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

프랜차이즈 커피는 맛이 없을까?

안녕, 나는 커피 마시고, 글 쓰는 심재범이다. 이번에는 한국의 대표적 프랜차이즈 커피를 비교하고 정리할 예정이다. 솔직히 그동안 프랜차이즈 커피를 소개하지...
안녕, 나는 커피 마시고, 글 쓰는 심재범이다. 이번에는 한국의 대표적 프랜차이즈 커피를…

2021. 05. 17

안녕, 나는 커피 마시고, 글 쓰는 심재범이다. 이번에는 한국의 대표적 프랜차이즈 커피를 비교하고 정리할 예정이다. 솔직히 그동안 프랜차이즈 커피를 소개하지 못했다. 스타벅스와 같은 프랜차이즈 매장의 일관된 커피 맛, 신속한 서비스, 안정적인 분위기와 같은 장점을 좋아하지만, 상대적으로 아쉬운 커피 품질과 지나치게 강하게 볶은 로스팅이 불편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전통의 프랜차이즈 커피 업체들도 분발하여, 품질이 좋아지고 있다. 다양한 장소들을 살펴보았는데 결과가 인상적이었다. 참고로 커피 농도와 수율 같은 객관적인 수치를 꼼꼼히 측정하고, 매장의 커피 정보와 추출 레시피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객관적인 수치들이 커피 맛을 보장하지 않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확보하고 지향점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프랜차이즈 커피의 발전이 모두에게 건전한 자극이 되리라 생각한다. 여러분의 슬기로운 커피 생활을 응원한다.


[1]
스타벅스
베란다 블렌딩과 블론드 아메리카노

1400_retouched_-24

당연히 시작은 스타벅스. 전 세계 프랜차이즈 커피산업의 효시이자 전신이다. 스타벅스의 아늑한 분위기와 친절, 멋진 기획 상품까지 장점이 차고 넘친다. 하지만 획일화된 시스템과 지나친 독점, 저품질의 커머셜 커피, 강배전(강하게 볶은) 커피가 아쉬운 단점이다.

스타벅스 역시 산업의 변화를 알아채고, 클로버라는 머신 회사를 인수하며, 리저브 매장을 시작했지만, 스페셜티 커피 진영과의 대결에서 힘에 부친다. 최근 들어 전통의 스타벅스는 원재료의 품질과 바리스타들의 재교육에 힘을 쏟으면서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스타벅스의 베란다 블렌딩과 블론드 아메리카노를 추천한다.

1400_retouched_-40-2

스타벅스의 표현에 따르자면 베란다 블렌딩은 커피 산지 농부들이 동네 베란다에서 일상처럼 마시는 커피를 지향한다고 한다. 현지 환경을 반영하여 커피를 약하게 볶으면서, 커피의 품질이 좋아졌다. 스테이크 맛집을 생각해보자. 레어 스테이크일수록 재료(고기)의 품질이 상대적으로 좋아지지 않나.

1400_retouched_-19-2

전반적인 향미는 부드러운 코코아와 구운 견과류의 우아하고 섬세함이다. 베란다 블렌딩은 원두 판매용이고, 블론드 로스팅 커피는 매장에서 판매하는 커피이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할 경우 블론드 로스팅으로 요청하면 같은 가격으로 마실 수 있다. 블론드 로스팅 커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추천한다.

1400_retouched_-00

기존 로스팅 특유의 탁한 느낌이 없고 청량감까지 좋다. 블론드 아메리카노의 측정 농도는 1.1%다(광학 측정기를 사용해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 있다). 농도는 1에 가까울수록 마일드하고 2에 가까울수록 진하게 느껴진다. 스타벅스 커피 시음에는 한국 스타벅스 커피 앰배서더(2010년 한국 스타벅스 올해의 바리스타) 출신 한상철 커피 컨설턴트가 함께했다. 전통적인 커머셜 프랜차이즈의 한계가 있지만, 변화의 방향이 기운차다.

  • 베란다 블렌딩 원두 250g 1만 6,000원
  • 블론드 아메리카노 4,100원
  • 품질 ★★★ (3)
  • 가성비 ★★★★ (4)
  • 만족도 ★★★ (3)

[2]
할리스 커피 클럽
과테말라 싱글오리진

1400_retouched_-46

1998년 신세계 소속 신입사원 강훈 씨는 사내 TFT로 한국 스타벅스를 준비 중에 프로젝트가 중단되자 사직을 하고, 한국 최초의 프랜차이즈 할리스 커피를 창업했다. 동업하던 김도균 씨는 탐앤탐스를 새롭게 창업했고, 강훈 씨는 할리스를 매각하고 카페베네를 거쳐 망고식스를 창업했으며, 신세계 소속 동료들은 스타벅스를 한국에 런칭했다.

1400_retouched_-52

한국 프랜차이즈 커피 원조 할리스의 역사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커피 업체들이 직간접적으로 연결이 되었다. 이외에도 할리스 커피 클럽이라는 브랜드를 통해서 한국에서 가장 발 빠르게 스페셜티 커피를 소개하였다. 할리스 커피클럽의 추천 커피는 과테말라 싱글오리진이다.

1400_retouched_-49

블렌딩은 매장에 따라 재고가 불안정하고 과테말라 싱글오리진 커피가 여유 있다. 매장의 브루잉 커피는 푸어스테디 자동화 브루잉 머신을 사용한다. 중형차 가격에 육박하는 푸어스테디 머신은 핸드드립과 동일한 방식으로 브루잉 커피를 추출하는데 신속하고 정확하다.

