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LIFE

명예 대구인의 대구 여행 가이드 10

카페, 미술관부터 편집샵까지
카페, 미술관부터 편집샵까지

2025. 11. 17

안녕, 대구 여행을 다녀온 객원 에디터 우준영이다. 몇 년 전,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일하며 멋진 자연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나도 그 무렵부터 자연을 즐기는 맛을 알게 됐다. 바로 그때 한 친구가 사유원을 추천했다. “자연을 좋아하면 꼭 가봐” 그 말을 잊지 않고 살다가, 최근 대구 출신의 친구가 대구가 그렇게 멋있는 곳이라고 자랑해서 호기심이 폭발했다. 도대체 대구는 어떤 곳이길래?

무더위가 무서워 일찍이 다녀온 대구에서의 2박 3일. 나는 연신 감탄했고, 고개를 주억거렸고, 감격하며 셔터를 눌렀다. 이글을 준비하며 다시 사진을 뒤적거리고 기억을 떠올려보는 지금도 대구에 대한 리스펙과 애정이 무럭무럭 자란다.

덧붙이자면 나는 세심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편집숍, 커피와 공간 구석구석을 즐길 수 있는 카페, 남다른 큐레이션 엿보이는 빈티지숍을 만날 때마다 손뼉을 치는 사람으로, 이 취향이 당신과 맞길 바란다. 어느새 공기가 많이 차가워진 요즘, 초여름의 대구가 전해줄 뜨뜻함은 덤이다.


[1]
사색할 수 있는 산지 정원
사유원 

사유원
출처: 사유원 홈페이지

군위에 있는 ‘사유원’은 대구역에서도 약 한 시간가량을 차로 더 들어가야 한다. 꽤 오래 걸어야 하니 단단히 준비하라고 여럿이 조언해 주었기에 편한 신발과 간단한 간식, 삼각김밥, 물 등을 미리 챙겼다.

언덕의 이름마저 잠깐 생각에 잠기게 함..

경사가 높지는 않은데 쭉 걷다 보면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해 산 저쪽 반대편이 보인다. 꼭 이런 곳엔 쉬어가기 좋은 의자도 있다. 잠시 앉아서 저 멀리 빼곡한 나무 틈 사이로 빼꼼 보이는 건물이 무엇인지 지도를 뒤적거리며 확인해 보고, 동행인과 여기 오길 참 잘했다는 이야기도 나눈다.

얼룩덜룩한 모과나무 껍질
종처럼 매달려있는 때죽나무의 꽃

생전 처음 보는 식물도 종종 있는데, 그게 나만 신기한 건 아닌지 무리로 오신 어르신들도 옹기종기 모여 식물을 잘 아는 누구를 막 찾는다. 이름을 맞혀보다가 결국엔 사진을 찍어 스마트 렌즈로 검색하는 이 시대에 새삼 놀란다. 나뭇결이 신기해 가까이 가서 보고, 작게 핀 꽃에 시선을 뺏겨 영 걷는데 속도가 나지 않는다.

알바로 시자의 소요헌 (출처: 사유원 홈페이지)
알바로 시자의 조각도 설치되어 있다

곳곳에 있는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건축물은 이 넓은 정원에서 이정표이자 목표 지점이 되어 발길을 이끈다. 수도원, 정문, 전망대를 찾아가서 발을 들이면 공기가 달라지는 걸 느낀다. 웅장함과 고요함 속에서 숨도 고르게 쉬게 되고, 집중하게 되고.

‘자연의 섭리’가 대체 뭘까.. 하고 고개를 들면 자연으로 꽉 찬 풍경이 보인다. 
‘멀리 소백산을 바라보며 마음에 가득 쌓인 탐욕을 씻어내는 전망대이다.’ 라고 써있다. 

