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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의 레이더] 연쇄살초마를 위한 식물 4

누구나 쉽게 키울 수 있는 식물 리스트
누구나 쉽게 키울 수 있는 식물 리스트

2021. 07. 21

안녕. 디자인, 건축 관련 글을 쓰는 전종현이다. 오늘은 에어컨과 함께 삶의 의지를 다지는 처지에서 나의 파라다이스적 쇼핑을 상상해보겠다. 나와 인생을 잠시라도 함께한 존재들을 불러본다. 반려 개구리, 반려 소라게, 반려 햄스터…. 아아 하지만 신은 제게 식물은 허락지 않으셨습니다. 선인장마저 세상을 떠나게 만드는 저주의 손으로 지금껏 얼마나 많은 식물을 죽여 왔던가. 그 죄가 업경에 비칠까 가슴이 조마조마할 지경이다. 식물 똥손으로 평생을 살아온 내가 이번 여름 일찍 와버린 폭염으로 밖에 나가면 타죽을 것 같은 상황이 오자, 갑자기 그리너리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얄궂은 운명인 것일까. 가로 1m, 세로 1m의 벙커를 마련하고 글을 쓰는 입장에서 초록색이 맑게 보일 때는 네이버 쇼핑할 때가 전부. 눈의 피로도 풀고 생명력도 느낄 겸 화초를 방에 모시려 하니, 사실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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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꽃에 미쳐 부업으로 플로리스트를 꿈꾸고 있는 친구에게 SOS를 쳤다. 그가 말하길, “어리석은 자여, 너는 잘못된 길을 가고 있도다.” 무엇이 잘못되었냐고 되물으니 “식물을 대하는 자들은 세 가지 부류로 나뉘니, 천상계에 사는 자들은 식집사의 역할을 맡은 식천사로, 그들은 식물을 반려로써 보살피며 애정을 먼저 나누어주는 자로다. 중간계에 사는 자들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공존을 택한 자들이니, 파로 재테크를 하거나 공기정화, 전기파 차단 기능을 꼼꼼히 따져보는 현실적인 자로다. 지옥계에 사는 자는 바로 너로니, 지금까지 죄 없는 식물을 파괴한 업보가 가득한 죄 많은 자로다.” 그래서 어쩌라는 것이냐 물어보니, “네이버로 검색하라.” 하더라. 아멘.

생전 처음 식물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려 네이버부터 돌려봤다.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SSG, 29cm, 1300k 등에 ‘불멸초’의 흔적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계속 찾다 보니 ‘아까 그곳이 결국 바로 이곳이었구나’라는 뺑뺑이의 깨달음을 얻으며 몇 개의 브랜드로 정리됐다. 가격은 사이즈와 화분, 각종 옵션을 추가할수록 차이가 났는데, 나는 싱싱해 보이는 식물에 괜찮은 화분이 매칭된 2~5만 원대의 제품으로 골랐다. 앞자리가 2 미만이면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들고, 6이 넘으면 고능력자를 위한 사치품으로 느껴졌기 때문. 내가 골라본 그리너리 리스트를 공유해본다.


[1]
산세베리아

sanse_power[사진 출처=파워플랜트]
  • 원산지: 서아프리카와 인도
  • 햇빛: 직사광선을 피한 반그늘, 간접광
  • 물: 토양 표면이 말랐을 때

포름알데히드, 벤젠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정화하는 효과가 있어 공기를 맑게 하고 햇볕이 적어도 잘 자라며 병충해에도 강하다. 특히 한 달 동안 물을 안 줘도 죽을 일이 없을 정도로 비교적 건조한 환경을 좋아하는 식물이라 연쇄살초마의 마음을 안정시킨다. 말라서 죽는 경우보다 과한 습도로 인해 뿌리가 썩어서 죽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음이온을 많이 발생시키며 밤에는 광합성 작용으로 산소까지 뿜어내는 착한 아이라서 침대 옆에 두면 서로 상생할 수 있다.

sanse_pet[사진 출처=펫플랜트]

파워플랜트와 펫플랜트의 제품들을 골랐는데, 보급형보다 조금 더 좋은 화분으로 고르고 화분 받침을 추가해 혹시나 물 샐 일이 생기는 사태를 방지하려고 했다.

