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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선곡에 진심인 서울 카페 3

안녕. 카페 가는 낙으로 사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카페에서 할 수 있는 건 많다. 지금처럼 노트북으로 글을 쓸 수도, 여유롭게...
안녕. 카페 가는 낙으로 사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카페에서 할 수 있는…

2022. 02. 27

안녕. 카페 가는 낙으로 사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카페에서 할 수 있는 건 많다. 지금처럼 노트북으로 글을 쓸 수도, 여유롭게 책을 읽을 수도, 친구와 신나게 수다를 떨 수도 있다. 주로 혼자 카페에 다니는 나는 멍 때리며 음악 듣는 걸 즐긴다. 따뜻한 커피 한 잔 앞에 두고, 주인장의 취향을 짐작해보며 공간을 채우는 배경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 카페를 고를 때 음악 선곡을 중요하게 여기는 독자분들을 위해 준비했다. 음악 선곡에 진심인 서울 카페 3곳을 소개한다.


[1]
네임드 에스프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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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그리고 음악.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포스터 속 타이포그래피가 네임드 에스프레소의 정체성을 심플하게 설명한다. 4호선 한성대입구역 인근, 지금의 자리를 5년간 지켜온 든든한 로컬 로스터리 카페다. 직접 로스팅한 다양한 향미의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하며, 머무는 동안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양질의 음악들을 바이닐로 플레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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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알앤비, 힙합, 재즈, 훵크, 하우스 등 장르를 크게 가리지 않고 선곡하지만 내부 인테리어와 맞지 않는 너무 밝거나 튀는 음악은 지양하는 편. 각기 다른 특성의 스피커 두 대를 비롯한 하이파이 시스템을 구축해 풍성하면서도 귀에 거슬리지 않는 청취 환경을 마련했다. 스트리밍 서비스나 CD가 아닌 오직 바이닐로만 음악을 틀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바이닐을 교체하는 주인장의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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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과 일요일은 재즈 음악으로만 선곡하는 ‘재즈 데이’로 운영된다. 재즈라는 음악 장르가 가진 매력을 손님들과도 나누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다고. 내가 방문했을 땐 미국의 전설적인 재즈 색소포니스트 존 콜트레인의 [A Love Supreme] 앨범이 흘러나왔다. 이름만 알았지 이 음반은 처음 들어봤는데 신들린듯 유려한 솔로 연주가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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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층고의 오래된 한옥 건물이지만 내부 공간은 감각적인 분위기를 자랑한다. 진회색 벽 위로 강렬한 존재감을 내뿜는 보테가 베네타 포스터나 자체 MD로 제작한 후디, 귀여운 일러스트가 담긴 테이크아웃잔 등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곳의 핵심은 훌륭한 커피 맛. 생두 자체에서 느껴지는 향미를 최대한 끌어낸 라이트 미디엄 로스팅을 진행해 각 원두의 다채로운 개성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에티오피아 더우드로스 니구세 게메다 내추럴’이라는 이름도 어려운 원두를 브루잉 커피로 마셨다. 과일 단맛이 팡팡 터지는 걸 좋아하는 내 취향을 완벽히 저격당했지 뭐야. 처음 코로 들어온 향부터 다 식은 뒤의 마지막 한 모금까지 내내 ‘우와’ 감탄하며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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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임드 에스프레소 Named Espresso

주소 서울 성북구 성북로6길 2-2
영업시간 월-목, 토 10:00-20:00 금, 일 10:00-21:00
인스타그램 @named_espresso


