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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왔]오늘도 나는 박스를 뜯고

이번주에 도착한 신제품은?
이번주에 도착한 신제품은?

2022. 04. 10

안녕, 신제품에 둘러싸여 지내는 에디터B다. 디에디트 사무실에는 여기저기 물건이 쌓여있다. 그중엔 리뷰를 위해 사놓은 간식도 있고, 지인에게 받은 생일 선물도 있고, 광고대행사가 신제품 홍보를 위해 준 것도 있다. 그중에서 괜찮은 것을 몇 개 골라 짧게라도 소개하려고 이 시리즈를 기획했다. 시리즈명은 [택배왔]이다. 디에디트의 유서깊은 신제품 소개 시리즈 [새로나왔]을 오마주했다. 이 시리즈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일회성으로 끝날지, 그 끝은 나도 알 수 없다.


유년기로 소환되는 맛, 몽쉘x태극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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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은 홍차에 마들렌을 찍어 먹은 순간, 과거의 기억을 소환해낸다. 사과잼이 들어간 태극당의 로루케익을 먹는 순간 나 역시 그랬다. 사과잼이 혀에 닿을 때 소중했던 유년기의 기억이 소환됐다. 화려하지도 세련되지도 않은 순박한 맛이랄까. 매운맛 챌린지, 많이 먹기 챌린지 같은 자극적인 콘텐츠가 가득한 21세기에 만나는 20세기의 맛이 반갑다. 몽쉘과 태극당이 협업한 ‘몽쉘x태극당 사과잼 로루케익’에는 사과잼이 들어가 있다. 존재감은 크지 않다. 하지만 크림, 초콜릿과 융화되는 맛이 좋다. 은은하게 맛있다. 개별 포장의 디자인도 다섯 가지로 귀엽게 만들어졌다. 요즘엔 컬래버레이션이 과생산되어서 피로하지만, 이 정도로 잘 만든 제품이라면 나는 항상 환영할 준비가 되어있다.


손등에 핸드크림을 바질바질, 리틀넥 핸드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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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넥 한남과 스카이보틀이 컬래버레이션을 했다. 출시 제품은 2종. 핸드크림과 리유저블 텀블러다. 때마침 이솝 핸드크림을 에디터M에게 팔았기 때문에 핸드크림 자리가 공석이었다. 향만 괜찮으면 이 녀석을 오랫동안 써보자 생각했다. 써보니 향이 좋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바질 향이다. 바질 향을 맡는 순간 신사동 대막의 바질 소바가 생각나고, 냉장고에 둔 바질 페스토가 생각난다. 하지만 손바닥 핥고 싶을 정도로 바질 향은 강하지는 않다. 오히려 라임 향이 더 강하다. 끈적이는 걸 싫어해서 핸드크림을 잘 안 바르게 되는데(에디터M에게 핸드크림을 팔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건 끈적이지 않는다. 마음에 든다. 리유저블 머그컵은 ‘리유저블’이라는 이름을 달고 출시하는 제품치고는 튼튼한 편이다. 음료 배출구는 입 전용, 빨대 전용 두 군데가 있다. 뚜껑을 회전해서 배출구를 선택할 수 있게 해놓았다. 핸드크림 2개, 텀블러 1개로 구성된 패키지의 정가는 2만 5,000원.


제주의 향을 성수에서, 퍼즐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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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 성수에 들어가면 맡을 수 있는 특유의 향이 있다. 퍼즐우드라는 이름의 향이다. 이 향은 제주 원시림을 재현한 아모레 성수의 정원 ‘성수 가든’을 모티브로 개발한 향이다. 내가 구매한 퍼즐우드 인센스는 그 향을 제품화한 것이다. 이런 배경을 알아서인지 인센스에서 숲의 향이 나는 듯하다. 인센스는 다 비슷비슷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떤 인센스에서는 숲 향이 나기도 하는구나 싶었다. 가격은 만 원이다. 온라인에서는 구매할 수 없고, 아모레 성수 오프라인 공간에서만 구매 가능하다. 아모레 성수에 들린다면 굿즈처럼 사 가는 것도 좋겠다.


여전히 신문이 있다, 폴인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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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인은 ‘내일의 변화를 읽는 시간’을 모토로 인사이트 가득한 콘텐츠를 만드는 플랫폼이다. 퍼블리, 롱블랙 같은 것을 떠올리면 쉬울 거다. 읽으면 똑똑해질 것 같은 아티클이 많다. 요즘 잘 나가는, 주목받는 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콘텐츠다. 폴인 멤버십에 가입하면 신문 형태의 폴인 페이퍼를 받아볼 수 있다. 신문을 본다는 것도, 만진다는 것도 오랜만이다. 10년 전만 해도 신문을 읽으며 지하철을 탔는데, 이젠 나이 지긋한 어르신도 신문 대신 유튜브를 본다. 참고로 디에디트도 폴인과 인터뷰를 했다. 어색한 에디터들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공항 피로회복제, 포텐시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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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M이 어느 날 아침 수상한 박스를 하나 줬다. ‘공항 피로회복제’라고 불리우는 유명한 피로회복제라고 했다. 이름은 포텐시에이터. 1933년에 설립된 스페인의 FAES FARMA라는 제약사에서 만들었다. 요즘 따라 몸이 무겁고 무기력하다. 입안이 자주 헐고, 갑자기 척추기립근이 붓고 얼굴엔 트러블도 생겼다.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약해진 상태다. 병원을 다녀온 후, 몸이 가벼워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포텐시에이터 하나를 입에 털어 넣었다. 피로감이 싹 사라진다고 하던데, 일단은 잘 모르겠다. 제품에 적혀 있는 효능은 ‘정신적 신체적 기능 무력 증상의 보조요법’. 활력을 높여주고 혈액 순환을 도와준다는 L-아르기닌이 핵심 원료 중에 하나인데, 효능이 와닿지는 않으니까 며칠 더 먹어봐야겠다. 단맛과 카라멜향이 난다고 설명서에 적혀 있는데, 그냥 부루펜 맛이다. 20개 앰플이 한 박스에 들어 있고, 가격은 5만 원이다. 공항 피로회복제라고 하지만 가까운 약국에서도 살 수 있다.