  • 파워플랜트
    구성: 산세베리아 + 스팡 팔라디오 내추럴 컬러 화분 + 화분 받침 = 2만 9,900원
  • 펫플랜트
    구성: 산세베리아 + 이태리제 화분 + 화분 받침 = 3만 7,000원

[2]
멜라닌 고무나무

mel_pium[사진 출처=피움플랜트]
  • 원산지: 인도, 아마존, 동남아시아
  • 햇빛: 중간 이상의 광도
  • 물: 토양 표면이 말랐을 때

멜라닌 고무나무는 포름알데히드 제거율이 높고 미세 먼지를 흡수하는 능력이 탁월하며 음이온과 산소도 많이 발생하기에 잔악무도한 연쇄살초마의 건강을 챙겨준다. 햇빛이 잘 비추는 반양지가 탁월한 보금자리지만 빛이 적다고 비실거리는 건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생육이 왕성해서 키우는 맛이 있는 건 더욱 매력적인 면이다. 고무나무 중 우뚝 솟은 느낌이 멋져서 이건 플랜테리어의 일종으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 고오급으로 맞춰봤다.

피움플랜트의 이번 제품은 옆면과 아랫면에 통풍과 배수를 돕는 긴 구멍이 있어 수분과 산소를 균형 있게 분포시키는 역할을 돕는 슬릿포트에 담는다. 그리고 여주의 도자기 장인이 만든 구멍 없는 단지 모양의 화분에 다시 넣기 때문에 물을 줄 때는 슬릿포트만 빼서 주고 다시 시그니처 화분에 담으면 되니 관리가 편하고 보기에도 좋다. 라탄 코스터를 추가해 열대 느낌을 좀 더 살렸다.

mel_pet[사진 출처=펫플랜트]

펫플랜트의 경우, 화이트색의 깔끔한 화분을 우드 다리 받침대에 올려서 플랜테리어 소품의 기능을 극대화한 점이 마음에 쏙 들었다. 단순하고 말끔한 디자인과 마감 처리가 어디에나 잘 어울리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어서 가격이 5만 원에 육박해도 내돈내산의 만족도가 높고 아름다움을 위해 살 만한 가치가 충분해 보였다.

  • 피움플랜트
    구성: 멜라닌 고무나무 + 슬릿포트 + 시그니처 화분 + 라탄 코스터 = 3만 8,500원
  • 펫플랜트
    구성: 멜라닌 고무나무 + 화이트 화분 + 우드 다리 받침대 = 4만 9,000원

[3]
아레카 야자

areka_pium[사진 출처=피움플랜트]
  • 원산지: 인도, 마다가스카르
  • 햇빛: 직사광선을 피한 반그늘, 간접광
  • 물: 잎에 수시로 분무해주기

별명이 ‘천연 가습기’인 아레카 야자는 1.8m의 거대한 몸의 경우, 하루에 1L의 수분을 뿜어낼 정도로 건조한 곳에 효과 만점이다. 그래서 오피스에서 사랑받는 식물. 또한 1989년 미국 나사가 실험한 바에 따르면 식물 중 휘발성 유기화합물 정화 효과로는 단연 1위를 차지했다. 집에 좋은 건 당연지사다. 이파리(흙이 아니다!!)에 수시로 분무기질을 해주면 아레카 야자가 무척 고마워하며 꿀떡꿀떡 흡입하고 이후 수분을 대방출하기 시작한다. 받은 만큼 은혜를 갚는 아레카 야자 짱… 그래서 크면 클수록, 풍성하면 풍성할 수록 좋다고 하는데 내 방에 1m 넘는 아레카 야자를 놓기에는 힘들지 않을까. 그렇다고 작은 거 놓으면 관상 효과밖에 안 될 것 같아 중형 사이즈를 고려하니 피움플랜트의 경우 가격대가 급 높아져 버렸다. 토분이 유약을 쓰지 않고 편하게 숨 쉬는 이태리 유명 화분인 ‘데로마토분’이라는 이유로 비싼 것 같은데 이쪽에는 일가견이 전혀 없어서 잘 와닿지는 않고 곡면으로 처리된 넓은 받침이 우아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풍기는 점은 마음에 든다.

areka+pet[사진 출처=펫플랜트]