[2]
지미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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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고 반항적인 영국의 모드(MODS, 1966년경 나타난 비트족 계보에 속하는 젊은 세대) 문화와 밴드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의 방앗간이 되어줄 공간. 지미홈은 영국의 모드 문화를 좋아하는 주인장이 자신의 취향을 온전히 녹여낸 카페 겸 펍이다. 가난하고 팍팍한 현실 안에서도 나름의 격식과 문화를 차려 당당한 태도를 유지했던 ‘모즈 애티튜드’를 이곳 서울에서 이어나가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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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밴드들의 음악이 종일 흘러나온다. 더 후나 더 잼처럼 모드족을 상징하는 밴드부터 블러, 오아시스, 게릴라즈, 엘라스티카까지 90년대를 풍미한 브리티시 밴드를 중심으로 그때그때 주인장의 기분이나 손님들의 반응을 고려해 선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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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건 바이닐로만 음악을 트는 네임드 에스프레소와는 달리, 오직 CD로만 튼다는 점. 그간 꾸준히 수집해온 CD와 레트로 무드가 물씬 풍기는 오디오 플레이어를 활용한다. ‘Compact Disc Pub/Easy Sounds’라는 이곳의 캐치프레이즈처럼 꼭 비싸고 근사한 환경이 아니어도 충분히 좋은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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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료들을 시그니처 메뉴로 활용했다. 아이리시 커피는 에스프레소 샷에 제임슨 위스키와 소량의 물을 넣고 직접 만든 생크림을 올린다. 일반적으로는 칵테일로 분류되지만 지미홈에서는 커피에 가깝게 개량해 나처럼 술 못 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상큼하고 청량하게 즐길 수 있는 크랜베리 에이드도 인기 메뉴. 알코올도 카페인도 입에 못 대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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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홈 JIMMY HOME

주소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62다길 11 1층 지미홈
영업시간 매일 12:00-21:00 (화 휴무 ㅣ 커피 주문 20시 마감)
인스타그램 @jimmyhome_


[3]
뮤추얼 사운드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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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곳. 카페가 가진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요즘에는 그 이상으로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카페들도 많아졌다. 서촌에 위치한 뮤추얼 사운드 클럽 역시 마찬가지다. 커피와 술뿐만 아니라 청각과 시각의 영역에서까지 만족스러운 경험을 선사하는 리스닝 카페 & 바를 표방한다. 먹고 마실 것과 음악, 가구와 포스터, 아트북까지. 주인장이 좋아하는 ‘좋은 것’들을 각 잡지 않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캐주얼한 분위기로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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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로 운영되는 낮 시간에는 주로 재즈와 보사노바를, 바로 운영되는 밤 시간에는 조금 더 리드미컬하고 댄서블한 음악을 선곡한다. 오랜 시간 수집한 바이닐로만 플레이하는데 그렇다고 낯설고 어려운 음악들만 고집하는 건 아니다. 음악을 깊게 디깅하는 분들이 아니라도 공감하고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세심히 고른다. 톰 미쉬나 프렙, 맥 드 마르코같이 트렌디한 뮤지션들의 음악이 나오면 술 마시다가 반가워 따라 부르게 될지도. 참고로 매주 토요일 밤에는 DJ 세션도 진행하니 타이밍을 잘 맞춰 방문해보자. 그냥 음악만 나오는 것과 DJ가 직접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음악을 들려주는 건 천지 차이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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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하고 캐주얼한 바이브로 가득한 내부 공간. 미드 센추리 빈티지를 컨셉으로 하는 음악 중심의 카페 겸 바가 또 있었나 싶을 정도로 신선하게 다가온다. 보핑거 체어, 팬톤 체어, 아르떼미데 조명 등 고가의 빈티지 가구와 소품으로 채워져 있지만 통통 튀는 채도 높은 원색 계열이 많아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자하문로 대로변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아 여유를 부려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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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메뉴는 오후 5시까지 이용 가능하다. 커피는 필터 커피로만 제공되며 크게 호불호 없이 깔끔하게 마실 수 있는 블렌드 원두 1종이 준비돼 있다. 귀여운 보틀에 담겨 나오는 수제 밀크티도 인기 음료. 우유와 홍차잎, 비정제 설탕을 넣어 24시간 이상 냉침해 우려낸다. 예상외로 상당히 맛있었던 브런치도 추천한다.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에 프로슈토와 계란, 샐러드가 포함된 구성으로 먹었는데, 양도 푸짐하고 적절히 짭조름한 게 따뜻한 커피와의 궁합이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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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추얼 사운드 클럽 Mutual Sound Club

주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23 3층
영업시간 월 17:00-22:00 화-일 14:00-22:00 (카페 메뉴 주문 17시 마감)
인스타그램 @mutualsound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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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