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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에 태국을 여행하는 법

안녕, 외국에 나가 살아보고 싶은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누구에게나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도시와 나라가 있다. 그곳의 풍경과 문화, 마주치게...
안녕, 외국에 나가 살아보고 싶은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누구에게나 꼭 한번 가보고…

2021. 05. 31

안녕, 외국에 나가 살아보고 싶은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누구에게나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도시와 나라가 있다. 그곳의 풍경과 문화, 마주치게 될 사람들이 궁금해지는 곳. 버킷리스트를 들춰 볼 때마다 상상만으로도 흐뭇해지는 이국(異國) 말이다.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꾸는 요즘. 다시 비행기 타고 떠날 순간을 고대하며, 가보고 싶었던 지역의 맛을 지금 이곳에서 조금이나마 느껴보면 어떨까? 이름하여 ‘하루 만에 [       ]을 여행하는 법’. 국내에서 어렵지 않게 기분 내 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들을 소개한다. 지난 여행지가 궁금하면 아래 기사를 읽어 보자.

  1. 하루 만에 뉴욕을 여행하는 법
  2. 하루 만에 파리를 여행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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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여행지는 태국이다. 천혜의 자연과 유서 깊은 로컬 문화와 전 세계 여행자들의 에너지를 모두 끌어안은 곳.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태국 여행을 논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게 하나 있다. 바로 먹거리. 누들, 똠얌, 커리, 열대과일, 맥주… 다른 거 다 관심 없어도 오직 식도락 여행만으로 충분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여행지가 태국이니까. 그래서 준비했다. 태국의 맛을 아주 조금이라도 간접 경험해볼 수 있는 것들로. 뜨거운 태양과 우거진 수풀, 활기 넘치는 야시장과 푸르른 바다가 공존하는 태국을 우린 언제쯤 다시 가볼 수 있을까? 일단은 숨을 고르며, 천천히 태국을 향한 설렘을 키워가 보자.


[태국의 커피]
부암동 몽유도원 도이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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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의 천국으로 불리는 태국. 위에서 얘기한 팟타이나 똠얌꿍 같은 음식이 유명한 건 알겠는데, 커피도 빠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태국의 커피라니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면 ‘도이창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서울 부암동으로 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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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창커피는 태국 북쪽 치앙라이 지역 도이창 산에서 아카족이 재배하는 커피다. 이 지역은 원래 아편의 주요 생산지로서 마약 중독과 약탈, 산림 황폐화 등의 많은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80년대부터 태국 왕실과 아카족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아편 대신 커피나무를 재배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지금은 태국의 국민 커피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스페셜티 커피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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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 몽유도원 도이창’에서 도이창커피를 경험해볼 수 있다. 도이창커피를 공식 수입/판매하는 이곳은 석파정 서울미술관 부근 고즈넉한 골목에 위치한다. 크고 널찍한 내부와 아름답게 꾸며진 야외 마당이 운치 있는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 와 있는 느낌을 준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오후, 마당으로 나가 차양 아래 자리를 잡고 앉아보자. 파란 하늘과 짙은 녹음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이 태국 여행의 로망을 한층 더 키워줄 거다. 실내 공간 역시 넉넉한 테이블 간격과 커다란 통창 덕분에 쾌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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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워낙 더웠던지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도이창커피는 다른 커피에 비해 카페인 함유 비율이 낮아 커피 맛이 부드러운 특징이 있다는데, 딱히 거슬리는 것 없이 무난하게 먹기 좋은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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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특이한 점은, 드립 커피의 경우 ‘셀프 드립 스테이션’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 각종 도구가 준비돼 있어서 제공되는 원두를 가지고 직접 드립해보는 방식이다. 에스프레소 추출이 아닌 드립 추출로 먹으면 어떤 풍미를 느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커피와 함께 먹을 요깃거리로 주문한 블루베리 크라운도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다. 쫄깃한 식감과 블루베리 잼의 상큼함이 좋아 커피와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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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 몽유도원 도이창

  • 주소 :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11길 10 1층
  • 영업시간 : 월-금 11:00-18:00 토-일 11:00-21:00 (코로나19 임시 스케줄)
  • 가격 : 아메리카노 5,000원 셀프 세라믹 드립 8,500원 블루베리 크라운 (페이스트리) 3,500원 등

[태국의 맥주]
레오 L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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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술을 잘 못 한다. 그렇지만 맥주를 추천할 거다. 더운 여름날 저녁, 맛있는 음식과 함께 먹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은 상상만 해도 기분 좋아지니까. 한 잔 먹고 온몸이 다 벌게지면 어떤가. 휴일을 앞두고 꿀 같은 퇴근길에 오른 나는 홀린 듯 레오 맥주를 사 들고 귀가했다.

