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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의 취향]어디서든 존재감은 확실하게

안녕, 에디터B다. RPG 게임에서는 경험치를 쌓는 만큼 레벨이 오른다. 우리 인생도 그럴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어떤 분야에서는 아무리 경험을...
안녕, 에디터B다. RPG 게임에서는 경험치를 쌓는 만큼 레벨이 오른다. 우리 인생도 그럴까.…

2021. 11. 23

안녕, 에디터B다. RPG 게임에서는 경험치를 쌓는 만큼 레벨이 오른다. 우리 인생도 그럴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어떤 분야에서는 아무리 경험을 쌓아도 제자리이고, 또 다른 분야에서는 성장 속도가 굉장히 더디기도 하다. 물론 그 속도는 사람마다 다른 듯하다.

나는 몇 년 동안 쇼핑을 가열차게 했지만, 이 분야에서만큼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한 ‘쪼렙’인 것 같다. 여전히 충동적으로 물건을 사고, 실패하고, 지구에 탄소발자국을 남긴다. 그래도 만족템이 없지는 않다. 오늘은 올해 내가 산 것 중 그래도 꽤 만족하며 쓰고 있는 아이템을 다섯 가지 골랐다. 다섯 아이템 모두 존재감이 확실하다. 어디에 두어도 시선을 붙잡을 만한 아이템이다.


[1]
키티버니포니
Tissubox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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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티버니포니를 좋아한다. 그 이유는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국내 브랜드이기 때문에. 나는 나와 비슷한 음식을 먹고, 비슷한 문화를 겪고, 동시대를 살아간 국내의 창작자를 응원한다. 같은 시대를 살았음에도 내가 보지 못한 것을 보고 그것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게 재미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런 거다. 키티버니포니의 김진진 대표는 자수공장을 운영하던 아버지와 합심해서 브랜드를 런칭했다. 시각디자인 전공에, 제조업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던 대표는 쿠션을 시작으로 상품군을 조금씩 늘려나갔다. 이런 스토리에 나의 이야기를 대입하게 되는 것이다.

나머지 두 가지 이유는 단순하다. 브랜드 이름과 패턴이 예쁘기 때문이다. 키티버니포니의 티슈박스 커버는 말 그대로 티슈를 감싸는 용도의 패브릭 소재의 커버다. 그 외에 다른 기능은 없다. 비스포크 큐커를 자랑하려고 사진을 찍으면 친구들은 꼭 티슈 커버가 어디꺼냐고 묻는다. 가격은 1만 3,000원으로 키티버니포니 제품치고는 저렴하다. 여러 가지 패턴이 있으니 [여기]에서 천천히 구경해보자.


[2]
카스(CAS)
브라운앤프렌즈 디지털 온습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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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캐릭터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브라운도 마찬가지고, 라이언도 마찬가지다. 출시 초기에는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명해지면 맘이 짜게 식는 성격 탓에 셀럽이 된 그들에게 줄 애정이 없다. 브라운이 곤히 잠을 자고 있는 이 디지털 온습도계는 카스에서 만들었다(맥주 회사가 아니다). 브라운이 귀여워서 산 건 아니고, 냉장고에 붙일 수 있다고 해서 구매했다. 하지만 자석이 하나밖에 없어서인지 자성이 약해서인지 벽에 단단히 고정되지는 않더라. 가격은 1만 9,900원.

나중에 알았지만 이것보다 저렴한 카스 온습도계에도 자석이 두 개씩 붙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만약 온습도계 쇼핑을 하다가 벽에 붙일 수 있다는 설명이 없다면(당연한 기능이라 안 적는 것 같다), 구매하기 전에 판매자에게 물어보자.

아쉬운 점은 있지만 그래도 만족템이다. 대부분의 카스 온습도계는 하얀색의 평범한 디자인인데, 이 제품은 아이보리색이기 때문이다. 여러 디지털 온습도계를 찾아보았지만 ‘디자인되어 있다’라고 할 만한 디지털 온습도계는 이것밖에 없었다. 100가지 디지털 온습도계가 전시되어 있다면 단연 눈에 띄는 디자인이다. 한 마디로 군계일학. 구매는 [여기]서 가능하다.

