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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마이게스트] 아미라의 작업실

랜선으로 금속공예가의 작업실 구경하기
랜선으로 금속공예가의 작업실 구경하기

2021. 06. 15

안녕하세요, 에디터B입니다. 며칠 전 아미라의 작업실에 다녀왔습니다. 아, 아미라가 누구냐고요? 한국에 거주한 지 20년이 된 리비아 국적의 금속공예가이자 모델이에요. 예능에 가끔 나와서 얼굴을 보면 아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바로 이 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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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미라를 처음 본 건 <비정상회담>이었어요. “리비아에서 온 아미라입니다” 이 한국말 인사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요. 아미라는 현재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지만,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 분야는 금속공예예요. 오래전부터 SNS에 올라오는 아미라의 작업물이 좋았어요. 그리고 이번에 누군가의 공간을 찾아가 취향을 탐구하는 시리즈 [B마이게스트]를 시작하면서 아미라를 첫 주인공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취향이 좋은 사람들의 공간과 물건을 소개할 계획인데, 공간은 거실이 될 수도 있고, 자동차, 책상이 될 수도 있죠. 그럼 아미라의 작업실에는 뭐가 있는지 랜선 구경 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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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라는 고등학생 때부터 친구였던 미술가 동료와 함께 작업실을 쓰고 있습니다. 꽤 넓어요. 위에 보이는 공간은 그중 아미라의 영역이에요. 전체적으로는 화이트 톤으로 깔끔하게 꾸몄고, 오브제와 카페트로 포인트를 줬는데, 여기서 주목할 건 카페트예요. 카페트를 레이어드했거든요.

“옷을 레이어드한 건 봤어도 카페트 레이어드는 처음이죠?
제가 카페트를 워낙 좋아해서요.”

작업실에는 카페트가 두 개뿐이지만 집에는 훨씬 더 많다고 해요. 사실 카페트는 리비아를 포함해 아랍문화권에서 유명하잖아요. 그래서 아미라는 코로나가 없었을 땐 직구할 필요 없이 고향 가는 김에 하나씩 사 올 수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작업실에 가기 전부터 예쁜 카페트가 있지 않을까 살짝 기대하긴 했는데 못 본 게 조금 아쉬웠어요.

아미라의 작업실에 있는 물건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아미라가 만든 것’ 그리고 ‘이케아가 만든 것’. 적재적소에 배치한 이케아 제품을 보면 역시 예술가의 센스란 다르구나 감탄했어요. 이케아를 이렇게 쓴다고? 이런 배치가 있었거든요. 우선은 ‘아미라가 만든 것’부터 구경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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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켓에서 볼 수 있는 360도 돔형 실내 반사경이에요. 이건 아미라가 만든 게 아니라 실제로 파는 제품이에요. 가격은 크기에 따라 다르고, 4만 원에서 8만 원 사이. 볼록하고 둥근 형태를 좋아하는 아미라의 취향이 반영된 소품이에요. 인테리어 소품이 아닌 것을 인테리어에 활용했다는 게 재미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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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반사경은 아미라가 직접 만들었어요. 위에서 보여준 실제로 파는 반사경은 아크릴 소재이고, 이건 직접 금속을 갈아서 만들었어요. 이 제품의 포인트는 반사경을 감싸고 있는 푹신한 쿠션인데요. 아미라의 쥬얼리 브랜드 미호미두의 대표 상품인 ‘쿠션 미러’의 초기 형태라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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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미호미두의 베스트셀러 ‘쿠션 미러’예요. 반달 형태의 거울은 15만 원, 타원 형태의 거울은 25만 원. 천과 솜을 씌우고 한 땀 한 땀 꿰매어 만들었다고 해요. 곡선을 따라 살짝 주름진 모습이 귀엽지 않나요? 이런 아이디어를 어떻게 떠올렸을까 물어봤습니다.

“처음엔 최대한 깨지지 않고 배송하는 방법이 뭘까, 집에서 거울을 사용할 때 안전한 방법이 뭘까 고민했어요. 그러다 보니 이런 형태가 나왔어요. 또 제가 또 볼륨감이 있고 쿠션감이 있는 형태를 좋아하다 보니 쿠션미러뿐만 아니라 다른 제 작업도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 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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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중앙에 존재감 있게 자리 잡은 이것은 판매용은 아니고 지난 5월에 전시했던 오브제. 이름은 ‘White spring’. 스프링처럼 생긴 형태의 금속을 쿠션으로 감싸고 있는 모양이 쿠션 미러와 비슷한 조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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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 spring 뿐만 아니라 작업실 곳곳에는 아미라가 지금까지 선보였던 작품과 재료가 전시되어 있어요.

“작업에 사용했던 재료와 텍스처가 항상 눈앞에 보이는 게 좋아요. 여기 있는 재료들이 저의 시작이고 과정이잖아요. 내가 저렇게 시작해서 지금 이렇게 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해요.”

