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나 바빠요

“아 맞다, 나 오늘 그거 하기로 했었는데…” 요즘 내가 제일 많이 하는 말. 세상에서 제일 바쁜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아 맞다, 나 오늘 그거 하기로 했었는데…” 요즘 내가 제일 많이 하는…

2016. 11. 17

“아 맞다, 나 오늘 그거 하기로 했었는데…”

요즘 내가 제일 많이 하는 말. 세상에서 제일 바쁜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정신없는 사람은 내가 틀림없다. 신조가 생겼다. ‘할 일 리스트’에 적어두지 않으면 그 일은 못 하는 거다. 까먹을 테니까. 하루 종일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아서 초조하다.

평생 정리정돈을 멀리하며 살았건만, 요즘은 눈 뜨면 제일 먼저 할 일을 정리한다. 매일매일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다. 빼놓고 챙기지 않은 게 있을까 봐 여행용 캐리어를 열어두고 짐을 챙기는 그 기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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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면 당이 떨어지고, 간식 먹고 일하면 살이 찌는 순환 과정…]

일단 오늘의 리스트를 나열해볼까. 도쿄행 비행기 티켓 변경하기, 페이스북용 영상 편집하기, 방송 스크립트 짜기, 화장솜 구입하기, 다음 주 미팅 날짜 조율하기, 메일 보내기, 기사 쓰기, 중국 비자 확인하기, 네이버 포스트 업로드, 다음 브런치 업로드, 인스타그램 업로드…. 앗. 쓰다 보니까 이게 기사인 걸 까먹고 진심으로 할 일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정신줄을 놓아선 안 돼!

할 일을 정리하는 게 일이 되었으니, 가장 쉬운 방법을 찾아야겠다. 6개의 체크리스트 앱을 다운로드해 써보고 괜찮은 것만 골라왔다. 내가 쓰는 건 뭐냐고? 읽어보면 나오지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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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마다 장단점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내가 선택한 건 이 앱이다. 이름도 깔쌈한 <Do!>. 목록에 새로운 ‘할 일(task)’을 추가할 때마다 날짜를 선택할 수 있다. 달력에서 직접 선택할 수도 있고, 오늘이나 내일 할 일로 설정할 수도 있으며, 날짜 제한 없이 추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 끝낸 일은 해당 항목 위에 손가락을 올리고 가볍게 ‘더블탭’하면 짝대기(?)가 그어진다.

이 앱을 만드는 사람은 나처럼 바쁜 게 틀림없다. 할 일을 나열하며 제일 중요한 건 언제까지 끝내야 하는지다. 오늘이나 내일까지 해결해야 하는 급한 일도 있고, 시기야 어찌 됐든 목록에 적어두고 까먹지 말아야 하는 일도 있다. 다음 달까지 끝내야 하는 느긋한(?) 일도 있고 말이다. 마감 날짜를 중심으로 목록을 만들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아쉬운 점은 직관적인 정렬이 어렵다는 것. 마감 시간 순서대로나 가나다순, 수정한 시간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정렬할 수 있다. 하지만 목록에서 바로 정렬 방식을 바꿀 수 없고 설정에 들어가서 바꿔야 한다. 번거롭다. 중요도가 높은 항목을 상단에 고정해두거나, 다양한 컬러 표시로 항목을 구분할 수 있는 기능은 훌륭하다. 폰트나 글씨 크기를 바꿀 수 있는 등 자질구레한 기능까지 갖췄다. 폴더 구분은 지원하지 않는데, 나는 폴더 별로 들어가서 리스트를 확인하는 과정이 번거롭다고 느껴서 이게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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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소개할 앱<toDo+>. 폴더 별로 체크 리스트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나는 체크 리스트를 한 화면에 쭉 펼쳐두고 하나씩 지우며 사용하는 걸 더 선호하지만, 때에 따라선 폴더 별로 정리하는 게 더 편리하니까. 이 앱을 테스트할 때는 ‘할 것’ 리스트와 함께 ‘살 것’ 리스트도 만들었다. 업무용 리스트와 개인적 리스트가 섞여 있으면 거슬릴 때가 있는데, 폴더를 구분하면 한결 깔끔하다.

폴더별 정리도 할 수 있지만, 앱 첫 화면에서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폴더 바깥쪽에도 리스트를 만들 수 있다. 컴퓨터로 치면 ‘바탕화면’ 같은 느낌이다. 화면을 아래로 가볍게 당기면 항목을 추가할 수 있고. 항목을 더블탭하면 완료 상태로 변경하거나 내용을 수정할 수 있다.

도쿄 쇼핑 폴더에는 일본에 가면 으레 사야 한다는 뻔한 리스트가 담겨있다. 나는 훌륭한 쇼퍼홀릭이라 뭘 살지 정리할 때 가장 행복하다. 사족이지만, 갑작스럽게 잡힌 중국 출장으로 도쿄행 비행기 티켓은 일정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다. 티켓 변경도 할 일 리스트에 추가해야 한다. 사실 오늘 변경해야 했는데 깜빡했다. 내일 오전에는 꼭 항공사에 전화해야지… 여러분 이렇게 TO DO LIST가 중요합니다. 적어두지 않으면 까먹고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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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M은 이 앱을 쓰더라. 가장 유명한 체크 리스트 앱 중 하나인 <Clear>다. 심플한 앱 디자인과 어린아이도 적응할 수 있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가 인상적이다. 너무나 간단해서 설명할 것도 없다. 화면을 아래로 가볍게 당겨서 새로운 항목을 만들면 추가된다. 항목을 만들 때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알림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스와이프하면 삭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스와이프하면 완료. 항목을 추가할 때마다 컬러 그라데이션이 연출되는 것이 아름답다. 가장 쉽고 간단하게 해야 할 일 목록을 만들고 싶다면 이 앱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내가 쓰기엔 기능이 너무 단순해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이 보였다.

자, 이제 정신 차리고, 정리하고, 일하러 가볼까? 맨날 바쁜 척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며, 우리 존재 화이팅.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