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짧고 뜨거운 아웃도어 쇼츠 5

안녕. 여름을 기다리며 1년을 사는 객원 필자 조서형이다. 드디어 짧아지고 얇아지고 가벼워진 옷차림과 함께 몸을 쭉 펴고 길을 걸을 수...
안녕. 여름을 기다리며 1년을 사는 객원 필자 조서형이다. 드디어 짧아지고 얇아지고 가벼워진…

2022. 06. 09

안녕. 여름을 기다리며 1년을 사는 객원 필자 조서형이다. 드디어 짧아지고 얇아지고 가벼워진 옷차림과 함께 몸을 쭉 펴고 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지난주까지도 추위에 웅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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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묘미는 반바지다. 학생 때는 내 다리 모양이 싫어서 가능한 한 반바지를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돌아보니 아니었다.

작은 키를 한껏 강조하는 커다란 카고 바지가, 허벅지를 간질이는 걸 꼭 참고 입던 찢어진 청반바지가, 수건처럼 보드라운 비치 타올 숏팬츠가 여름마다 있었다. 반바지는 유행을 따라 한 번씩 나를 거쳐 갔다. 그렇게 야금야금 반바지를 입던 청년은 어느덧 세상의 모든 반바지 종류를 돌려가며 입는 30대가 되었다. 다리 모양 같은 건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 반바지가 주는 휑한 자유로움에 비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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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아웃도어 활동에 유리한 다섯 가지 반바지를 모아 보았다. 작년에 잘 입었던 반바지도 있고, 올해 새로 산 반바지도 있다. 그리고 주변에서 입은 걸 눈여겨본 다음 장바구니에 담아둔 반바지도 있다. 예상 밖의 소득이 생기면 당장 사 입을 예정이다. 아웃도어 활동가에게는 어떤 모험이 펼쳐질지 예측할 수 없고 반바지는 다다익선이다.


[1]
파타고니아 Patagonia
배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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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스는 헐렁하다는 뜻의 배기Baggy의 복수형이다. 이 단어는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쇼츠가 독차지하고 있다. 파타고니아의 배기스는 재생 나일론 소재로 만들어 가볍고 잘 마른다. 품이 넉넉해 활동하기에 좋고 다리에 붙지 않는다. 배기스라는 이름이 낯선 사람도 사진을 보면 알 거다. 매년 여름이면 전국 여기저기서 봐 왔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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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스를 입어보기 전에는 모두가 입는 바지를 굳이 나까지 입고 싶지 않았다. 파타고니아 감성이라는 유행에 휩쓸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로고를 빼면 바지 자체는 평범하지 않나 싶었다. 엉겁결에 세일을 하는 배기스를 손에 넣은 다음엔 생각이 달라졌다.

1400_vkxkrgsldk1 © Patagonia

배기스는 무려 40년의 역사를 가진 반바지다. 적당히 만들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고, 여기까지 왔다면 그동안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쳤을 것이다. 배기스는 만능 아웃도어인 같은 느낌이다. 자전거를 탈 때 입어도 허벅지가 쓸리지 않는다. 수영을 할 때 입어도 속이 비치지 않고 클라이밍을 할 때도 모든 각도의 움직임을 거뜬히 커버한다. 축구할 때도 러닝할 때도 입는다. 주머니가 깊어 카드나 마스크 같은 내용물이 쉽게 빠지지 않는다. 남성용과 여성용 디자인이 나뉘어 있고 길이를 골라 입을 수 있다. 그물망 속바지는 남성용에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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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tagonia

파타고니아 코리아 홈페이지의 메뉴를 보면 신제품 바로 아래 칸이 배기스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파타고니아 사이트에서 배기스를 찾았다는 거겠지. 나 역시 기회가 생기면 바로 하나 더 사 입을 의향이 있다. 파타고니아 말대로 인생은 짧고 라이프는 쇼츠(Life’s Shorts)니까 좋은 건 한 번 더. 배기스 가격은 9만 5,000원. 구매처는 여기.