글귀와 안내문까지도 범상치 않다. 나보다 앞서 이 길을 걸었던 어른은 이런 생각을 하셨구나. 한 수 배워가며 그가 남긴 글을 하나씩 주워 읽는다. 한두 걸음 앞 철제 안내판이 보이면 이번에 어떤 글이 쓰여 있을지 궁금해하며 발걸음을 서두른다. 마음에 남는 단어는 몇 번 더 곱씹으며 다시 걷는다

오전 11시에 입장해서 오후 3시까지 걸었다. 번잡하고 시끄러운 속세는 남일이라는 듯 울창하게 크고 있는 나무들을 보면서 평소라면 떠올리지 않는 질문을 생각하게 되는 것도 좋았다. 자연을 즐기게 되는 시기, 인생의 질문이 많아지는 시점. 그 두 타이밍이 겹친 사람이라면, 꼭 사유원에 가보시길.

사유원

주소 | 대구 군위군 부계면 창평리 440
운영시간 | 화-일 09:00-17:00
@sayuwon


[2]
고기국밥이 있는 노포 맛집
군위식당 

여행 중 맛집에 큰 욕심이 있진 않아서 미리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첫째 날 밤 급하게 대구 맛집 유튜브를 여러 개 돌려보던 중 동선과 영업시간을 따져 낙찰된 곳이다. 성시경과 싸이가 다녀갔다는 유명한 돼지국밥 맛집 ‘군위식당’.

출처 | 네이버 지도, 군위식당

살짝 이른 시간에 방문해서 웨이팅 없이 바로 들어갔고, 가장 유명한 수육 백반 세트 ‘고기밥’을 시켰다. 수저를 두자마자 음식이 착착 세팅되는 K 패스트푸드의 저력을 봤다. 옆자리에 어르신 두 분이 앉아계셨는데, 여기가 대구에서 제일 맛있는 곳이라며 잘 찾아왔다는 반갑고 뿌듯한 인사를 건네주셨다.

군위식당
메뉴 이름은 고기밥인데, 더 정확하게 하자면 고기밥국

담백하고 야들야들한 수육은 입에 넣자마자 찾아오길 잘했다는 확신을 줬다. 따로 나오는 국물에 밥과 다진 양념을 넣고 휘휘 저어서 후루룩 먹으니 음식은 순식간에 없어졌다.

유튜브에서 발견했던 또다른 식당 후보는 왕갈비탕의 금이옥과 해물탕의 청학식당이다. 뚝배기 가득 쌓인 갈비와 알과 곤이, 생선 대구가 우려낸 칼칼한 국물이 강력한 노포 맛집이었는데, 여행 일정과 동선상 맞지 않아 눈물을 흘리며 포기했다. 모쪼록 맛집을 찾는 공수를 줄일 수 있길 바라며 몇 글자 보태본다.

군위식당

주소 | 대구 중구 포정동 21-3
영업시간 | 매일 09:00-21:00 (수 정기휴무)


[3]
대구에서 덴마크 찾기 
패트릭 커피 하우스

패트릭커피하우스
출처:  패트릭 커피 하우스 인스타그램
출처 |  패트릭 커피 하우스 인스타그램

흰 건물의 일 층, 통창으로 가게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책상과 소파, 가구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았다. 덴마크에 사는 패트릭의 집이라는 콘셉트로, ‘coffee, desser, furniture, jazz or anything Patrick likes.(커피, 디저트, 가구, 재즈, 혹은 패트릭이 좋아하는 모든 것.)’ 라는 인스타그램 프로필의 소개 한 줄마저 이마를 치게 한다. 여기 잘 하잖아?

패트릭의 취향은 꽤 멋스럽다. 카페를 찾은 이들이 쉬어가기 좋게 유럽 빈티지 가구가 옆 테이블의 소음과 멀어질 수 있도록 적당한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고, 한편에 있는 조명과 어느 곳을 바라봐도 시야에 살짝 걸리는 식물까지 완벽했다.

아주 만족스러운 곳이라고 감탄하며 커피로 목을 축였을 때, 깔끔하게 넘어가는 커피에 이젠 흥까지 올랐다. 호불호 없이 무난하게, 여행 중 시원하게 들이킬 수 있는 커피다. 차마 배불러서 시키지 못한 시그니처 시나몬 크림 카푸치노는 옆 테이블을 구경하며 눈으로만 맛보고 다음을 기약하기로 한다.

