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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M어워즈] 혼자 살아봤어요

안녕 에디터M이다. 2020년은 나와 친해지는 시간이었다. 10평짜리 나의 작고 귀여운 공간에서 참 많은 시간을 보냈다. 정신없는 아침에도 시간을 쪼개 청소기를...
안녕 에디터M이다. 2020년은 나와 친해지는 시간이었다. 10평짜리 나의 작고 귀여운 공간에서 참…

2020. 12. 22

안녕 에디터M이다. 2020년은 나와 친해지는 시간이었다. 10평짜리 나의 작고 귀여운 공간에서 참 많은 시간을 보냈다. 정신없는 아침에도 시간을 쪼개 청소기를 돌리고, 늦게까지 야근을 한 날에도 쌓여있는 택배 박스를 뜯고 쓰레기를 정리했다. 쉬는 날엔 천천히 시간을 들여 나만의 루틴을 만들었다. 대단한 일은 하나도 없었지만, 사소한 성취의 경험들이 쌓여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쉴 때도 지독하게 나를 괴롭히던 SNS를 조금씩 손에서 놓는 연습을 했다. 내 인생을 꼭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남에게 인정받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나와의 시간을 보내면서 깨달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사적인 모습을 여러분에게 가장 많이 보여준 한 해이기도 하다. 유튜브에서 나의 독립 이야기를 담은  ‘혼자 살아 보겠습니다’ 시리즈를 통해 베개 커버 하나까지 여러분에게 공개했으니까. 개인적으로는 내 안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면, 디에디트는 조금씩 외연을 확장해나갔다. 유니PD가 디에디트에 새로운 식구가 되고, 까탈로그라는 이름의 뉴스레터를 시작하고, 유튜브에 올라가는 영상 개수도 조금씩 늘렸다. 덕분에 디에디트 유튜브는 현재 27만, 라이프는 10만 구독자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다 여러분의 사랑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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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게 2020년은 어떤 한 해였는지 궁금하다. 혹시 삐끗했다고 해도 괜찮다. 숨을 고르고 신발 끈을 단단히 조여맨 뒤, 내년에 다시 달릴 준비를 하면 되니까. 에디터M이 2020년 혼자 살았던 기록, 바로 시작한다.


올해의 지름
1억 8천 전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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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4월, 내 생에 가장 큰돈을 썼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만져본 적도 없는 금액을 남의 통장에 입금하는 순간엔 무서워서 손끝을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집을 구하는 과정은 또 얼마나 험난했던지. 서울 하늘 아래에 이렇게 집이 많은데, 내 몫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아서 서럽고 슬펐다. 할 수만 있다면 과거 흥청망청 돈을 쓰던 나를 한 대 세게 치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해냈다. 1억 8천(물론 상당 부분 은행 돈이긴 하지만)을 내고 나는 그렇게 세입자가 되었다. “이제 드디어 나도 어른이 된 건가?” 침대만 덩그러니 있던 방에 누워 잠을 청하던 첫날의 설렘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한텐 참 많은 금액이었는데, 누군가는 내 영상에 보기보다 실속 없다며 비웃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하지만 괜찮다. 나는 참 내가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집을 구하고 꾸민 과정은 올해 새로 들어온 유니PD와 함께 ‘혼자 살아보겠습니다’라는 시리즈로 차근차근 담아냈다. 영상은 여기서 볼 수 있다. 내 영상을 두고 이런 말은 좀 쑥스럽지만, 연말에 정주행 추천한다.


올해의 TV
샤오미 미 레이저 프로젝터150″(MJJGYY02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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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아마 나의 어워즈는 독립으로 시작해 독립으로 끝나게 될 거다. 어쩔 수 없다. 이건 내 개인적인 기록이니까. 독립할 때 나는 집에 TV를 들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TV가 꺼져있을 때 구멍처럼 검은 화면 보이는 게 싫었다. 게다가 요즘 TV의 화질은 너무 과하게 선명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연예인의 모공 갯수까지 알 필요가 있을까?(하지만 리뷰 때문에 좋은 화질의 TV를 보면 입을 벌리고 침을 줄줄 흘리며 보긴 한다).

구구절절 말이 많았지만 나는 결국 TV는 사지 않았고, 대신 샤오미의 레이저 프로젝터를 들였다. 그것도 출시된 지 벌써 1년 정도 된 모델을 중고로 140만 원이나 주고. 이 값이면 4K 화질의 TV도 살 수 있는 가격이란 걸 안다. 하지만 만족스럽다. 일단 디자인이 좋고, 초단초점 방식이라 벽 앞에서도 100인치가 넘는 꽤 ‘볼만한’ 화면을 보여준다. 전면부가 모두 스피커라 별도의 스피커를 연결할 필요도 없다. 구글 안드로이드 TV가 내장되어 있어서 유튜브는 물론 왓챠, 웨이브, 그리고 넷플릭스까지 내가 즐겨보는 모든 OTT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심지어 구글 네스트 스피커랑 연결하면 음성으로 프로젝터를 켜고 끌 수 있다. 올 한해 샤오미 프로젝터가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이거면 됐다. 아마 당분간은 TV를 사지 않을 것 같다.


