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

카페 찍고 달리기, 서울 커피 러닝 코스 5

5명의 러너에게 최애 러닝 & 커피 스팟을 묻다
5명의 러너에게 최애 러닝 & 커피 스팟을 묻다

2025. 11. 10

안녕. 마음만은 은평구 황영조, 객원 에디터 김정현이다. 여전히 러닝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나 빼고 다 달리는 것 같단 말이지. 쾌청한 하늘이 펼쳐지고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을의 중턱. 강가와 천변과 언덕과 트랙을 달리는 러너들의 표정에서 느껴진다. 지금이야말로 달리기에 더없이 완벽한 시즌이라고.

가을의 러너들은 다들 어디서 달리고 있을까? 서울에 거주하는 5인의 러너에게 물었다. 당신의 최애 동네 러닝 코스를 알려주세요. 달리는 행위가 주는 쾌감과 도시의 풍경을 누리는 즐거움을 모두 충족하는, 거기에 러닝 후 땀을 식히며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는 카페까지 품은 5개의 러닝 코스를 소개한다.


첫 번째 러너, 이상훈

나의 동네 러닝 코스 

남산예술원 – 남산북측숲길 – 남산북측순환로입구 – 남산북측숲길 – 남산공원입구 (약 7km)

이 코스를 달리는 이유?

후암동 꼭대기에 거주하는 내게 남산은 언제든 갈 수 있는 동네 뒷산이다. 집에서 출발해 남산북측숲길을 통과해 국립극장 위쪽에서 반환점을 도는 ‘남산 순환로’ 코스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사이사이로 일렁거리는 햇빛을 보며 달리는 시간이 즐겁다. “정원은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자연과 하나가 되는 곳이다.”라는 남산공원 화장실에 적힌 문장처럼, 이 코스를 달리며 정신없고 바쁜 도시 생활 속 균형과 환기의 시간을 가진다. 러닝을 시작한 이후로 일상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어딘가 좀 더 감성적인 사람이 된 것만 같다.

그냥 못 지나치는 커피 방앗간
로우피버

이 카페를 즐겨 찾는 이유?

운동도 중요하지만 이후의 루틴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충분한 휴식과 균형 잡힌 식사야말로 건강한 삶의 밑거름이 되어주니까. 그런 점에서 러닝 코스와 가깝고, 건강하고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면서, 커피까지 훌륭한 로우피버는 그냥 지나치기 힘든 곳이다. 후암동에는 맛있는 커피와 근사한 공간 분위기와 멋있는 스태프들까지 갖춘 식음료 매장이 많은데 로우피버도 마찬가지다.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브런치 카페.

추천 메뉴 

배치브루 커피. 그때그때 달라지는 싱글 오리진 원두를 배치브루로 추출한 메뉴다. 그 자리에서 손으로 직접 브루잉을 해서 내어주는 커피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부담 없이 마시기 좋다. 깨끗하고 서늘한 공기가 감도는 아침, 러닝을 마치고 땀을 식히며 걸어와서 따뜻한 배치브루 한 잔 마시는 기쁨이 있다. 이른 점심까지 해결하고 싶을 땐 머쉬룸 토스트나 빅 브레키 같은 브런치 메뉴를 주문하기도 한다.


두 번째 러너,길보경

  • 5년 차 러너
  • 엘르 데코 에디터
  • @gil_world

나의 동네 러닝 코스 

홍제천 인공 폭포 – 연남교 – 연트럴파크 (약 4km)

이 코스를 달리는 이유?

‘러닝의 일상화’를 추구하는 내게 최적의 코스이기 때문. 집에서 가깝고, 달리기에 쾌적한 길의 연속이며, 계절마다 각기 다른 매력의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연희동 주택가에서 10분 정도만 가면 홍제천이 나타난다. 여기서 서대문구의 명물인 홍제천 인공폭포까지 15분가량 걷고, 벤치 앞에서 10분간 준비 운동을 하며 몸을 푼 뒤, 본격적으로 30분간 달린다. 봄에 천변을 따라 늘어선 개나리, 여름에는 짙푸른 버드나무와 가을엔 은행나무, 운이 좋다면 오리 가족과 왜가리까지 다채로운 생명을 통해 자연의 풍요를 느낄 수 있다. 연남교에서 이어지는 연트럴파크로 향하면 산책 나온 강아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더욱 기분이 좋아진다. 매일 이 풍경을 눈으로 담으며 계절의 변화를 감각하다 보면, 일상의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고 살아 있는 기분이 든다.