패트릭 커피 하우스

주소 | 대구 중구 종로 87
영업시간 | 평일 08:00-18:00(화 정기휴무) 주말 11:00-19:00
@patrick.kaffee_hus


[4]
오리지널 아메리칸 캐주얼 빈티지숍
불독하우스 빈티지

불독하우스
출처 | 불독하우스 빈티지 

아메카지와 밀리터리, 워크웨어 패션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곳을 눈여겨보시길. 헤리티지가 있는 오리지널 아메리칸 캐주얼 남성복을 주로 취급하는 빈티지숍이다. 불독하우스에는 진짜 불독이 있다는 게 킥. 이름은 가람이다.

특히 아메카지 빈티지는 옷이 어떻게 설계되었는지 디테일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는데, 옷 하나를 꺼내어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사장님이 옷의 특징, 역사 등등을 줄줄 설명해 주시는 게 참 유익하고 재밌다. 그 해박함과 옷에 대한 애정은 인스타그램에서 아이템을 설명하는 글에서도 느낄 수 있는데, 덕분에 여기는 믿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박힌다.

출처: 불독하우스빈티지 

그런 사장님의 열정에 불독하우스는 날로 성장하는지, 내가 방문한 이후에 확장 이전을 해서 훨씬 커지고 다루는 아이템도 다채로워졌다. 아메카지 패션이 추구미라면 대구 여행 시 꼭 참고할 것을 당부한다.

불독하우스 빈티지

주소 | 대구시 중구 대안동 21-3 불독하우스
영업시간 | 매일 12:00-20:00
@bulldoghouse_co


[5]
재미있는 옷이 있는 빈티지숍
샵 팔레트

샵 팔레트

빈티지 옷은 멋지거나 예쁘다는 수식어보다는 ‘재미있다’라는 말이 가장 걸맞다. 아니, 이런 디테일이 왜 있지? 이런 패턴을 썼다고? 이런 그래픽을? 이런 단추? 라는 물음표와 느낌표가 번갈아 나오는 반응이야말로 빈티지 쇼핑의 묘미다.

샵 팔레트는 ‘Love Diversity’ 라는 방향성에 맞게 개성 있는 옷들이 많았다. 좋았어, 소매를 걷어 올리고 본격적으로 발품을 팔아보자. 옷걸이를 하나씩 넘기며 꼼꼼히 본다. 뒷주머니 디테일이 끝장나는 멋진 바지는 주로 꼭꼭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

인스타그램 사진 무드는 이렇다 (출처: 샵팔레트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도 쿨한 맛이 있는 게 아주 멋지다. 일본의 기상천외한 스트릿 스냅보다는 좀 더 시크한 느낌인데, 매장도 딱 이런 분위기다. 전반적으로 깔끔한 인테리어와 조용한 분위기 덕분에 옷에 집중하게 된다.

샵팔레트

주소 | 대구시 중구 국채보상로 629 1층
영업시간 | 월-토 14:00-21:00
@shop__palette


[6]
대구 빈티지숍 하면,
리리썬

리리썬

대구의 대표 빈티지숍 중 하나인 ‘리리썬’. 리리썬은 양보다 질로 승부하는 빈티지숍이다. 마구잡이로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섬세하게 큐레이션한 좋은 컨디션의 빈티지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주로 이세이 미야케, 질 샌더, 랄프 로렌 등 브랜드 옷이라 그만큼 가격대도 살짝 높다. 딱 그 시절 미국 빈티지로, 살짝 색이 바랜 일러스트가 매력적이다.

방문했을 당시 저 조명에 시선을 빼앗겨버림 
이전한 매장의 일부 

인테리어도 옷에 지지 않는다. 벽에 있는 코트랙, 커다란 전신거울, 빛을 뿜어내는 조명 등 엄청난 센스가 보인다. 지금은 또 새로운 곳으로 장소를 옮겼다고 해서, 또 얼마나 멋있을지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지켜본 인스타그램 속 사진도 가져왔다.