파워플랜트는 중형 사이즈가 없었고, 펫플랜트에는 중형 사이즈 화분이 라탄으로 엮어 만든 바구니에 담긴 상품이 있었는데 가격이 괜찮았다. 그런데 중형이란 크기가 실제 얼마나 풍성한 지는 전화로 문의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 피움플랜트
    구성: 아레카 야자 중형 + 이태리토분(받침 포함) = 5만 9,800원
  • 펫플랜트
    구성: 아레카 야자 중형 + 라탄 바구니 + 화분 받침대 + 식물지지대(60cm) = 2만 7,100원

[4]
몬스테라

mon_pet[사진 출처=펫플랜트]
  • 원산지: 멕시코
  • 햇빛: 직사광선을 피한 반그늘, 간접광
  • 물: 흙을 촉촉이 유지

몬스테라는 수분을 발산하는 데 탁월해 습도 조절에 좋고 공기 정화, 전자파 제거 효과도 가지고 있어 실속 만점인 식물이다. 하지만 몬스테라의 최고 장점은 역시 강인한 생명력을 넘어 절대살초마공을 이겨내는 영험한 공력에 있다는 말이 자자하다. 괴물처럼 자란다고 해서 이름이 몬스테라라는 세간의 소문이 농담이 아니라 사실이니??

일단 거대한 잎사귀 크기만으로도 이미 그린 파워를 뿜뿜 거리는 그 자태가 예사롭지 않다. 죽지 않는 불멸초의 대표 주자다. 더군다나 수경 재배까지 가능해서 물 주는 걱정을 안 해도 된다. 원더풀!! 몬스테라는 흔하지만 동시에 귀한 존재인 것이다. 수경 재배를 하고 싶어 찾아보니 괜찮은 물건이 잘 나오질 않는다. 내가 펫플랜트 홍보 대사도 아닌데 계속 펫플랜트 제품을 고르게 된다. 크기는 ‘중/소’ 정도지만 드레스 화병인 게 마음에 든다.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는 유리컵 형태는 쏟아질까 무서운데 이건 시각적으로 안정적이다. 흰색 돌도 추가로 구매할 수 있고.

mon_di[사진 출처=디어먼트]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서 ‘몬스테라 수경’이라고 치니 괜찮은 물건을 발견했다. 디어먼트라는 곳에서 ‘Large 사이즈’를 발견한 것. 역시 몬스테라는 커야 제맛이지,라며 리스트에 넣어본다.

  • 펫플랜트
    구성: 몬스테라(중/소) + 투명 드레스 화병(중) + 대형 흰 돌(5컵) = 3만900원
  • 디어먼트
    구성: 몬스테라 (수경재배용 Large) + 투명 유리 화병 = 4만9000원

절대살초마공
(식물 똥손의 여섯 가지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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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똥손에겐 본능적으로 내려오는 능력이 있다. 바로 ‘절대살초마공’이다. 그 절세 신공의 첫 장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쓰여 있다고 알려져 있다.

  1. 양지 식물은 음지에, 음지 식물은 양지에 놓는다.
  2. 사랑하는 식물에겐 하루에 물을 4~5번씩 준다.
  3. 밖은 위험하니까 식물을 실내에 고이 모신다.
  4. 한여름은 에어컨으로 시원하니까 2~3일씩 물을 주지 않는다.
  5. 겨울에는 건조한 실내에서 화분 채로 꺼내어 맑은 공기를 쐰다.
  6. ‘분갈이’는 사전에 없는 단어다.

결국 절대살초마공을 자동 탑재한 연쇄살초마에겐 기르고 싶은 식물을 고르는 게 아니라 어떤 역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식물을 맞이하는 게 그리너리 라이프의 포인트다. 즉, 애초부터 불멸초를 입양한다면 매일 식물이 푸릇하게 그를 반기니 기쁘지 아니할 일이 있겠는가. 하하하. 실제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똥손이 금손이 되었다는 후기가 달린 식물들이 왕왕 있다. 연쇄살초마들은 위에 소개한 불멸초 말고도 스킨답서스, 스파티필럼을 집중적으로 찾아보길 바란다. 온갖 변종들이 많은데, 저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이 아름답고 신비한 자연의 세계다. 이참에 그리너리를 가까이 둬보는 것도 좋겠다. 우리도 지옥에서 벗어나 언젠가 중간계로 입성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날을 위해, 불멸초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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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 디자인, 건축, 예술 관련 글을 기고한다. '중소기업을 전전하며 손기술로 먹고산다'는 사주 아저씨의 말을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