에 바삭하게 볶은 카다이프로 옥수수 수염을 표현해 재치 있는 디테일을 더했다.

레망파티쓰리
• 부산 동래구 온천천로471번가길 38
@lesmains_official


[4]
“은은하고 섬세한 생무화과”
물의 무화과 초콜릿 베린

물

디저트는 누구와, 어떤 공간에서 먹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으로 남는다. 성북구 안암동의 디저트숍 ‘물’은 맛뿐 아니라 공간이 주는 경험에도 공을 들인다. ‘편안하게 머물고 싶은 파티스리’를 지향하며, 손님들이 각자의 속도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분위기를 꾸렸다. 무화과가 제철을 맞는 여름, 베린 본연의 맛에 집중하며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물의 ‘무화과 초콜릿 베린’이 제격이다.

물의 정지윤 셰프는 “베린은 한 입에 편하게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 아래, 구성 요소를 과하게 늘리기보다 재료 본연의 맛과 균형에 집중한다. 무화과 역시 안정적인 품질을 위해 농원에서 직접 수급 받고 있으며, 매번 달라지는 당도에 맞춰 무스와 크림 등 각 레이어의 맛을 세밀하게 조정한다.

생무화과를 사용하는 만큼, 과일만 먹을 때보다 더욱 풍성한 맛을 구현하고자 했다. 특히 무화과는 은은한 향이 매력적인 과일이다. 이 향을 해치지 않기 위해 카카오 함량이 낮은 초콜릿을 사용해 부드러운 무스를 만들었다. 여기에 헤이즐넛을 더한 카카오 머랭을 듬뿍 올려 바삭한 식감을 더했다. 덕분에 한 입 한 입 다채로운 맛과 식감을 즐길 수 있다.

무화과의 섬세한 향, 초콜릿의 부드러움, 머랭의 바삭한 식감이 차례로 펼쳐지는 한 컵의 디저트.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에 몰입하고 싶은 여름날이라면, 물에서 그 느린 즐거움을 만나보길 바란다.


• 서울 성북구 고려대로 23 1층
@cafe.muu.ll


[5]
“크림을 만난 참외의 변신”
히나타의 참외 베린

히나타

무더운 여름, 디저트를 테이크 아웃했다가 녹아내린 크림 때문에 곤란했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베린은 꽤 좋은 선택지가 된다. 작은 컵 하나에 담겨 휴대가 간편하고, 잠시 앉아 쉬거나 이동 중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찜통 더위에도 맛있는 디저트를 포기할 수 없다면, 경북 경산시 영남대역 근처의 파티스리 ‘히나타’를 기억해두자. 일본 ‘츠지제과학교’ 출신 원도연 셰프가 운영하는 이곳의 ‘참외 베린’은 특히 눈길을 끈다.

큼직한 참외 과육과 층층이 쌓인 재료들의 비주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원도연 셰프는 참외의 은은한 단맛을 바탕으로 유자의 새콤달콤한 풍미를 더해 가볍고 경쾌한 인상을 완성했다. 크림치즈와 마스카르포네 크림이 부드러운 질감을 채우고, 크럼블과 참외 젤리가 층층이 어우러지며 다채로운 식감을 완성한다.

익숙하지만 다소 올드하게 여겨지던 참외를 한층 산뜻한 감각으로 재해석한 히나타의 ‘참외 베린’. 기존의 참외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볍게 뒤집는 여름 디저트로 손색이 없다.

히나타
• 경북 경산시 청운1로 11-1 1층
@hinata_patisserie


[6]
“구움과자 전문점의 베린”
오흐 뒤 구떼의 카사블랑카

오흐 뒤 구떼

점점 높아지는 여름 온도 앞에서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커피 대신 입안을 산뜻하게 리프레시해 줄 차 한 잔과 함께 구움과자를 즐기며 여유를 되찾아보는 것도 좋다. 그리고 그런 순간 떠오르는 구움과자계의 ‘쟁여템’ 성지로 구움과자 전문점 ‘오흐 뒤 구떼’를 소개할 수 있다.

오흐 뒤 구떼는 마들렌, 피낭시에, 비스킷 등 다양한 구움과자를 계절에 맞게 풀어내는 데 능하다. 특히 여름에는 구움과자가 무겁다는 인식을 가볍게 비틀며 새로운 매력을 제안하는데, 그 중심에 베린 ‘카사블랑카’가 있다.

카사블랑카는 청사과, 민트, 녹차를 조합해 초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산뜻한 맛을 구현했다. 여기에 민트 베르가모트 시럽을 적신 말차 마들렌을 더해 구움과자 전문점다운 정체성도 놓치지 않았다.

카사블랑카의 히든 트랙은 차와 민트를 다루는 오흐 뒤 구떼만의 방식에 있다. 평소 다양한 차와 리큐르를 활용하는 곳답게, 이번 제품에도 블랙티를 갈아 넣은 그린티 크럼블을 더해 풍미에 깊이를 더했다. 민트 역시 향료 대신 애플민트와 페퍼민트 잎을 사용해 청량감은 살리면서도 향은 한층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오흐 뒤 구떼
• 서울 마포구 동교로47길 10 1층
@heuredugouter_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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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슬

많이 먹는 것보다 제대로 먹는 사람입니다. 빵과 디저트를 맛보고 신중하게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