출처 | 리리썬

마지막으로 주목할 것은 리폼 티셔츠다. 필름이 들어있는 걸 모르고 사진을 한 번 더 찍어서 필름 한 롤 전체를 망한 적이 있다. 그런데 오히려 두 가지 장면이 겹치면서 실재하지 않는 풍경이 만들어진 게 마음에 든 적이 있는데, 이 리폼 옷들이 그렇다. 수박과 딸기 같은 과일 일러스트와 영어 단어를 옷의 중앙 부분에 쾅쾅 박은 게 인상적인데, 기존에 있는 프린팅 위에 바로 덧바른 기세가 남다르다. 안 그래도 희귀한 빈티지에 한 겹 더 얹으니 정말 이 세상에 하나뿐이겠군,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리리썬

주소 |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151길 7 1층
영업시간 | 매일 12:00-19:00
@shop.lilisun


[7]
동성로 옆, 취향 고수가 있는 편집숍
아워위스터프

아워위스터프
출처 | 아워위스터프

편집숍을 좋아한다. 물건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누군가의 안목으로 모은 물건들이라니. 얼마나 멋진 취향이길래? 호기심이 발을 이끄는 곳 아닌가. 동성로를 한참 구경하다가 더 진한 누군가의 멋진 취향에 푹 빠지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검색 끝에 발견한 곳이 ‘아워위스터프’다. 영업 종료 20분 전, 큰길 하나만 건너면 닿는 거리라 냅다 달렸다.

작은 주방의 친구라는 컨셉의 kichichi 

천으로 된 가림막 입구와 몇 개의 계단을 천천히 올라가면서 달리느라 가빠진 숨을 진정시켰다. 섬세하게 진열된 물건들이 내뿜는 미묘한 차분함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게, 잘 찾아왔다 싶었다. 마음에 드는 것들을 만져보고 뒤적거리고 있으니, 사장님이 넌지시 설명을 건네준다. 일본의 데님, 해외 서적, 몬스터 플랜트라고 불리는 괴근 식물. 귀여워서 고민하고 있던 주방용 천도 대구 로컬 브랜드라는 말에 기념품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해 집어 들었다.

아워위스터프는 ‘오래 남을 취향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한다. 북적이는 동성로에서 한 발짝 떨어진 만큼 시간이 느긋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무언가를 꼭 사지 않아도 그저 취향을 들여다보고 가도 좋다는 SNS의 문장도 결코 빈말이 아님을 실감했다. 그러니 동성로를 찾는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가 보길 권한다.

O.W.S 아워위스터프

주소 | 대구 중구 봉산문화길 95 2층
영업시간 | 수-월 12:00-19:00
@ourweestuff 
스마트 스토어


[8]
여행 중 좋은 책 만나기
독립 서점 고스트북스

고스트북스

골목골목을 구경하던 중, 유령이 앉아서 책을 읽는 입간판에 시선이 가서 찾아보니 북페어에서 여러 번 봤던 독립 서점 ‘고스트북스’였다. 반가운 마음에 헐레벌떡 올라가 일행에게 오래 있어도 되겠냐는 허락을 받고 책을 천천히 훑기 시작했다.

고스트북스는 대구에서 9년 된 터줏대감 같은 서점이다. 류은지, 김잠(김인철) 작가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이들은 함께 책을 내기도 한다. 최근 연희동에 있는 독립 서점 유어마인드에서 따뜻한 색감의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책이 눈에 띄었는데, 류은지 작가의 책이길래 괜히 또 속으로 반갑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후보들. 삐삐 책은 다음에 사기로.

에세이부터 문학, 잡지, 프랑스에서 온 책, 삐삐 암호 코드를 해석한 책, 자기주장이 강한 표지의 책. 전부 사고 싶었지만, 여행지에서는 가벼운 마음이고 싶어 고심 끝에 강아지 사진집과 여행 에세이를 골랐다. 대구의 좋은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와 즐길 독서를 기대하며.

고스트 북스

주소 | 대구 중구 경상감영길 212 3층
영업시간 | 매일 13:00-20:00 (화 정기휴무)
@ghost__books


[9]
대구의 아침을 부탁해 
브런치카페 오이

오이

대구 카페와 편집숍 등 여러 공간을 다녀본 후 대구에 대한 만족감이 맥스로 치달았다. 그러니 이제 멋있는 샌드위치 가게를 가자. 센스가 철철 흐르는 곳에서 산뜻한 아점, 여행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최고점 아닌가.

