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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H어워즈] 사는 게 무엇인지

안녕, 여러분. 에디터H다. 여러분도 그랬겠지만 나는 올해가 참 싫었다. 모두가 외출을 저지당한 채 좁은 세계에 갇혀서 서로를 싫어하는 데 시간을...
안녕, 여러분. 에디터H다. 여러분도 그랬겠지만 나는 올해가 참 싫었다. 모두가 외출을 저지당한…

2020. 12. 21

안녕, 여러분. 에디터H다. 여러분도 그랬겠지만 나는 올해가 참 싫었다. 모두가 외출을 저지당한 채 좁은 세계에 갇혀서 서로를 싫어하는 데 시간을 허비했다. 나는 평생 내가 ‘집순이’라고 착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 일주일쯤 집에 가둬두어도 조금도 심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겨우 주말 사이 집에 처박혀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했다. 애꿎은 아이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하루종일 쇼핑을 했다. 어디 입고 가지도 못할 스커트를 사고, 프랑스의 유명하다는 디저트를 사고, 가방을 사고, 양말을 사고, 손소독제도 사고, 비타민도 샀다. 새벽까지 쇼핑을 했더니 통장 잔고가 텅 비어 있었다. 밤의 쇼핑몰을 혼자 유영하는 기분이었다. 필요한 것도 없고, 가야 할 곳도 없는데 욕망만 남아서 둥둥 떠다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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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멈춰있었던 하루였지만 소비는 멈추지 않았다. 그러니까 기록도 계속되어야 한다. 2020년 에디터H 어워즈 시작한다. 오늘 선정한 리스트는 모두 나의 개인적인 선호이자 기록이다. 자본주의가 개입한 바가 없음을 미리 밝혀둔다.


올해의 카메라
소니 A7S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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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9일엔 디에디트 웹사이트에 이런 글을 올렸던 적이 있다. <소니 A7M3 중고로 판매합니다>. 오해 마시길. 진짜 중고 매매 게시글은 아니었으니까. 당시 소니의 핫한 신제품 A7S3가 공개된 직후였는데, 정말 내가 목 빠지게 기다리던 제품이었다. 전작인 A7S2가 출시된 2015년 이후로 5년 만의 업데이트였으니 그럴만도 하지.

A7S 시리즈는 소니의 풀프레임 미러리스 A7 시리즈 중에서도 고감도 영상 바디에 해당한다. 5년의 기다림을 보상하듯 신제품의 스펙은 엄청났다. A7 시리즈 최초로 적용된 스위블 LCD, 싹 갈아 엎은 인터페이스, 메뉴 터치 조작…. 다른 제조사에서는 당연하지만 소니에선 당연하지 않았던 것들이 드디어 당연해졌다. 여기에 4K 120P, 10bit 지원… 어제까지 잘 쓰던 A7M3가 오징어로 보였다.

기쁜 소식은 나의 엄청난 호구력과 소니 사랑을 알아본 소니 코리아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는 사실. 덕분에 A7S3를 국내 출시도 전에 미리 사용해보고, 콜라보 영상까지 만들 기회가 있었다. 광고도 끝난 마당에 솔직히 말하자면, 제품은 진짜 최고였다. 소니한테 광고가 들어오지 않았어도 나는 이 제품을 100% 샀을 것이고, 광고가 들어와서 그저 감사할 따름.

카메라를 바꾼 뒤로 유튜브 영상에 비슷한 댓글이 계속 달렸다. “카메라가 달라졌나요? 화질이 너무 좋아 보여요!” 나는 구독자들의 눈썰미에 놀라버렸다. 역시 좋은 건 다 티가 나는 법이다.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을 총평하자면 역시 색감이다.