leoⓒSingha Corporation

레오 맥주는 태국의 국민 맥주 중 하나로 꼽힌다. 우리 동네만 그런 건지 편의점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어 이마트 수입 맥주 코너에서 구매했다. 보자마자 시선을 붙잡은 강렬한 눈빛의 표범과 붉은 포인트 컬러가 인상적이다. 부드럽고 풍부한 향미가 특징인 라거 종류이며 도수는 5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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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안주로 뭘 먹어야 성에 찰까. 사실 그런 부분에 전혀 엄격하지 않은지라 그냥 만능 치트키를 썼다. 튼실한 새우김치만두와 올 타임 클래식 짜파게티. 크게 한 입 밀어 넣은 채 차가운 레오를 벌컥벌컥 들이킨다. 깔끔하면서도 청량한 게, 진하고 기름진 안주와 궁합이 훌륭하다. 씁쓸한 맛이 돋보이거나 혹은 상큼한 향이 과하게 올라오는 맥주를 선호하지 않는 내 입맛에는 무난하니 잘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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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맥주인지라 정말 좋긴 했는데 문득 아쉬움이 밀려왔다. 사람들로 바글거리는 카오산로드에 가서 먹으면 더 맛있겠지? 야외 테이블에 간신히 자리를 잡고 앉아, 갓 나온 팟타이와 함께 먹으면 세상 제일 맛있겠지…?

레오 LEO

  • 제조 : 빠툼타니 브루어리 Pathumthani Brewery
  • 도수 : 5.0%
  • 가격 : 2,500원
  • 구매처 : 전국 이마트, 편의점 등

[태국의 길거리 음식]
<길 위의 셰프들 – 방콕>

태국의 맛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길거리 음식. 특히 전 세계 여행자들이 몰리는 방콕의 거리 구석구석은 똠얌, 팟타이, 카레 등 풍성한 먹거리로 가득하다(코로나19가 그 뜨거운 열기를 잠시 빼앗아간 것이 애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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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길거리 음식을 간접경험 하게 해주는 다큐멘터리 하나 추천한다. 넷플릭스에서 2019년에 내놓은 <길 위의 셰프들>. 첫 번째 에피소드가 태국 방콕 편이다. 다큐멘터리라고 해서 너무 무겁거나 지루하진 않을까 걱정은 말자. 짧고, 감각적이고, 재미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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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_gil3ⓒNetflix

<길 위의 셰프들> 태국 방콕 편은 ‘쩨파이’라는 73세 장인 셰프의 이야기가 중심. 노점상으로 시작해 어엿한 자기 가게를 차리고, 미슐랭 스타까지 얻어내며 명실상부 방콕 길거리 음식의 레전드로 추앙받는 그녀가 어떤 신념과 태도로 오랜 세월 요리의 길을 걸어왔는지 인터뷰 형식으로 전달한다. 방콕 길거리 음식에 관한 책을 쓴 작가 ‘초 나울카이’가 중간중간 등장해 설명을 덧붙이고, 쉬어가는 챕터마다 방콕의 다른 길거리 셰프들을 짤막하게 소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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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_gil 5ⓒMICHELIN Guide

쩨파이가 운영하는 식당 ‘란 쩨파이’의 대표 메뉴는 똠얌, 게살 오믈렛, 드렁큰 누들 등이다. 똠얌이나 오믈렛 같은 음식들은 태국 사람들에게 매우 보편적인 음식이다. 쩨파이는 익숙한 그 음식들을 전 세계가 인정하는 수준 높은 요리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좋은 재료와 치열한 연구, 일에 대한 지독한 애정과 열정으로 장인의 반열에 오른 그녀. 쩨파이가 들려주는 철학과 태도는 감탄과 자극을 동시에 준다. 특히 자기 요리에 대한 건강한 자부심이 얼마나 인상적이던지.

1400_gil 7ⓒNetflix

웰메이드 다큐멘터리라고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길거리 음식이라는 고유한 문화가 가진 가치와 의미를 풍부하게 전달해주니까. 감각적인 촬영과 편집으로 담아낸 방콕 풍경을 보다 보면 여행 뽐뿌까지 차오른다. 참고로 <길 위의 셰프들>에는 일본 오사카, 필리핀 세부, 대한민국 서울 편도 있다. 길거리 음식으로 여행 대리만족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당장 정주행하러 가자.