1400_retouched_-56

할리스 커피클럽의 과테말라 싱글오리진 드립커피는 상당히 깔끔한 애프터와 스모키한 질감이 인상적이었다. 측정 농도는 1.25%. 추출 레시피는 매장에서 공개를 거부했다. 운영이 조금 아쉽지만, 한국 프랜차이즈의 스페셜티 커피 원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과테말라 싱글오리진 원두 200g 1만 5,000원
  • 드립커피 5,000원
  • 품질 ★★★★ (4)
  • 가성비 ★★★★ (4)
  • 만족도 ★★★ (3)

[3]
블루보틀
벨라 도노반

1400_retouched_-31

블루보틀 커피는 스페셜티 커피 업체이지만, 한국에서 프랜차이즈와 비슷하게 진행되기에, 추천 커피의 의미로 포함했다. 블루보틀의 추천 커피는 벨라도노반 블렌딩.

1400_retouched_-40

블루보틀의 대표적인 블렌딩은 쓰리아프리칸, 벨라도노반, 자이언트 스텝이다. 쓰리아프리칸 블렌딩은 아프리카 커피로 구성해서 과일 향과 산미가 가장 강하고, 벨라 도노반은 적절한 산미와 견과류의 고소함이 밸런스를 이루고 있다. 자이언트 스텝은 조금 더 무게감이 있다. 벨라도노반의 구성은 에티오피아와 인도네시아. 꽃향기의 에티오피아와 쿠키를 연상시키는 질감의 인도네시아 커피의 궁합이다.

1400_retouched_-27

매장의 추출 레시피는 원두 30g 투입, 커피 310g 추출. 측정 농도는 1.9%. 추출 수율은 18%이다. 수율은 커피 성분이 물에 녹는 비율이다. 통상 20%가 최대. 15% 미만이면 커피가 싱겁고, 20% 이상이면 과추출이라 안 좋은 성분이 따라 나온다. 블루보틀 매장의 추출 커피는 진득한 질감을 강조한 추출이었다. 수율을 계산하면 스타벅스 시그너처 블렌딩 커피와 비슷하지만, 전체적인 향미와 질감의 밸런스가 좋다. 수율은 커피의 투입량과 농도를 측정해서 역순으로 계산하는데 15에서 20%가 적절하다. 과하거나 적으면 커피의 밸런스가 무너진다.

1400_retouched_-36

성수 본점, 삼청, 광화문, 역삼점을 방문했는데 측정 결과가 일관되고 커피 추출 레시피를 포함한 자세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안내했다. 품질 측면에서는 한국의 스페셜티 커피 업체와 비슷하지만, 바리스타들의 서비스와 개방성이 인상적이었다.

  • 벨라도노반 원두 300g 2만 5,000원
  • 블렌딩 드립커피 5,200원
  • 품질 ★★★★ (4)
  • 가성비 ★★★★ (4)
  • 만족도 ★★★★ (4)

[4]
파리바게뜨
시그니처 70 블렌딩
+커피앳웍스 엘파라이소 싱글오리진

1400_retouched_-13-2

파리바게뜨가 작년 11월 출시한 시그니처 70 블렌딩 커피가 커피 전문가들 사이에서 크게 화제가 되고 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그룹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인상적이다. 파리바게뜨는 자체적으로 배양한 효모를 콜롬비아의 세계적인 농장 엘파라이소를 통해 특수 가공하였다. 국제적으로 엄격한 기준과 위생 과정까지 통과하여 커머셜 프랜차이즈 커피 업체 기준으로 세계 최초의 사례이다.

1400_retouched_-47

적절한 향미와 견과류의 고소함과 초콜릿과 같은 질감까지 커피인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모두 만족스럽다. 지금 프랜차이즈업계 최고의 가성비 커피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커피앳웍스의 콜롬비아 엘파라이소 싱글오리진 커피 원두를 추천한다.

1400_retouched_-02

커피앳웍스는 빠리바게뜨 그룹의 스페셜티 커피 직영매장이다. 시그니처 블렌딩에 포함된 엘파라이소 농장 100% 싱글오리진 커피이다. 전체적으로 마일드한 산미와 서양배와 시나몬과 같은 향미가 부드럽다.

1400_retouched_-29

커피앳웍스 드립커피의 추출 레시피는 22g 투입, 92℃의 온수를 사용 350g 추출. 측정 농도는 1.2%. 수율은 16% 내외다. 파리바게뜨 매장의 커피는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품질이고, 커피앳웍스는 한국의 프랜차이즈 중에서 바리스타들이 가장 잘 훈련되어있었다.

  • 파리바게뜨 시그니처70 커피 3,300원
  • 커피앳웍스 싱글오리진원두 100g 1만 3,000원
  • 품질 ★★★★ (4)
  • 가성비 ★★★★ (4)
  • 만족도 ★★★★★ (5)

p.s. 한국 공정 거래위원회 2020년 자료를 살펴보면, 직영점을 포함한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의 수가 18,667개다(가맹점 15,800개, 직영점 1,032개, 스타벅스1,544개, 커피빈 291개). 개별 커피에 대한 평가는 단순 참고용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1400_simjb

About Author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 '카페마실', '동경커피', '교토커피'를 썼습니다. 생업은 직장인입니다. 싸모님을 제일 싸랑하고 다음으로 커피를 좋아합니다. 아 참, 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