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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지 않아도 괜찮아, 자투리 비누

한아조와 배달의 민족이 만나 의미있는 비누가 탄생했다
한아조와 배달의 민족이 만나 의미있는 비누가 탄생했다

2020. 10. 20

안녕, 에디터B다. 서울시 서대문구 남가좌2동의 공식 쓰레기 배출 요일은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이다. 나는 보통 금요일 하루에 몰아 버린다. 일반 쓰레기, 플라스틱, 캔, 유리병, 종이 등 온갖 쓰레기를 버릴 때면 나 혼자 이 많은 걸 썼다는 게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 죄책감이라고 해야 할까, 미안함이라고 해야 할까 복잡한 감정이 들곤 한다. 그렇다고 소비를 줄이기엔 내가 새것에 대한 호기심이 너무 강한 인간이지. 소비를 안 할 수는 없으니 이왕 사는 거 비싸도 오래 쓸 수 있는 거나 친환경적인 걸 사려고 하는 편이다.

요즘 가장 경계하는 건 오직 예쁘다는 이유로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것들이다. 예쁜 건 마음을 쉽게 열어 버린다. 지금껏 필요하지 않아도 예쁘다는 이유로 산 적이 어디 한두 번인가. 그런 소소한 반성을 하던 중 배민문방구의 자투리 비누를 알게 되었다. 예쁘진 않지만 사랑스러운 이 비누에 마음이 스르륵 열렸다. 그래서 이름도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자투리 비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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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비누는 깎고 다듬어진 결과다. 아주 큰 사이즈의 비누 원형을 기계나 칼로 ‘툭툭’ 잘라 우리가 쓰는 사이즈에 맞춘 다음, 디테일한 모양을 내기 위한 최종 작업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버려지는 자투리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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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의 목적은 명확하다. 세정 또는 세안, 이 두 가지만 고려하면 자투리 비누는 버려질 이유가 없다. 세정력이 떨어지지도 않고, 향기가 나지 않는 것도 아니니까. 외적으로 봤을 때 예쁘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자투리가 모여 자투리 비누가 될 수 있었다. 예쁘지는 않지만 비누로 쓰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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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투리 비누를 보면 제각기 다른 모양이다. 동그라미, 사각형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이 안 된다. 고대 그리스부터 인간이 집착해온 완벽한 균형미, 황금비율과는 거리가 멀다. 마감은 거칠고, 모서리는 뭉툭하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매력적이다.

어떻게 보자면 불완전한, 다르게 보자면 특별한 고유함을 지니고 있다. 깔끔한 화이트 인테리어보다 노출 콘크리트가 예쁘다고 말하고, 더티커피와 낡은 업사이클링 가방을 매력적으로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비누라니, 두근거리게 만드는 정체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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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옐로우 컬러이지만 자세히 보면 색깔도 조금씩 다르다. 누가 이 제품명을 말해주지 않았어도 언젠가는 ‘예쁘지 않지만 사랑스럽다’라는 말을 떠올렸을 것 같다. 정확한 작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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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투리 비누는 욕실용품 브랜드 한아조와 함께 만들었다. 한아조는 햇수로 2년 전부터 ‘퍼그램 프로젝트’를 해오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비누를 만드는 과정에서 외적인 이유로 못팔게 되었거나 버려지는 부분을 그램당 파는 프로젝트다. 한아조의 좋은 뜻에 배민문방구가 동참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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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웨이스트의 의지가 담긴 비누의 정체성 못지않게 패키지도 남다르다. 비누가 담긴 케이스는 친환경 재료인 삼베를 사용했으며, 상품설명서는 코팅되지 않은 종이로 만들었다. 바디샴푸 말고 비누를 선택한 사람들 중에는 플라스틱을 덜 쓰고 싶어서 그런 결정을 하는 사람도 있다. 아무래도 샴푸 통 내부까지 세척하기도 힘드니까. 조금이라도 쓰레기를 덜 만들고 싶으니까. 1400_AT3A9137

욕실에 비누를 살짝 꺼내놓으니 금세 향이 퍼졌다. 비누 특유의 향에 산뜻한 향긋함이 더해진 느낌이다.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깨끗해질 것 같고, 부드러우며 자극적이지 않았다. 제품설명서에는 자몽껍질오일, 유자껍질오일이 들어갔고, 시어버터, 망고씨버터, 호박가루 등도 들어가 있다고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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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의미가 좋아도 기능적으로 부실하다면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오직 의미만으로 쇼핑하기엔 세상엔 양품이 많으니까. 자투리 비누는 세안제, 바디샴푸과 가깝고 비누와 멀었던 내가 사용했을 때도 만족스러웠다. 편리한 펌프 형태로 되어있는 제품과 비교해서 사용성에서는 불편할 수 있지만, 상쇄하는 만족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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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를 손에 쥐었을 때 느낄 수 있는 편안한 촉감부터가 좋았다. 그리고 천연비누의 편안한 향이 거품을 내며 샤워실 안이 향기로 가득 찼을 때 깨끗해지는 기분마저 들었다. 여기까지는 그저 기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샤워가 끝났을 때 느낄 수 있는 훌륭한 보습은 느낌이나 기분 탓이 아니었다. 덕분에 아침저녁으로 샤워하는 시간이 기다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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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는 가격을 떠나서 생각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 소비 대상이 천연비누이기 때문에 걱정될 수도 있다. 그런 부분에서도 자투리 비누는 부담스럽지 않다. 예쁘게 다듬어진 비누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니까. 가끔은 사소한 쇼핑 하나가 일주일 치 기분을 바꿔놓기도 한다. 향긋한 비누 거품 덕분에 요 며칠 기분이 좋았다. 가격은 6,000원이고, 구매는 배민문방구에서 가능하다.

*이 글은 배달의민족의 유료 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