길 위의 셰프들 (Street Food, 2019)

  •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 EP 1 ‘태국 방콕’
  • 러닝타임: 30분

[태국의 과자]
킹아일랜드 구운코코넛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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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여행을 갔다 온 이들이 꼭 사 오던 건망고와 코코넛칩. 풍부한 열대과일을 자랑하는 나라답게 과일을 이용한 식품들 역시 다채롭다. 그중 ‘킹아일랜드 구운코코넛칩’은 국내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태국의 대표적인 간식 중 하나다. 프리미엄 코코넛을 튀기지 않고 구운 방식이라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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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특징. 다른 자극적인 과자들처럼 강렬한 맛은 부족해도 은근히 계속 손이 가는 매력이 있다. 특유의 코코넛 오일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점은 참고할 것. 특히 혼자서 한 봉지를 다 먹다 보면 어느 순간 살짝 느끼해지는데, 그때 우유를 부어 먹어보면 어떨까? 비주얼도 맛도 어딘가 아몬드 시리얼과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코코넛칩. 우유나 요거트 혹은 다른 과일과 함께 먹으면 그 고소한 맛을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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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외에도 초콜릿 맛, 커피 맛, 카라멜 맛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내가 주문한 건 초콜릿 맛. 솔직히 처음엔 다른 맛이 안 당겨서 긴가민가하며 골랐다. 근데 웬걸, 의외로 맛있다. 달달한 초콜릿 향이 코코넛 특유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예상보다 괜찮아 열심히 먹다 보니 어디서 많이 먹어본 것 같은 느낌이… 최근에 가장 많이 먹었던 그 과자, 꼬북칩 초코츄러스 맛. 꼬북칩 초코츄러스 맛에 코코넛 향을 입혔다고 생각하면 대충 감이 올 거다. 잘게 쪼개져 있는 형태라 겹겹으로 이뤄진 꼬북칩 특유의 바삭한 식감은 못 따라오지만.

킹아일랜드 구운코코넛칩

  • 제조 : Ampol Food Processing Ltd.
  • 가격 : 1,090원 (세부몰 기준)
  • 구매처 : 슈퍼네이쳐, 세부몰 등

[태국의 탄산수]
싱하 소다 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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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탄산수 좋아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탄산이 필요하면 콜라나 사이다를 먹지 왜 밍밍한 물을 먹어? 아무 맛도 안 느껴지는데 탄산만 올라오는 게 뭔가 거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극심한 갈증을 겪던 내 앞에 나타난 ‘싱하 소다 워터’. 큰 유리컵에 얼음을 채워 콸콸 부어 마셨더니… 아, 지금까지 난 뭘 몰라도 한참 모르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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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산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싱하 소다 워터는 태국의 국민 탄산수다. 싱하 맥주로도 유명한 싱하 SINGHA 사에서 만드는 제품으로 1935년에 처음 선보여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태국 전역의 청정한 지하수에 1%의 강한 탄산을 가미했고, 페트병이 아닌 글라스 보틀에 담아 산화 손실도 적다. 덕분에 페리에나 트레비 등 다른 탄산수에 비해 훨씬 탄산이 센 편. 지속 시간만 따져도 현재 판매되고 있는 탄산수 중에서 가장 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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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과일 향 등이 첨가되지 않아 훨씬 깔끔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순수한 물맛과 강한 탄산을 동시에 느끼고 싶은 이들이라면 정착할 수밖에 없는 제품. 식사 외에는 당 섭취를 최대한 줄이고 있는 나에게도 이제 탄산수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템이 되었다. 자극적이고 느끼한 음식을 먹을 때 같이 마시면 콜라나 사이다보다 시원하게 속을 뚫어준다. 태국은 무더운 날씨와 기름진 음식들이 보편적인 만큼 이 깔끔한 탄산수를 사랑할 수밖에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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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하 소다 워터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다른 음료의 베이스로도 훌륭한 역할을 한다는 거. 자몽청이나 레몬청과 함께 에이드를 만들어도 좋고, 라임과 애플민트, 꿀 등을 넣어 모히또를 만들어 봐도 좋겠다. 별도로 가미된 향이 없는 만큼 다른 재료의 맛을 해치지 않을 테니 취향껏 시도해보자. 후덥지근한 오후에 벌컥벌컥 들이키는 상큼하고 청량한 스파클링 음료. 길고 긴 여름날에 이런 즐거움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싱하 소다 워터 SINGHA SODA WATER

  • 제조 : SINGHA (WANGNOI BEVERAGE Co., Ltd.)
  • 가격 : 개당 940원 (마켓컬리 기준)
  • 구매처 :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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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