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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카약킹이 특별한 이유

안녕하세요. 스웨덴 사는 객원 작가 남현진입니다. 이 더운 여름날은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제가 사는 스톡홀름은 날씨가 한창 좋은 한 여름날이...
안녕하세요. 스웨덴 사는 객원 작가 남현진입니다. 이 더운 여름날은 잘 보내고 계신가요?…

2021. 08. 03

안녕하세요. 스웨덴 사는 객원 작가 남현진입니다. 이 더운 여름날은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제가 사는 스톡홀름은 날씨가 한창 좋은 한 여름날이 왔습니다. 스웨덴은 겨울이면 해가 뜨지 않고 끝이 보이지 않는 추위와 어둠으로 가득 차지만 여름이 되면 추웠던 날들을 보상이라도 하는 듯 해가 지지 않고 덧없이 밝고 따뜻한 날들로 이어집니다.

삶과 일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웨덴 사람들은 어쩌면 조금 극단적이게도 일 년의 휴가를 아낌없이 여름에 다 써버리고 한 달을 통째로 쉬어버립니다. 그래서 스웨덴의 7월은 모두에게 온종일 쉬는 달이 되어서 온 거리에 사람들이 가득 차고 음식점이나 재미있는 활동들도 배로 늘어나는 시기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여름에 즐길 수 있는 여름 스포츠인 카약킹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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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카약은 사람이 직접 노를 저어서 물 위를 다닐 수 있는 납작한 배입니다. 몸체가 굉장히 가늘고 가벼워서 먼 거리를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갈 수 있어요. 노를 젓는 방식도 쉬워서 어린아이부터 나이 드신 분들까지 첫 시도부터 즐기며 탈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속초나 제주도와 같이 바닷가 근처 관광지는 물론이고 한강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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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종류로는 패들 보드라는 것도 있습니다. 예전에 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 님이 제주도 바다에서 패들보드를 타시는 장면이 나왔는데요. 저는 그 장면이 정말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여서 이효리 님을 따라 패들 보드를 타보기 시작했습니다. 스탠딩 업 패들(Standing Up Paddle, SUP)이라고도 불리는 패들보드는 잔잔한 물에서 타는 서핑보드입니다. 보드라는 이름에 걸맞게 납작하고 판판한 모양을 가지고 있고 카약과 마찬가지로 직접 노를 저으며 움직이는 보드입니다. 카약보다는 조금 느리지만 바다 한가운데에서 보드 위에 누워 있있거나 요가도 할 수 있어서 조금 더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한 것이 패들보드의 매력입니다.

1400_retouched_-3[카약 시점]
1400_retouched_-7[패들 보드 시점]

저는 몇 해 전 여름 처음으로 카약을 접한 이후로는 날씨가 더운 여름이 오면 빠짐없이 꼭 패들보드나 카약을 타고 있습니다. 낮은 시선에서 잔잔한 물결을 느끼고 내가 직접 노를 젓는다는 것에서 오는 자유로움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 같아요. 누구나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즐길 수 있어서 물이 있는 곳에서 함께 즐기기에는 딱인 액티비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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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여름에는 저희 부모님께서 제가 사는 스톡홀름으로 여행을 오셔서 제가 좋아하는 카약킹을 부모님과 함께 했습니다. 엄마는 물을 조금 무서워하셔서 저와 2인용 카약을 함께 타고, 모험을 좋아하시는 아빠는 일인용을 타고 저희보다 더 멀리 빠르게 노를 저으며 물 위에서 스톡홀름 구경을 다니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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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에서의 카약킹의 조금 특별한 점은 카약을 타면 갈 수 있는 장소들이 더 많아진다는 것이에요. 스톡홀름은 여러 개의 섬들이 모여있는 도시입니다. 각각의 섬들은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물가에는 배를 타고 바로 들어갈 수 있는 바와 레스토랑들도 있습니다. 타고 온 배나 카약을 레스토랑 옆 기둥에 묶어두고 사다리를 타고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면 돼요. 배를 타고 들어와 음료도 한 잔 마시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이죠.

