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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OPEN, 서울 모닝커피 맛집 3

안녕, 벌써 세 번째 카페 기사를 쓰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모닝 커피를 좋아한다. 아침에 마시는 맛있는 커피 한 잔은 하루의 든든한...
안녕, 벌써 세 번째 카페 기사를 쓰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모닝 커피를 좋아한다.…

2021. 03. 14

안녕, 벌써 세 번째 카페 기사를 쓰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모닝 커피를 좋아한다. 아침에 마시는 맛있는 커피 한 잔은 하루의 든든한 원동력이 된다. 맛도 더 좋다. 정해진 시간보다 조금 일찍 집을 나와 카페에서 커피를 마셔보자. 꼭 카페에서 마셔야 한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것도 ‘모닝 커피’보다는 ‘모닝 카페’니까. 평일의 모닝 카페, 말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속 편한 얘기라는 거 안다. 평일 아침 일찍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니까. 정시 출근이나 통학도 힘든데 여유롭게 커피나 마시고 앉아 있다니. 그럼에도 한 번쯤은 부지런히 준비해 나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출근 전 카페에서 보내는 잠깐의 시간은 하루의 시작을 상쾌하게 만들어준다. 별거 아니지만 뭔가 해냈다는 묘한 뿌듯함까지 안겨줄걸? 속는 셈 치고, 아침 일찍부터 오픈하는 서울의 카페 3곳을 만나보자. 새로운 모닝 루틴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1]
“한결같이 세심한 공간”
콜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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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전 콜마인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 난 그 시간을 ‘출전콜’이라고 불렀다. 출근 전 콜마인. 지난해 합정동에서 회사를 다니던 나는 종종 한 시간 정도 일찍 집을 나서 콜마인에 들렀다.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소소한 개인 작업을 했다. 워낙 아침잠이 많고 게으른 탓에 더 이상은 안되겠다며 시작했는데, 어느새 자연스레 일상으로 들어와 모닝 루틴이 되었지. 물론 출근 시간이 남들보다 늦어서 가능했지만, 출전콜을 성공한 날에는 뭔가 해냈다는 뿌듯함과 여유로운 아침의 평화가 하루의 시작을 기분 좋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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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마인은 6년 넘게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홍대 부근 스테디-플레이스 중 하나다. 카페 유행에 상관없이 언제나 일관된 무드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간결하고, 단정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곳. 공항 라운지나 호텔 로비처럼 퍼블릭한 공간을 모티프로 삼으셨다는데 조금만 머무르다 보면 어떤 의미인지 바로 알 수 있다. 항상 적절하게 유지되는 살짝 낮은 조도와 적당한 간격을 두고 배치된 테이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마감된 공간 곳곳에서 안정감이 느껴진다. 분명 세련되고 감각적이다. 근데 또 불편하지는 않다. 그 두 개를 동시에 주는 건 분명 쉬운 일이 아닐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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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번 와보면 이 카페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콜마인은 한결같다. 언제 들러도 특유의 아늑하고 평온한 분위기가 세심하게 유지된다. 소위 ‘브랜딩’이 정말 잘 돼 있달까. 전체적인 인테리어부터 가볍지 않되 친절한 직원들의 태도, 메뉴 구성, 잔잔한 연주곡 위주의 음악 선곡, 심지어 인스타그램 포스팅의 톤앤매너까지 이곳을 이루는 요소 하나하나가 조화롭고 섬세하게 정돈돼 있다. 자극적인 컨셉과 독특한 디테일을 때려 박지 않아도 명확한 자기 색깔을 잘 지켜갈 수 있다는 것. 그 편안함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오랜 시간을 견뎌낼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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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분위기뿐 아니라 커피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올 때마다 항상 아메리카노를 마셨는데 거슬리는 맛 없이 적절한 밸런스가 있어 식어도 맛있었다. 비주얼부터 군침이 도는 딥 카푸치노도 오랜 인기 메뉴. 커피에 곁들일 디저트를 찾는다면 촉촉한 텍스쳐와 상큼한 향이 즐거운 레몬 파운드 케이크를 추천한다.

  •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43
  • 10:00 – 21:00(3월 중에는 한정적으로 11시 오픈)
  • @coalminecoffee
  • 1)깔끔하고 단정한 분위기의 공간을 찾는다면 2) 브랜딩이 잘된 카페에서 영감을 얻고 싶다면

[2]
“작고 평화로운 동네 카페”
타이거 에스프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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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한산해진 이태원 경리단길. 2014년 이 거리가 유명세를 타기 전부터, 수많은 가게들이 빠져나간 2021년 현재까지. 타이거 에스프레소는 지금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오고 있다.

