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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커피 가이드: 성수 편

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2호선 자락 조용한 수제화 거리였던 성수 지역이 정말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큐물러스, 미아논나,...
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2호선 자락 조용한 수제화 거리였던…

2022. 06. 08

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2호선 자락 조용한 수제화 거리였던 성수 지역이 정말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큐물러스, 미아논나, 팩피와 같은 개성 있는 음식뿐만 아니라, 패션 브랜드의 컨셉트 숍까지, 어느덧 성수동이 한국에서 가장 뜨겁고 화려한 장소가 되었다.

대림창고와 어니언으로 시작한 성수동의 카페는 메쉬, 센터, 로우키, 피어커피와 같은 스페셜티커피 매장으로 뻗어나갔다. 이번에 소개할 성수(뚝섬, 서울숲 포함)의 카페들은 한국 스페셜티 커피 산업에서도 손꼽히는 찐찐찐 매장들이다.


[1]
메쉬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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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겨울 메쉬커피를 처음 찾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뚝섬역 주변에 택시 회사와 건축자재 회사들만 덩그라니 있었고, 겨울 아침 스산한 분위기가 매장 주위에 가득했다. 밤새 매장 공사를 하던 김현섭 바리스타는 토막잠을 자고 있었고, 아침 일찍 출근한 김기훈 바리스타가 핼쑥하지만 반가운 얼굴로 맞이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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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쉬커피에서 처음 마신 커피는 멕시코 싱글오리진 브루잉 커피, 에스프레소와 밀크의 궁합이 척척 맞는 카푸치노였다. 간판도 없이 황량한 신규매장의 커피가 참 달고 맛있었다. 굳이 설명하면, 근심걱정이 사라지는 느낌이랄까? 그날 이후 메쉬 커피는 예상대로 꾸준히 성장해서 커피 업계의 올림픽과 같은 COE 1위 커피를 낙찰 받는 등, 지역과 단단히 결착된 인디 스페셜티 커피 매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추천 메뉴는 다양한 싱글오리진 브루잉 커피와 카푸치노, 카페라떼, 플랫화이트, 코타도(코르타도) 같은 밀크커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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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쉬의 싱글오리진 브루잉 커피는 시즌에 따라 다양한 커피들이 있다. 최근에는 엘살바도르 엘아마톤 커피를 마셨는데, 선명한 자두 향과 핵과일과 같은 쌉사름한 감칠맛과 초콜릿과 같은 질감, 조청과 캬라멜을 연상시키는 단맛이 일품이었다. 메쉬의 인기 메뉴는 카푸치노, 카페라떼, 플랫화이트, 코다도 같은 밀크 커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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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적절한 밸런스 그리고 숙련된 바리스타의 스티밍(머신의 증기로 우유를 데우는 과정) 실력이 돋보이는 마일드 카푸치노를 좋아한다. 커피인들 사이에서는 헬카페 임성은 바리스타의 헬카푸치노와 메쉬커피의 카푸치노가 가장 맛있는 밀크커피로 손꼽힌다. 메쉬커피는 해방촌 2호점, 성수역 TMH매장 3호점까지 매장을 확장했지만, 뚝섬역 주변 1호점이 가장 독특한 바이브를 가지고 있다. 매장 내부에 의자가 없이 불편하지만, 활기차고 친절한 바리스타와 커피의 궁합이 훌륭하다.

메쉬커피

  • 서울 성동구 서울숲길 43
  • 싱글오리진 브루잉 커피, 카푸치노, 카페라떼, 플랫화이트, 코타도

[2]
센터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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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커피의 바리스타 박상호는 세계 커피인 사이에서 매우 유명하다. 박상호 바리스타는 2012년 영국 바리스타 챔피언십 런던 1위, 2013년 영국 브루어스컵 국가대표, 세계 대회 4위, 2014년 커피인굿스피릿 영국국가대표, 2015년 세계 대회 6위를 기록했고, 영국 최고의 스페셜티 커피회사 제임스호프먼의 스퀘어마일에서 헤드로스터로 근무했다. 2016년 박상호 바리스타가 귀국해 시작한 센터커피는 성수동 원조 메쉬커피와 함께 서울숲의 대표적인 스페셜티 커피 회사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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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커피는 서울숲 이외에, 삼성동, 롯데 백화점 IWC 빅파일럿 커피바, 서울역점까지 매장을 확대했다. 센터 커피의 특징은 아이스브레이커 블렌딩과 넘버세븐 드립백이외에도 화려한 싱글오리진 커피이다. 매장의 대표적인 블렌딩 아이스브레이커는 바닐라와 같은 단맛과 여운있는 애프터와 클린컵과 같은 편안한 커피를 지향한다. 센터커피의 넘버세븐 드립백은 두 종류의 블렌딩,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브라질 싱글오리진 커피와 센터커피를 빛내는 게이샤 커피로 구성되어있다.

센터커피의 추천 커피는 박상호 바리스타의 게이샤 브루잉 커피이다. 박상호 바리스타는 게이샤 커피의 향미, 클린컵과 우아한 피니시를 아름답게 로스팅하기로 유명하다. 파나마 게이샤, 과테말라 엘인헤르토 레전더리 게이샤, 콜롬비아 세로아줄 게이샤까지 다양한 게이샤 커피를 시즌에 맞춰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 방문했을 때는 콜롬비아 세로아줄 게이샤 커피를 박상호 바리스타가 직접 브루잉한 커피로 마실 수 있었다. 향수와 같이 다양하고 폭발적인 향미들이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느낌이 호사스러웠다.