그간 AF를 포함해서 소니 카메라의 기계적인 성능이 매우 뛰어남에도 평가 절하 받아왔던 이유는, 소니 특유의 구린 색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감성적인 것도 아니고, 정확한 것도 아니고, 그냥 푸르딩딩했다. 특히 사람 피부 표현에 취약했다. 뷰티 유튜버라면 소니 카메라를 추천하긴 어려운 노릇이었다. 그런데 A7S3의 색감은 환골탈태 그 자체. 사람 얼굴을 녹색톤으로 잡아내던 현상이 사라졌고, 소니의 시네마 카메라인 FX9과 비슷한 색감과 계조라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다. 컬러 뎁스가 많아진 만큼 후보정에서의 자유도도 높아졌고 말이다. 그냥 때깔이 좋아졌다. A7S 시리즈의 최신작인 만큼 저조도 상황에서 고감도 저노이즈 성능은 말할 필요도 없겠다. 바디도 비싸고, 하다못해 새롭게 지원하는 CF 익스프레스 A 카드 조차 비싸지만 그 값을 지불할 가치가 있었다.


올해의 정리
iOS14 앱 보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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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에게 없는 것을 가진 사람을 동경한다. 이를테면 아침잠이 없고, 일찍 일어나며, 행동이 재빠르고, 깔끔하고, 청소를 잘하는 사람들. 이렇게 말하고 나니 내 오른쪽에 앉은 에디터M이 이 조건에 90% 맞아떨어지는 것 같은데 기고만장해질 수 있으니 비밀로 하자. 나는 정리엔 젬병이다. 며칠 전엔 대학 동기들과의 단체 대화방에 사무실 내 자리를 촬영해서 사진을 보냈다. 친구들의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수납장을 사서 정리하라는 말에 나는 어리둥절했다. 수납장은 충분히 있고, 나는 나름대로 정리를 하는 건데 자꾸 이렇게 되는걸? 친구들의 비난은 끝나지 않았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나는 사무실만 엉망인 게 아니다. 화장대도 엉망이고, 아이폰 홈화면도 엉망이다. 내가 아이폰 리뷰를 할 때마다 일부 구독자들은 안 읽은 메일이 천 단위를 넘어간 아이콘과 10페이지가 넘도록 늘어져 있는 홈화면에 경악을 금치 못하더라.

다행히 iOS14부터 ‘홈 화면 페이지 숨기기’ 기능이 생겼다. 말 그대로 일부 페이지는 보이지 않도록 숨겨버리는 거다. 나는 무려 13페이지로 늘어져 있던 홈 화면을 싹 숨김 처리하고 4페이지만 남겼다. 자주 쓰는 앱을 제외하곤 전부 숨겨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내가 쓸만한 앱은 ‘Siri 제안’에 그때그때 알맞게 표시되고, 필요한 경우엔 홈화면 마지막 페이지의 ‘앱 보관함’에서 찾을 수 있다. 모든 앱이 자동으로 분류되어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검색도 용이하다. 여기서 포인트는 다시 홈 화면 페이지가 늘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최근 다운로드 받은 앱이 자동으로 홈 화면에 추가되지 않게 설정해두면 좋다. 아, 내 인생에 이토록 깔끔한 홈 화면이 있었던가. 방 정리도 이렇게 하고 싶다. 보이지 않는 가상의 서랍 속에 버릴 수도 없고 꺼내둘 수도 없는 물건을 전부 처박아두고 깔끔하게 사는 거지.


올해의 아쉬움
타다 베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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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택시를 자주 탄다. 아니, 사실 매일 탄다. 대부분 대중교통이 끊겼을 때 퇴근하니까. 2018년에 타다가 처음 런칭됐을 땐 정말 반가웠다. 기존에 택시에서 경험했던 몇 가지 불편함이 시스템적으로 개선된 서비스였다. 금요일 밤의 승차 거부가 없었고, 목적지가 가까운 곳이어도 눈치 보며 탑승할 필요도 없었으며, 드라이버와 불편한 대화를 해야 할 일도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택시는 내가 돈을 내고 이용하면서도 가장 빈번하게 열악한 서비스를 경험하는 장소였다. 물론 모든 택시가 그랬다고 일반화하고 싶은 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4년 가까이 매일 택시를 타며 느낀 통계로는 새벽녘의 총알택시나, 청결하지 않은 실내나, 초면에 들어야 하는 반말이 피로할 때가 많았다.

