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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당은 모르는 iOS 10

iOS 10을 만났다. 첫만남을 위해 어여쁜 아이폰7도 함께했다. 올해 애플은 여러 이별을 감행했다. 3.5mm 아이폰 잭만 없어진 게 아니라 밀어서...
iOS 10을 만났다. 첫만남을 위해 어여쁜 아이폰7도 함께했다. 올해 애플은 여러 이별을…

2016. 09. 20

iOS 10을 만났다. 첫만남을 위해 어여쁜 아이폰7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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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애플은 여러 이별을 감행했다. 3.5mm 아이폰 잭만 없어진 게 아니라 밀어서 잠금해제도 사라졌다. 지문 인식 기능을 쓰며 밀어서 잠금해제를 등지고 살아온지 오래건만, 괜히 섭섭하다. 세월이 조금만 더 지나고나면 “밀어서 잠금해제”라는 표현은 iOS 10 이전 OS를 경험했던 올드 보이들의 오래된 농담이 되어버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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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S 10은 무척 적극적인 성격이다. 뭐랄까. 밀당이라고는 전혀 모르고 오직 당기기만 하는 사랑꾼이다. 이전까지의 아이폰이 손님이 자리에 앉아 메뉴를 고르고 주문할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는 깍쟁이였다면, 이제는 가게 근처만 다가가도 버선발로 마중 나온다. 대표적인 게 ‘들어서 깨우기’ 기능이다. 슬쩍 아이폰을 들어 올리면 움직임을 감지해 홈버튼이나 전원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화면이 켜진다. 편리할 때도 있고 번거로울 때도 있다. 아마 나중엔 익숙해질 것이다. 손목만 들어 올리면 화면이 켜지는 애플워치와 비슷한 사용자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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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센터나 알림창을 살펴보면 10의 적극성이 더더욱 눈에 띈다. 알림창을 3D터치로 ‘꾸욱’ 누르면 메시지에 바로 답장하고, 상대의 프로필을 보거나, 바로 앱 권한에 접근할 수 있다. 알림 센터에서 워터마인더 앱의 “경화미 물 마셔!” 알람을 꾸욱 누르니, 바로 물을 얼마나 마셨는지 추가할 수 있더라. 각 앱마다 사용자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려는 호객행위가 치열해졌다. 알림 센터가 앱의 특정 기능에 접근하는 지름길 역할을 맡게된 것이다. 이 역시 아직까지는 편리하면서도 어지럽다.

알림 센터에서 오른쪽으로 화면을 밀면 날씨, 배터리, 스케줄, 뉴스 등 위젯 화면을 만날 수 있다. 앱을 굳이 실행하지 않아도 이 화면 안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많다. 알림 센터나 위젯 창의 디자인이 동글동글한 카드형이다. 각각의 내용이 분명히 구분되어 보기 편하다. 안드로이드스럽다는 느낌도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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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앱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쓸모를 어필하기 시작했다. 앨범에는 ‘사람들’이나 ‘장소’ 분류가 추가됐다. 최근 사진이나 특정 날짜의 사진과 영상을 모아 영화처럼 만들어주는 ‘추억’ 기능을 구경해보자. 싸이월드나 구글포토 못지 않은 추억팔이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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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인식 기능을 이용해 비슷한 얼굴의 사람을 한 그룹으로 묶어주는 ‘사람들’ 기능이 재밌다. 난 아이폰 카메라롤에 무려 1만 8,000여장의 사진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내 사진도 엄청나게 많다. 아이폰이 얼굴 인식 기능으로 분류한 사진을 보니 내가 네 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 잘 살펴보니 각각의 그룹이 살쪘을 때 사진, 어릴 때 사진, 선글라스 낀 사진, 최근 사진으로 나뉘어 있다. 늙은 나와 어린 나를 다른 그룹으로 구분하다니. 예리하고 야속한 애플…. 이걸 훌륭한 얼굴 인식 기능이라고 봐야할지, 실패라고 봐야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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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메시지는 말할 수 없이 화려해졌다. 애플뮤직의 음악을 공유해(상대방도 가입했을 때만) 메시지 창에서 바로 플레이할 수 있으며, 스티커나 말풍선 효과도 생겼다. 간단한 스케치나 심박, 키스도 전달할 수 있다. 특히 전체 화면을 이용한 특수 효과는 화려하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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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이나 라인같은 모바일 메신저에서만 쓰던 아기자기한 기능들이 아이메시지에도 적용된 셈이다. 라인에서도 귀여운 캐릭터 스티커를 잔뜩 사모았는데, 아이메시지마저 현질을 유도한다. 앱스토어에서 귀여운 스누피 스티커를 구입했다. 역시 애플은 큰돈부터 작은돈까지 지갑 뜯어가는 깡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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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S 10의 변화는 생각보다 드라마틱하다. 아이폰6s를 쓰다 아이폰7을 쥐었을 때보다, iOS 9과 iOS 10 사이의 차이가 더 크다고 하면 이해가 될까. 다른 폰을 산 것처럼 낯선 이 기분. 하나 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더 궁금하다면 영상을 보자. 플레이!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