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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가세요… 제발, 키친 마이야르

안녕, 에디터B다. 승우아빠가 운영하는 식당 ‘키친 마이야르’에 다녀왔다. 100만 구독자가 넘어도 내가 모르면 무명인 것이 유튜브 세계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160만...
안녕, 에디터B다. 승우아빠가 운영하는 식당 ‘키친 마이야르’에 다녀왔다. 100만 구독자가 넘어도 내가…

2022. 05. 16

안녕, 에디터B다. 승우아빠가 운영하는 식당 ‘키친 마이야르’에 다녀왔다. 100만 구독자가 넘어도 내가 모르면 무명인 것이 유튜브 세계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160만 유튜버 승우아빠를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승우아빠는 셰프 출신의 요리 유튜버다. 하지만 콘텐츠를 보면 요리 채널이라기보다는 예능 채널에 가깝다. 보통 셰프가 운영하는 유튜브라면 파스타 면 삶기 같은 요리 꿀팁을 알려주기 마련인데, 승우아빠는 1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만 알려주기 때문이다. 콜라, 라면, 설탕, 초콜릿, 굴소스를 직접 만들어보고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사드세요…제발!” 그래서 승우아빠의 채널은 요리 실험실에 가깝다. 내가 키친 마이야르에 방문하게 된 이유는 이것 때문이다. 그의 실험 정신 가득한 메뉴를 맛보고 싶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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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로데오역을 나와 7분 정도 걸어가면 키친 마이야르가 나온다. 지하 1층에 있는데, 그 주변에 있는 핫한 카페나 레스토랑과 인테리어 스타일이 다르다. 요즘 핫한 공간의 기본이라는 포토스팟이 없고 외관도 화려하지 않다. 승우아빠는 키친 마이야르가 레스토랑이 아니라 국밥집이라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오직 음식으로만 승부를 보는 곳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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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집을 표방하지만 어쨌든 키친 마이야르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베이스를 두고 있다. 그래서 주메뉴도 파스타, 리조또, 스테이크, 샐러드 같은 것을 판다. 하지만 여기서 또 반전. 파스타니, 리조또니 하는 이름은 페이크에 가깝다. 메뉴 이름을 자세히 보면 나를 상대로 실험을 하는 걸까 싶은 기묘한 메뉴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골뱅이파스타나 쯔란 갈비 리조또 같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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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음식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원소주 구매만큼이나 어려운 좌석 예매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넘어가야겠다. 유명 유튜버가 운영하는 곳이라 그런지 팬이 많아서 예매하기가 엄청 힘들다.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모바일로 예매하기 위해서는 캐치테이블 앱을 사용하면 된다. 한 달에 두 번 예매 창구가 열리는데, 수강 신청하듯 59분부터 기다렸다가 정시에 딱 맞춰 들어갔음에도 빈 좌석이 없었다. 어이없을 정도로 빠르게 매진되기 때문에 정신 건강을 위해 2인 이상 애매할 거라면 도전하지 말 것을 권한다. (1인석은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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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방법은 오프라인으로 대기하는 방법이다. 차라리 이 방법을 추천한다. 대기 인원 30명 안에 포함되면 입장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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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위해서 살짝 말했듯 메뉴 구성이 재미있다. 상시 파는 시그니처 메뉴 9개와 한정 메뉴 3개가 있다. 한정 메뉴는 시즌이 바뀔 때마다 교체되기 때문에 하나 정도는 주문하는 걸 추천한다. 그런데 반전은 시그니처 메뉴조차 시즌이 바뀌면서 전혀 다른 메뉴처럼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마이야르 스테이크는 어니언 소스에서 페퍼콘 소스로 변경되었고, 황금볶음밥은 마파소스에서 커리 소스로 변경되었다. 시즌1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연어포케, 통골뱅이 냉파스타를 제외하면 모든 메뉴가 크고 작게 바뀌었다. 메뉴 하나하나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승우아빠가 직접 설명하는 영상이 있으니 [여기]서 참고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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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언제 올까 싶어서 최대한 많은 음식을 먹고 싶었지만 혼자 방문했기 때문에 3개만 시켰다. 주문한 메뉴는 통골밸이 냉파스타, 마이야르 스테이크 그리고 쌈장숙성 삼겹 튀김피자다.


통골뱅이 냉파스타(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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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골뱅이 냉파스타를 주문한 이유는 스테디셀러이기 때문이다. 시즌 1때 처음 등장해서 레시피 변경없이 살아남은 메뉴다. 많은 손님들이 만족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주얼을 보면 대학가 술집에서 파는 골뱅이 소면과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요리에 사용한 면은 소면이 아닌 카펠리니면. 파스타에 사용하는 면 중에 가장 얇은 면인데, 실제로 먹어보는 건 처음이었다. 식감은 소면과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비슷했다. 거의 골뱅이 소면을 먹는 것 같은 느낌이다. 차이가 있다면 불닭 소스 맛이 난다는 것 정도. 불닭이든 골뱅이든 소면이든 한국인에게는 아주 익숙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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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과 함께 골뱅이, 고수, 황태 프라이가 구성되어 있다. 황태프라이는 내 입에는 맞지 않았다. 황태를 튀겼기 때문에 ‘겉바속바’인데 촉촉함이 없다 보니 튀김만 먹기엔 아쉬웠고, 소면과 함께 먹을 땐 괜찮았다. 골뱅이는 하나하나 실하고 양이 많았다. 이렇게 골뱅이가 많은 골뱅이 소면을 본 적이 없다. 참고로 키친 마이야르에서 파는 음식은 대부분 양이 많은 편이다. 남성 구독자가 많아서 찾아오는 손님도 남녀 비율이 7:3 정도 되는데, 승우아빠는 남자 손님들에게 뭘 좀 많이 먹이고 보내고 싶어서 되도록 많은 양을 만든다고 한다.