문득 추억이 떠오른다. 서울에서 의경으로 군 복무 하던 시절. 고대하던 외박 첫날, 나는 아침 9시에 눈을 맞으며 처음 이 카페를 방문했다. 자연스럽게 눈인사를 나누며 늘 먹던 메뉴를 테이크아웃 해가던 외국인 손님과 내 옆자리에서 조용히 책을 읽던 남자, 친절하고 능숙한 사장님이 내어주신 맛있는 커피까지. 그날의 장면이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다. 모닝 카페라는 주제를 떠올렸을 때 이곳이 가장 먼저 생각난 이유다(알았다. 군대 얘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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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골목에 위치한 아주 아담한 카페. 타이거 에스프레소라는 이름이 주는 강렬한 느낌과는 사뭇 달라 재밌다. 사장님 본인이 아침형 인간이라 가게 문도 일찍 여는데, 딱히 이 시간대에 손님이 많은 건 아니라고. 오히려 손님들이 오기 전 혼자 창가에 앉아 여유롭게 책을 읽고 음악도 듣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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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건 손님들도 마찬가지겠지. 동네 단골이 주 고객층인 이곳에는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누군가는 흘러나오는 음악을 멍하니 듣다 가기도 했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열심히 수다를 떨기도 했다. 누군가는 졸업할 때 누군가는 취업을 했고, 또 누군가가 결혼을 해 아이와 함께 올 때 다른 누군가는 먼 곳으로 떠난다며 작별을 고했다.

바리스타는 바 안과 밖을 이어주며 손님들과 소통하는 사람이라나.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정성스럽게 커피를 만들고 얼굴을 기억해 인사를 건넨 덕분인지, 타이거 에스프레소에는 동네 카페 특유의 따스한 유대와 귀중한 추억들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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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과 내부 모두 깔끔하고 단정한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그레이 컬러를 중심으로 차분한 톤이 주를 이루고, 좁은 면적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기 위해 미니멀한 구성을 택했다. 천장을 올려 층고를 높이고 한쪽 면을 전부 창으로 처리한 덕분에 답답한 기분도 전혀 들지 않는다. 바 안쪽 에스프레소 머신과 기타 여러 장비들의 알록달록한 색감은 포인트. 심플하고 정갈하되 산뜻함이 느껴지는 분위기가 뭐랄까, 마치 스웨덴이나 덴마크의 어느 작은 카페에 온 것만 같다(둘 다 안 가본 건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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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맛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지. 타이거 에스프레소가 추구하는 커피의 핵심은 좋은 밸런스. 특정한 맛만 과하게 부각되기보다는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잡혀 있는 상태에서 기분 좋은 산미가 느껴지는 커피를 지향한다. 테일러 커피의 블렌딩 원두를 받아 쓰는데, 가게를 열 때부터 지금까지 쭉 관계를 이어올 정도로 상호 간의 신뢰가 두텁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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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메뉴는 아인슈페너와 플랫 화이트. 개인적으로는 아인슈페너를 추천한다. 기분 좋은 산미가 전해지는 진한 아메리카노와, 주문 즉시 만드는 쫀쫀하고 차가운 크림의 절묘한 조화. 정말이지 첫 한 모금에 눈이 번쩍 뜨이는 맛이다.

  •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46길 37
  • 9:00 – 19:00
  • @tigerespresso
  • 1)작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카페를 좋아한다면 2)정말 맛있는 아인슈페너를 찾고 있다면

[3]
“누구나, 언제라도, 편안하게”
오버트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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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선 약수역과 동대입구역 사이, 깔끔한 건물 1층에 커다란 창이 눈길을 끄는 오버트 서울. 오버트 ouvert는 ‘열린, 공개의’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는데, 말 그대로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은 이름이다. 누구라도 편하게 들러 커피를 마시고 두 번 세 번 다음에도 찾아올 수 있도록. 오픈 시간대도, 공간 인테리어와 좌석 배치도, 다양한 메뉴 구성과 가격도 모두 ‘열린 공간’이라는 정체성을 중심으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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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부터 여는 카페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어딜 가나 만날 수 있는 스타벅스나 파리바게뜨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정도? 이 동네엔 오버트 서울 같은 근사한 카페가 있으니 근처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은 얼마나 좋을까. 조금 일찍 나와 탁 트인 창 너머를 구경하며 마시는 모닝커피란… 심지어 테이크아웃 할인도 되니 매일매일 카페인 수혈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방앗간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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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못지않게 다양한 메뉴 구성도 장점. 솔직히 처음에는 너무 많은 게 아닌가 싶었는데 사장님 말을 듣고 보니 수긍이 간다. 메뉴가 제한적이면 한 번은 궁금해서 와볼 수 있어도 자주 드나들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 특히 매일 같이 들르는 직장인 단골손님 입장에서는 그때그때 먹고 싶은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 게 큰 메리트로 다가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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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로스팅하는 커피 원두 역시 기호에 따라 골라 마실 수 있도록 화이트, 브라운, 블랙 3가지로. 가볍고 산미가 있는 커피를 원한다면 화이트를, 묵직하고 산미가 적은 다크한 커피를 원한다면 블랙을 선택하면 된다. 크림라떼, 브륄레 커피 등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개성 강한 커피 메뉴도 준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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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쯤은 꼭 진득하니 앉아서 머물다 가기를 추천한다. 화이트와 블랙 컬러를 중심으로 한 모던한 인테리어와 탁 트인 창이 주는 개방감을 느껴보자. 전체적으로 밝은 데다가 오후가 되면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니 여유로운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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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작업을 하거나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오버트 서울은 그야말로 적당한 높이와 적당한 넓이, 적당한 간격을 유지해 배치된 편안한 좌석을 마련해뒀다. 요즘엔 카페에서 오래 앉아도 불편하지 않은 좌석을 만나면 그렇게 반갑다니까.

  • 서울 중구 동호로 220 1층
  • 08:00 – 21:00
  • @ouvert_seoul
  • 1)탁 트인 창과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을 사랑한다면 2)다양한 음료 구성을 갖춘 카페를 찾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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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