타다가 가장 유용한 건 사무실 근처의 스튜디오로 촬영을 갈 때였다. 우리는 회사 차량도 없고, 운전하는 사람도 없기 때문에 대부분 타다로 이동했다. 멀어봐야 지하철 한 두 정거장 거리이기 때문에 일반 택시를 탔다간 욕먹기 딱 좋았다. 게다가 촬영 장비를 챙겨서 서 너명이 이동하기 때문에 큰 차가 편했다. 타다는 택시가 아닌 일반 자동차로는 영업이 불가능하다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비껴가기 위해 카니발을 사용했다. 현행법상 11~15인승 승합차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임차인이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었기 때문. 겉으로 보기엔 큰 차로 영업하는 택시나 마찬가지지만, 법적으로 상세 내역을 따져보면 고객이 차와 운전자를 따로 대여해 사용하는 셈이었다. 이런 형식이니 멀쩡하게 영업하던 택시 입장에서는 날벼락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타다 금지법’이 발의되었고, 2020년 4월에 타다 베이직 서비스는 종료되었다.

물론 종료된 마당에 타다 베이직이 완벽한 서비스였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차량이 늘어날수록 운전이 미숙한 드라이버가 많아졌고, 혼자 탈 경우엔 요금도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가끔은 타다의 쾌적함이 그리워진다. 세상엔 내가 모르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을 것이다. 그치만 이건 에디터H의 개인적인 연말정산이고, 기록이니까. 2018년에는 ‘올해의 서비스’로 선정했던 타다가, 2020년에는 ‘올해의 아쉬움’이 되어버린 것이다.


올해의 와인
갈증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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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정말이지 트렌드의 최전방이다. 아직 일반, 컨벤션 와인(이 단어도 이번에 배웠다) 맛도 제대로 모르는데 힙하다는 골목마다 내추럴 와인 바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처음 마셔본 내추럴 와인은 충격 그 자체였다. 쿰쿰하고, 와일드하고, 터프한 맛. 향긋한 끝 맛을 기대했건만 목구멍에 침전물이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역시 난 맛알못인가. 어쩐지 남들 다 찬양하는 평양냉면도 싫더라니. 하지만 와인을 사랑하고 분위기를 사모하는 나는 인근에 생긴 내추럴 와인바를 하나씩 뿌시고 다니며 돈을 탕진하기 시작했다. 참고로 내추럴 와인은 일반 와인보다 시작 단가가 훨씬 비싸다.

그러다 찾은 것이 바로 없어서 못 판다는 ‘뤼들라수아프 블랑’. rue de la soif라는 이름은 프랑스어로 “갈증의 길”이라는 뜻이다. 누가 그랬지. 참 귀여운 이름이라고. 갈증을 해소해주는 맛일지, 마시면 마실수록 더 갈증이 나는 와인일지는 마셔보면 안다. 내추럴 와인 특유의 무드나 쿰쿰함이 있지만, 기분 좋은 산도 덕분에 입 안이 깔끔해진다. 프랑스 거리의 표지판을 흉내 낸 라벨 디자인이나 레몬 빛의 와인 빛깔도 아름답다. 컬러만 보면 가볍게 똑 떨어지는 맛일 것 같은데 생각보다 바디감이 묵직하다. 내추럴 와인 입문자에게 딱 맞는 난이도와 맛, 완벽한 디자인 때문인지 점점 구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보이면 그냥 한 번 마셔보시길. 같은 라벨의 로제 펫낫도 추천한다.


올해의 장소
슈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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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이 자영업자에게 얼마나 수난의 해였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나는 그런 게 참담했다.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거창한 말투로 시작했지만 올해의 장소로 꼽고 싶은 곳은 수원에 위치한 아름다운 브런치 카페 <슈나미>. 솔직히 말하자면 친한 친구가 운영하는 곳이다.