올해의 서비스
런드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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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빨래하는 것을 좋아했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다. 빨래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게 나의 오만한 착각이었다는 걸. 속옷이나 수건처럼 숨만 쉬어도 나오는 빨래를 누가 해주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소리였다는 걸 그땐 몰랐지. 독립하고 딱 한 달이 지나서 나는 빨래가 싫어졌다. 빨래는 시간도 노력도 너무 많이 드는 피곤한 가사 노동이었다. 런드리고를 알고 나는 이 귀찮은 가사노동에서 해방되었다. 런드리고는 빨랫감을 모아서 문앞에 두기만 하면 다음 날 곱게 접은 빨랫감이 우리 집 현관문 앞으로 배송되는 서비스다. 한 달에 4번 30L의 물빨래와 4벌의 드라이 클리닝을 맡기는 데 드는 비용은 5만 9,600원. 오늘로서 빨래없는 생활 267일째. 올 한해 수많은 구독 서비스를 결제하고 해지해 왔는데, 이 서비스만큼 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준 건 없었다. 며칠 전 우리 옆집에 익숙한 런드리고의 런드렛이 걸려있는 걸 봤다. 내가 우리 건물의 런드리고 전도사다.


올해의 빗자루
다이슨 옴니-글라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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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H가 독립 축하 선물로 청소기를 사준다고 했을 때 선뜻 다이슨 청소기를 말하지 않았던 이유는 2가지였다. 첫 번째는 염치없는 가격. 아무리 가족만큼 가까운 동업자라고 해도 백 만원이 넘는 물건을 사달라고 하는 건 양아치 같잖아. 두 번째는 10평짜리 우리 집엔 좀 과한 오버스펙이라는 점과 돌리는 내내 스위치를 손으로 누르고 있어 하는 ‘홀드 앤 건’ 방식 때문이었다. 적당한 가격대에 디자인이 괜찮은 다른 청소기를 선물로 받고 별다른 불만 없이 잘 쓰고 있었다. 올해 9월에 출시한 다이슨 옴니-글라이드™를 써보기 전까지는.

이 제품은 다이슨이 그동안의 아집을 내려놓고 소비자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어떤 상징 같은 제품이다. 일단 54만 9,000원이란 가격부터 참 아름답다. 게다가 다이슨의 첫 번째 버튼식 무선 청소기라는 점도 마음에 든다. 헤드 부분이 앞, 뒤, 옆 360도로 자유롭게 움직여서 테이블 다리 사이사이, 벽 모서리도 마치 자기부상 열차처럼 미끄러진다. 가격뿐만 아니라 무게까지 확실히 다이어트를 해서 혼자 사는 나 같은 사람에게 완벽한 제품이었다. 당장 사고 싶지만, 아직 우리 집에 있는 청소기가 너무 무탈하기 때문에 안타까울 뿐. 3개월만 빨리 나왔으면 참 좋았을 텐데…


올해의 살림템
아이프리FX200 보풀제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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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느낌이 드는 물건이 있다. “아, 나의 추천이 사람들에게 먹히고 있어!” 자주는 아니고 일 년에 한 번 정도 있는데 올해는 아무래도 아이프리FX 보풀제거기인 것 같다. 보기 싫게 보풀이 올라온 옷도 이 아이프리FX 보풀제거기가 한 번 지나가면 새 것처럼 변하는 마법을 볼 수 있다. 할 때 마다 어떤 쾌감을 느낄 수 있달까… 코드선이 2m가 넘어서 움직임이 자유롭고, 잘려나간 보풀이 모이는 먼지통의 용량도 넉넉해서 날 잡고 한 번에 여러 옷을 해치울 수 있다. 시중에 많은 보풀제거기가 있지만, 저렴한 걸 10개 사느니 흔히 ‘업소용’이라고 불리는 아이프리FX를 시리즈를 사는 걸 추천한다. 이건 나라에서 1가구 1대씩 보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격은 3만 9,000원. 비싼 캐시미어 니트 10벌 보다 잘 산 보풀제거기 1대가 더 낫다는 게 내 의견이다. 아직 안 산 사람이 있다면 제발 사서 광명 찾으시길.