[2]
The RESQ & Co.
스웻 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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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스큐 컴패니, 줄여서 ‘더 레스큐’는 과거 역사 속 남자가 가장 멋있었던 때의 옷차림을 복각하는 브랜드다. 남성을 강조했지만 멋진 인간에는 남녀가 없으므로 여자가 입기에도 멋진 옷이 많다. 더 레스큐에는 여러 라인이 있다. 그중 스포츠웨어 라인 ‘볼게임’의 반바지를 사 입은 적이 있다. 작은 사이즈로 주문하니 여자인 나도 편하게 잘 맞았다. 운동복에서 모티브를 따 온 옷이라 활동성이 좋다. 볼게임 라인은 최대치의 노력으로 승부를 벌이는 운동선수처럼 자신의 게임을 극복해 나가는 용감한 순간을 응원한다. 또 얼마든지 땀을 흘려도 얼마든지 세탁을 할 수 있도록 변형이 적은 소재로 만들었다.

1400_there1 © The RESQ & Co.

올해 나온 더 레스큐의 볼게임 쇼츠는 빈티지 아카이브 연구를 통해 만들었다. ‘980g 헤비 스웨트 니팅 밀즈’ 즉 고밀도 편직물로 만든 바지라 내구성과 착용감이 뛰어나다. 입을수록 다리 실루엣에 맞춰져 자연스러워지는 것도 특징이다.

1400_theres4 © The RESQ & Co.

맨투맨이라 불리는 스웻셔츠의 반바지 버전이라 생각하면 된다. 아침, 저녁으로 긴팔 후디나 맨투맨에 곁들여 입어도 좋고, 여행할 때 입거나 에어컨 아래서 입으면 좋다. 운동복 출신이니 당연히 운동할 때도 좋다. 봄, 가을의 전유물인 스웻 소재 반바지는 여름에 입어도 이렇게나 좋다. 볼게임 쇼츠 가격은 69,000원. 구매처는 여기.


[3]
엠니M.Nii, 케일CAYL
투 웨이 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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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엔 길고 낮엔 짧은 것은? 긴바지를 똑 떼어 반바지로 입을 수 있는 투 웨이 팬츠다. 10년 전쯤 여행을 다니며 여행자들에게서 본 적이있다. 편리해 보이지만 지갑이 열리지는 않았다. 반바지도 긴바지도 어정쩡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두 벌을 사 입고 말지 생각했다. 그사이 유행은 돌고 바지는 발전했다.

1400_1400_two3-tile © M.Nii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한 김에 엠니 M.Nii의 투웨이 팬츠를 냉큼 사 입었다. 반바지와 긴 바지 외에도 무릎 부분을 반만 열어 입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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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 양옆에도 지퍼가 있어 발목까지 조여지는 조거 팬츠 형태나 통이 넓은 와이드 팬츠 형태로 조정해서 입을 수 있다. 그러니까 경우의 수를 계산해 보면 식스 웨이 정도는 되겠다.

1400_two7 © CAYL

‘Climb As You Love’의 앞 글자를 따서 이름 지은 브랜드 케일CAYL은 사장님 부부가 트레일 러너다. 산을 뛰어다니며 오르는 게 취미인 사람이 만드는데 내구성과 활동성이 빠질 리 없다. 지퍼 색을 다르게 하여 탈착이 덜 헷갈리게 만든 게 특징이다.

땀을 배출하기 위해 사이드 지퍼가 화끈하게 열린다. 지퍼를 열었을 때 바지 핏은 똑딱이 단추가 잡아준다. 밑단 스트링과 허리의 웨빙 벨트로 스타일을 다르게 할 수도 있다. 양옆과 뒤의 포켓 외에도 지퍼로 닫을 수 있는 히든 포켓까지 총 여섯 개의 주머니가 있다. M.Nii 투웨이 팬츠 가격은 7만 8,000. 구매는 여기. 케일의 투웨이 하이킹 팬츠 가격은 20만 5,000원. 구매는 여기.


[4]
그라미치
쉘 패커블 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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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용 아이템에는 패커블이 많다. 짐의 부피를 줄이고 정리를 쉽게 한다. 패커블 쇼츠는 가볍고 잘 마른다. 주머니 속에 마구 구겨 넣어도 탁탁 털어 입으면 된다.

