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

부산의 떠오르는 카페 4

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지난번 기사 부산 스페셜티 커피의 판타스틱4에 이어, 이번에는 새롭게 부상하는 스페셜티 커피 매장을...
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지난번 기사 부산 스페셜티 커피의…

2022. 01. 06

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지난번 기사 부산 스페셜티 커피의 판타스틱4에 이어, 이번에는 새롭게 부상하는 스페셜티 커피 매장을 다섯 군데 소개할 예정이다. 부산의 커피가 재밌는 이유는 흥행과 작품성을 골고루 담보하는 영화 같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할 카페 역시 재미와 흥행 모두 보장한다.


[1]
Hytte roastery
히떼 로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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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떼(hytte)는 북유럽의 숲속이나 호숫가에 있는 작고 아담한 오두막을 의미한다. 북유럽 사람들이 히떼에서 즐기는 노르딕 라이트 로스팅 커피는 다양한 향미와 함께 맑고 깊게 퍼지는 단맛이 특징이다. 한국에서는 성수동의 메쉬커피, 망원동의 딥블루레이크커피, 부산의 히떼커피 등에서 노르딕 라이트 로스팅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커피를 볶는 로스터 정효재, 바리스타 최희윤 부부는 오랜 기간 호주와 북유럽 등에서 여행을 했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남천동 쇼룸을 거쳐, 2021년 9월 전포동으로 히떼 커피를 확장 이전했다. 여전히 불편한(?) 2층에 매장이 있지만, 북유럽 가정집을 연상시키는 게 아늑하다. 커피 향 가득한 따듯하고 밝은 분위기가 지금도 생생하다. 힘겹게 찾은 매장 안에는 어떻게 알았는지 손님들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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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떼 커피에는 항상 다양한 커피 원두가 준비되어 있다. 커피 종류가 많아서 주문이 어려울 것 같지만, 히떼 커피의 주문서 및 사용 설명서를 꼼꼼히 읽다 보면, 의외로 주문이 쉽다. 필터커피,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등 메뉴를 선택하고, 히떼 바리스타들이 정성껏 준비한 커피 설명서를 참고해 원두를 결정하면 된다. 내가 추천하는 메뉴는 필터커피다. 가격은 5,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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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커피에 대한 정보가 더 필요하다면, 바리스타에 문의하면 된다. 친절하게 답변해줄 것이다. 가장 인상 깊은 커피는 과테말라 레전더리 게이샤 필터커피였다. 세계 최초로 게이샤 커피 품종을 소개한 파나마 에스메랄다 농장의 커피 씨앗을 과테말라의 최고 농장 인헤르토(과테말라 커피의 삼성과 같은 농장이다)에서 재배했다. 인헤르토 옥션에서 경매를 통해 낙찰받은 커피를 북유럽 스타일 라이트 로스팅으로 더욱 아름답고 황홀한 커피로 선보였다. 에티오피아 반코 코티티 내추럴 필터 커피도 추천한다. 5,500원의 가격이지만, 정말 훌륭하다.

히떼 로스터리 Hytte roastery

  •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동성로 59 2층
  • 매일 12:00-20:00, 목요일 정기휴무
  • @hytte_roastery

[2]
treasures coffee
트레져스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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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떼 커피와 함께 부산의 인디 커피 중에서 가장 뜨거운 곳이다. 2021년 서울 카페쇼에서도 베르크, 히떼와 함께 서울 지역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매장의 위치는 공교롭게도 히떼 커피에서 100미터 거리. 두 매장은 비슷한 성향임에도 불구하고 두 곳을 넘나드는 단골이 많다. 트레져스의 뜻은 보물이다. 보물찾기처럼 맛있는 커피를 선보이는 카페다. 좀처럼 보기 힘든 다양한 품종, 원산지 그리고 가공방식이 다른 커피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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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에 앉아 바리스타와 대화하면서 특별한 커피를 마시는 분위기가 매력적이었고, 앉은 자리에서 서너 잔을 마시는 커피 애호가들이 많았다.

