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건 처음이지? 신상 아이스크림 8

안녕, 술만 마시면 아이스크림을 찾는 에디터B다.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세 가지는 1)메가톤바 2)옥동자 3)구구콘이다. 웬만해선 먹지 않는 아이스크림은 없다. 모든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고, 클래식한 것부터 실험적인 맛까지 다 먹는다. 체지방량의 상당수는 치킨, 과자 그리고 아이스크림의 몫이라고 봐도 될 정도다. 오늘은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신상 아이스크림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직을 하거나 여행을 가는 것만이 모험은 아니다.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아이스크림을 골라보는 것, 그것도 모험이라면 모험이 아닐까. 일상의 소소한 모험을 응원한다. 그럼 시작한다.

순두부라는 장르,
인절미 순두부콘

언젠가 술을 꽤 마시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새벽 1시쯤 되었을까. 헤드폰을 쓰고 비트에 몸을 맡기며 걸어가다 차가운 아이스크림 하나가 간절히 생각났다. ‘무엇을 먹어야겠다’는 목적 없이 들어간 GS25에서 산 아이스크림은 강릉초당순두부 아이스크림. 두부와 아이스크림의 조합이라니, 좋게 말하면 실험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이런 걸 왜 만들…’. 하지만 이상하게 묘한 매력이 있었다. 초코나 바닐라처럼 첫입에 바로 “맛있다”가 나오지 않지만 묘하게 끌리는 맛. 평냉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질척거리지 않고 부서지는 듯한 질감도 매력적이었다. ‘인절미 순두부콘’은 두부 아이스크림에 인절미 맛이 추가된 버전이다. 소프트콘을 인절미와 두부가 사이좋게 분할하고 있지만 인절미의 존재감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 두 맛의 조합은 좋지만, 강력한 인절미의 맛을 기대한다면 아쉬울 수도 있다. 가격은 2,200원.

말차는 실망시키지 않아,
힛더티 슈퍼말차초코

말차에 대한 신뢰가 있다. 3년 전, 더위에 지치고 기운이 없을 때 시원한 말차라떼 하나에 원기 회복된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슈퍼말차’라는 이름을 처음 보고 꽤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 보통 녹차보다는 말차의 향이 더 훨씬 진한데, 힛더티 슈퍼말차초코콘 역시 그렇다. 녹차 맛 아이스크림을 좋아해서 녹차마루, 그린티 아이스크림 같은 걸 종종 먹는데, 이건 비교도 안 된다. 슈퍼말차초코는 어떤 녹차 아이스크림보다도 진한 향을 품고 있다. 초코의 존재감은 생각보다 강하진 않지만, 그건 초코가 말차를 서포트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아마 초코가 빠졌다면 이 아이스크림에 대한 평점은 최소 별 반 개 정도는 줄어들었을 거다. 가격은 2,500원.

버터의 세계로 오세요,
버터아이스크림

듣기만 해도 군침이 흐르는 단어가 있다. 내겐 버터가 그렇다. 이상하게 버터를 사랑해본 적도 없으면서 ‘버터’가 들어갔다고 하면,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제품명부터 아주 정직한 ‘버터아이스크림’은 메가톤바와 비슷한 식감이다. 쫀득쫀득! 입안 이곳저곳에 달라붙는다. 버터 맛 아이스크림이라는 장르는 초코, 바닐라처럼 흔하진 않기 때문에 처음 먹어보면 신선한 충격일 거다. GS25에서 판매 중이니 기회가 된다면 먹어보면 좋겠다. 꽤 맛있다. 가격은 1,500원.

나 딸기 좋아하네?
딸기쏙 찹쌀떡바

쿠캣의 베스트셀러 딸기쏙 찹쌀떡의 아이스크림 버전이다. 사실 나는 딸기맛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돈내먹 한 적이 없다. 그런데 딸기쏙 찹쌀떡 이거 이거… 생각보다 훨씬 맛있다. 작은 떡이 알알이 박혀 있고, 가운데에는 딸기시럽이 가득 들어가 있다. 한입 베어 물었을 때의 딸기 향이 하루의 우울을 날려버릴 정도로 시원상큼하다. 나 딸기 좋아하네? 생각이 들 정도. GS25에 가면 버터아이스크림이랑 함께 사서 먹어보자. 가격은 1,500원.

명장면이 없는 영화,
곰표 크림치즈바

포장을 뜯자마자 치즈향이 풍긴다. 물론 거부감이 들 정도로 강하진 않고, 크림치즈가 들어갔다는 걸 알 수 있는 정도만 난다. 곰표 유니버스가 이제는 좀 피로해져서 꼭 소개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그래도 크림치즈 아이스크림이라는데, 이건 분명 맛있을 텐데…소개를 안 하는 건 좀 아쉬웠다. 더도 말도 덜도 말고 딱 맛있는 크림치즈 아이스크림이다. 분명히 맛있긴 하다. 하지만 그래서 아쉬움이 있다. 명장면이 없는 영화, 하이라이트가 없는 영화를 본 느낌이다. 딸기쏙 찹쌀떡바처럼 뭐라도 넣었다면 감동이 몰려왔을 텐데. 가격은 2,000원.

꿀이 미쳤네,
허니&그릭 요거트콘

이 아이스크림은 먹기 전까지 기대치가 굉장히 낮았다(사람이 왜 이렇게 부정적이야?). 일단 춘식이가 그려져 있다는 게 첫 번째 이유. 책 표지에 작가의 얼굴을 큼지막하게 넣은 것처럼 부족한 실력을 감추는 마케팅처럼 느껴졌다. 두 번째는 꿀이 들어갔다는 것. 꿀이 아이스크림과 잘 어울릴까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먹어보니 꿀이 미쳤다. 꿀이 없었다면 허니&그릭 요거트콘은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며, 냉혹한 편의점 아이스크림 냉장고에서 선택되지 못했을 것이다. 고구마를 좋아하는 춘식이가 왜 허니&그릭요거트콘에 그려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춘식이가 꿀도 좋아했던가. 가격은 2,000원.

Honey가 묵음이야
HBAF 허니버터아몬드

허니&그릭 요거트콘을 먹고 바로 이어서 ‘HABF 허니버터아몬드콘’을 먹었다. “H는 묵음”이라는 카피가 떠올랐다. H가 아니라 Honey가 묵음 처리된 것처럼 꿀맛이 약했다. 허니&그릭 요거트콘에 비해서 강하지 않고 심심한 느낌. 굳이 말하자면 구구콘과 허니&그릭 요거트콘 사이에 있는 듯한 맛인데, 포지셔닝이 애매해서 아쉬웠다. 역시 사람의 마음을 훔치려면 애매해서는 안 된다. 가격은 1,800원.

수레국화를 넣었다고?
다두 문라이트 블루

화려한 색감으로 유혹하는 아이스크림 하나를 샀다. 이름은 ‘다두 문라이트 블루’. 구슬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한 디핀다트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패키지에는 우주선이 그려져 있고, 아이스크림은 파란색이라 맛도 되게 특이할 것 같지만 의외로 그냥 우유맛이다.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의 ‘수레국화’를 사용해서 파란색을 표현했을 뿐 맛은 평범하다. 그래도 맛있는 우유 맛이다. 안에는 자두 필링이 들어가 있다. 한 번쯤 먹어보는 건 좋겠다. 다두 문라이트 블랙 맛도 있는데, 그건 체리 필링이 들어가 있다. 가격은 2,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