아미라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의 정체는 뗀석기가 아니고 ‘은덩이’예요. 작업할 때 남은 은가루를 모아서 만들었다는데, 그의 말대로 저것 역시 시작이자 과정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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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라는 ‘핸즈’라는 업사이클링 브랜드도 운영하고 있습니다(정말 바쁘게 사는 것 같죠?). 위 제품은 핸즈에서 판매하는 제품이에요. 버려진 스케이트보드를 활용해서 만들었고, 가격은 14만 원에서 19만 원. 아쉽게도 지금은 모두 품절입니다. 핸즈를 함께 운영하는 동업자가 스케이트 보드샵을 운영하는데, 못 쓰게 된 보드는 가게에 처분하고 가는 손님이 많다고 해요. 분리 수거하기가 애매하니까요. 그것들을 모아서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만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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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파손이 심한 스케이트보드는 이렇게 미니 보드 모양으로 다듬어서 인센스 홀더로 만들 수도 있어요. 아직 출시된 제품은 아니예요. @hands.tool 팔로우하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정식 출시 소식이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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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시중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좀 소개할게요. 록키에서 만든 이동식 공구함 RTP-W119S예요. 아미라는 “이건 작업하시는 분들 아니면 관심 없겠지만…”이라며 운을 뗐지만 제가 보기엔 카페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좋아보이더라고요. 언젠가 성수동의 어떤 카페에서는 이동식 공구함을 활용해 스탠딩 커피 바를 만들지 않을까 싶고. 제품은 여기서 구경할 수 있어요. 가격은 40만 원대 중반. 주문할 때 컬러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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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대는 이케아의 스카르스타(SKARSTA)를 쓰고 있는데, 높이 조절이 가능한 책상이에요. 손잡이를 돌리면 책상 높이를 70cm에서 120cm까지 조절할 수 있어요. 장시간 같은 자세로 일을 하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는데, 이런 책상 하나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지 않나요. 그래서 지금까지 데스커의 스탠딩 테이블만 알아봤는데, 이케아 제품도 좋아보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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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뒤에 하얀색 수납함 2개랑 그 사이에 선반 붙여 놓은 거 보여요? 놀랍게도 한 세트가 아니라 별도의 제품 두 개를 붙인 거라고 하더라고요. 이케아가 아니라 디터 람스, 바우하우스풍 디자인이 생각난다고 하니까, 아미라는 격하게 공감을 했어요. ‘이케아를 이케아스럽지 않게’ 인테리어에 활용한는 걸  좋아한대요.

그 앞에 넓은 업무용 테이블은 델타 게이밍 컴퓨터 책상 이에요. 사진에서는 아주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사람이 앉았을 때 닿는 쪽에 모서리를 둥글게 만들어서 편해 보이더라고요. 가격은 약 14만 원. 화이트 계열로 맞춘 테이블 조명도 역시 이케아 톨프트(TOLFT). 가격은 2만 4,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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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낮이 조절 책상에도 조명이 있어요. 이것도 역시 이케아. 모델명은 호르테(HÅRTE), USB 케이블로 연결해서 작동할 수 있는데 크기는 작아도 빛은 꽤 밝았어요. 가격은 1만 4,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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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기둥 옆에는 의자를 두고 그 위에 책을 쌓고 쿠션 미러를 무심하게 올려놨어요. 제품명은 칼리안(Karljan). 가격은 4만 9,900원. 이렇게 의자를 인테리어 소품으로만 쓰는 것도 느낌 있지 않나요. 제가 이케아에 가본 적도 없고 인터넷 쇼핑을 한 적도 없는데, 생각보다 이케아엔 예쁜 제품이 많은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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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소개할 제품은 미호미두 실버 드로잉 링이에요. 종이에 쓴 MIHOMIDU라는 글자를 반지에 그대로 새겼어요. 가격은 7만 9,000원. 참고로 미호미두는 아미라와 함께 사는 반려묘 미호와 미두에서 따왔습니다.

저는 작업실에 가기 전에 2013년부터 아미라가 포스팅한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모두 읽었어요.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이 있었는데…

“누군가는 나무나 흙을 따뜻한 재료, 금속은 차가운 재료라고 하지만 저는 차가운 금속이 어느 순간 제 손을 거쳐 체온과 같아지는 과정이 좋아요.”

저도 역시 나무라고 하면 따뜻하고 편한 느낌이 있는 반면, 금속이라고 하면 튼튼하고 차갑다고 생각했어요. 카페나 식당에 갔을 때 테이블이 금속으로 되어 있으면 차가워서 불편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고요(실제로도 금속은 나무보다 차갑죠). 그런데 금속은 체온과 만나면 온도가 같아진다는 아미라의 말을 들으니, 금속이란 게 마냥 차갑기만 한 재료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따뜻하기만 한 나무와는 다른 매력이 있는 거죠. 참고로 미호미두 드로잉 링은 커플링으로도 많이 쓴다니까 관심 있는 분들은 구경해보세요. 저는 나중에 커플이 되면 한번 생각해볼게요. 링크는 여기.

1400_retouched_-07477[아미라의 반려견 콜라]

‘아미라의 작업실’ 구경은 여기까지입니다. 저의 첫 랜선 집들이 어땠어요? 직접 다녀온 저는 좋았는데, 감상이 글로 자세히 드러났을지 걱정되네요. 더 꼼꼼하게 취재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기도 하고요. 다음엔 더 잘하겠습니다.

저는 사람이 공간을 점유하고 시간을 쓰면 어떻게든 취향이 스며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왜 붉은색이 아닌 파란색 스탠드를 선택했고, 왜 초록색 러그를 깔았는지 생각해보면 다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취향이 좋은 누군가의 작업실 혹은 사는 공간이 궁금하다면 저에게 말해주세요. 여러분을 대신해 그 분의 취향과 이유를 찾아볼게요.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