히떼에는 2층에 모든 공간이 있다면, 트레져스는 1층에 커피와 간단한 의자와 스탠드가 있고, 2층에 편히 쉴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었다. 부산 특유의 좁고 불편한 계단을 오르면 아늑한 가정식 공간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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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져스커피에서 특히 많은 종류의 커피를 마셨는데 열거해보면, 과테말라 인헤르또 파카마라, 인헤르또 게이샤, 에티오피아 트와콕 브랜디배럴 에이지드, 에스프레소, 루비 블렌드 라떼, 파나마 에스메랄다 스페셜 옥션 게이샤 커피(사실 중간에 몇 개가 더 있는데 커피로 만취해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포르세, 페라리, 람보르기니, 테슬라, 리미티드 롤스로이스 팬텀과 같은 커피를 한자리에 마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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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커피는 에티오피아 트와콕 브랜디 배럴에이지드. 트와콕은 현지어로 복숭아라는 뜻이다. 복숭아와 같은 향미의 커피를 질 좋은 브랜디 오크통에 숙성 시켜 독특한 향미가 만들어졌다. 유사한 스타일의 럼배럴이 있지만, 자체적인 향미가 표현되는 브랜디 배럴 커피가 더욱 복합적이다. 트레져스는 라이트 로스팅커피이지만, 추출 비율과 질감을 달리해서 향미와 함께 묵직한 질감까지 돋보인다. 브루잉, 핸드드립 커피는 원두에 따라 가격이 다르고, 아메리카노의 가격은 4,500원이다.

트레져스커피 treasures coffee


[3]
커피스페이스바 & CSB.LOU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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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동의 커피스페이바는 키보드 ‘스페이스 바’를 닮은 건물에 자리 잡은 카페로, 오랫동안 부산에서 바리스타와 로스터로 실력을 쌓은 김태완이 2017년 오픈했다. 바리스타 김태완은 뛰어난 로스터이면서 동시에 지역을 상징하는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를 소개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인앤빈, 히떼, 베르크로스터스와 같은 부산 지역의 로스터리를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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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커피는 코코넛 플랫화이트. 베르크 커피의 베이비 블렌딩을 사용한 커피에, 부산 최고의 믹솔리지스트(알코올 음료를 포함한 칵테일 전문가로 보면 비슷하다) 티보 피에르 베이탄의 영향을 받아 만든 코코넛 시럽을 사용했다. 두말 여지없이 맛있다. 그리고 2020년 5월, 수영구 남천동에 부산 지역 예술가들과 협업하는 쾌적한 공간 CSB(Coffee Space Bar) 라운지를 오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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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B 라운지는 커피와 예술가들이 협업하는 작업 공간으로, 장건영, 안수향, 김상혁 등 다양한 설치미술, 사진작가의 작품이 항상 전시되어 있다. 만약 저녁 시간에 CSB 라운지 방문한다면, 진토닉을 마셔볼 것을 추천한다. 비피터진, 십스미스 런던드라이진, 벨에어 진 등을 베이스로 매장에서 직접 제작한 가니시를 첨가해서 만든 다양한 진토닉이 훌륭하다. 개인적으로는 소나무 향이 선명한 넘버쓰리 진을 베이스로 프리미엄 토닉 워터로 조합했던 진토닉이 인상적이었다. 커피와 칵테일의 영역이 다르기에 조심스럽지만, 그동안 마셔본 최고의 진토닉이었다. 커피 한잔, 진토닉 한잔과 함께 창의적인 공간과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 매력적인 공간이다. 코코넛 라떼 가격은 5,500원, 진토닉은 9,500원부터.

