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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들으면서 충전 좀 할게요

사람 마음이 그렇다. 배고프지도 않은데 입이 심심하고, 지갑 사정은 섭섭한데 뭔가 사고 싶다. 근데 막상 뭐 먹고 싶냐고 하면 잘...
사람 마음이 그렇다. 배고프지도 않은데 입이 심심하고, 지갑 사정은 섭섭한데 뭔가 사고…

2020. 10. 22

사람 마음이 그렇다. 배고프지도 않은데 입이 심심하고, 지갑 사정은 섭섭한데 뭔가 사고 싶다. 근데 막상 뭐 먹고 싶냐고 하면 잘 모르겠고, 뭐 갖고 싶냐고 하면 그것도 잘 모르겠다. 그럴 땐 역시 디에디트지. 모처럼 흥미로운 제품을 찾았다.

제품 이름은 벨킨 사운드폼 엘리트 Hi-Fi 스마트 스피커 + 무선 충전기. 항상 생각하지만 벨킨은 제품명이 너무 길다. 그리고 놀랍게도 내가 오늘 리뷰할 모든 내용이 제품명 안에 들어가 있다. 벨킨에서 만든 하이파이 스피커인데, 스마트 스피커 기능을 지원하며 무선 충전까지 가능한 제품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한 마디로 설명해버리면 맥 빠진다. 이래서야 무슨 재미인가. 이제 이걸 좀 길게 늘려서 자세히 이야기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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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벨킨에서 스피커를? 여기 모바일 액세서리 만드는 회사 아니야?” 얼마 전부터 벨킨도 오디오 제품을 활발히 출시하고 있다. 라이트닝이나 C타입 단자에 연결하는 유선 이어폰, 커널형 무선 이어폰, 그리고 오늘 리뷰하는 스피커까지.

그다음엔 두 번째 의문이 들 것이다. “헐, 왜 이렇게 비싸?” 39만 9,000원.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세상에 오디오 제조사가 얼마나 많은데 굳이 벨킨에서 이 정도 가격대의 스피커를 사야 한단 말인가. 솔직히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심드렁한 마음으로 제품을 한 번 사용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곧 두 가지 의문이 모두 해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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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벨킨다운 아이덴티티가 돋보이는 제품이었다. 스피커 상단부에 무선 충전 패드가 탑재되어 있는데, 비스듬한 경사면 위로 스마트폰을 살짝 눕혀두면 바로 충전이 시작된다. 최대 10W의 충전을 지원하는 Qi 규격의 무선 충전 패드로 무선 충전을 지원하는 어떤 스마트폰이나 호환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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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부는 닿는 느낌이 부드럽고, 미끄러짐이 없는 소재로 제작해 스마트폰을 올려두었을 때 안정적이다. 경사면의 각도가 적절해 스마트폰을 거치해둔 상태로 화면을 확인하기에도 알맞다. 무엇보다 스피커 위에 스마트폰을 올려둔 모습이 자연스럽다. 스피커 자체의 디자인을 해치지 않고, 원래 한 세트로 사용하는 기기처럼 잘 어우러진다는 얘기다.

디자인과 만듦새도 훌륭하다. 디자인은 애플의 홈팟과 상당히 비슷한 느낌. 부드러운 곡선과 패브릭 커버 덕분에 감성적인 무드를 풍긴다. 스피커는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쓰는 제품인데 인테리어에 잘 녹아드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내가 사용한 화이트 컬러가 참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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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의 진동을 최소화한 설계도 무선 충전기로서의 안정성에 한몫 거들고 있다. 제품 양쪽에 우퍼를 배치한 푸시-푸시 듀얼 구조를 적용했는데, 우퍼의 움직임을 제어해서 진동을 최대한 억제하는 기술이라고. 이 정도 사이즈의 스피커에서 탄탄한 베이스를 뿜어내면서도 진동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