출처 | 오이 인스타그램. 벌써 만족스럽고 기대가 되는 사진들이었다. 

그래서 다음 행선지는 ‘오이’로 결정했다. 인스타그램으로 슬쩍 봐도 느껴지는 감각적인 플레이팅, 직원들의 깔끔한 유니폼, 포스터의 디자인 모두 만점이었기 때문이다. 대구 중심에서 살짝 벗어난 동인동이라는 동네에 있는 곳이지만, 더 외곽에 있는 간송미술관으로 향할 계획이었기에 오히려 동선이 좋았다.

동네에 대한 설명을 더해보자면, 대구 출신 친구에게 물어보니 최근 대구 핫한 동네의 계보로 잔잔하게 떠오르고 있는 삼덕동의 끝자락이라고 한다. 동인동은 본래 대구사람들에게는 찜갈비 골목으로 여겨진다고.

싱싱한 과일과 채소,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내는 버터, 온통 하얀 인테리어에 포인트가 되는 민트색 타일 테이블과 식물들이 아주 조화로운 게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메뉴는 샌드위치와 샐러드로, 맛집 가득한 대구 여행 중 가벼운 식사로 죄책감을 덜고자 했던 내게 딱이었다.

주문한 음식을 맛있게 먹고, 남은 커피와 책을 마저 즐긴 뒤 아쉬운 마음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문밖을 나서면서도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 기분 좋은 공간이었다.

오이

주소 |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151길 22
영업시간 | 매일 08:00 – 19:00
@oe.fresh
덧. 베이커리 위주로 즐길 수 있는 만촌동의 베이크 오이도 있다.


[10]
빛나는 보물을 간직한 미술관
간송미술관

간송미술관
출처: 간송미술관

여행 중 되도록 그 지역의 대표 미술관을 찾아가 보려고 한다. 오직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작품, 그리고 활기찬 여행에서 잠시 벗어나 작품에 몰입하는 시간은 또 색다른 경험이니까. 이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간송미술관으로 향했다.

이 분이 바로 간송 전형필 선생님 (출처: 간송미술문화재단)

간송 전형필 선생은 일제강점기 중 유출 위기에 놓인 문화재를 모아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 ‘보화각’을 지었다. ‘빛나는 보물을 간직한 집’이라는 뜻이다. 그 신념과 대의 덕분에 지금의 간송미술관에서 우리나라의 ‘보물’을 볼 수 있으니 잠시 감사하는 마음을 갖자.

조선적인 새로운 서풍을 만들어낸 한호의 작품. 석봉 글씨의 모범이 되었다고 한다.
훈민정음 고례본, 해례본이라고도 한다. 1940년 안동에서 발견되어 간송 전형필이 구입하였다.

상설 전시에서는 1년에 세 차례 분야와 시대, 유파별로 나눈 컬렉션을 선보인다는데 내가 찾았을 때는 신윤복과 김홍도의 풍속화, 김정희와 정약용의 서예 작품이 걸려 있었다. 성인이 된 후 주로 현대미술이나 해외 작품을 접하다가, 오랜만에 선조들의 옛 작품을 마주하니 감회가 남달랐다. 그러니까 이게 진짜 몇백 년 전에 내가 밟고 있는 이 땅에서 살던 사람이 만든 작품이라는 건데… 누군가가 붓을 쥐고 한 글자씩 써 내려갔을 것을 상상하며 골똘히 바라보았다.

출처 | 간송미술관 

간송미술관은 그 건물 자체에도 멋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한 아우라가 있었는데,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는 건축 방식 때문이지 않나 싶다. 곳곳에 있는 소나무과 미술관 뒤에 펼쳐진 팔공산은 대구에서 만난 가장 한국적인 풍경이었다.

간송미술관

주소 | 대구 수성구 미술관로 70
운영시간 | 화 – 일 10:00 – 19:00 (월 휴무)
@kansongart.dae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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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준영

이런 건 (대체) 어디서 사?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언제 어디서든 구구절절 우여곡절의 썰을 풀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