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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케이크, 누데이크 버거 케이크

안녕, 에디터B다. 누데이크는 항상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현대미술을 다루는 갤러리처럼 컨셉츄얼하게 꾸민 공간, 실험적인 형태의 케이크 그리고 젠틀몬스터가 만들었다는 점...
안녕, 에디터B다. 누데이크는 항상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현대미술을 다루는 갤러리처럼 컨셉츄얼하게 꾸민…

2022. 07. 27

안녕, 에디터B다. 누데이크는 항상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현대미술을 다루는 갤러리처럼 컨셉츄얼하게 꾸민 공간, 실험적인 형태의 케이크 그리고 젠틀몬스터가 만들었다는 점 때문에. 하지만 단 한 번도 가지 않았다. 대단한 이유는 없다. 집에서 도산공원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없어서 귀찮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누데이크 성수점이 문을 열었다. 디에디트 사무실에서 겨우 10분 거리다. 옳다구나! 이젠 가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오픈 날 바로 찾아갔다.

오픈 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고, 나는 카메라를 들고 예약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기 인원 25명, 예상 대기 시간 50분’. 예상 대기 시간이 너무 길었다. 일은 많고, 누데이크 방문은 그리 중요한 업무가 아니었기에 바로 사무실로 복귀했다. 그리고 5일 뒤 다시 방문했다. 누데이크 성수점은 평일 낮 시간에는 예약 없이 바로 입장할 수 있고, 매장에는 손님이 많지만 빈 좌석은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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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데이크 성수점에 꼭 가보고 싶었던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누데이크 성수점에만 파는 메뉴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버거 케이크’. 버거 케이크란 (당연히) 버거 모양으로 생긴 케이크인데, 이렇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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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어니언 피클 버거 케이크, 피크 버거 케이크, 콘 라멘 버거 케이크. 가격은 모두 4,500원. 바로 옆에는 마이크로 사이즈가 나란히 놓여 있는데, 가격은 1,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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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첫 번째 케이크부터 보자. 세 가지 버거 케이크 중 가장 ‘버거’처럼 생긴 메뉴다. 세 가지 메뉴는 공통적으로 빵 사이에 두꺼운 크림 층이 있는 형태다. 어니언 피클 버거 케이크에는 어니언 크림 위에 초콜릿 케이크 패티를 올려서 소고기 패티처럼 보이게 연출했고, 그 위에는 진짜 피클을 넣었다. 크림, 빵 그리고 피클이라, 조합이 낯선데 먹어보면 꽤 그럴싸한 하다. 하지만 주의하자. ‘그럴싸’하다는 말은 또 먹고 싶을 만큼 엄청 맛있다는 뜻은 아니다. 낯설고 재밌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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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로 가져가서 단면 사진을 찍어봤다. 이름은 버거 케이크이지만 구성 요소를 보면 크림빵과 다르지 않다. 보통 베이커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크림빵과 비교하자면 사용한 빵, 재료의 퀄리티는 다를 수 있지만, 크림이 주인공이 되어 밀가루빵와 어우러지는 맛은 비슷하다. 시각적인 차이에 비해 맛의 차이는 크지 않다. 피클을 썼다는 게 엄청 차별화되는 점이긴 하지만, 그 결과가 환상적일 정도는 아니라서 꼭 먹어보라고 추천하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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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버거 케이크는 피크 버거 케이크다. 피크는 누데이크의 시그니처 케이크다. 까만 크로와상을 붙여 케이크로 만들고 움푹 파인 케이크 중앙에 말차크림을 잔뜩 담아놓는 케이크다(생김새는 @nu_dake 에서 슬쩍 보고 오자).

피크 버거 케이크는 평범했다. 버거 형태로 만들었다는 것만 제외하면 일반적인 말차 크림빵과 다른 점이 없었다. 그리고 말차 크림을 서포트할 빵이 부족하다보니 말차 크림맛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버거 케이크 3종 중에서 순위를 매기면 3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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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속 1등은 콘 라멘 버거 케이크다. 옥수수 크림에 라면 스낵을 조합했는데, 이 한 끗이 마음에 들었다. 파격적인 시도만큼이나 준수한 결과물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콘 라멘 버거 케이크에 대해 ‘최고다’라고 말하진 못하겠지만 라면 스낵 덕분에 재밌고 즐겁게 먹을 수 있는 메뉴였다. 하지만 메뉴 설명에 적힌 ‘오독거리는 라면 스낵’이라는 표현은 잘못된 게 아닐까. 테이크아웃을 해서 먹을 때는 라면 스낵의 오독거림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눅눅해져 있었다. 버거 케이크에 대한 소감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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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데이크에 방문한 김에 매장을 둘러보았다. 가장 인상적인 건 역시 케이크들. 케이크에 대한 소감은 이 세 마디로 함축할 수 있다. ‘이걸 왜 만들었어?’ ‘이걸 누가 좋아해?’ ‘우와, 신기하다’. 그 정도로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형태의 케이크뿐이었다. 사실 ‘이걸 누가 좋아해?’는 농담이다. 틀을 깨는 형태의 케이크라… 그런 케이크라면 일단 내가 많이 좋아한다.

성수점 한정 메뉴는 버거 케이크가 전부는 아니다. 버섯 모양의 ‘머쉬룸’이라는 케이크도 있다. 바닐라 크림에 살구 소스, 둘세 가나슈를 더한 바삭한 식감의 케이크라고 한다. 가격은 4만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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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홀에는 엄청 큰 라운드 테이블이 두 개 있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몇 개의 좌석이 더 있다. 전체적으로 단체 인원보다는 두 명이 앉기에 좋도록 만들어 놓았다. 한 가지 재밌었던 건 의자 디자인이 다 다르다는 것. 규격화된 세계를 해체하려는 누데이크의 실험적인 행보와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디자인이나 착석감에 따라 맘에 드는 의자를 고르는 것도 재미 있겠다. (빈 의자가 충분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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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에서 인스타그래머블한 카페를 찾는다면 가보는 걸 추천한다. 버거 케이크를 먹지 않아도 누데이크는 일단 커피가 맛있으니까 실망하진 않을 거다. 누데이크 커피가 왜, 어떻게 맛있는지, 어떤 메뉴를 마셔야 하는지 궁금하면 커피 칼럼니스트 심재범이 쓴 기사를 읽어보자. 아 참, 버거 케이크는 테이크 아웃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얇은 종이가 버거 포장의 전부이기 때문에 쉽게 찌그러질 확률이 높다.

누데이크 성수점

  •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7길 26 1층
  • 영업시간 11:00 – 22:00
  • @nu_dake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