힙의 불모지인 광진구 군자동에 꽃집을 내서 골목 상권을 바꿔버리더니, 어느 날 연고도 없는 수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커다란 창으로 만석 공원이 한눈에 내다보이는 장소에 오픈한 브런치 카페는 정말 근사했다. 계단을 오르는 길엔 거울 셀피를 찍을 수 있는 근사한 포토 스팟이 있고, 해가 쏟아지는 시간에 가게에 들어가면 감탄이 나왔다. 하나하나 공들여 고른 빈티지 가구와 소품. 호텔 조식처럼 차려지는 브런치 세트의 당근 스프는 정말 꿀맛이었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주말마다 젊은이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주말엔 재료가 소진되어 일찍 문을 닫는다는 얘기도 들었다. 인스타그램에 검색하니 근사한 인증샷이 쏟아졌다. 친구의 <슈나미>는 나의 큰 자랑이었다. 하지만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화창하던 카페도 타격을 입었다더라. 언젠가 괜찮아질 날을 기다리면서, 나에게 올해 최고의 장소는 이름도 귀여운 슈나미였다고 기록해둔다.


올해의 브이로그 카메라
소니 ZV-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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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있는데, 유튜버라고 맨날 브이로그를 찍는 게 아니다. 디에디트는 2020년에 딱 한 편의 제대로 된(?) 브이로그를 촬영했다. 바로 올해 독립한 에디터M의 평화로운 자취방에 카메라 하나 들고 난입했던 ‘이 영상’이다. 모든 브이로그가 그렇듯 어떤 컨셉도 기획도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촬영했다(물론 편집은 전문가의 손길에서 탄생했지만). 서로의 발 냄새를 맡고, 먹다 남은 라면 반 개를 끓여 먹으며 오순도순 대화를 나누는 이상한 브이로그다. 하지만 심심할 때 이 영상을 다시 보면 웃었던 포인트에서 매번 똑같이 웃게 되는 것이다.

사실 진짜 얘기하고 싶은 건 저 브이로그를 촬영한 카메라, 소니 ZV-1이다. 처음 써봤을 땐 4K 촬영 시의 배터리 시간이 너무 짧아서 혹독하게 평가했지만, 결국 가벼운 촬영이 있을 때마다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카메라가 되었다. 셀프 촬영하면서도 쉽게 모니터링할 수 있는 각도 조절식 LCD 스크린과 뛰어난 자체 마이크 성능, 얼빡샷도 자신 있게 만들어주는 뷰티 모드, 가벼운 바디는 브이로그 카메라로서 완벽한 조건이었다. 게다가 초점 잡는 속도가 소름 끼칠 만큼 빠르기 때문에 스트레스 없이 아무렇게나 촬영할 수 있다. 좁은 화각이나 배터리 문제, 스테디캠 성능의 아쉬움이 발목을 잡긴 하지만, 브이로그 찍기에 이보다 괜찮은 제품은 거의 없는걸. 같은 제조사의 카메라가 두 개나 들어가는 게 마음에 걸려서, 제외할까 고민도 했지만 진짜 마음에 들었던 제품이라 어쩔 수 없었다. 부디 2021년에는 길거리를 자유롭게 쏘다니며 브이로그를 찍을 수 있는 날이 다시 왔으면.


올해의 디자인
갤럭시 Z 플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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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2020년에 두 가지 라인업의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하나는 첫 번째 폴더블폰이었던 ‘갤럭시 폴드’의 후속작인 ‘갤럭시 Z 폴드2’. 다른 하나는 ‘갤럭시 Z 플립’이다. 둘은 아이덴티티가 완전 다르다. 갤럭시 Z 폴드2는 가로로 접는 형태라, 접었을 때도 바깥쪽에 6.2인치의 커버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있다. 펼쳤을 때의 내부 메인 디스플레이는 무려 7.6인치. 거의 소형 태블릿에 준하는 사이즈다. 일반 스마트폰보다 훨씬 더 큰 화면을 접어서 콤팩트하게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게 폴더블폰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컨셉에 100% 충실한 제품이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세로로 접어서 콤팩트 파운데이션처럼 작아지는 갤럭시 Z 플립에 더 끌리는 것이다.