올해의 게으름
필립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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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귀찮은 게 침대에 누워있는데 불 끄려고 일어나는 거 아닌가? 내 게으름의 든든한 조력자는 바로 필립스 휴의 스타터 킷이었다. 스타터 킷에는 필립스 휴 전구 3개와 이 모두를 연결해줄 브릿지 1개가 들어있다. 가격은 15만 원 정도. 처음엔 조금 비싼 게 아닌가 싶었는데, 일단 익숙해지고 보니 이제 나는 이전의 삶은 상상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만 것이다. 스마트폰에서 필립스 휴 앱을 이용해 불을 켜고 끄거나, 조명의 색을 노랬다가 빨갰다가 파랬다가 그날의 기분에 맞춰 색을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이것도 귀찮아서 결국 말로 한다. 필립스 휴랑 구글 네스트의 조합은 정말 최고다. 누워있다가 잠이 온다 싶을 때, “헤이 구글 모든 불 꺼 줘”라고 말하는 삶이라니! 내 위치를 인식해서 내가 우리 집 현관문을 열기도 전에 집 안에 모든 불을 켜주기 때문에 나는 한 번도 불 꺼진 집에 들어온 적이 없다. 미래는 내 생각보다 항상 더 가까이에 있다. 스마트홈 최고!


올해의 펜
모나미 153 스틱 비비드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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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 일 정리는 Things3, 스케줄은 애플 캘린더로 관리한다. 집과 사무실에 있는 맥북 2대와 아이폰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고 클라우드로 모든 자료를 백업해둔다. 내가 이렇게 스마트한 디지털 생활을 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이와 펜이 필요한 순간은 언제나 있다. 아무렇게나 들고 써도 슥슥 써지고 가격이 합리적이라 혹시 잃어버려도 큰 타격이 없는 그런 펜을 항상 갈망한다. 올해엔 모나미 153 스틱 비비드 팝으로 정착했다. 이름처럼 비비드한 컬러감과 0.7mm라는 적당한 펜의 두께. 개당 3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 5개 사서 디에디트 식구들에게 모두 선물할 정도로 만족스러운 펜이었다.


올해의 생산성
네이버 스마트 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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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도 참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리뷰했다. 매년 어워즈마다 올해의 나의 업무 능력을 높여준 ‘올해의 생산성’을 하나씩 뽑곤 하는데, 올해엔 새로운 서비스를 별로 발굴하지 못했다. 여전히 사진 보정은 재작년 어워즈에서 소개한 VSCO로, 업무는 작년 어워즈에 소개한 노션을 쓴다. 고민하다 아이폰을 보는데, 바로 이것이 있었다. 네이버 스마트 보드. 솔직히 처음엔 광고 때문에 쓰기 시작했는데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아주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용 키보드 앱이지만, 못 하는 게 없다. 클립보드에 사무실 주소와 메일 주소 등을 등록해두는 기능도 유용하고, 파파고와 맞춤법 검사를 품고 있어서 간단한 번역도 맞춤법이 헷갈리는 순간에도 편리하다. 하지만 제일 자주 쓰는 꿀 기능은 인공지능이 제안하는 추천 문구다. 예를 들어 배송지를 입력할 때 우리집 도로명 주소의 한 글자만 치면 전체 주소를 추천해서 띄워준다. 이건 메일 주소도 마찬가지. 이제는 아이폰 기본 키보드로는 돌아가지 못 할 것 같다. 종종 오류가 난다는 것 빼고는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올해의 앱이라 하겠다.


올해의 면식
풀무원 두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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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를 잠식한 프로젝트가 독립이었다면 하반기는 다이어트였다. 밥은 끊어도 면을 못 끊는 나에게 플무원의 두부면은 신세계! 파스타가 먹고 싶어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날엔, 호흡을 가다듬고 풀무원의 두부면으로 파스타를 만들었다. 마라탕에 들어가는 건두부와 비슷한데 그것보다는 더 부드러워서 조리를 하고 나면 면치기가 어느정도 가능하다. 특히 파스타로 만들었을 때 조합이 좋다. 올리브유에 마늘과 페페론치노를 달달 볶아준 뒤, 아스파라거스도 송송 썰어 넣는다. 간은 연두로 한다. 한국인의 밥상에 연두 한 스푼이면 모든 맛에 감칠맛이 올라가는 천연조미료다. 물에 한 번 헹군 두부면을 팬에 넣고 후르륵 볶아주면 끝! 건강하고 맛도 좋은 나의 올해 다이어트 치트키로 명명한다.


올해의 채널
까탈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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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러분이 보고 있는 웹사이트를 비롯, 네이버 포스트, 카카오 1boon,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거기에 유튜브 채널 2개까지. 디에디트는 정말 많은 채널을 운영한다. 이 방대한 채널을 먹기 좋게 모아서, 예쁘게 썰고 자르고 약간의 조미료도 친 뒤에 배달을 해볼까? 뉴스레터는 이런 마음에서 시작했다. 올해 초 에디터 3명이 치열하게 컨셉 회의를 하고, 이름을 고민하고(하지만 까탈로그라는 이름은 결국 구독자가 지어줬다), 드디어 올해 5월 런칭을 했다. ‘까탈스로운 에디터들이 골라주는 취향 뉴스레터:까탈로그’는 벌써 구독자 4만 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매주 금요일 오전 8시 여러분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재밌고 유용한 내용을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원고를 쓰느라 우리는 매주 목요일마다 야근을 하지만, 아직은 쭉쭉 성장하는 채널을 지켜보는 일이 정말 마약처럼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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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