센터커피의 싱글오리진 커피는 하리오 드리퍼를 이용해서 브루잉하고 윤상현 작가와 협업으로 제작한 센터 서울 머그에 제공한다. 센터커피의 모든 매장이 훌륭하지만, 서울숲 바로 앞에 위치한 햇살 맛집, 공원 맛집의 아름다운 조망에서 멋진 커피를 즐겨 볼 것을 추천한다.

센터 커피

  • 서울 성동구 서울숲2길 28-11
  • 싱글오리진 커피

[3]
로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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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커피의 어머니 로우키가 성수동 연무장길과 헤이그라운드에 이어 성수동 주변 송정동까지 자리를 잡았다. 로우키라는 용어는 저조도의 차분한 사진이라는 의미이다. 로우키의 가장 특징은 뚝심 있는 다양한 스페셜티 커피이다. 로우키의 대표적인 샴페인 블렌딩은 케냐와 동아프리카 지역의 아름다운 산미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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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향미와 와인과 같은 부케(bouquet, 와인 제조과정에서 와인에 녹아든 향)가 입체적으로 표현이 되어 매력적이다. 이외에도 샴페인 블렌딩을 강하게 볶은 강배전 다크문 블렌딩을 좋아한다. 어둠 속 한 줄기 빛처럼 선명한 커피향미가 강배전 커피의 고소하고 강력한 단맛과 함께 임팩트 있게 어울린다. 다크문을 베이스로 하는 밀크 커피도 매우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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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키의 싱글오리진 브루잉 커피는 시즌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는데, 최근 송정점에서 마셨던 에티오피아 아이스 브루잉 커피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비밀이지만, 송정점에서 최근 시작한 수제 콤부차가 정말 진심으로 맛있다. 특별한 가향 없이 홍차와 균주류를 통한 이차발효로 발산되는 콤부차는 대량 생산 제품들의 튀는 듯한 산미가 아쉬었는데, 로우키에서 직접 제작한 콤부차는 향미 좋은 IPA와 같이 아름답고 섬세한 열대과일 향미가 연상이 되었다. 이제껏 마셨던 모든 종류의 콤부차 중에서 최고였다. 개성 있는 로우키의 모든 매장이 훌륭하지만, 연무장길 지하의 숨겨진 공간이 생각보다 더욱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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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키라는 의미처럼 저조도의 공간이지만, 커피와 함께 차분히 집중할 수 있는 느낌이다. 바리스타들이 사랑하는 로우키의 커피뿐만 아니라 섬세하고 영감 있는 매장까지 아름답다.

로우키 커피

  • 서울 성동구 연무장3길 6 1층
  • 싱글오리진 브루잉 커피, 수제 콤부차, 샴페인 블렌딩, 다크문 블렌딩, 밀크 커피

[4]
피어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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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터줏대감이던 피어커피가 성수역 북쪽 지역으로 이전했다. 성수역 남쪽 지역과 서울숲 주변은 번화한 상업지역 되었지만, 1번 출구 북쪽 성수 지역은 1990년대에 멈춰진 공간들이 잘 간직되어 있다. 피어커피에서 가장 인상적인 블렌딩은 다이아나 블렌딩과 7주년 특별 블렌딩 루이지블렌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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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엘카미노 블렌딩은 고소하고 단맛이 좋아 밀크커피와의 궁합이 좋다. 피어커피는 다양한 종류의 싱글오리진 이외에도 한 달에 한 번씩 새롭게 소개하는 싱글오리진 에디션 박스가 커피애호가들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커피 품종 원종 시리즈, 세계 최고 가격 커피 게이샤 시리즈, COE옥션랏 시리즈 등등. 커피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애호가들 모두 사랑하는 다양한 커피들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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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가장 인상 깊게 마셨던 피어커피의 싱글오리진 브루잉 커피는 핀카리브레, 리브레에서 운영하는 온두라스의 농장에서 재배된 수세식 커피의 단맛과 섬세한 향미가 잘 조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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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의 추천 메뉴는 에디션 덴마크에서 수입한 AC PERCH’S의 차를 냉침 해서 탄산수와 적절히 가당한 에이드이다. 좋은 차의 선명한 향미가 적절한 가당과 함께 상큼하고 달콤하다. 로우키의 콤부차와 함께 올해 마셨던 아이스티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다. 피어커피는 바리스타, 로스터, 디자이너가 협업하는 커피 회사로 커피 추출, 로스팅, 전문적인 디자인까지 지향점이 명확하다. 오래된 개인주택을 개조한 광희문(광화문이 아니다) 주변의 2호점 매장 역시 매우 아름답다. 이외의 성수 지역 커피 매장으로 센서리 전문가 송인영 씨의 기미사, 여상원 바리스타의 리커버리커피바를 추천한다.

피어커피

  •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299-39
  • 싱글오리진 브루잉 커피, 스파클링 에이드
About Author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 '카페마실', '동경커피', '교토커피'를 썼습니다. 생업은 직장인입니다. 싸모님을 제일 싸랑하고 다음으로 커피를 좋아합니다. 아 참, 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