정리하자면, 새로운 맛은 아니고 익숙한 맛인데 맛이나 재료가 프리미엄이다. 매운맛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맵찔이도 못 먹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황태 프라이는 잘 모르겠다.


마이야르 스테이크(3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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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메뉴는 마이야르 스테이크다. 가게 이름을 건 메뉴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기대가 클 수밖에 없고, 승우아빠도 그걸 모를 리 없다고 생각했다. 범상치 않은, 엄청난 맛을 느낄 생각에 두근거렸다. 하지만 기대만큼 걱정도 됐는데, 블로그 내돈내산 후기를 찾아보니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이다. 고기가 부드럽지 않았다거나 속이 촉촉하지 않았다 등 부정적인 피드백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직접 맛을 보니 이건 특별한 수식어 필요 없이 그냥 아주 맛있는 고기다.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을 때 스테이크가 서빙되었는데 서버는 “마이야르 스테이크는 나오자마자 먹는 게 가장 맛있으니까 일단 한 입이라도 드셔보세요”라고 말했다. 지방과 살코기의 밸런스가 너무 좋았다. 육즙이 가득 품은 살코기와 탱탱하고 쫄깃한 지방을 한입에 먹었을 때의 고소함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극강의 부드러움, 극강의 촉촉함을 느낄 수 있는 육질이었다. 누가 이걸 먹고 촉촉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싶은데 어쩌면 편차가 있었던 건 아닐까 싶긴 했다. 승우아빠는 고기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복합적으로 마리네이드했다고 하더라. ‘복합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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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튀김, 페퍼콘 소스, 케첩으로 구성되어있다. 시즌1 때는 페퍼콘 소스가 아닌 어니언 소스를 사용했는데, 짜장맛이 난다는 피드백을 받고 억울해하면서 바꿨다고 하더라. 전에 있던 소스를 안 먹어봐서 잘 모르겠지만 페퍼콘 소스와의 궁합은 정말 좋다. 자칫 느끼해질 수 있는 스테이크의 맛을 후추가 딱 잡아준다. 감자 튀김과 케첩은 더도말도 덜도말고 딱 감자튀김과 케첩이다. 감자튀김도 페퍼콘 소스에 찍어 먹어봤는데, 고기와 궁합은 아주 좋았지만 감튀와는 그렇게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무튼 마이야르 스테이크는 키친 마이야르에서 꼭 주문해야 할 메뉴다.


쌈장숙성 삼겹 튀김피자(2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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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하이라이트다. 이름부터 괴상한 ‘쌈장숙성 삽겹 튀김피자’는 어디서도 못 본 음식일 거다. 일단 이 요리는 피자가 맞긴 하다. 도우를 만들어서 숙성을 시킨 것까지는 일반 피자와 다를 바 없지만 오븐이 아니라 기름 속으로 들어간다는 게 결정적인 차이다. 승우아빠가 피자 메뉴를 하나쯤 팔고 싶어서 피자이올로에게 피자 굽는 법도 배우고, 키친 마이야르에 어설픈 화덕도 설치하고 했는데, 제대로 된 화덕을 설치하지 않으면 피자를 만들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타협하면서 나온 결과물이 튀김 피자일 것이라고 나는 추측한다.

보통 피자에는 토마토 소스가 들어가지만 튀김 피자에는 김치 처트니, 쌈장 숙성 삼겹살, 루꼴라가 토핑으로 올라간다. 피자 도우를 튀겼다고 하면 느끼하지 않을까 걱정될 수도 있는데 실제로 먹어보면 전혀 느끼한 맛이 나지 않는다. 오징어 튀김의 튀김 옷이 아니라 군만두의 튀김 옷 같은 느낌이랄까. 느끼하게 기름기를 머금고 있지 않았고, 함께 먹는 루꼴라, 삼겹살과의 밸런스가 좋았다. 형태는 피자인데, 토핑이 한국적이다보니 쌈 싸먹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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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먹었던 음식 중 가장 맛있었다. 승우아빠는 유튜버가 만들법한 맛있는 괴식을 만들기 위해서 이 메뉴를 개발했다고 했지만 직원 자체 평가로는 TOP3에 들어갈 만큼 평가가 좋다고 한다. 다른 메뉴도 마찬가지로 흔치 않지만, 튀김 피자라는 건 정말 맛보기 쉽지 않으니 꼭 먹어보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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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우아빠의 영상과 오프라인 콘텐츠는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 키친 마이야르에 다녀온 후에 뚝배기 피자 메뉴를 만들기 위해 시행착오를 겪는 영상을 봤다. 다시 그 식당에 찾아가서 먹어보고 싶어지더라. 영상을 하나씩 볼 때마다 재방문하고 싶은 욕망이 더 커졌다. 키친 마이야르는 승우아빠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오프라인으로 소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콘텐츠 같았다. 키친 마이야르를 갔다오고 나서 나는 승우아빠를 더 열심히 챙겨보고 있다. 뒤늦게 팬이 된 셈이다. 나중에 또 방문하면 그땐 쯔란과 갈비 소스를 결합한 쯔란 갈비 리조또를 꼭 먹어봐야겠다.

키친 마이야르

  •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언주로170길 22 지하1층
  • 영업 시간 11:30 – 21:00(브레이크타임 15:00 – 17:30)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