이 스피커에서 처음 음악이 흘러나오는 순간 “아, 좋다!”는 말이 터져 나왔다. 음향 기기는 마치 향수처럼 완벽한 취향의 영역이라 평가가 조심스럽다. 하지만 누구나 “생각보다 좋은데?”라고 말하게 되는 일반적인 기준은 있는 법이다. 벨킨이 만든 스피커가 과연 괜찮을까, 라는 오만한 자세를 취하고 들어본 음색은 분명 기대 이상이었다. 유튜브 뮤직과 연동시켰더니, 내가 평소에 정말 자주 듣는 음악만 흘러나온다. 그래서인지 비교가 쉬웠다. 평소보다 매혹적인 소리였다. 저음이 강조된, 타격감이 있는 소리다. 누군가는 밸런스가 좋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듣는 재미가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최근엔 재즈 보컬리스트인 빌리 홀리데이의 음악을 자주 듣는데 낮게 깔리는 연주와 함께 보컬의 음색이 잘 살아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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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에 비해 굉장히 파워풀한 소리를 내는 것도 놀랍다. 하여튼 들을수록 의아할 만큼 좋았다. 밥 먹고 나른한 오후에 혼자 아무도 없는 스튜디오에 앉아서 한 시간쯤 재즈를 듣고 나니 리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원래는 리뷰를 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다면 벨킨은 하루아침에 오디오 명가가 된 걸까? 그럴 리는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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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품은 프랑스의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인 드비알레(DEVIALET)와 협업해 개발되었다. 앞서 말한 푸시-푸시 우퍼 등 이 제품에 적용된 음향 아키텍처는 모두 드비알레의 솜씨였다. 스피커의 크기를 고려해 진동을 최소화하고 저음에 특화된 시그니처 우퍼 구성으로 임팩트 있는 사운드를 만들었다고. 고백하자면 오디오 병아리인 나는 드비알레를 이번에 처음 들어보았다. 하지만 브랜드 이름이 근사해서 일단 혹한다. 나만 몰랐던 모양이다. 아주 값비싸고 유명한 브랜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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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사운드폼 엘리트의 가장 강력한 장점은 구글 어시스턴트를 지원한다는 것. iOS 기기나 안드로이드 기기 모두 구글 홈 앱에서 와이파이에 연결하고 연동해두면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음악 재생 역시 와이파이 기반으로 스트리밍되기 때문에 블루투스 연결보다 음질에 유리하다. 음성명령으로 음악을 재생하거나 플레이리스트를 바꾸는 건 물론, 구글 홈과 연동된 다른 가전 기기를 제어하거나 다른 스피커를 추가로 연동할 수도 있다. 제품 상단에 볼륨 제어 버튼이 있긴 하지만 한 번 터치할 때마다 10%씩 오르내리기 때문에 세밀한 볼륨 조절이 어렵다. 이 역시 음성명령으로 “헤이 구글, 볼륨 3% 올려줘”라고 말하는 게 더 속 편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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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정말 예상 밖의 ‘물건’이었다. 디자인, 음질, 구글 어시스턴트, 무선 충전 기능까지 온갖 매력을 다 갖춘 야무진 스피커였으니까. 누군가 “벨킨에서 나온 스피커 그거 어때?”라고 물어보면 자신 있게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물론 여전히 40만 원에 가까운 출시가는 마음에 걸린다. 이 제품의 완성도는 가격에 준하지만, 오디오 시장에서는 뉴비인 벨킨이라는 브랜드에 이만한 값을 지불한다는 건 아직 망설여지니까. 단순히 괜찮은 AI 스피커를 찾고 있었다면, 더 저렴하고 괜찮은 제품이 많다. 하지만 임팩트 있는 사운드와 무선 충전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매력을 느낀다면 추천. 그것만으로도 신선했다. 오늘 리뷰는 여기까지.

*리뷰에 사용된 제품은 벨킨에서 구독자 이벤트를 위해 지원받았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이벤트 진행하니까 ‘여기’로 와주세요.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