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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B어워즈] 핑계였고 사랑이었다

안녕, 에디터B다. 돌아보니 올해도 많은 거짓말을 했다. 코로나를 핑계로 멀어진 친구를 더 멀리 밀어내거나, 갑자기 약속이 취소되면 눈물 흘리는 이모티콘을...
안녕, 에디터B다. 돌아보니 올해도 많은 거짓말을 했다. 코로나를 핑계로 멀어진 친구를 더…

2021. 12. 15

안녕, 에디터B다. 돌아보니 올해도 많은 거짓말을 했다. 코로나를 핑계로 멀어진 친구를 더 멀리 밀어내거나, 갑자기 약속이 취소되면 눈물 흘리는 이모티콘을 쓰면서도 속으로는 반가워했다. 그렇다고 그 시간에 엄청 생산적인 일은 한 건 아니다. 혼자서 시간을 보내거나, 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다. 코로나는 핑계였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마음의 크기였다. 아무리 코로나가 심해도 좋아하면 만나고, 그렇지 않으면 어떤 핑계로도 만나지 않았을 거다. 영원할 것 같은 우정도, 사랑도 시들어버리는 순간이 있다는 걸 매년 느끼고 있다. 올해도 그랬고, 내년에도 그렇고, 내후년에도 그렇겠지. 코로나가 사라져도 그건 변하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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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에 분명히 이렇게 말했다. “올해는 이사할 거라 돈이 정말 없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돈이 계속 생겼고, 나는 그만큼 쇼핑을 했다. 작년보다 지출을 줄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쇼핑 중독이다. 남은 건 주문 내역뿐이다. 나만의 어워즈가 누군가의 쇼핑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올해의 신발
리복 프리미엄 펌프 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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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의 패션 취향을 밝히자면, 유명한 브랜드나 제품을 좋아하지 않는다(예외도 있지만 대체로 그렇다). 34년 동안 나이키, 아디다스를 한 번도 구매하지 않았다는 것에 쓸데없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지난 가을, 리복 펌프 패리스를 구매해서 두 달 가까이 매일 신고 있다. 길거리에서 똑같은 신발을 마주칠 일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고, 또 다른 장점은 굉장히 편하다는 거다. 쿠션감이 뛰어나진 않지만 가볍고 발이 피곤하지 않아서 걷고 달리는 활동에 최적화되어 있다. 가끔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고 전속력 질주를 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느낀다. ‘이 운동화 추진력이 굉장하다’. 기동성을 1.5배 업그레이드 시켜준다는 느낌이다. 리복 펌프 패리스는 그레이, 블랙, 그린 등 여러 컬러가 있고 현재 리복 공식 홈페이지에서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 중이다. 정가 12만 9,000원, 할인된 가격은 3만 8,700원부터 6만 4,500원까지 형성되어 있다. 참고로 리복 펌프 패리스는 힙합신의 트렌드세터 키드밀리가 컬러별로 다 구매할 정도로 마음에 들어한 제품이니, 아무도 안 신는 신발이라고 무시하면 키드밀리가 신는다고 혼쭐내주자. 내가 구매한 모델은 라이풀 콜라보 제품으로 오직 정가로만 구매할 수 있다.


올해의 소비
LG 시네빔 HU70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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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프로젝터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어떤 제품을 살까, 어디 브랜드를 살까, 4K 해상도가 필요할까, 너무 비싸진 않을까. 여러 고민을 하다가 2년 전에 리뷰했던 LG 시네빔 HU70LA의 색깔만 다른 모델 HU70LS를 구매했다. 이 제품은 내가 최근 3년 사이에 구매한 물건 중 최고의 만족템이다(솔직히 최근 10년 사이라고 해도 경쟁 후보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 모니터나 TV는 특유의 쨍한 화면 때문에 영화를 볼 때 부담스러웠다. 빔프로젝터는 화면 질감에서 TV와는 확실히 차별되는 경험을 주며, 극장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것과 비슷하다. 어떤 사람들은 200만 원짜리 빔프로젝터를 살 바에 TV를 산다고 말하는데, 두 제품의 화면 질감은 전혀 다르다. 눈이 피곤하지 않다. 나는 지금껏 영화관의 조명, 온도, 습도를 따지며 영화관에 가야만 제대로 영화를 볼 수 있다고 말해 왔는데, 그 말을 취소한다. 빔프로젝터만 있어도 극장 생각이 간절하지 않다. 자체 스피커는 아쉬울 수 있다. 그 단점은 헤드폰을 연결해서 듣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스크린은 필수다. 스크린에 투사하지 않으면 색이 완벽하게 표현되지 않는다. 참고로 사진은 2년 전에 사용한 HU70LA 모델이다.