CSB.LOUNGE

  • 부산 수영구 남천동 11-16
  • 매일 11:30-23:00
  • @csb.lounge

커피스페이스바

  • 부산 남구 황령대로74번길 95
  • 월-금 11:00-15:00(토, 일 휴무)
  • @coffee_space_bar

[4]
Coffeeawake
커피어웨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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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어웨이크는 김지용 바리스타 겸 로스터가 부산의 대학가 ‘부대앞’을 오랫동안 지켜온 스페셜티 커피 전문 매장이다. 초기에는 커사남을 비롯한 지역 로스터의 커피를 사용하는 편집매장이었지만, 2015년부터 독자적인 로스팅을 시작했고, 본인의 커피를 다른 매장에도 공급하고 있다. 대학가 앞에 위치한 매장이 크지 않지만, 쉬지 않고 지역의 학생들이 방문하는 부산의 대표적인 대학가 스페셜티 커피 매장이다. 매장에서 사용하는 블렌딩은 스페셜티 커피의 향미를 표현하는 어웨이큰 블렌딩과 일상의 데일리 커피로 적합한 단맛이 잘 표현되는 오디너리 블렌딩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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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드립을 의미하는 브루잉 커피는 5,000원내외의 가격이고,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는 3,000원이다. 커피 본연의 단맛과 향미를 표현하는 것을 중요시하고 있는데, 인도네시아 케린키 싱글오리진 브루잉 커피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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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이 르완다와 함께 선호하는 인도네시아 커피는 토질과 환경 ( 테루아 )의 영향으로 산미톤이 낮고 쿠키 같은 단맛이 도드라지는데, 한국에 소량이 들어온 인도네시아 케린키는 선명한 과일향과 진한 흑설탕과 같은 단맛이 잘 어울려져서 매우 매력적이다. 오래전부터 찾고 있던 커피를 부산 어웨이크에서 어렵게 마실 수 있었다. 블렌딩 커피뿐만 아니라, 시즌에 따라 바뀌는 싱글오리진 브루잉 커피 모두 훌륭하다. 모모스, 블랙업, 에프엠과 함께 블루리본 서베이에 가장 오랫동안 등재된 커피 매장이다.

커피어웨이크

  •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로63번길 46-4
  • 10:00-19:00
  • @coffeeawake

[5]
Bulls Coffee
불스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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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스커피는 지금 부산에서 가장 뜨거운 커피 매장이다. 불스커피의 바리스타 주상민은 학생 때부터 라떼아트 전문가로 활동(라떼아트는 대중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전문 인력이 많지 않다), 바리스타 대회 본선에 진출, 2021년 10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커피 테이스팅 대회(WCTC)에 한국 국가 대표로 대회에 참가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로 오랫동안 연기되었던 올해 WCTC 대회에서 주상민은 파격적인 시연으로 예선, 본선까지 우승을 다투었고, 결선에서도 화려한 시연으로 세계 3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코로나 시국, 한국 커피 업계 최고의 성적이다. 참고로 2021 WCTC 대회 세계 챔피언은 호주국가대표 한국인 추경하씨이다. 주상민 한국 챔피언, 추경하 세계 챔피언은 대회 이후 친구가 되었고, 주상민의 불스커피에는 추경하 챔피언이 자주 방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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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스커피는 이제 오픈 2주 차 매장이다. 에프엠 커피 강무성 대표의 추천으로 매장을 방문했는데, 라떼아트, 바리스타대회, 컵테이스터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주상민의 창의적인 메뉴들을 선보이고 있다. 에스프레소 머신 위주의 매장이며, 과테말라와 중남미를 베이스로 사용하는 데일리 커피의 단맛이 도드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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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커피는 불스커피 원샷이다. 아이스 에스프레소에 마리아주 프레르의 벚꽃 향기를 연상시키는 시럽과 깊고 묵직한 단맛의 커피가 박력 있게 어울린다. 벌써부터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작고 아담한 매장이라 조만간 자리가 부족할 것 같다. 가격은 아메리카노 5,000원. 불스원샷 7,000원이다.

불스 커피

  •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동성로49번길 38
  • 매일 12:00-20:00
  • @bulls_coffee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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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긴 시간 커피 여행의 마무리로, 부산역 앞 차이나타운 만둣집 신발원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자장면, 탕수육, 만둣국 없이 만두만 판매하는 중식 노포지만, 청결하고 친절하고 맛있다. 객관적으로 한국에서 가장 맛있다. 부산역에 도착 후 바로 찾아도 좋고, 만두를 잔뜩 사서 돌아가면 가족들의 애정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신발원

  • 부산 동구 대영로243번길 62
  • 11:0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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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Author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 '카페마실', '동경커피', '교토커피'를 썼습니다. 생업은 직장인입니다. 싸모님을 제일 싸랑하고 다음으로 커피를 좋아합니다. 아 참, 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