카스의 첫 밀맥주, 카스 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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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게 많은 만큼 싫어하는 것도 많다. 아니, 정확히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해야겠다. 싫어하진 않지만 내 돈 내고는 사 먹지 않는 것들이니까. 그 중엔 캔맥주도 있다. 맥주를 마실 거라면 차라리 생맥주를 마시고, 술을 마실 거라면 차라리 소주, 약주, 와인을 마신다. 그래도 카스가 처음으로 밀맥주를 출시한다고 했을 때는 호기심이 생겼다. 라거보다는 밀맥주를 100배쯤 좋아하기 때문에 카스의 밀맥주 도전은 반가웠다. 카스의 설명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밀맥주라고 한다. 라거의 청량감과 밀맥주의 부드러움을 동시에 잡으려고 했다. 누군가에게는 두 마리 토끼를 놓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적당히 청량하고 적당히 부드러워서 이색적이긴 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홀짝홀짝 마시기엔 좋다.


이케아가 하는 일, <우리의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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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가 지속가능성을 테마로 책을 출간했다. 제목은 <우리와 지구>(Us& Our Planet)이며 영국의 출판사 파이돈이 제작했다. 파이돈이라는 출판사는 나도 처음 들어봤는데, 192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설립된 예술 전문 출판사로 제2차 세계 대전 중 나치를 피해 런던으로 본사를 옮겼고, 1942년부터 30년 동안 윈저 성의 영국 왕실 소장품 도록을 제작하기도 했던 유명한 출판사라고 한다. 멕시코, 모스크바, 발리, 베이루트 등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전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가 담겨 있고, 이케아 제품이 중간중간에 소개된다.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판 등은 파이돈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판매하지만 한국어판은 비매품이다. 그래서인지 번역이 아쉽다. 예를 들어 ‘IKEA의 역사를 통틀어, 문제는 혁신의 촉매제 역할을 했습니다’같은 매끄럽지 않은 문장이 종종 등장한다. 사철제본을 해서 180도로 활짝 펼쳐지는 건 마음에 들고, 무엇보다 사진 하나는 정말 좋다.


짭짤한 맛에 먹는, 부산 대저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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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대저동에서만 출하되는 토마토가 있다. 바로 부산 대저토마토다. 짠맛이 나서 ‘짭짤이 토마토’라고 불린다. 나는 서른 다섯 살 평생 짭짤이 토마토라는 건 처음 들어봤고, 대저토마토도 처음 들었다. 뉴스레터에서 에디터M이 대저토마토를 소개한 적이 있고, 덕분에 대저토마토를 알게 되었다. 대저토마토에서 짠맛이 나는 이유는 종자 때문은 아니고 토양 때문이다. 바닷물과 밀물이 만나는 곳과 대저동이 지리적으로 가깝다. 덕분에 대저동에서 자라는 토마토는 바닷물의 미네랄을 쪽 빨아들이고 자란다. 빨간색이 될 때까지 기다리면 안 된다. 녹색일 때 더 맛있다.


이 시대의 멋, 무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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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은 한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패션 브랜드다. 나는 2019년에 와디즈에서 무릇의 리버서블 저고리에 펀딩을 했다. 이토록 오래 입을 줄 몰랐는데 벌써 햇수로 3년째다. 소매가 넓고, 몸을 조이는 느낌도 없어서 사무실에서 입기에 좋다. 그 옷을 입고 유튜브에도 여러 번 출연하고 까탈로그에서도 소개를 하다 보니 무릇에서 고마움의 표시로 선물을 보내줬다. 이름은 베이직 장저고리. 봄 가을에 입을 수 있는 두께의 외투다. 누가 봐도 한복이면서도 기성복과 매치 하기게 쉽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원단 자체에 무게감이 있어서 고급스러운 원단이라는 게 느껴지고, 주머니가 있어서 편하고 물세탁도 가능하다. 현대적으로 해석한 한복을 좋아해서 쇼핑도 하고 몇 번 사보기도 했는데, 무릇 말고는 만족스러운 게 없었다(특히 남자가 일상복으로 입을 만한 건 너무 없다). 무릇에서 만든 베이직 장저고리는 마음에 든다. 특히 검은색 제품이 진중하고 고급스럽다. 저승사자 같기도 하고 BTS 무대 의상 같기도 하다.


밥도둑 무기징역, 기역이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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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까지 김자반을 싫어한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김자반에 얽힌 슬픈 에피소드가 있지 않는 한 이걸 싫어할 이유가 없다. 감칠맛 덩어리의 김에, 소금으로 짭조름하게 간을 하고, 바삭바삭하게 구운 김자반은 어떤 밥상에서도 치트키 역할을 톡톡히 한다. 조연을 맡은 유해진처럼 주연보다 더 큰 존재감을 발휘할 때도 있다. 기역이미음 돌김자반은 김자반을 스틱 형태로 소포장한 제품이다. 덕분에 휴대하기에도 편하고, 김자반이 눅눅해질 염려도 없다. 재밌는 건 쯔란 맛이 있다는 거다. 독특하다. 솔직히 말하면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나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의 동료들이 쯔란의 손을 들어주었다. (내가 쯔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걸로 하자) 15개입 한 박스의 가격은 1만 1,900원. 링크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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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