혹시 온습도계가 왜 필요한지 모른다면 구글에 ‘겨울 건강 습도’라고 검색을 해보자. 적정한 온도와 습도는 겨울철 건강에 도움이 되고, 특히 식물을 키울 때는 필수적이다. 나의 건강, 식물의 생존을 위해 온습도계를 활용하자.


[3]
펀샵
책과 사람을 연결하는 문진 Acrylic 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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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제품명은 ‘책과 사람을 연결하는 문진 ACRYLIC PAPER’이다. 길고 복잡하며 각인되지 않는 이름이다. 이 제품은 문진이다. 문진은 책을 펼쳐놓은 채로 유지하기 위한 무거운 도구인데, 보통의 문진에는 몇 가지 단점이 있다. 한쪽 페이지씩 누르다보니 결국 2개를 구매해야 한다는 것, 페이지 일부를 가릴까봐 살짝 누르는데 그러다보면 안정적으로 고정이 안될 수도 있다는 것. 책을 펼쳐놓은 모양과 똑같은 아크릴 문진에는 그런 문제가 전혀 없다. 책에서 문장을 발췌할 때 쓰기에 자주 사용하고 있다. 몇 개월 전에 머니사이드업이 참여한 전시가 있었는데, 그 공간에 이 아크릴 문진이 소품으로 사용되었다고 들었다. 전시제품이 아니라 단순 소품이었는데, 방문객들은 이 문진을 어디서 살 수 있냐고 그렇게 문의를 했다고 한다. 어딜 두어도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아이템이 틀림없다.

꼭 아크릴 문진이 아니어도 문진 하나쯤은 사두면 독서 생활에 큰 보탬이 될 거다. 물론 집 앞에 굴러다니는 돌덩이를 문진으로 써도 기능적으로 아무런 문젠가 없긴 하다. 가격은 4만 3,000원으로, 구매는 [여기]서 가능하다.


[4]
플러스마이너스제로(±0)
원적외선 2단 히터 Y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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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지도 부족하지 않은 디자인을 지향하는 플러스마이너스제로(±0)의 제품이다. 플러스마이너스제로에서 제일 유명한 건 선풍기가 아닐까 싶고(보유중), 두 번째는 바로 이 히터일 것 같다. 장점이라면 역시 디자인이다. 레트로한 모양새와 레드 컬러가 매력적이다. 다이얼을 돌려서 강도를 조절하는 방식 역시 직관적이다. 1단계는 400W, 2단계는 800W인데, 웬만하면 1단계로도 충분해서 2단계까지 올릴 일이 없다. 가격은 10만 9,000원이다. 나는 빔프로젝터로 영화를 볼 때 항상 이 히터를 틀어놓고 감상을 한다. 덕분에 인스타그램 스토리에도 자주 출연하는데, 물건에 큰 관심이 없는 친구도 내게 DM을 보내더라. “니가 쓰는 히터 어디꺼임?” 친구야, 자세한 정보는 [여기]를 참고하렴.


[5]
트웸코(Twemco)
플립 벽시계 캘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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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시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트웸코 벽시계를 구매한 단 한 가지 이유는, 허전한 벽을 꾸미기 위해서였다. 기능적으로 필요해서가 아니었다.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벽에 아날로그한 시계를 거니 과연 보기에 좋았다. 시계 하나만으로 인테리어가 완벽해지는 것 같았다. 벽시계를 사용해보니 단순히 보기에 예쁜 것 이상의 쓸모가 있었다.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폰을 보는 행위가 줄어들고, 특히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폰이 아닌 벽시계를 보는 게 안정감을 준다. 폰은 여기저기 옮겨 다니지만, 벽시계는 항상 그 자리에 있으며, 그자리에 있다는 것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트웸코는 홍콩 시계 브랜드로 벽시계와 탁상시계를 만든다. 특징이라면 아날로그한 플립 방식으로 날짜나 시간을 보여준다는 것. 내가 구매한 모델은 날짜만 플립 방식으로 보여주는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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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단점은 생각보다 초침 소리가 크다는 것이다. 나는 첫날 3M 귀마개를 하고 겨우 잠들었는데, 방 안에 가구가 들어오니 확실히 줄어들긴 했다. 아주 예민한 사람이라면, 침실보다는 거실에 두는 것을 추천한다. 가격은 약 18만 원. 자세한 정보는 [여기]서 확인하자.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