12© Mälarpaviljon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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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간 레스토랑은 쿵스홀멘(Kungsholmen)이라는 섬에 연결되어있는 Mälarpaviljongen(멜라파빌리옹엔)입니다. 이 레스토랑은 세빛둥둥섬처럼 물 위에 떠 있고 육지와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요. 아름다운 호수 풍경과 아름다운 조경으로 분위기가 싱그럽고 밤이면 라이브 뮤직으로 럭셔리한 무드를 자아냅니다. 이 레스토랑은 여러 개의 공간들로 나누어져 있어서 파티를 즐기는 젊은 사람부터 아이와 함께 온 가정들까지 제 각각의 방식으로 한 여름을 즐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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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카약킹을 즐기는 조금 새로운 방식도 소개되고 있습니다. 바로 카약을 타면서 바다에 있는 쓰레기를 줍는 활동입니다. 요즘은 개인 스스로가 환경에 책임감을 가지고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들이 유행처럼 번져가는것 같아요. 혹시 플로깅(Plogging)이라는 활동을 들어보셨나요? 플로깅은 조깅을 하면서 길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의미합니다. 이는 줍다를 의미하는 스웨덴어 plocka upp(플로 카 우프)와 영어 단어 jogging(조깅)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단어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로 인해 러닝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플로깅 또한 유튜브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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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는 플로깅과 마찬가지로 카약을 타며 바다에 떠 있는 쓰레기를 줍는 활동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어요. 카약을 타고 노를 젓다가 물 위에서 쓰레기를 발견하면 주워오는 것이죠. 물 위를 보면 심심치 않게 둥둥 떠 있는 쓰레기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나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호수 한가운데나 해안가 근처에는 여러 종류의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습니다. 저도 얼마 전 바다에서 수영을 하다가 아끼는 선글라스를 빠트려 잃어버렸는데요. 바닷속에는 각자 잃어버린 물건도 아니면 일부러 버린 물건도 많이 쌓여있겠죠.

20© greenkayak

일반적인 카약이나 패들보드를 타고 쓰레기를 주워오는 것이 조금 더 발전해서 얼마 전에는 덴마크의 그린 카약(Green Kayak)이라는 NGO 단체가 쓰레기를 주울 수 있는 특수 카약을 제작했습니다. 이 카약은 일반 카약에 쓰레기 통을 얹은 형태로 제작되었고 북유럽의 곳곳에서 무료로 대여를 할 수 있습니다. 무료로 신나는 카약킹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보이는 바다 쓰레기를 건져오면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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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얼마 전 그린 카약을 타고 쓰레기를 줍는 활동에 참여해봤습니다. 사실 이전에는 딱히 관심을 가져본 적은 없었지만 쓰레기를 주워보니 생각보다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가 많아 놀랐습니다. 카약을 타며 음료수 병이나 과자봉지 그리고 공사현장에서 쓰일법한 플라스틱 조각들을 발견했어요. 두 시간 동안 제가 건져 올린 쓰레기의 무게를 재어보니 1kg 정도 주웠더라고요. 그린 카약은 여태껏 3만 명 정도의 사람들에게 카약을 무료로 대여하고 43t의 쓰레기를 가지고 돌아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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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여름에 해볼 만한 액티비티를 찾고 계셨다면 이번 여름에는 카약을 타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한강에서든 속초에서든 스톡홀름에서든 상관없어요. 한번도 카약을 타보지 않았어도 어렵지 않을거에요. 가족, 친구들과 기억에 남을만한 즐거운 주말을 보낼 수 있을만한 액티비티로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어쩌다 물에 둥둥 떠있는 쓰레기가 보이면 주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하루쯤 환경에 도움 되는 일을 했다며 스스로 기특해해 보는 것도 좋잖아요.

namhyun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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