사실 이 제품은 폴더블 기술을 통해 얻는 실질적인 이득이 훨씬 적다. 접었을 때는 바깥쪽에 1.1인치의 안내창만 표시되기 때문에, 폰을 쓸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펼쳤을 때의 메인 디스플레이가 6.7인치 수준이라 시중에 판매되는 다른 스마트폰과 비슷한 수준이기도 하고 말이다. 결국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위해선 접혀있는 폰을 펼쳐서 열어야 하는 번거로움만 추가된 거나 다름없다. 피처폰 시절의 폴더폰처럼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갤럭시 Z 플립에 열광했다. 폰을 ’ㄴ’ 형태로 반쯤 접었을 대의 독특한 UI나 감성적인 디자인이 비슷비슷한 스마트폰에 질린 사람들의 마음을 채워줬던 것이다. 이걸 왜 이렇게 만들었지? 싶으면서도 실물을 보면 갖고 싶어지는 마력. 그래서 올해의 디자인으로 선정했다.


올해의 기술
아이폰12 Pro 인물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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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의 인물 사진 모드에 대한 나의 애정은 각별한 편이다. 사실 올해는 아이폰12 시리즈 자체보다, 향상된 인물 사진 성능에 더 감탄했다. 특히 아이폰12 Pro와 아이폰12 Pro Max에서는 야간 모드 인물 사진이 가능해졌다. Pro 모델의 카메라에만 LiDAR 스캐너가 탑재되었기 때문. LiDAR 스캐너는 빛이 어떤 물체에 부딪혀서 반사되어 돌아오기 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한다. 그리고 그 시간을 기반으로 거리가 얼마나 떨어져있는지 계산하는 기술이다. 덕분에 빛이 부족한 저조도 촬영에서도 LiDAR 심도 맵이 피사체와 배경을 구분해내고, 디테일을 표현해주는 것.

아이폰12 Pro Max를 사용해서 깜깜한 밤중에 인물 사진을 여럿 촬영해보았다. 투명한 와인잔처럼 표현이 어려웠던 피사체도 또렷하게 인식하고, 배경의 보케 효과도 더 아름다워졌다. 게다가 피사체의 윤곽선을 표현하는 방식이 진짜 DSLR 카메라의 심도 표현처럼 더 자연스러워졌다. 단순히 경계만 인식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거리를 인식하는 원리이기 때문에 부드럽게 점점 멀어지는 아웃포커스 표현도 가능해진 것. 손 안의 카메라로 이렇게 그럴싸한 촬영이 가능해졌다. 마음껏 누리자 이 기술을. (사진은 아이폰12 Pro Max로 촬영한 인물 사진, 저 와인 참 맛있다)


올해의 서비스
카카오톡 선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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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바쁘다 바쁘다 발을 동동 구르고, 내 감정에 취해 사느라 바빠서 아끼는 사람들을 많이 챙기지 못했다. 축하해야 하는 날이나,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런 뜻에서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정말 고마운 존재다. 예전에는 기껏해야 스타벅스 커피나 치킨 쿠폰을 보내는 서비스라고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입점한 브랜드와 제품이 얼마나 다양해졌는지 모른다. 나만해도 샤넬 핸드크림부터 정관장 홍삼, 식물 키우기 키트, 수건, 커피잔 세트까지 온갖 카테고리의 선물을 보내봤다. 티파니앤코나 프라다 같은 럭셔리 브랜드까지 입점해있으니 마음껏 마음을 표현해보자. 내년에 티파니 보내주실 사람 찾습니다.


올해의 플레이리스트
토요일 밤의 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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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뮤직 앱에 들어가니 2020년에 내가 가장 많이 들은 음악 리스트가 생성돼 있더라. 음알못인 내게 유튜브 시대는 그야말로 감사할 따름이다. 제목이나 썸네일로 무드를 고르면, 수많은 고수들이 완벽한 플레이리스트를 추천해준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리스트는 바로 이것. essential; 채널의 <토요일 밤의 재즈> 리스트. 나는 재즈를 잘 모르지만, 재즈의 무드를 사랑한다. 괴롭고 낭만이 없는 날에도 이 음악을 듣고, 가장 낭만적인 순간에도 재생했다. 어떤 순간에, 어떤 음악을 함께 듣던 사람과 그 시절은 지나가는 법이지만 음악은 영원하다. 와인을 마시지 않아도 취하는 기분. 여러분도 이번 연말엔 분위기를 즐겨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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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