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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라면의 끝, 장인라면

안녕, 패키지 디자인에 진심인 에디터B다. 우리에겐 닭고기로 유명한 하림이 라면을 출시했다. 갑자기 라면? 이런 생각이 들 거다. 여러 브랜드가 각축전을 벌이는 라면...
안녕, 패키지 디자인에 진심인 에디터B다. 우리에겐 닭고기로 유명한 하림이 라면을 출시했다. 갑자기 라면? 이런…

2021. 11. 09

안녕, 패키지 디자인에 진심인 에디터B다. 우리에겐 닭고기로 유명한 하림이 라면을 출시했다. 갑자기 라면? 이런 생각이 들 거다. 여러 브랜드가 각축전을 벌이는 라면 시장에 진출한 이유가 궁금하고, 과연 어떤 라면일까 먹어 보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하림의 더 미식 장인라면(이하 ‘장인라면’)을 먹어봤다. 오늘은 장인라면에 담긴 이야기와 맛에 대해 짧게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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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라면 봉지 디자인부터 보자. 차별성이 느껴지는 패키지 디자인이다. 보통 라면 봉지 디자인은 타이틀을 크고 강렬하게 배치하고 그릇에 담긴 라면을 타이트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장인라면은 조금 다르다. ‘장인라면 얼큰한 맛’이라는 타이틀은 왼쪽 아래에 점잖게 자리 잡았고, 라면 일부분이 아닌 전체 모습이 담기도록 디자인했다는 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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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라면이 양은냄비에 담겨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패키지 디자인에서 이 양은냄비는 중요한 디자인 요소로 작용하는데, 찾아보니 냄비 하나에도 스토리텔링이 있더라. 이 양은냄비는 17년의 세월이 들어간 양은냄비라고 한다.

1400_retouched_-1-2[패키지 촬영에 사용한 실제 양은냄비]

‘오래된 양은냄비 찾는다고 소품팀이 고생했겠네’ 싶었는데, 흥미롭게도 이 사진을 촬영한 작가의 개인 소지품이라고 한다.

사진 작가는 지금은 없어졌지만 과거 신사동 시장 내 라면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했던 곳에서 우연히 이 냄비에 끓인 라면을 먹게 되었다. 양은냄비가 가지고 있는 오리지널리티와 세월에 감명해 그 이후로 보물처럼 보관하고 있었고, ‘조미료가 아닌 신선한 재료를 활용한 찐맛 라면’, ‘장인정신으로 정말 라면다운 라면의 맛을 살린 장인라면’이라는 컨셉을 표현하기 위해 활용했다고 한다. 흔하게 지나칠 수 있는 패키지 디자인에 스토리를 녹여내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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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라면은 프리미엄 라면이다. 놀랍게도 라면 한 개의 가격은 2,200원. 하림이 선보이는 첫 라면이 어떻게 프리미엄 제품으로 출시되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한국의 라면사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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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은 1958년 닛신식품의 안도 모모후쿠가 개발했다. 안도 모모후쿠는 술집에서 튀김을 보고 ‘국수도 튀김처럼 기름에 튀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기름에 튀기면 수분이 날아가고 보관 기간이 길어지며, 뜨거운 물만 부으면 간단히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스턴트 라면은 그렇게 탄생했다.

한국에서는 1963년 삼양라면이 일본 묘조식품에서 기계를 들여와 처음 출시했다. 지금은 라면이 간편하고 저렴한 음식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그때만 해도 고급스러운 음식에 속했다. 안도 모모후쿠가 만든 라면은 생면보다 6배나 비쌌고, 한국에서는 김치와 계란만 넣으면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었기 때문에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는 귀한 요리로 인식되었다.