그냥 못 지나치는 커피 방앗간
서당개 2년 로스터스 ・ 풍월

이 카페를 즐겨 찾는 이유?

러닝을 마친 직후에는 땀을 천천히 식힐 외부 공간을 찾게 된다. 골목길 안쪽에 자리한 서당개2년로스터스는 넓고 한적한 야외 벤치와 루프톱을 갖췄다. 4층까지 있어서 언제나 쾌적하게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 직접 원두를 로스팅하는 만큼 커피 퀄리티도 훌륭한 편이고, 영업시간도 매일 10시부터 자정까지라 주말 낮이나 저녁 러닝 후에 즐겨 찾는 곳이다. 

가끔 술이 당길 땐 서당개2년로스터스와 함께 운영하는 풍월로 향한다. 와인과 생맥주를 마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안주 라인업도 훌륭해 내겐 ‘올라운더’ 같은 카페다. 언제, 누굴 데려가도 좋아할 것 같은 공간. (심지어 펫 프렌들리!) 

추천 메뉴 

에스프레소라면 서당개 블렌드 원두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플랫화이트는 풍월 블렌드로 마시는 걸 추천한다. 평소 에스프레소의 경우 산미 없이 균형감 좋은 원두를, 우유 베이스 커피라면 산뜻한 과일 향을 지닌 원두의 조합을 선호하는 편이다. 강아지와 함께 방문한 손님에게는 무려 20%라는 큰 할인 혜택이 주어지고, 강아지를 위한 음료 메뉴도 제공한다.


세 번째 러너, 김승택

나의 동네 러닝 코스 

2호선 신답역 부근 청계천 – 한양대 – 응봉역 – 성수대교 북단 – 성수이로3길 (약 7km)

이 코스를 달리는 이유?

아기자기한 청계천을 따라 달리며 몸을 풀다가, 탁 트인 한강을 바라보며 좀 더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코스라서 달리는 재미가 크다. 응봉역 부근을 지날 때마다 마주치는 거위는 또 얼마나 귀엽고. 성수대교 북단 쪽에 진입한 이후로는 중간중간 완만한 경사로가 나타나는데, 이거야말로 평지만 달릴 때는 느끼기 힘든 즐거움을 주는 포인트다.

그냥 못 지나치는 커피 방앗간
수베니어하우스

이 카페를 즐겨 찾는 이유?

5km는 왠지 아쉽고, 10km는 좀 부담스러운 날 딱 달리기 좋은 목적지. 카페 사장님부터가 열혈 러너다. 러너들을 위한 음료 할인 혜택과 러닝 후 가볍게 씻을 수 있는 공간도 있고, 러닝과 관련된 여러 개더링 이벤트도 열린다. 음료 한 잔을 들이켠 뒤 따릉이를 타고 호젓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나의 최애 러닝 코스.

추천 메뉴 

‘러너스 하이’를 추천한다. 이온음료나 탄산수를 베이스로 에스프레소 샷을 추가해 주시는 음료. 달리기를 한 뒤 살짝 처지기 쉬운 몸에 에너지를 주입하기에 안성맞춤인 메뉴다.


네 번째 러너, 김태현

  • 10년 차 러너
  • 헤어 디자이너
  • @jum.from

나의 동네 러닝 코스 

양화교 – 안양천 – 오목교 – 양천공원 (약 7km)

이 코스를 달리는 이유?