올해의 양말
서울삭스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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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몸을 조이고 답답하게 하는 것들을 대체로 싫어하는 편이다. 양말도 마찬가지다. 발목까지 감싸는 양말은 답답하고, (내 눈에는) 예쁘지도 않다. 그래서 페이크삭스를 신는다. 하지만 페이크삭스는 운동화를 신을 때 잘 벗겨진다는 단점이 있는데, 서울삭스클럽 페이크삭스는 절대 벗겨지지 않았다. 일 년 가까이 신으면서 벗겨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벗겨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착화감도 좋다. 양말 밑바닥을 도톰하게 만들어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고, 발등 부분에 통기성이 좋은 메쉬 구조를 적용해 프리미엄은 뭔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나는 서울삭스클럽의 양말을 지금까지 10켤레 이상 구매했다.


올해의 키보드
COX CNK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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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내가 디에디트에서 소개한 키보드는 대략 12개쯤 된다. 그중에서 올해의 키보드를 딱 하나만 뽑는 건 어려웠다. 모두 고유한 매력을 가진 좋은 제품들이었고, 취향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지는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의 키보드는 취향보다는 실용성에 기반을 두고 선정했다. 콕스 CNK103 모델은 무접점 키보드다. 보글보글 찌개 끓는 소리의 조용한 NIZ EC 무접점 스위치를 사용했고, 방향키와 숫자 패드의 독립적인 공간을 살려두되 공간을 효율적으로 디자인했다. 덕분에 일반적인 풀배열 키보드 대비 가로폭이 짧다. 숫자 패드가 꼭 필요한 직장인에게 정말 추천하고 싶은 키보드다. 무접점 키보드라 공용 공간에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참고로 유튜브에서 공개할 예정인 올해의 키보드에서는 Epomaker B21 청축으로 선정했다. 공용공간에서는 CNK103, 혼자만의 공간에서는 Epomaker B21을 추천한다.


올해의 영화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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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은 무슨 일을 하나요?” 누군가 내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저스티스 리그>,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를 비교해서 보여주겠다. 감독 한 명이 바뀌면 화면 톤, 스토리, 흐름, 연출, 대사, 사운드 등 영화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부분이 달라진다는 걸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 개봉했던 <저스티스 리그>는 관객과 평단에 혹평을 받으며 DCEU의 앞날을 고담시처럼 어두컴컴하게 만든 작품이다. 그리고 비난의 화살은 연출을 맡은 잭 스나이더가 감당해야 했다. 그로부터 4년 뒤, 영화는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라는 이름의 새로운 버전으로 HBO MAX에서 최초 공개되었다. 사실 <저스티스 리그>는 잭 스나이더가 연출을 한 작품이기는 하다. 하지만 딸의 자살 등 개인적인 이유로 감독직을 내려놓은 후 후임 감독 조스 웨던이 입맛대로 바꾼 영화라 ‘잭 스나이더 연출’이라고 하기엔 어려운 영화이기도 했다.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애초에 그가 기획했던 의도를 잘 살린 영화로, 망한 <저스티스 리그>와 비교하면 거의 다른 영화라고 해도 될 정도다. 리뷰 기사는 여기에 썼으니 한 번쯤 읽어보면 좋겠다.