Gramicci Shorts Shell Packable Black

그라미치는 미국의 전설적인 클라이머가 만든 바지다. 유연하고 역동적인 등반가의 움직임과 거친 돌을 견디기 위한 내구성을 모두 갖췄다. 한 손으로 벽에 매달린 채 남은 한 손으로 바지춤을 조여 맬 수 있을 만큼 웨빙 벨트 조작이 쉽다. 브랜드 로고인 러닝맨이 그려진 웨빙 벨트는 그라미치 팬츠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쉘 폴리에스터 소재라 워낙 가벼운 데다 발수, 방풍 기능이 좋다. 뒷주머니에는 지퍼가 있어 소지품을 보관할 수 있다. 커다란 돌덩이에 거꾸로 매달려도 주머니 속 모두가 안전할 것이다. 이 뒷주머니를 통해 바지를 통째로 말아 넣으면 작은 파우치 모양이 된다.

Gramicci Shorts Shell Packable Black © Gramicci

미국에서 시작한 아웃도어 브랜드 그라미치를 일본이 가져가 전개하면서 젊은이들의 스트리트 패션이 되었다. 무릎 살짝 위 기장이라 코디가 편하다. 색상과 패턴이 워낙 다양해서 검정, 카키, 회색 등의 무난한 옷차림에 액센트로 입어도 좋다. 그라미치는 색감과 소재 활용을 잘하는 브랜드라 수영복처럼 화려한 색에 도전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실제로 소재 특성상 수영복으로 입어도 무리가 없다. 이번 시즌에는 페이즐리 패턴이 새로 나왔다. 몇 년간 살펴보니 국내에서는 무난한 컬러가 일찍 품절된다. 오히려 좋다. 그라미치 쉘 패커블 쇼츠 가격은 8만 9,000원. 구매는 여기.


[5]
치즈사이클링, 라파
바이커 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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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전부터 바이커 쇼츠가 스멀스멀 유행했다.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 진정 삶을 즐기는 챔피언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바이커 쇼츠도 함께 우리에게 왔다. 바이커 쇼츠는 사이클링 할 때 입는 무릎 기장의 딱 붙는 반바지를 말한다. ‘자전거 쫄쫄이’ 정도를 상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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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라이더라면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의도 달라붙는 옷을 입는 게 맞다. 같은 소재의 져지나 크롭 티셔츠가 좋겠다. 스판이라 줄여 부르는 스판덱스 소재 특성상 바이커 쇼츠는 몸에 딱 붙는다. 요즘 바이커 쇼츠는 생각보다 부담스럽지 않다. 포켓과 엉덩이 패드, 절개 등이 절묘하게 잘 만들어져 있어 출퇴근용으로도 입는다. 1990년대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바이커 쇼츠에 도톰하고 긴 양말, 운동화, 그래픽 스웻셔츠를 입어 큰 인기를 얻은 적이 있다.

1400_1400_ile © Cheese Cycling Club

고밀도 원단과 고기능성 패드를 사용한 치즈 사이클링의 카고 팬츠. 치즈 사이클링은 국내 자전거 의류 판을 멋지게 뒤엎은 브랜드다. 사진으로 보기엔 이런 옷을 어떻게 입나 싶지만 막상 입은 사람을 보면 크게 어색하지 않다. 멋있다는 생각이 먼저다. 나는 그랬다. 치즈사이클링 볼드 카고 숏 가격은 10만 9,000원. 여성용 구매는 여기, 남성용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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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자전거 의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라파의 바이커 쇼츠. 레이저 재단 등으로 마감 처리가 깔끔해 딱 붙게 입어도 부담스럽지 않다. 자전거로 긴 거리를 여행할 예정이라거나 매일 멀리까지 자전거 출퇴근을 한다면 가장 적합한 제품일 것이다. 허벅지 밴드와 양쪽 다리의 포켓이 있어 소지품 소지에도 편하다. 라파의 바이커 쇼츠 가격은 12만 5,000원. 남성용 구매는 여기, 여성용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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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형

아웃도어 관련 글을 씁니다. GQ 코리아 디지털 팀 에디터. 산에 텐트를 치고 자는 일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