(1) 조용한 환경에서 뛰고 싶을 때 (2) 생각을 비우며 달리고 싶을 때 (3) 멀리 나가지 않고 동네를 돌고 싶을 때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코스. 서울의 다른 천변에 비해 규모가 큰 안양천은 물가 풍경을 바라보며 달리는 재미도 있으면서 한강보다는 인파가 적어 위험 요소 없이 여유로운 러닝을 즐기기 좋은 장소다. 인도 방지턱도 많이 사라져서 도로에 진입해 달릴 때도 무리가 없다. 이따금 멀리 다녀오고 싶을 때는 안양천을 지나 한강 다리를 건너 홍대 부근까지 가기도 한다.

그냥 못 지나치는 커피 방앗간
로컬코너

이 카페를 즐겨 찾는 이유?

러닝 코스가 끝나는 지점에 있는 카페. 안양천을 달려 널찍한 주변 도로를 지나 양천공원을 끝으로 마무리하는 완만하고 편안한 코스의 종착지 같은 느낌을 준다. 내부는 아담하지만 높은 층고와 탁 트인 통창 덕분에 개방감이 좋아 가볍게 커피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기에 무리가 없다. 땀 냄새 풍길 걱정 없이 머물다 가기 좋은 야외 좌석도, 아침 8시에 문을 열어 모닝커피 런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추천 메뉴 

아메리카노.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웬만하면 따뜻하게 마신다. 로컬 커피 로스터리와 협업해 제공하는 블렌드 원두를 선택할 수 있는데, 나는 보통 산미 있고 화사한 원두를 택한다. 평소 필터커피도 좋아하지만 러닝 직후에는 카페인을 충전하는 기분으로 진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편. 베이커리 메뉴 중에서는 피낭시에를 추천한다. 플레인이나 고구마소보루 같은 고소한 맛의 피낭시에를 진한 블랙커피에 곁들인다.


다섯 번째 러너, 조현인

  • 3년 차 러너
  • 기록 유튜버 ・ 브랜드 마케터
  • @wonderonwaves

나의 동네 러닝 코스 

6호선 증산역 – 불광천 – 6호선 마포구청역 – 소도시 커피숍 (약 5km)

이 코스를 달리는 이유?

일단 집에서 가깝다. 사계절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좋은데 봄에는 벚꽃이, 여름엔 우거진 풀과 나무가 아름답다. 가을엔 낙엽을 밟으며 뛸 수 있고 겨울엔 눈 덮인 북한산을 감상할 수 있는 코스다. 각양각색의 동네 주민분들을 관찰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산책하는 가족, 강아지 유모차 끄는 할머니, 아이 손을 잡고 뛰는 아버지, 틱톡 영상 찍는 학생, 따릉이 타는 외국인 유학생, 나처럼 혼자 뛰는 러너 등등… 누구도 주변을 딱히 신경 쓰지 않은 채 그저 본인의 목적에 충실한 듯 보인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이곳에 속해있는 느낌이 들어 편안해진다. 

그냥 못 지나치는 커피 방앗간
소도시 커피숍

이 카페를 즐겨 찾는 이유?

집에 돌아오려면 꼭 들러야 하는 길목에 있는 카페다. 천변 쪽으로 난 통창이 있어 바깥을 보며 멍하니 쉬어가기 좋다. 조용히 혼자 할 일을 하거나 책을 읽는 손님들이 많아서 늘 편안하게 들르는 곳. 커피 쿠폰이 조금 독특한데, 커피를 한 잔 마실 때마다 소도시 커피숍과 관련된 밑그림에 색연필로 색칠을 해준다. 내가 직접 칠할 수도 있고. 그래서 계산대에는 늘 색연필이 갖춰져 있다.

추천 메뉴 

‘플라워’ 블렌드로 내린 아이스 아메리카노. 평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정말 좋아한다. 소도시 커피숍의 플라워 원두로 추출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산뜻하고 청량하면서도 가끔은 달콤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아아의 정석이다. 땀 날 때 마시는 이 커피의 첫 한 모금은 시원한 생맥주를 들이킬 때처럼 천국이 따로 없다. 

About Author
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