그랬던 라면이 대중화된 건 1970년 후반까지 이어진 혼분식 장려 정책 때문인데, 이 정책은 한국음식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쌀이 귀한 시절이다 보니 쌀 소비를 줄이고 보리와 밀가루 소비를 늘리는 목적이었는데, 그 덕분에 떡볶이, 라면 등이 분식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로 한국인들의 주식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대표적인 분식 메뉴인 김밥은 저렴한 편의점 김밥부터 프리미엄 김밥까지 다양하게 발전한 반면 프리미엄 인스턴트 라면이라고 하면 특별히 떠오르는 브랜드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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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맥락에서 출시된 제품이 바로 장인라면이다. 자 이제 장인라면이 어떤 맛인지, 왜 장인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는지에 대해서 알아보자.

음식이 프리미엄이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식재료다. 라면은 크게 면발, 국물, 건더기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고, 맛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국물과 면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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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면발은 보통 라면보다 탱탱한 편이다. 사진 촬영을 하느라 조금 기다렸다가 먹었는데도 불어있지 않았다. 쫄깃함이 강한 편이었고, 기름기가 적고 느끼한 맛이 없이 깔끔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밀가루 반죽은 다시마, 버섯, 육류 등 갖은 재료를 우려낸 육수로 했다고 한다. 장인라면은 얼큰한 맛, 담백한 맛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얼큰한 맛’을 먹고 설거지를 할 때 세제를 쓰지 않고 물로만 닦았는데도 뽀득뽀득 소리가 날 정도로 쉽게 닦여서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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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은 국물이다. 사실 면발이 아무리 쫄깃해도 국물에 특색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장인라면은 육수의 맛을 제대로 내기 위해 분말스프가 아닌 액상스프를 선택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분말 스프의 경우 고온에서 건조시키는 과정에서 건조취가 나서 재료 본연의 풍미를 느끼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액상스프만 살짝 찍어 먹어보았는데, 따로 팔아도 좋을 정도로 퀄리티가 좋았다. 마냥 짜고 매운맛만 나는 게 아니라 음식점에서 만든 비법소스 같은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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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대로 얼큰한 맛 소스, 담백한 맛 소스]

얼큰한 맛 액상 스프에는 사골, 소고기, 닭고기, 버섯을 20시간 우려낸 육수에 양파, 대파, 청양고추, 고춧가루가 들어가 있다. 한 가지 더 신기한 점은 얼큰한 맛, 담백한 맛 모두 MSG 등 화학조미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장인라면은 MSG가 아닌 천연 재료로 오랜 시간 우려낸 육수를 그대로 농축시켜 깊고 진한 감칠맛의 국물을 재현해냈다고 한다. 물론 나는 요리에 MSG를 들어가는 것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MSG 없이 이런 맛을 냈다는 점은 놀랍긴 하다. 나트륨 함량도 보통 라면보다 20% 정도 적어서 국물을 마실 때도 부담이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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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에 대해 평가를 하자면, 우선 얼큰한 맛은 밸런스가 좋다. 어느 한 가지 맛을 과하게 부각시켜서 튀려는 맛이 아니라 부담스럽지 않다. 매콤함과 얼큰함, 시원함의 조화가 좋다. 면발과 국물을 다 먹고 남아 있는 건더기를 싹싹 긁어먹었는데, 건더기가 큼지막한 것을 보니 과연 프리미엄이라는 생각이 든다. 건더기는 건목이버섯, 건당근, 건파, 청양고추 등이다. 담백한 맛의 경우에는 깔끔 담백한 육수에 청양고추로 매콤함을 가미한 느낌이다. 석박지가 없어서 정말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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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가면 정말 많은 종류의 라면을 볼 수 있다. 그중엔 호기심에 딱 한 번만 먹게 되는 라면도 있고,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간절히 생각나는 라면도 있다. 확실히 장인라면은 잠깐 스쳐 갈 라면은 아닌듯하다. 좋은 재료로 고급스럽게 만들어서, 비싸더라도 제대로 된 라면을 먹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면 장인라면을 먹어봐도 좋을 것 같다. 국물 한 모금만 마시면 왜 장인라면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이 글에는 하림의 유료광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