올해의 인테리어 아이템
마이페이보릿 스토어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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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영화를 소장하는 전통적인 방법은 세 가지 정도가 있다. 첫 번째, 영화 티켓을 보관한다. 두 번째, DVD 및 블루레이를 구매한다. 세 번째, 포스터를 모은다. 하지만 첫 번째와 두 번째 방법은 요즘 시대엔 적합하지 않다. 티켓 용지가 영수증 종이로 바뀌면서 온전히 보관하기가 힘들어졌고, OTT가 대세가 되면서 블루레이 디스크를 구매해도 재생할 일이 거의 없다. 영화를 소장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영화 포스터다. 액자에 넣어둔 영화 포스터는 인테리어에 활용하기에 좋으며 블루레이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영화 포스터를 구매하고 싶다면 시네마스토어 ‘마이페이보릿’을 추천한다. 마이페이보릿에서는 공식 인증된 포스터만 판매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사랑한다면, 영화로 번 돈이 영화계로 흘러가게끔 하자. 그렇지 못한 쇼핑은 내가 덕질하는 생태계를 조금씩 갉아먹을 뿐이다.


올해의 룸 투어
아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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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룸 투어를 하고 취향을 구경하는 시리즈 [B마이게스트]를 처음 선보였다. 그 첫 번째 손님으로 아미라를 섭외했다. 아미라는 모델이자, 디자이너로 현재 미호미두라는 브랜드를 운영하는 CEO이기도 하다. 디자이너답게 작업실을 꾸며놓은 센스가 좋았다. 어디 브랜드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이케아 제품이었는데, 단순하고 기본적인 디자인의 이케아 가구를 전혀 이케아스럽지 않게 조합한 결과물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역시 인테리어의 완성은 돈이 아니라 감각이다. 아미라의 취향이 궁금한 분들은 내가 6월에 쓴 이 기사를 읽어보자.


올해의 사진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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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품 사진을 찍기 전에 큰 기획을 하지 않는다. 오늘 찍어야 할 제품을 스튜디오에 옮겨두고 그때부터 생각한다. ‘배경지는 무엇을 깔고, 소품은 무엇을 쓰는 게 좋을까?’ 촬영하면서 컨셉이 완성되다 보니 초반에 비해 후반에 찍은 사진이 좋은 경우가 많다. 이 제품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출시한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다. 제품이 가지고 있는 속성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 고민을 하다가 해탈, 번민, 광명이라는 키워드가 떠올랐다. 배경이 복잡하거나, 소지품이 여러 개 놓인 연출은 반가사유상의 본질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검은색 아크릴 배경을 바닥에 깔고, 조명을 켜서 반가사유상 배경에 빛이 흐릿하게 보이도록 촬영했다. 2021년에 찍은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든다.


올해의 머그잔
Coffee Not Found 1L 머그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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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많이 마시면 건강에 좋다는 건 누구나 안다. 하지만 귀찮고 번거로워서 실천하기가 어렵다. 그럴 때 필요한 게 바로 1L 머그컵이다. 대용량 머그컵이 있으면 귀찮게 정수기를 여러 번 찾을 필요가 없다. 내가 마실 양, 지금까지 마신 양이 한눈에 보이기 때문에 동기부여도 된다. 이 머그컵의 이름은 Coffee Not Found 1L 머그컵. 티빙몰에서 드라마 <스타트업> 굿즈로 판매하는 제품으로 가격은 1만 7,000원이다.


올해의 발견
대구의 식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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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고향 다음으로 많이 가본 도시다. 설날과 추석, 일 년에 두 번씩 방문했고, 어린 시절 극장에 가기 위해 대구를 자주 찾았으니 못해도 100번은 넘었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의 음식은 몰랐다. 대구 음식은 맛이 없다는 편견(누구는 편견이 아니라 진짜라고 말하지만) 때문에 맛집을 찾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4월에 진행했던 맛집 투어는 그동안 가지고 있던 편견을 와장창 깨뜨린 경험이었다. 맛이 없는 게 아니라 고춧가루를 팍팍 쓰는 매운 음식에 특화했을 뿐이고, 오히려 그런 특징이 젊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었다. 매운 음식이 유명하긴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나폴리피자협회에서 인증한 핏제리아 ‘주토피아’, 대구에서 시작된 중화볶음면, 대구 3대 치킨 중 하나인 뉴욕통닭 등 맵지 않은 여러 종류의 음식이 공존하고 있다. 아직 대구에 가 본 적이 없다면 2022년엔 대구 음식 투어를 추천한다. 나의 기사가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다.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